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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1

브라이스 커트니 저 | 김옥수 역 | 비꽃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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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5393698 / 384쪽 152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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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33–2012


브라이스 커트니는 남아프리카 레봄보 산악지대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다섯 살 나이에 “고아원과 소년원을 합쳐놓은 학교에 가까운” 기숙학교에서 살인적인 학대와 고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조그만 산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요하네스버그로 가서 ‘에드워드 7세 고등학교’에 다녔다. 
커트니는 영국 런던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다 1955년에 베니타 솔로몬을 만나고 1958년에 호주 시드니로 이주해, 1959년에 결혼해서 세 아들을 낳고 광고 분야에서 일하다, ‘나를 찾아서’를 발표해, 크게 성공한다.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작가는 한 권도 안 팔릴 거라며 걱정했으나, 이 책은 호주에서 2년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명문 사립고교 필독서로 자리 잡더니, 내용 일부를 영화로 찍어 ‘파워 어브 원’이란 제목으로 상영하고, 지금은 청소년용 축약본까지 나온다.
커트니는 호주에서 가장 크게 인정받는 작가로, 2005년에는 뉴캐슬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2010년에는 호주 우표에 실리는 영광을 누리며, 2012년에는 캔버라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그해에 호주 캔버라에서 사망한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옥수
서울에서 태어나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저작권 중계회사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담당부장, 도서출판 ‘사람과책’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약 300여 종에 달하는 영서를 번역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다양한 ‘번역방법론’ 및 ‘한글 특징’ 백여 편을 정리하고 25년에 걸친 번역 경력을 접목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방법론을 강의하며 검증해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로 발표했다. ‘비꽃’에서 천민자본주의를 화려하게 풍자한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파시즘을 파헤치는 ‘조지 오웰 삼부작’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롭게 번역했다. 고전 작품 전체를 새롭게 번역해서 한국사회의 문화토양을 굳건히 다지는 걸 목표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간다.

책 속에서

메브로우가 커다란 칼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때 커다란 칼 밑에 숨은 바퀴벌레 두 마리가 손등을 타고 올라오자, 메브로우가 비명을 내지르며 칼을 떨어뜨리고는 두 팔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팔목을 타고 올라서 가슴 속으로 사라졌다.
병아리 할아버지는 기쁜 듯 소리를 꽥꽥 지르며 부엌으로 뛰어들어 바닥을 정신없이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집어삼켰다. 메브로우는 두 팔을 계속 흔들어댔다. 젖무덤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크게 흥분해서 비명을 지르려 하나 너무 놀라서 숨이 막힌 것 같았다. 두 번째 바퀴벌레가 치마 밑으로 떨어지더니 바닥 틈새로 미친 듯이 기어갔다. 하지만 병아리 할아버지가 재빨리 달려들어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메브로우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너무 심한 충격으로 마구 떨리는 것 같았다.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 남은 바퀴벌레도 병아리 할아버지가 먹어치웠어요.”
병아리 할아버지는 만족스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뽐냈다. 나는 옆에 있는 의자를 재빨리 가져오고, 메브로우는 거기에 풀썩 주저앉았다. 거대한 화로 옆 마른 선반에서 행주를 집어 우리 어머니가 발작할 때마다 보모가 하던 식으로 얼굴도 닦아주었다.
그런데 등나무 의자 밑으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메브로우가 옷을 입은 채 오줌싼 게 분명한데, 너무 놀라서 아직은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옷에 오줌을 얼마나 많이 지렸을까 생각하고 메브로우는 정신이 돌아오자 손가락을 덜덜 떨면서 병아리 할아버지를 가리키곤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까진 불알. 저건 좋은 닭이야. 여기에 두어도 좋아. 하지만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돼.”
이윽고 메브로우도 의자 밑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들은 듯, 내 손에서 행주를 빼앗더니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가라.”


“사람이 살다 보면 조그만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어. 조그만 싹이지. 하지만 덩굴에 휘감겨서 제대로 크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아. 애초에 품은 생각을 웅대하게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는 거야. 저 나무가 어둠을 뚫고 하늘로 솟아서 30m 크기로 자라기 전에 죽어버리는 것처럼. 새로운 생각과 독창성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저런 덩굴 같은 사람이란다. 네가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저런 덩굴 같은 존재일 게다. 아직 어린나무인 너한테 아주 위험한 존재들이지.”
그러면서 새파란 눈으로 내 눈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덧붙였다.
“언제나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이거라, 피케이. 관습에 따르기보다는 틀리더라도 자신이 직접 판단하는 게 낫다. 판단이 틀린 건 문제가 안 된다. 그걸 통해서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그만큼 더 성장할 테니 말이다. 판단이 맞으면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인생을 그만큼 살찌우는 거고.”
바위에서 떨어지는 조그만 물방울이 생태계 전체로 나아간다면서 이런 설명도 했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생태계 전체를 이루는 출발점인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물이든 복잡한 상호 연관성 속에 근본이 숨어 있는 법이야. 너는 언제나 근본을 찾아야 해. 근본을 깊이 깨달으면 운명을 그만큼 손쉽게 통제할 수 있어. 인간은 지식을 몸 밖에 저장하는 동물에 불과해. 필요한 걸 주변에 저장하는 동물에 불과해. 그래서 다른 생물체보다 위대한 존재가 된 거야. 지금까지 수많은 일이 일어났어. 과거에 일어난 일을 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있어. 인간의 두뇌는, 피케이, 두 가지 기능이 있어.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기능과 참고할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 이걸 활용해서 앞으로 어느 부분을 연구할지 판단하거라. 그러면 예전에 나타난 모든 두뇌를 활용할 수 있어.”


“검둥이 개자식! 비스킷을 다 훔쳐갔지. 하나도 아니고 다 훔쳐갔어. 개새끼!”
돌머리가 궁둥이를 걷어차며 호통치자, 노인네는 한 손으로 단지 뚜껑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돌머리 무릎을 부여잡고 사정했다.
“아니에요, 나으리! 정말로 아니에요, 나으리! 비스킷을 안 훔쳤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나으리.”
돌머리가 스미트 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발, 부장님, 이 검둥이 개자식을 채석장으로 보내자고요. 처음에는 설탕을 훔치더니 이번에는 비스킷까지 훔치잖아요.”
그리곤 발밑에서 훌쩍이는 아프리카인을 내려다보았다. 노인네 코에서 흐른 피가 번뜩이는 군화로 뚝뚝 떨어졌다. 돌머리가 발로 차서 노인네를 벽으로 나뒹굴게 하며 소리쳤다. 노인네는 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손에 든 뚜껑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니, 어디다 피를 흘리는 거야. 더러운 검둥이 개자식이 신발에 피를 흘렸잖아!”
돌머리가 벽에 부딪혀 어지러워하는 노인에게 발을 한 짝 내밀며 소리쳤다.
“혓바닥으로 핥아, 카피르, 빨리!”
노인네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더니, 피가 안 흐르도록 손가락으로 코를 꽉 움켜쥔 다음에 허리를 숙여서 장화에 묻은 피를 혀로 핥다, 시키지도 않은 다른 쪽 군화까지 핥았다.
“신발에 묻은 침도 닦아, 더러운 검둥이 새끼야. 나는 가축병에 걸리고 싶지 않다고!”
스미트 부장이 그 말을 듣고 눈길도 안 준 채 낄낄거렸다. 아프리카인은 웃옷을 벗어 코피가 안 흐르도록 숨을 계속 들이켜면서 돌머리가 신은 군화를 닦았다.
“바닥에 떨어진 피도 닦아.”
흑인 노인이 녹색 리노륨에 떨어진 피를 깨끗이 닦았다.
“이제 일어나서 꺼지라고, 나쁜 새끼야!”
아프리카인이 서둘러 일어서자 돌머리가 발로 걷어찼다. 노인네가 큰대자로 나뒹굴더니, 웃옷을 한 손으로 거머쥔 채 네발로 기어서 밖으로 후다닥 나갔다.
돌머리가 손바닥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저놈들은 머리가 쇠야. 그래서 주먹으로 안 쳐.”
이어서 나를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카피르를 때릴 땐 머리를 건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피케이. 까딱하다 주먹이 부러질 수도 있으니깐. 얼굴을 때리는 건 괜찮지만 머리는 절대 안 돼.”
돌머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툭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둔 상태에서 더러운 카피르 머리를 때리다 주먹이 깨지면 곤란하지.”
스미트 부장은 아무 말 않더니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에 말했다.
“저놈은 채석장으로 못 보내. 관절염이 있거든. 채석장으로 가면 일주일도 안 돼서 죽을 거야. 게다가 커피와 차를 제대로 타는 카피르는 저놈밖에 없어.”
부장이 자기 앞에 놓인 차를 가리켰다.
“이렇게 맛없지 않거든. 숟가락으로 젓지 말고 차를 넣기 전에 단지를 먼저 따뜻하게 데우라고 했잖아.”
부장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다시 말했다.
“다음에는 먼저 자세히 알아보고 때리라고. 비스킷은 내가 다 먹었어. 오늘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가 고팠거든.”
돌머리가 입을 딱 벌리더니 이윽고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설탕을 훔쳤는데 아무려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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