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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저 | 박제이 역 | 21세기북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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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097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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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柚木麻子 


1981년 도쿄 세타가야에서 태어나 릿쿄대학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부드럽고 섬세한 문장과 정교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평가를 받은 〈포겟 미, 낫 블루〉로 제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토 군의 A to E》로 150회 나오키상 후보에, 《서점의 다이아나》로 15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한탄의 미녀》가 NHK BS 프리미엄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송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 《종점의 그 아이》, 《달콤쌉싸름한 사중주》, 《거북한 후배》, 《점심의 앗코짱》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출판 기획, 번역자.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일전공 번역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소설 《너의 이름은.》을 비롯해 《책이나 읽을걸》,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 《고양이를 찍다》, 《공부의 철학》, 《목소리와 몸의 교양》, 이와나미 인문서 시리즈 《다윈의 생애》, 《악이란 무엇인가》, 《포스트 자본주의》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에서

내가 18~19세기 프랑스 문학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주인공이 대체로 수도원에서 자라서일까? 당시 수도원은 프랑스 부유층이 시집보내기 전까지 딸을 맡기는 곳이었다. 동시에 은근히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부잣집 아가씨들만 다니는 여학교랄까? 참고로 나는 정숙과는 거리가 먼, 흙냄새 풀풀 풍기는 활기찬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모두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지내서인지 여주인공이 수도원에서 자랐다고 하면 절로 친근감이 인다.
―12~13p

지금 우리는 왜 이런 야심과 열정을 싫어할까? 아마도 다들 감정을 죽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맹렬히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꼴사납다는 생각 아래 깔린 본심은 아마도 ‘우리가 참고 있으니 너도 참아야 해’가 아닐까? 고전을 읽노라면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 이토록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 주인공들. 그것만으로도 구원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64p

거듭 말하지만 ‘천성’은 바꿀 수 없다. 그저 받아들여서 천성과 조화하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다. 『폭풍의 언덕』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눈 뜨고 보기는 싫은 ‘천성’을 철저히 그려낸 작품이기에 더욱 인정받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이야기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요즘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나에게든 남에게든 서슴없이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의외의 커플이 탄생한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구원이기도 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이 이끄는 대로 달려갈 수밖에 없기에, 자연스레 피어난 두 젊은이의 평범한 행복은 변함없는 진실이자 독자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인지도 모른다.

―167p

내가 서양 고전소설을 좋아하는 한 가지 이유는 등장인물의 ‘지나침’ 때문이다.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장장 한 페이지에 걸쳐 할 말, 못 할 말 마구 퍼붓지 않나, 충격을 받으면 갑자기 기절해버리지 않나, 실연을 당하면 병으로 쓰러지지 않나, 하인에게 닥치는 대로 화풀이를 하지 않나, 욕심이나 증오 같은 감정을 몇 년이고 끈질기게 질질 끌지 않나.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수명도 훨씬 짧았고 오락이나 선택지가 적었던 시대라 감정만이 유일한 이정표니, 민폐를 끼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마음 가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언제든 제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우리로서는 조금 부럽기까지 하다. 지금 감각으로 보면 꽤 안타까운 인물들의 언행을 읽노라면 공감이나 격려와는 전혀 다른, 무감각해진 몸에 서서히 피가 도는 듯한 따스함이 뭉근히 끓어오른다.
―218~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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