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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결혼

원제 : An American Marriage

타야리 존스 저 | 민은영 역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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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4942 / 42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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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타야리 존스의 수많은 재능 중 하나는 그녀의 언어로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준다는 것이다.” _오프라 윈프리 『미국식 결혼』은 인종차별적인 편견에 근거한 부당한 판결이 한 흑인 신혼부부의 삶에 미친 여파를 중심으로 세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아름답고 힘있는 언어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남편인 로이와 아내인 셀레스철, 그리고 후반부에는 두 사람의 친구이자 그들의 애정 관계에 새로운 당사자로 등장하는 안드레의 일인칭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저지르지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힌 로이와, 아내로서 그를 돌보면서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를 지켜야 하는 셀레스철은 내내 고통스럽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분투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러한 참혹한 사태가 흑인 사회에서는 여전히 드문 일이 아님을 강조하듯, 그들의 목소리는 진솔하면서도 사뭇 담담하다. 작가는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젊은 부부의 사랑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정의 과잉이나 낭비 없이, 그러나 묵직한 공명을 일으키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언어로 써내려간다. 특히 로이가 감옥에 갇힌 뒤 셀레스철과 몇 년에 걸쳐 주고받는 60여 쪽 분량의 편지글은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진심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때로는 진심을 숨겨야만 하기에 미묘한 단어와 행간 속을 맴돌며 술래잡기하듯 서로의 마음을 탐색한다. 세필로 그린 듯 정교하게 표현된 인물들의 심리 덕분에, 독자는 말과 글을 통해 드러나는 것들뿐 아니라 침묵 속에 깃든 뉘앙스와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혼란과 갈등의 소음 속에서 들려오는 이해와 관용의 속삭임들 타야리 존스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소설은 작가가 애틀랜타의 쇼핑몰에 갔다가 우연히 들은 어느 남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매우 잘 차려입은 여자가 남자에게 “네가 나의 입장이었다면, 너도 나를 칠 년 동안 기다리진 않았을 거잖아”라고 말하자, 남자가 “애초에 너한테는 이런 거지같은 상황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야”라고 쏘아붙였다는 것이다. 그 짧은 대화는 타야리 존스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가, 사회적 병폐와 우연의 비극적인 결합으로 인해 각자의 지옥에 떨어져버린 젊은 부부의 장대한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사적인 대화에서 발아한 이야기가 이 시대를 대변하는 보편적인 서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작품의 핵심을 요약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의 삶이 언뜻 미미하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바로 그곳에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다는 간과하기 쉬운 진실을 작가는 가장 소설적인, 지극히 문학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여전히 혼란하고 여전히 답해야 할 질문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소설 속 인물들은 사회적 폭력과 억압적인 규율 속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면서도 타인을 향한 이해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끝내 화해에 이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위안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거기서 세상의 거대한 흐름을 들을 수 있는 작가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보편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이 시대의 사랑 이야기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이 섬세하게 짠 태피스트리처럼 연약하지만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그것을 자주 찢었고 매번 다시 수선했다. 예쁘지만 분명히 다시 끊어질 비단실로.” _본문 55쪽 이야기의 문을 여는 것은 로이, 모든 흑인들의 악몽을 현실로 경험해야 했던 남자다. 훗날 셀레스철과의 일 년 남짓한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그는 확신에 차서 말한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좋았다. 이건 그저 추억에 젖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물론 모든 부부가 그렇듯 그들의 관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로이는 바람둥이 기질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고, 처음부터 결혼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셀레스철과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그들은 열정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영업사원이었던 로이는 타고난 사업가적 능력을 발휘해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고, 셀레스철은 인형을 주요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한창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었다. 대학교육을 받은 중산층 흑인 부부로서, 그들의 앞날이 창창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이의 고향에서 함께 보낸 하룻밤 사이에 그 모든 가능성과 희망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다. 운명의 그날, 두 사람이 묵은 허름한 호텔에서 로이는 강간범으로 몰려 한밤중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로이가 잠시 호텔 복도에 나왔다가 마주쳤던 여자가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이 틀림없이 로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밤새 로이의 곁에 있었던 셀레스철은 그가 범인일 리 없다는 것을 알지만, 보수적인 시골 마을의 검사와 판사는 그녀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로이는 십이 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셀레스철은 변호사를 통해 항소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깊은 절망에 빠진 남편을 위로하고 보듬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녀 개인의 삶은 놓아버리고 ‘무고하게 감옥에 간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하는 착한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기대하는 남편과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셀레스철은 갈수록 답답함을 느낀다. 그녀는 누구보다 로이의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삶을,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자유를 포기할 생각도 없다. 그렇게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몇 년이 흐르는 사이, 셀레스철의 작품은 점차 예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평생 자신의 곁을 지켜준 단짝 친구 안드레와의 관계도 점차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셀레스철은 로이에게 편지를 보낸다. “로이 넌 내 가족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네 아내로는 살 수 없어.” 로이는 편지를 받고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다. 그는 셀레스철에게 “난 내 삶에서 아내가 아닌 너는 원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그녀와 연락을 끊어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이 소원해진 사이 셀레스철이 고용한 변호사가 마침내 항소심에서 로이의 무죄 선고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고, 로이는 오 년 만에 자유를 되찾는다. 그 소식을 들은 셀레스철은 진심으로 기뻐하지만, 한편으로 로이가 감옥에 있는 사이 그녀의 인생에서 변해버린 많은 것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어 그녀를 짓누른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다. 그와 동시에 유예의 시간도 끝났다. 이제 로이와 셀레스철은 세월의 흔적이 선명한 서로의 낯선 얼굴을, 완전히 뒤바뀐 새로운 현실을 직면해야만 한다. 한때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삶을 꿈꾸었으나, 이제는 서로 너무나 다른 곳에 도달해버린 두 사람은 과연 서로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혹은 서로에게 돌아가는 것이 정말로 그들이 행복해지는 길일까? 억압과 차별의 역사를 바라보는 전복적인 시선 『미국식 결혼』의 배경에는 분명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법집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대량 투옥(mass incarceration)’ 정책이 흑인을 의도적으로 겨냥하면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흑인 남성들이 공권력의 피해자가 되어왔다는 사실을 로이라는 인물을 통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식 결혼(An American Marriage)’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일단 두 가지 의미에서 전복적이다. 첫째로는 흑인 부부의 이야기에 미국의 대표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둘째로는 인종차별에 의해 깨어진 결혼을 미국적 전형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처음에는 작가 자신조차도 이 소설에 ‘미국식’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평생 미국 국민으로 살아왔음에도 ‘아프리카계’와 같은 수식어 없이 흑인과 미국인을 등가에 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항상 선택권이 있는 건 아니다. 유의미한 방식으로는 선택권이 없을 때가 많다. (…) 로이를, 내 남편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보다 더 오래된 전투에서 집으로 돌아온 그를? 대답은 ‘그럴 수 없다’이다.” _본문 338쪽 하지만 이 소설이 가장 전복적인 지점은 흑인의 문제를 공적인 영역, 그리고 ‘남성적인’ 영역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제를 가진 다수의 작품들과 달리 『미국식 결혼』은 로이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한 법정 다툼이나 감옥에서의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묘사하는 대신, 사랑과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곱씹는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초점의 변화로 인해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는 로이뿐만이 아니라 셀레스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무고하게 감옥에 갇힌 남편을 위해 싸우고 그를 보듬어야 하는 아내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 셀레스철을 작품의 중심에 단단히 세워둔다. 욕망과 의무, 자유와 책임, 사랑과 가족 사이에서 셀레스철은 로이와 마찬가지로 지난하고 괴로운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다시 말해, 소설의 중심 사건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흑인 남자의 수난이지만, 작가의 시선은 그 차별적인 상황 속에서 이중적으로 억압받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흑인 여성에게 맞춰져 있다. 타야리 존스는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현대판 『오디세이아』라고 이야기한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집과 아내를 떠난 남자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귀향하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식 결혼』이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이 이야기에서 잊혀왔던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다. 『오디세이아』에서 페넬로페는 남편이 없는 사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구애하는 남자들을 멀리하고, 무려 이십 년 동안 ‘정절’을 지킨 훌륭한 여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국식 결혼』에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 오랜 세월 아내에게 자신의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남성의 이야기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 작가는 원래 소설 전체를 셀레스철의 시점에서만 서술되는 방식으로 구상했으나, 집필 과정에서 원고를 읽어본 지인들 대부분이 셀레스철을 이기적이라고 평하며 로이의 고통과 불행에만 공감을 표해 굉장히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의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야기로 방향을 변경했는데, 이에 영감을 준 것이 타야리 존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고 밝힌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다. 존스는 대학 시절 이 책을 처음 읽고 자신이 평생 듣고 배워온 인종 간 권력 불균형의 작동 방식이 성별 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모리슨의 소설 대부분과는 달리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솔로몬의 노래』를 통해, 존스는 남성의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여성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기적인 여성’이자, 끝까지 독립적인 삶을 지키려 애쓰는 셀레스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목표를 훌륭하게 성취해냈다. 『미국식 결혼』은 분명 정치적인 소설이다. 하지만 그 정치성은 오랜 세월 간과되어온 가정과 가족이라는 사적인 영역의 권력 투쟁에서 발원하며,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작품은 더욱 전복적이고 시의적으로 다가온다. 셀레스철이 더이상 로이의 아내로서 살 수 없다고 했을 때, 로이는 그녀에게 항의하며 말한다. “나는 죄가 없어.” 그때 셀레스철이 남긴 짧고도 강렬한 대답은 변명이 아니라 이 소설의 핵심을 꿰뚫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나도 죄가 없어.”

저자 소개

미국 애틀랜타 캐스케이드하이츠에서 태어났다. 대학교수이자 1960년대 시민권운동에 참여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흑인이 처한 현실과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통적인 흑인 여자대학인 스펠먼대학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작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이후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첫번째 장편소설 『애틀랜타를 떠나며Leaving Atlanta』를 발표했다. 1979년에서 1981년 사이에 실제로 발생했던 애틀랜타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2003년 허스턴/라이트 레거시 어워드 데뷔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2005년 두번째 장편소설 『말하지 않은The Untelling』으로 릴리언 스미스 북 어워드를 받았다. 2011년 장편소설 『실버 스패로우Silver Sparrow』를 발표했다. 『미국식 결혼』(2018)은 타야리 존스의 네번째 장편소설로, 부당한 판결이 한 흑인 부부의 삶에 미친 여파를 중심으로 세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아름답고 힘있는 언어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추천하고 오프라 북클럽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오프라 윈프리는 이 작품을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책은 여성소설상(2019)과 애스펀 워즈 문학상(2019)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소개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어두운 숲』 『사랑의 역사』 『거지 소녀』 『프라이데이 블랙』 『곰』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안데르센 교수의 밤』 『에논』 『친구 사이』 『불륜』 『존 치버의 편지』 『어떤 날들』 『그의 옛 연인』『여름의 끝』 『칠드런 액트』 『차일드 인 타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에서

하지만 고향은 착륙하는 곳이 아니다. 고향은 출발하는 곳이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고향도 선택할 수 없다. 포커를 칠 때 카드를 다섯 장 받는다. 세 장은 바꿀 수 있지만 두 장은 계속 지녀야 한다. 가족과 출생지가 그것이다. 본문 15쪽

이때를 되돌아보면 공포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들이 왜 그리 고집스럽게 위험신호를 무시하는지 의아할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 유령 같은 목소리가 나가 하고 말하면 우리는 그 말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무서운 영화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본문 30쪽

정말이지 멋진 기분이었다. 어른이면서도 아직 젊다는 건. 결혼은 했지만 안주하지는 않는다는 건. 묶여 있으면서도 자유롭다는 건. 본문 42쪽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이 섬세하게 짠 태피스트리처럼 연약하지만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는 그것을 자주 찢었고 매번 다시 수선했다. 예쁘지만 분명히 다시 끊어질 비단실로. 본문 55쪽

지금까지 나는 무엇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안다고 생각했어. 순진함이란 그런 거겠지, 미래의 고통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 상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면 사람은 변해. 날달걀과 스크램블드에그의 차이 같은 거야. 분명 같은 건데, 또 전혀 같지 않잖아. 본문 67쪽

상실을 겪으며 사랑에 관해 배운 게 있어. 지금 우리집은 단순히 비어 있는 게 아니야. 우리 보금자리는 비워진 거야. 사랑은 우리 인생에 자리를 잡고, 침대 속에도 자리를 잡지. 몸속에도 보이지 않게 자리를 잡아서, 모든 혈관의 경로를 바꾸고 심장 바로 옆에서 쿵쿵대. 그게 사라지면 그 무엇도 다시는 온전해지지 않아. 본문 67쪽

모든 여자애들에게는 마음에 안정을 주는 현명한 여자 어른이 필요해. 본문 85쪽

두 분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삼십 년 넘게 함께 사셨잖아. 어떤 면에서는 함께 변하고 함께 성장하셨고, 어머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함께 늙어가셨을 거야. 결혼은 그런 거잖아. 지금 우리에겐 결혼생활이랄 게 없어. 결혼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선 삶의 문제니까. 그런데 우리에겐 함께하는 삶이 없어. 본문 122쪽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모른다. 말하기 위해서는 혀를 어떻게 구부려야 하고, 걷기 위해서는 발을 어떻게 당겨야 하는지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누군가를 사랑해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본문 138쪽

다른 사람의 마음은 절대로 알 수 없다, 그것이 내가 배운 한 가지 사실이다. 본문 155쪽

결혼이란 나무의 몸통에 나뭇가지를 접붙이는 일과 같다. 막 잘라내 수액을 뚝뚝 흘리는 나뭇가지는 봄날의 냄새를 풍기고, 몸통을 보호하던 껍질을 벗기고 홈을 파낸 어미나무는 새로운 부가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본문 157쪽

이제는 알겠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타이밍과 상황의 문제라는 사실을. 로이는 나에게 그런 남자가 필요하던 시기에 내 인생에 들어왔다. 내가 애틀랜타를 떠나지 않았더라도 이 연애에 그토록 전속력으로 달려들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을 느끼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많은 시간을 지나온 지금 깨닫는다. 나는 혼자였고 표류중이었으며 그는 바람둥이만이 경험하는 방식으로 외로웠다는 것을. 나는 로이를 보며 애틀랜타를 떠올렸고, 그 역시 나를 보며 같은 것을 떠올렸다. 우리는 그 모든 이유로 서로에게 이끌렸지만 머룬스 식당 밖에서 함께 서 있던 그때는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은 이해의 영역 밖에 있으며 유리를 불어 만든 공처럼 매끈하고 연속된 것이다. 본문 195∼196쪽

우리는 필요한지 몰랐던 것을 누군가로부터 정확히 필요한 방식으로 받고 나서야 그것이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본문 242쪽

“사랑이야, 편리함이야?” 글로리아가 물었다. 그 추수감사절에 아버지가 쿵쾅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고 안드레는 우리 둘의 코트를 가지러 간 뒤였다. 어머니는 편리함, 습관, 편안함, 의무, 이 모든 것이 때로는 사랑과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본문 291쪽

“넌 항상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갔어. 네 아버지는 너의 그런 성향을 꺾으려고 했지만, 너도 그이랑 똑같아서 명석하지만 충동적이고 약간은 이기적이지. 하지만 더 많은 여자가 이기적으로 살 필요가 있어.” 엄마는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짓밟힐 테니까.” 본문 293쪽

“행복한 사람들은 무시해요.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본문 319쪽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처분에 기꺼이 따르는 것. 본문 342쪽

총알에는 맞을 사람 이름이 쓰여 있지 않다,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복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저 어딘가에서 무작위적이고 치명적으로 생겨난다. 마치 토네이도처럼. 본문 380쪽

“사랑은 없던 일이 되지 않아. 모양이 바뀔지는 몰라도 계속 남아 있어.” 본문 392쪽

목차

│1부│다리의 음악 _011
│2부│날 위해 식탁을 차려줘 _135
│3부│관용 _299
에필로그 _411

감사의 말 _419
옮긴이의 말: 흑인, 미국인, 사람 _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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