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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옛 연인

원제 : Cheating at Canasta (2007년)

윌리엄 트레버 저 | 민은영 역 | 한겨레출판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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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1875 / 312쪽 / 383g / 127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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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바스라지기 쉬운 삶이 지닌 찬란한 쓸쓸함에 대한 열두 편의 매혹적인 소설”
_백수린(소설가)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 현대 영문학을 이끄는
최고 작가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명실상부한 ‘작가들의 작가’ 윌리엄 트레버 대표 단편집

오헨리상 수상작 <재봉사의 아이> <방> <감응성 광기> 수록


《그의 옛 연인》은 윌리엄 트레버의 대표 단편집으로, 오헨리상을 수상한 <재봉사의 아이> (2006) <방> (2007) <감응성 광기> (2008)를 포함한 열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트레버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뒤흔드는 사건과, 선한 본성으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무게의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들을 우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었다.

첫 단편 <재봉사의 아이> 에서, 자동차 수리업자인 카할은 마을을 방문한 스페인 커플로부터 50유로를 줄 테니 ‘눈물 흘리는 동정녀’에게 데려다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카할은 그 조각상의 눈물이 기적이 아니라, 그저 눈 아래 빈 공간에 빗물이 고인 것에 불과함을 알고 있지만 50유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커플을 조각상으로 안내한다. 돌아오는 길, 카할의 차 앞으로 한 아이가 뛰어든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마을 사람들이 경멸하고 멀리하는 재봉사의 아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카할의 인생은 점점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방> 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남자와 여자가 만남을 가진다. 여자의 남편은 9년 전, 창녀 살해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여자는 남편의 알리바이를 거짓으로 증언하고 이후 9년 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결혼 생활을 지속해왔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늘 침묵이 존재했다. 그녀는 남편을 아직 사랑하고 있음에도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외도를 한다. 그리고 ‘사랑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깨닫고, 더 이상 이런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응성 광기> 에서는 부유한 40대 남자가 파리의 작은 식당에서 옛 친구와 우연히 조우한다. 두 사람은 유년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함께 저지른 철없는 장난으로 인해 굳건해 보였던 관계는 무너진다. 그 사건 이후 남자는 적당히 합리화하며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했지만, 남자의 친구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진다. 약 30년이 지나 친구와 마주한 남자는 지워버리려 했던 옛 비밀을 다시 떠올린다.

평범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선한 사람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그들만의 속죄와 자기희생이 남기는 슬픔의 여운


위의 세 작품을 포함하여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죄책감’이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이들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무게의 죄책감에 짓눌린다. 그들의 죄책감은 어찌 보면 보통사람들이 외면하거나 합리화하며 잊어버리려 애쓰고 대개는 그럴 수 있는 정도의 감정이지만, 이들에게는 삶을 조용히 뒤흔들고 다시는 예전의 자기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거대한 힘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 무거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는 부인하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실체를 깨닫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이해는 결국 속죄라고도 할 수 있는 자기희생으로 귀결되며 그리하여 비로소 이들은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서 해방된다.
트레버는 예리하고 날카롭게 인물과 사건을 묘사하지만 결코 도덕적으로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서는 어떤 행동도 혐오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충격이나 혼란을 주는 대신 짙은 슬픔의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다.

저자 소개


(William Trevor, 1928~)
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계승한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 《뉴요커》는 트레버에 대해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는,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가톨릭교도가 국민의 대다수인 아일랜드에서 중산층 개신교 집안에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배척받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또한 유년 시절 내내 아버지를 따라서 아일랜드의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무려 13군데 학교에서 공부했고,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켜봐야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떠밀려 조국을 떠나서 1954년 이래로 줄곧 영국에 머무르고 있지만 자신은 뼛속까지 아일랜드인이라고 말해 온 트레버는 한평생 이방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들, 외로움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 무시당하거나 오해받는 사람들, 버림받거나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트레버 콕스’란 이름의 조각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기도 한 그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쓴 두 번째 소설 『동창생들』로 호손덴상을 수상하면서 1964년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소설집 15권에 달하는 수백 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단편소설의 아름다움과 힘을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 왔다. 트레버는 단편을 “누군가의 삶 혹은 인간관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눈길”이라고 정의한다. 작품 속에서 그는 누군가의 인간관계를, 그 관계를 이루는 사람을 확장된 사회라는 큰 틀로부터 분리시켜 섬세한 눈길로 들여다본다. 최소한의 단어만을 사용하여 여백에서 등장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읽어 내게 만드는 독특한 심리 묘사를 통해 현대인의 분열된 삶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단편소설을 주로 썼다.
한편 트레버는 장편소설 18권을 출판하기도 했는데, 스스로를 어쩌다 장편소설을 쓰는 단편소설가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편과 장편 두 분야 모두에서 찬사를 받는 이례적인 작가이다. 오헨리상을 네 번 수상하고 맨부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으며 휘트브레드상, 아이리시 펜상, 래넌상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상을 수상했고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내 소설은 때로 인간 삶의 여러 면을 비출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별히 의식해서 그렇게 쓰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이야기꾼이다.”


 

역자 소개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어두운 숲』 『사랑의 역사』 『거지 소녀』 『프라이데이 블랙』 『곰』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안데르센 교수의 밤』 『에논』 『친구 사이』 『불륜』 『존 치버의 편지』 『어떤 날들』 『그의 옛 연인』『여름의 끝』 『칠드런 액트』 『차일드 인 타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에서

P.34 : 그는 무릎을 꿇었고 그 무엇도 간구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보상을 다짐했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쳐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더블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우롱에 자신이 가담했다는 이유로, 길가의 기울어진 조각상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50유로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닥칠 모든 일을. _<재봉사의 아이>


P.58 : 충격도, 심지어는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서 받은 것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적당한 순간을 택해 떠나겠다고 말할 것이며, 그는 이해할 테니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랑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그 또한 알 것이다. _<방>


P.302 : 잠시, 앤서니가 도로를 건널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있을 때, 윌비는 그 일의 실상이 그러했음을 부인할 수 있는 문장, 그 일을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문장을 궁리한다. 사고, 예상을 넘어선 불행, 예기치 않았던 일. 조심스럽게, 왜냐하면 마땅히 조심스러워야 하므로, 그는 간곡히 호소할 참이다. 하지만 그때 앤서니는 길을 건너고 열쇠로 식당 옆문을 연다. 앤서니는 잘 가라는 손짓도 하지 않는다. 돌아보지도 않는다. _<감응성 광기>

목차

재봉사의 아이 7
방 36
아일랜드의 남자들 59
속임수 커내스터 82
객기 98
오후 118
올리브힐에서 144
완벽한 관계 170
아이들 198
그의 옛 연인 228
신앙 252
감응성 광기 279
옮긴이의 말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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