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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테스

김영민 저 | 도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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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737 / 230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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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어느 관찰자의 우아한 시선이 머문 현장

이 소설은

이 소설은 김영민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카모테스」를 비롯해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리얼리스트이자 냉소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이상주의자인 화자들의 사연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생기는 독특한 미학적 효과를 획득하고 있다.
「배추 흰나비」는 왕자가 볼모로 일본에 머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 고대가 배경이다. 이 작품에서는 일본식 된장 냄새가 상징하는 후각적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태인과 시카, 현덕과 후지오 그들의 사랑에 대한 미련과 후회와 체념 그리고 후련함이 뒤섞인 감정의 표현을 통해 같은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이국적인 느낌의 표현이 색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에 관한 섬세한 포착이 작가의 개성적인 면모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본식 풍습과 건축양식, 지방 특산물에 관한 정보, 한국과 일본 간 교류의 역사 등 다양한 의미와 의의를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형충」은 집주인 박 여사가 세입자 최 영감을 내쫓은 이후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의 전개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최 영감이 그곳에서 시체의 뼈를 갉아먹는 징그러운 벌레를 보았는데, 나중에 그것을 이용해 얼굴 성형을 해주면서 먹고 살다 결국 벌레들 때문에 박 여사 집에서 쫓겨난다. 결말부분의 ‘이제 계피향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퀴퀴한 냄새도 없어졌다. 그런데도 마음은 영 불편하다. 뭔가 응어리가 걸려 있는 것 같다’라는 박 여사의 생각은 슬픔의 상처에 관한 스토리는 끝났지만, 여전히 감정의 응어리는 해소되지 않은 채 독자의 뇌리에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블랙타운」 꽹과리 소리가 환기한 어린 시절 기억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그 기억이란 ‘우리 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모녀가 굶어 죽자 어머니가 무당을 불러 살풀이’를 한 일이다. 죽은 모녀룰 향한 어머니의 매몰찬 태도가 주인공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이 소설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재개발 지구의 우울하고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버려진 개’가 나오는데 도심에서 간혹 발견할 수 있는 유기견이지만 주인공은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몇 년 전 버려진 대문에 묶여 있던 개를 내버려뒀다는 죄책감, 더 거슬러 올라가 굶어 죽은 모녀에 대한 죄책감과 몰인정한 어미니를 향한 원망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들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것은 그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모테스」는 일하던 식당이 보수 공사 때문에 3개월간 문을 닫자 해외 어학원 코스에 등록해 필리핀으로 날아간 인물을 다루고 있다. 어학원 생활에 적응하던 주인공은 그곳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 일본 남자 다케다가 피살되는 사건으로 심리적 타격을 입는다. 이 소설은 뒷부분의 함정도 충격이지만 그것을 배가시키는 회상을 전재로 하는 서술기법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 해피데이」는 결여된 가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두 명의 일인칭 서술자가 번갈아 나오는데 하나는 보육원 출신인 강아지 산책도우미이고, 다른 하나는 강아지의 주인이자 카페 ‘오! 해피데이’의 주인인 윤 여사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가족애의 결핍인데 작가는 그 시종일관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역시 고대 일본을 배경으로 그곳에 볼모로 잡혀 있는 미려 왕자와 마야코의 실패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섬세한 감정의 처리방식이 읽는 이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한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작품이다. 「허니 제과점」은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 H와 결합하여 가족을 이루어보려는 끔을 갖지만 결국 실패하는 이야기이다. 다시 돌아온 연인 H의 수완으로 인해 제과점 장사가 잘될 때도 주인공은 늘 불안해한다. H가 한 번 떠났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H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자리한다. 잠깐의 희망과 꿈은 걱정하던 대로 H의 배신으로 산산조각 난다. 그럼에도 H를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없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츠루하시」는 일본을 향한 작가의 깊이 있는 이해와 지속적인 관찰이 바탕에 깔린 작품으로 특히 간장 냄새가 미묘하게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적 효과로 발현되고 있다. 이렇듯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작은 디테일이 하나씩 모여 아스라이 반짝이는 찬란한 슬픔의 냄새로 응집되고 있다. 슬픔의 냄새가 상당히 강렬한 작품이다. 「어디 있을까」는 춘천에서 서울로, 다시 H시로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한 가족의 신산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울과 H시에서 벌어지는 험난한 여정에 앞서 어린 시절 춘천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내용은 1970년대 생활양식과 대중문화, 춘천이라는 지방과 특색 등이 어울려 독자를 깊이 끌어들인다.
이처럼 아프다고, 슬프다고 할 수 있을 과거의 기억을 거리를 두고 회상하는 방식은 소설집 『카모테스』에 수록된 작품들을 관통하는 서술 구도이다. 작품 속 관조의 시선에는 소설의 본격적인 스토리로 다루지 않는 추가적인 상처의 흔적이 슬그머니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처의 중첩과 반복이 작품을 더 갚은 감정의 웅덩이로 이끌지만, 소설 속의 화자들은 결코 비관론자들이 아니라 사태를 견뎌보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억지스러운 해피엔딩 같은 순진하고 허술한 해결방식은 관찰자의 우아한 시선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영민 작가의 소설집 『카모테스』는 슬프고 상처투성이인 풍경을 냉정하게 관찰하면서도 희미하게 솟아나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영민
지은이 : 김영민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
중앙대 일문과 석사과정 중퇴.
국민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월간문학> 등단.
소설집 <녹색칼국수>  

머리말

오랫동안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은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네모난 상자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내가 나서지 않은
많은 일은
그저 시간에 묻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말하지 않은 것과
쓰지 않은 건
다 사라져 버렸다.

책 속에서

현덕은 이제 영영 태인을 가슴에 묻는다. 무겁게 짓누르던 바윗돌이 비로소 홀가분하게 사라졌다. 현덕은 어두운 마루를 버선발로 미끄러지듯 걸어간다. 후지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금세 그립다. 복도를 꺾어 돈다. 진한 된장냄새가 슬쩍 스쳐간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 숨이 막힌다. 누군가 현덕에게 보자기를 씌우고 목을 조르고 있다. 현덕은 마룻바닥에 널브러져 손과 발을 버둥거린다. 하얀 버선을 신은 발이 나비의 날갯짓 같다. 후지오의 이름을 부르지만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다. 현덕은 난파된 배 밑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것 같다. 머리 위에서 비추던 빛이 점점 멀어진다. 머리 위로 휘젓던 현덕의 두 손이 어느새 아랫배를 감싸고 있다. 잠시 후 현덕이 누워 있는 조용한 복도에 흰 나비 한 마리가 잘못 들어와 헤매다 겨우 뜰로 나간다. 복도에 옅은 된장냄새가 남아 있다. -「배추 휜나비」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에는 이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거두는 일도 포함되었을 것만 같다. 우산을 어깨에 걸치고 두 손을 내밀어 안아 올린 새끼는 비에 젖은 솜뭉치 같다. 새끼는 축 늘어져 떨면서도 눈은 옆으로 내리깔고 어미를 보고 있다. 한 손으로 목도리를 풀어 젖은 새끼를 감싸 안았다. 내가 걸음을 옮기자 새끼는 힘겹게 고개를 뒤로 돌려 어미 쪽을 향한다. 새끼 강아지는 어미의 죽음이 진정한 끝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까. 어느 틈에 정류장 근처 마트가 보인다. 택시에서 손님이 내리고 있다. 우산을 접고 급히 올라탔다. -「블랙타운」

짐을 정리하다가 일층 세탁실로 내려갔다. 세탁물을 찾는데 다케다의 방 번호 선반위에 카모테스의 야자수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가 개어져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티셔츠를 내가 찾아야 되나 망설이는 걸 세탁실 아주머니가 알아챘나보다. 딱딱한 영어로 네가 가져갈래, 라며 내 코앞에 들이댔다.
글을 깨우치지 못한 필리핀 아주머니는 작대기 형태의 상형문자 같은 표시로 몇 십 명의 세탁물을 전혀 헷갈리지 않고 오차 없이 분류해둔다. 그런 총기가 나와 다케다의 관계도 빨래집게로 집어 두었었나보다. 내 손아귀에서 바닷물이 빠져나가듯 다케다의 모든 흔적은 사라지고 오직 카모테스의 야자수 그림 티셔츠 하나만 덜렁 남았다. -「카모테스」

추천사
여러 작품의 서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시간의 역행인데, 이는 모든 일이 다 발생하고 난 뒤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선이다. 앞으로 무엇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불안’이나 ‘두려움’의 감정 형식으로 나타나겠지만, 부정적인 일이 과거에 발생했고 그것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는 ‘후회’, ‘미련’, ‘아련함’, ‘애달픔’등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회상에는 일정한 ‘체념’이 스며들어 있고, 흘러간 시간만큼의 간극이 엄연히 펼쳐져서 어쩔 수 없이 ‘관조’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목격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복잡다기한 조건들이 엮어지면서 과거의 상처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생기는 독특한 미학적 효과가 산출된다. 어느 관찰자가 무심한 듯 우아하게 시선을 주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한 관조의 시선에는 체념이 깊게 배어 있기에 넓게 퍼지는 여운 속에서 슬픔, 쓸쓸함, 고독감이 너울거린다.
-장두영^문학평론가

목차

배추흰나비
성형충
블랙타운
카모테스
오! 해피데이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허니 제과점
츠루하시
어디 있을까

해설 _ 어느 관찰자의 우아한 시선 _ 장두영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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