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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시리즈 : 문학과지성 시인선 [650]

박준 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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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4942 / 115쪽 / 172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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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당신보다 한 걸음 먼저 사는 ‘돌보는’ 사람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입을 조금 벌리고 턱을 길게 밀고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더 오래여도 좋다는 듯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말입니다 ―「메밀국수-철원에서 보내는 편지」 부분 그렇다면 이 시집에서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앞서 우리는 과거에 나와 당신이 나누었던 말들이 현재의 나에게 도착하는 지점에 대해 논했다. 아마도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그 말들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 다른 말로는 ‘당신’, 그리고 시인의 표현으로 ‘미인’일 것이다. “먼 시간을 헤아리”며,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는 ‘나’는 과거에 헤어졌던 사람이다. 그리고 “당신이 창을” 여는 작은 기척에도 “하고 있던 일을” 바로 접을 만큼 보살피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84p」). 격렬하지는 않지만 생활 속의 매 순간 ‘나’의 촉각을 세우게 하는 마음을 두고 신형철은 “돌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에 따르면 박준의 돌봄이란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 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사는 일”이며, 그렇기에 이 시집의 화자는 “조금 먼저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첫 시집에서 박준의 화자는 “오늘 너를 화구에 밀어넣고” 내려오며, 예전에 너에게 받았던 조촐한 생일상을 떠올린다. 지난 시집에서 상대에게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자리를 돌보던 “나”는 이번 시집에서 당신을 돌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내”가 당신을 돌보는 방법으로 시인이 택한 것은 음식이다. 지난날 나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생일상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먹으면 좋을 소박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겨울 무를 꺼내” “어슷하게 썰어” 담거나(「삼월의 나무」), “쑥과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쑥국」). 밥을 먹지 못하는 상대를 위해 무쳐놓은 도라지를 싸주거나(「사월의 잠」), 흰 배추로 만들 만두소를 떠올린다(「메밀국수」). 당신이 먹으면 좋을 것들을 준비하려는 마음가짐, “이런 마음먹기를 흔히 ‘작정作定’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작정作情”이라 말해보기로 한다.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박준의 사랑이다”(신형철).

저자 소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머리말

어떤 빚은 빛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2018년 겨울

책 속에서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다시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둑과 단단히 살을 굳힌 자갈과 공중을 깨며 부리를 벼린 새들의 천변을 마주하면 적막도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다만 낯선 소리라도 듣고 싶어 얇은 회벽에 귀를 대어보면 서로의 무렵에서 기웃거렸던 우리의 허언들만이 웅성이고 있었다
―「우리의 허언들만이」 전문


나는 사실 꽃 지고 열매 맺힌 이 길을
다른 사람과 함께 걸은 적이 있었다

한번은 수국이 피어 있었고
다른 한번은 눈이 내렸다

근처에 넓은 목장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나의 무렵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당신의 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오름」 부분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은 먼 시간을 헤아리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입을 조금 벌리고 턱을 길게 밀고 사람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더 오래여도 좋다는 듯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말입니다
―「메밀국수」 부분

 

목차

시인의 말

1부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선잠/ 삼월의 나무/ 84p/ 쑥국/ 그해 봄에/ 사월의 잠/ 문상/ 목욕탕 가는 길/ 아,/ 생활과 예보/ 연풍/ 우리의 허언들만이/ 낮과 밤

2부 눈빛도 제법 멀리 두고
여름의 일/ 초복/ 손과 밤의 끝에서는/ 우리들의 천국/ 단비/ 마음이 기우는 곳/ 목소리/ 바위/ 뱀사골/ 오름/ 장마/ 메밀국수/ 처서/ 연년생

3부 한 이틀 후에 오는 반가운 것들
능곡 빌라/ 가을의 말/ 마음, 고개/ 호수 민박/ 맑은 당신의 눈앞에, 맑은 당신의 눈빛 같은 것들이/ 나란히/ 이름으로 가득한/ 안과 밖/ 미로의 집/ 종암동/ 천변 아이/ 멸치/ 가을의 제사

4부 그 말들은 서로의 머리를 털어줄 것입니다
숲/ 겨울의 말/ 좋은 세상/ 남행 열차/ 잠의 살은 차갑다/ 큰 눈, 파주/ 살/ 겨울비/ 오늘/ 입춘 일기/ 세상 끝 등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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