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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

이치은 저 | 알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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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333041 /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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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20년 만의 복간
2018년 <이치은 컬렉션> 계속 간행

 

우리는 불가해한 서로 그리고 서로의 말이라는 낯선 텍스트 속에서 좀 더 길 잃고 방황할 필요가 있고, 그 방황을 더욱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길 잃기의 향유를 통해 우리는 『권태』를 포함한 보다 다양한 낯선 세계와 즐겁게, 기꺼이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형래(문학평론가), 작가와의 인터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1998년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로 제2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고안력이 뛰어난 작품”, “상투적 교훈을 배격하는 문장의 탐구력”(김우창/문학평론가), “소설 문체의 매력”(조성기/소설가) 등 치밀한 구성과 독특한 문체가 높이 평가받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신예로 기대를 모았다. 
2003년 『유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9년 『비밀 경기자』, 2014년『노예 틈입자 파괴자』를 발표하였다.

책 속에서

20년.

시간은 바삐 흘러가고 내가 아주 오래전에 썼던 글이 다시 나를 소환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막 ‘불가능한 독서’를 다시 한 번 성공적으로 마쳤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자신이 쓴 글을 읽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책이란 쓸 수 있거나 읽을 수 있을 뿐이다. 그 둘을 다 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유일한 형벌이다. 형벌을 마친 나는 무엇을 변명하려는 것인지도 모른 채 여하간 무엇인가를 변명하기 위해 이 소설의 제작자였던 과거의 나 대신 죄 없는 타인들을 소환해 보려 한다.
보르헤스의 『또다른 심문(Otras Inquisiciones)』이란 책을 보면, 그가 『청정도론』에서 인용했다는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과거의 사람은 과거에 살았지, 현재나 미래에는 살지 않는다. 반대로 미래의 사람은 미래에 살 것이어서, 과거나 현재에 살지 않는다. 현재의 사람은 현재를 살고 있기에, 과거에 살았던 사람도 미래에 살 사람도 아니다.”

과거의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것만은 확실히 나는 ‘기억’하고 있지만, 기억 말고 나는 어떤 권리를 이 글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걸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별개의 존재라면 나는 무엇을 변명해야 하는 걸까? 자크 데리다는 『문학의 행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자가 텍스트에 기록하는 것은 자신의 소멸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글을 썼던 (아주 가느다란 내 기억에 훌륭히 입증되는) 과거의 ‘나’는 이제 완전히 소멸되었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 다른 글들에 나를 소멸시키느라 충분히 바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변명하고 있는 걸까? 내가 변명하려는 건 이 책에 대한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나에 대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나에 대한 것일까? 물론 셋 다 간단한 변명으로는 씻기지 않을 큰-많은 혐의를 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우리의 죄는 천국에 있는 어머니의 책에 적혀 있을 것이다.
랭보는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에 실린 시, 「불가능한(L’impossible)」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아, 내 어린 시절. 언제나 큰길을 쏘다니고, 초자연적으로 검소하고, 거지의 왕보다 사리사욕이 없고, 나라도 친구도 없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었다. 얼마나 우둔한 일인가!”

성(城) 안의 바쁜 생활 핑계에 ‘권태’를 느끼기에도 그리워하기에도 지쳐버린 현재의 나는, 무모하게도 이런 글을 쓰려고 생각했던, 이미 소멸해 버렸다는 20년 전의 ‘우둔한’ 나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고 싶다. 그는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방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을 거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나를 호명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단번에……
내 소멸을 믿지 않고, 내 알리바이를 나 대신 증명-변명하기 위해 이 글을 다시 복간하기로 결정해 주신 알렙의 주인장 조영남 형에게 감사의 말씀 드린다.

2018년 10월
이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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