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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04752 / 436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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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발자크의 방대한 전집 ‘인간극’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만년의 대표 걸작 『사촌 퐁스』가 을유세계문학전집 9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사촌 퐁스』는 국내 초역으로,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했다. 소우주같이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인간극 시리즈의 마지막을 대표하는 만큼, 이 책에는 그동안 발자크가 보여 주었던 굵직한 주제 의식, 사회적인 섭리와 이치 등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모든 악덕과 미덕의 목록을 재작성하고 욕망의 전형을 창조해 낸 사실주의 거장의 걸작 『사촌 퐁스』는 발자크가 평생 동안 집필한 200편이 넘는 소설들 중에서 거의 마지막 완성작 가운데 하나로, 국내 초역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평전』에서 이 작품을 발자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하며 “그의 눈길이 이보다 더 명확한 적은 없었으며, 인물을 형상화하는 그의 손길이 이보다 더 확고하고 냉정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만년의 걸작인 이 작품은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을 보여 준다. 유행에서 뒤처진 노총각이자 식충 취급을 받는 퐁스의 비극적 일대기는 “신의 섭리를 남용하는” 풍속화가들을 비판하는 저자의 마지막 결말처럼 권선징악형 소설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한 편의 풍속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 준다. 특히 이 소설에는 발자크의 작품 특징인 ‘인물 재등장 수법’이 잘 드러나 있다. 발자크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가운데 90여 편을 묶어 ‘인간극’이라는 제목을 달아 전집으로 다시 구성했다. 이때 한 작품에서 주연급이었던 인물이 다른 작품에서 조연이나 주변 인물로 다시 나오는 식으로 여러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데 이를 ‘인물 재등장 수법’이라 부른다. 『사촌 퐁스』는 하나의 소우주라 불리는 ‘인간극’의 거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만큼 인물 재등장 수법이 더욱 도드라진다. 퐁스의 친척인 카뮈조 법원장 부부는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인물들이고, 퐁스가 일하는 극장의 극장장인 고디사르는 단편 「위대한 고디사르」에서 외무 사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그저 가볍게 언급만 되는 인물 중에서도 인간극의 단골들이 몇 명 있다. 명의(名醫) 비앙숑, 소네 상사의 졸작 묘석으로 기념될 뻔했던 장관 드 마르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처럼 발자크는 예전 작품에서 온갖 종류의 인간상을 빌려와, 그 이름만으로도 소설 내에 존재감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는 “정념들, 정의, 정치, 커다란 사회 세력들은 사람을 칠 때 그 사람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와 같은 인간 사회를 꿰뚫는 통찰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보다 더 슬픈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정받지 못한 위장이다”와 같은 발자크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 당대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통찰과 위트가 담긴 문장은 왜 발자크가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권력과 돈, 두 힘을 좇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각자의 살길을 모색하며 펼쳐 보이는 생생한 욕망의 풍속화 소설 속 주인공인 퐁스는 노총각에 이미 한물간 음악가로, 골동품 수집과 부유한 집에 식객으로 초대되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연애 경험도 전무한 퐁스는 여러모로 자신과 비슷한 친구인 슈뮈크와 함께 살아가는데 두 인물 모두 유아적인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퐁스는 점점 더 식객으로 초대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자 친척인 법원장의 딸 중매에 나서 결혼을 성사시켜 계속 식사 자리에 초대받길 원한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매는 실패하게 되고 집안의 명예를 지키려던 법원장 부부로부터 파렴치한 인물이라는 모함을 받고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이때 받은 충격으로 앓아누운 퐁스는 결국 사경을 헤매기에 이르는데, 그가 평생 동안 수집한 골동품과 미술품들이 모두 고가의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노리는 인물들이 하나둘씩 그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퐁스가 남긴 걸작 유산을 둘러싸고 여러 인물 군상이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히는 모습은 한 편의 군상극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 작품 속에는 신의 응징이나 선악의 구분이 없으며, 오직 권력과 돈을 좇는 꼭두각시들만 등장한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로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발자크는 우리의 현실이 소설과 다름을, 오히려 소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어투에 있다. 시보 부인의 경우 ‘ㄴ’ 발음을 붙이는 버릇이 있고,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단어의 철자가 틀리기도 한다. 독일인인 슈뮈크 역시 어눌하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인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러한 어투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좀 더 생생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를 통해 발자크는 전집 ‘인간극’의 서문에 자신이 직접 쓴 “역사가 잊은 역사, 즉 풍속의 역사를 쓰는 일”을 해내고 있다. 『사촌 퐁스』는 이 같은 인간 사회의 방대하면서도 다각적인 면을 보여 주는 발자크의 위대한 작업 결과물이 농축된 작품이다.
퐁스는 모든 곳에서 속내 이야기들을 받아 주는 일종의 하수구로서, 입이 무겁기로 알려져 있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라도 함부로 발설했다가 열 곳의 집이 그에게 문을 닫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주는 역할과 함께 무조건 공감해 주는 역할을 겸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지지했고, 아무도 비난하지도, 편들지도 않았다. 그의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옳았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하나의 위장(胃腸)에 불과했다! - 본문 53쪽
퐁스는 진정한 시(詩)였던 어떤 크림 요리를 그리워했다. 어떤 화이트소스는 걸작이었다! 송로를 넣은 가금류 요리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그리고 무엇보다 파리에서만 구할 수 있는 라인강의 잉어, 그리고 그 양념! 가끔 퐁스는 포피노 백작의 요리사를 생각하며 “오, 소피!”라고 소리쳤다. 행인이 그런 탄식을 들었더라면 사내가 연인을 떠올리고 있다고 착각했겠지만, 실상은 연인보다 더욱 진귀한 대상, 즉 살찐 잉어를 향한 외침이었다! - 본문 72쪽
흰색 넥타이에 노란 장갑, 새 가발로 치장하고, 포르투갈 향수를 뿌린 프레지에는 하얀 가죽 마개가 달린 크리스탈 병에 담기고, 라벨과 그 끈까지도 멋을 부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위험해 보이는 독약과 같았다. 굳은 표정, 피부병 때문에 부스럼이 난 얼굴, 초록색 눈, 악한 인상이 파란 하늘에 구름처럼 눈에 띄었다. - 247~248쪽
사촌 퐁스
주
해설 - 돈, 예술, 그리고 사랑
판본 소개
오노레 드 발자크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