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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692 / 116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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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종권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가 시작시인선 0259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억압과 소외,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공포와 두려움을 예리한 감각으로 포착해 낸다. 그는 낮은 곳을 지향하는 시적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세상과의 수평적 관계를 도모하고 나아가 안과 밖, 위와 아래의 경계를 명민한 시적 사유로 허물어뜨린다. 그의 시에 비와 같은 하강의 이미지가 자주 출현하는 것도 결국 모든 존재는 중력의 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다. 시인은 이 추락의 공포를 기꺼이 바라봄으로써 삶의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슬픔을 감싸 안는다. 해설을 쓴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황종권 시인의 시들은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두려움의 근원을 보여 준다. 그 공포는 뿌리 뽑히고 쓰러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밥을 먹듯 이 쓰러짐을 경험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바로 이 쓰러짐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중략)… 황종권 시인은 이 쓰러짐의 공포를 낮은 곳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과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수직으로 버티려는 자세의 미학으로 극복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바닥을 벗어나 상승하기를 꿈꾸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는 다르게, 시인의 시선은 하강하는 비의 이미지처럼 높은 곳에서 아래로 향한다. 이는 비록 삶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이더라도 기꺼이 모든 존재가 엎드려 울 수 있도록 자신의 등을 시의 공간에 펼쳐놓기 위함이다.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의 강인한 언어는 상승에 대한 욕망이나 하강에 대한 공포 등을 아우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표4를 쓴 이수명 시인이 “황종권의 시는 굳어져 있는 듯한 세계를 열고 팽창시킨다. 그의 시에서 하늘, 땅, 바다, 허공, 섬, 절벽 같은 세계가 유례없이 가까이 다가와 한꺼번에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에 어우러져 별, 달, 물고기, 꽃, 나무, 구름들이라는, 그리고 당신이라는 존재가 생생하게 들끓는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존재의 무수한 도정, 세계와의 이토록 생생한 충돌이 시를 뜨겁게 만든다”라고 평했듯이 이번 시집에서는 다양한 존재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노래로 흐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시인 황종권은 바다의 몸과 대륙의 영혼이 만나면 마침내 어떤 세계를 이룩하게 되는지 깨달은 사람이다. 발자국 없이 수만 리 별자리를 아우르며 그가 변주해 들려주는 감각의 언어들은 깊고 아프고 감미롭다”라고 평한 류근 시인의 말처럼 황종권 시의 미학은 바로 슬픔을 빛나는 감각의 언어로 지탱하면서 온몸으로 삶을 통과해 나가는 자세에 있다.
시인의 말
누구에게나 그런 밤은 있겠지. 상처 없이도 아물지 않는 밤. 아프다고 적을수록 어떤 문장도 못 쓰는 밤. 아프지 않으면 아프지 않아서 불안한 밤. 불안은 누구도 구하지 못해 애써 이불을 덮는 밤. 잠들었나. 잠은 들었나. 잠 자체가 꿈인 밤. 꿈꾸는 것이 모진 자신을 확인하는 일이라 속눈썹이 길어진지도 모르는 밤.
어쩌면 별자리를 갖기도 전에 당신을 부르는 밤이 있었으니
제일 아픈 건 나였으나
당신의 등이 울음의 끝이라고 미리 쓴 적이 많았다.
짐승으로
당신의 바닥은 끝없이 배열된 건반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
악보 없이도 무덤에 가깝고
무덤 없이도 음악에 가까운 악기,
그것은 당신의 등이었다
발목이 부서지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전개하려고 할 때
상한 보도블록에 비가 쏟아졌다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다시, 구름이 되는 비
당신은 짐승이 털을 털듯이 허공을 견뎠다
눈보다 등을 미리 보는 일
다치지 않는 빛을 보듯이
물먹은 가로수가 그림자를 길게 뻗는 저녁,
젖은 머리칼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성한 곳도 없는 표정은
가보지 않아도 미리 알아버린 지도였으므로
가장 물기 없는 형식의 체벌이라 믿기로 했다
물속의 손금이 보였다 나뭇잎이었다 물결도 능선을 가지나,
사람의 등줄기에 잔주름을 긋는 폭우
바닥은 자신이 과녁인 양 활시위를 켰고
빗소리는 견디도록 엎드려 흘렀고,
우리는 짐승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시인의 말
제1부
벽의 자세 13
나의 여동생에게 15
완벽한 발자국 16
뿔 18
고양이면 다 된 거지 20
뺨이 길어지는 오후 22
사소한 애인 24
스키드 마크 27
낙법 28
소매의 영역 29
달콤한 독백 30
제2부
구름 열매 능력자 35
몽돌 요람과 무덤 36
장미가 준 바닥 38
절벽의 섬 40
누군가의 병 41
주술적 비 42
내 귀에 못 하나 생길 무렵 44
방아쇠 없는 세계 46
숨이 붉어지는 방 48
신호등의 뺨 49
촌년의 은유 50
죽지 않는 여름 52
무기명 애인 54
제3부
둥지가 없는 것들 59
젖은 얼굴 60
끝내 잊기 위한 것 62
탄피수 63
이팝나무에 비 내리면 64
짐승으로 66
상자의 유언장 68
물푸레나무 언덕 70
혈변 71
곡성哭城 72
부엌은 힘이 세고 74
첫눈의 소실점 76
제4부
사자바위 81
버블 슈터 82
도축의 습관 84
이불집 86
방관자들 88
거문도 운지법 90
장마 92
매화가 필 무렵 93
잉어의 시간 94
용굴 96
발가락에 힘을 줄 때 98
청혼 99
어떤 여행자 100
해설
황정산 낮은 곳의 언어와 자세의 시학 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