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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614 / 372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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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소시민들의 다양한 사연을 편 편마다 엮어 새로운 구성기법 시도!
이 장편소설
『그 이웃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한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동네에서 살아가는 군상들이 개별적으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혹은, 본능에 내재된 욕망의 발톱을 리얼하게 그려내었으며, 아파트공화국으로 변모되는 한국사회의 명암을 확실하게 짚어내고 있다. 재개발을 둘러싼 부조리와 모순 앞에서 그 구성원들이 겪어야 하는 일탈 욕망의 순간성과 수동성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인물들의 작고도 사소한 행동의 암시나 상징을 통해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물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겪을 것을 겪고, 충돌할 것은 충돌하는 과정을 진하게 보여주는 현장의 냄새가 독자의 정서적 진동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물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체념하는 부분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숨소리이나 혼잣말 혹은 사물의 소리나 골목 불빛 같은 예민한 묘사를 통해 더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이 작품의 본바닥은 우리의 일상적 삶과 그 주변의 소소한 일들이 인생과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인물들 각자가 가진 사연과 세월의 두께가 일상의 무게에 육화되어 나타나는 사유와 행위는 밑바닥 세상을 살아가는 현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감칠맛 나는 대화와 압축된 지문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읽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거 으째 조용하다 했구먼. 거 자꾸 함부로 또 주뎅이 놀릴 껴? 내 당신한티 다 말 했잖여.”
“내가 모를 줄 알어. 시벌 눔! 니 승질에 퍽이나 다 말했것다. 맘속에 꿍쳐 둔 그년을 아즉 못 잊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구!”
“아으, 아으 내가 진짜 당신 때매 미치고 팔짝 뛰것다, 증말. 몇 번이나 말한 그대로라고. 물건을 납품 허자면 경리책임자인 그 여자헌티 허는 수없이 접촉을 혀야 한다고. 밥 한번 같이 먹고 저어기 오케이호프집에서 생맥주 한 잔 밖에 대접한 일 밖에 없다고 말 허잖여.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치킨집 주인헌티 물어봐봐.”
“웃기지마유! 뭐 납품, 시방 납품이라고 했슈? 납품 같은 개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그눔의 납품 더 했다가는 그년하고 인제 살림을 차리겠구먼. 으떠유? 내 한번 두고 볼 테니께 나가서 살림을 채려 보든가.”
“무신 소리여! 나처럼만 혀 봐. 내가 이발관매냥 옷 하나 제대로 걸친 적 있냐구!”
“나두 여자구먼, 이 시키야! 이 동네 츰 왔을 적에 새끼덜 올망졸망 데리구 집 한 칸 읎이 아등바등 개우 입에 풀칠하믄서 살었잖여. 내 손톱 문질러진 거 봐봐. 영칠이 엄니는 말 할 것두 없구, 물건 사러온 하찮은 여편네덜두 매니큐어 칠한 거 보믄 몰러! 내가 그년덜 손구락 보면, 을매나 부러운 줄 알기나 혀? 눈깔 있으믄 이 팔 좀 보드라고.”
가맣게 그을린 팔뚝의 주근깨를 들여다보며 해실이 바락바락 악을 써댔다.
“얼라? 그것이 왜, 내 탓이여. 진즉부텀 토시를 끼고 허라구 얼매나 말 했었남. 귓구녁에 말뚝을 박었는지, 여편네가 도대체 내 말이라믄 들어를 묵어야지.”
“그걸 시방 말이라구 갖다 붙이는 겨!”
“잔소리 허덜 말고 조용히 못 혀. 울퉁불퉁 혀봐야 당신만 손해니께.”
삼태는 이를 윽물며 붉으락푸르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내가 다그치더라도 절대 말려들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굴로 번지려한 감정을 애써 아랫입술로 질끈 물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할 때면 그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습성처럼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긁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때였다.
******
“여보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다니까!”
좁은 방의 벽이 그녀의 억울한 말소리를 흡수해버렸다. 남편의 죽음이 실제로 다가오지 않고 대낮에 떠있는 희미한 반달처럼 다가왔다. 관 속의 시신을 보고도 술에 취해 잠든 모습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머릿속을 예리한 송곳이 찔러온 듯 움찔 놀라면 맨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랬을 적에는 아주 냉정하게 그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숨소리를 쌕쌕거리거나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던 사람이, 느닷없이 지구의 자전축에서 튕겨나갔다니! 정신이 제거된 몸이란 한낱 고깃덩어리와 다름없었다. 하물며 영혼의 내밀한 사정을 그녀가 알 리 있겠는가. 얇은 소나무 관속에 누워있는 주검은, 정육점 냉동고에 걸어진 돼지뒷다리처럼 무덤덤했다. 두려움은 어느 순간부터 차츰 그녀의 가슴을 찍어 눌러왔던 것이다.
덧붙인 말
K형!
까악 까우악~ 내지르는 검은 텃새들은 시도 때도 없이 며칠 째 저 지랄입니다. 햇살비친 역 광장에 내려앉아 푸드득거리는 비둘기들도 마찬가지.
생물은 본능을 위하여 발버둥 칩니다. 그 진화의 끝은 어디 일까요? 아등바등하는 슬픔조차 살아있는 몸뚱이 안팎에서만 가능할 뿐입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이리저리 얽히고설켜갑니다. 이들의 숨소리는 생애의 기억과 학습 속에서 작용했을 터. 아무렇게나 떠도는 피사체를 잡기가 어지러웠고, 나의 시선으로 타인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두려웠습니다. 늠렬凜烈한 시기에 비루한 소설 따위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어설픈 일에 또다시 손을 대고 말았군요.
언젠가, K형이 술주정하듯 넌지시 흘린 그 한 마디. 낡고 병들어 간 생멸生滅이 인간의 끈으로 이어져왔을 거라고! 결국 나는 어느 한 시기에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시계가 고장 나도 우주의 시간은 흐르겠지요.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졸작을 내보여 부끄럽습니다.
2018년의 봄볕을 맞으며
삐딱한 그녀
로또 같은
흐릿한 뿌리
벌써 옛날
어설픈 관계
시름겨운 어둠
불붙은 쓰레기
아니꼬울수록
헝클어진 인연
끈끈한 숨소리
달라도 또 다른
썰렁한 슬픔
한숨 섞인 술맛
빤들빤들한 바람
팍팍한 꿈
거미줄과 모기
깨어진 밥그릇
빡센 목구멍
해저물녘
텅 빈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