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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605506 / 288쪽 / 442g / 138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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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습관처럼 그녀를 훔쳐본다.
시선을 옮기면 자벌레의 느린 걸음처럼 창틀에 한 마디씩 옮겨가는 해질녘 구름의 그림자들. 그 그림자 해안선 너머로 시선을 주면 그녀가 있다.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깨면 망원경 렌즈에 먼저 눈이 간다. 왜 이토록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렌즈만 내놓고 커튼 뒤에 설치한 망원경으로 그녀를 훔쳐보고 미행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이제 어느덧 익숙해진 그녀의 라이프 사이클은 어항 속의 열대어를 보는 듯하다. 이런 행위들이 나에겐 한때 치사량에 가깝도록 아팠던 기억을 반추해보는 의미가 있는지 몰라도, 그녀에게 있어 나란 존재는 어쩜 열대 밀림에 무시로 쏟아지는 스콜처럼 지나가는 한바탕 소나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입대를 코앞에 두고 그녀의 누드사진을 찍으러 선배의 스튜디오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지각해 벌금으로 낸 2만 원을 아직은 돌려받지도 못했는데. 그 2만 원은 서로가 서로를 잊어야 할, 퇴직할 때나 돌려받을 수 있는 룰이었는데. 그녀는 그 의미가 담긴 룰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오늘도 그날처럼 소나기가 퍼붓는다.
그녀는 내가 5년 전 입대를 며칠 앞두고 마야(maya)에서 동정(童貞)을 준 첫 여자이다. 때 아닌 겨울 폭우가 쏟아지던 그 새벽, 시린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기고, 처절한 절망의 문턱에서 맞이했던 한줄기 돌개바람처럼……. 그녀는 두 볼을 타고 검은 마스카라가 흘러내려 피에로의 어설픈 분장처럼 슬픈 얼굴로, 입술을 앙다물고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나와 짧은 일별을 하고는 겨울 폭우 속으로 우산도 없이 멀어져 갔다. 겨울비 폭우 속으로…….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녀를 보내고 5년을 지내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잃어버렸던 망각의 종착지. 그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숱한 유실물들의 꿈에 다다르기 위하여, 나는 그동안 내 불안한 서성거림과 함께 확신의 뒷굽을 몇 번이나 갈아야 했던가.
작가의 말
프롤로그
겨울벚꽃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