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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 걸스 빛나는 영혼

원제 : The Radium Girls

케이트 모어 저 | 이지민 역 | 사일런스북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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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169732 / 624쪽 210 x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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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빛나는 여인들의 어두운 이야기 지금은 사라진 옛 추억 속의 유물이지만 집안 어디엔가 하나쯤은 남아 있을 법한 물건. 빛이 귀하던 시절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반짝이며 시간을 알려 주던 기특한 물건. 야광시계 야광 시계에 얽힌 엄청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빛나는 소녀들의 어두운 이야기. 《라듐 걸스》를 통해 여러분의 유물함에서 추억의 야광 시계를 꺼내 보십시오. 멈춰선 시곗바늘이 마지막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 JUSTICE! 오늘 하루 그곳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라듐 걸스》는 빛나는 소녀들의 어두운 이야기입니다. 자본의 탐욕에 희생된 어린 소녀들에 대한 비망록!! 소설보다 감동적인 충격 실화.

저자 소개

 영국의 작가이자 연극 감독. 2015년 라듐 걸스를 다룬 히트작 《이 빛나는 생명들(These Shining Lives)》을 연출하면서 다이얼 도장공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본서 《라듐 걸스》를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워싱턴 DC, 뉴어크, 뉴저지 주 오렌지, 그리고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 오타와 등지에서 취재와 연구에 전념하였다. 지역 도서관과 법원의 자료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은 물론 라듐 소녀들의 고향 땅 흙 내음을 몸소 맡으며 여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고 유가족들과 장기간 면담을 통해 깨알 같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이 서 있던 그로스만 변호사의 사무실 로비에서, 그들이 작업하던 다이얼 도장공장 부지에서, 그리고 그들이 잠든 무덤에서 케이트 모어는 라듐 걸스를 기억해 냈고 그들을 되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라듐 걸스》는 아마존,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종합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역자 소개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소설을, 대학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2000년 장편소설『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첫 소설은 2008년 <모던보이>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청춘남녀의 ‘우스꽝스런’ 연애 이야기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1954년 2월, 전후의 서울로 무대를 옮겨와 ‘나’와 ‘마릴린’, 두 여자의 이야기를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모던보이』,『좌절금지』와 소설집『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가 있다. 


 2명의 전직 대통령이 사는 서울의 한 동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1에서 10까지를 한 번에 세지 못해 아버지를 놀라게 했다. 그 시절 삼거리 골목에 있던 ‘근대화 슈퍼’의 ‘근대화’란 말이 근사한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게으르고 공상하는 기질이 예술가란 직종과 연계되어 있음을 알고 안도했다. 중학교 때 우디알렌 영화를 보자마자 그가 나의 친아버지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대학에서는 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영화를 공부하였는데, 둘 다 사랑하여 결국 사랑은 죄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27세, 집안에 우환이 생겨 홧김에 쓴 소설이 상을 받게 돼 소설가가 되었다. 그 소설이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란 ‘근대화 슈퍼’처럼 괴이한 제목의 소설이다. 그 후 <<좌절금지>>,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나와 마릴린>>, <<청춘극한기>> 등의 책들을 내놓았다. 현재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여전히 살아 있는 서울의 한 동네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머리말

나는 2015년 봄, 런던에서 오타와 여성들의 인생을 그린 멜라니 마니치의 아름다운 연극, 《이 반짝이는 삶(These Shining Lives)》을 연출하면서 라듐 소녀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영국에서 잘 상연되지 않는 종류의 연극이었지만 구글 검색창에 무작위로 ‘여성들을 위한 훌륭한 연극’을 쳐 이 연극을 찾게 되었다. 나는 영국인인 데다 이 연극의 무대가 되는 마을에서 6,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지만 캐서린 도노휴의 첫 독백을 읽는 순간, 반드시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용기와 존엄, 투지로 분연히 일어선 실존 인물들의 놀라운 투쟁의 역사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또한 온 세상에 보편적인 힘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다른 누군가의 실화를 전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되었든, 배우가 되었든, 감독이 되었든, 이야기의 주인공을 공정하게 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나는 이러한 사명감을 안고 라듐 소녀들의 실화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배경 연구를 시행함으로써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 여성들에 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는 것도 준비 작업의 일환이었다. 당시에는 주로 두 권의 학술 서적이 관련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클라우디아 클락이 쓴 《라듐 걸스: 여성과 산업보건 개혁(Radium Girls: Woman and Industrial Health Reform, 1910-1935), Claudia Clark》과 로스 뮐르너 박사가 쓴 《죽음의 빛: 라듐 다이얼 노동자들의 비극 (Deadly Glow: The Radium Dial Worker Tragedy), Dr. Ross Mullner》이었다. 이 책들은 값진 정보를 담고 있었으며, 덕분에 나는 각 배역을 정할 수 있었고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학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꾼인 나로서는 이 책들이 소녀들의 생동감 넘치는 인생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법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얼마 안 가 나는 라듐 소녀들을 무대의 중심에 세우는, 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의를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여성들 개개인은 역사적인 성과에 가려져 있었다. 그들은 ‘라듐 걸스’라는 익명적 별명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개개인의 독특한 경험, 즉 그들의 상실과 사랑, 성취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는 잊혀졌다. 애초부터 그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연극을 연출하는 동안 이 여성들은 어느덧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도와준 유명한 전문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그들의 빛나는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은 평범한 노동자 계급 여성들이었고 나는 그들의 여정을 지도처럼 그려내는 걸 목표로 삼았다. 넉넉한 월급봉투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환희에서부터 처음으로 이가 아팠을 때, 그리고 그들을 병들게 한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개개인이 소환해야 했던 용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루고 싶었다. 나는 여성들의 삶에 들어가 지금,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매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수십 년에 걸친 역사의 우여곡절에 함께하며 라듐 걸스 개개인에게 공감하기를 바랐다. 나는 라듐 걸스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
나는 여성들의 실화를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않고자 애썼다. 작가로서 책임을 느낀 나는 라듐 걸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6,500킬로미터를 건너 미국으로 갔다. 나는 그들의 출근길을 걸어 보고 싶었고 그들의 집과 무덤에 가 보고 싶었다. 또한 두 매기아 자매의 집을 연결해 주는 길을 걷고 싶었고 라듐 때문에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껴 보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각자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서를 찾아내고자 했다. 내가 그들이 못다 한 말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그들이 남긴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놀랍게도 이렇게 연구한 끝에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여성들은 일기와 편지,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남겨 두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먼지가 가득 쌓인 채 자료보관소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누군가 들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삶을 더 깊이 파고들수록 나는 마치 백 년 동안 그들을 위해 싸워 온 대리인이 된 느낌이었고, 혹은 그들의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 줄 조력자가 된 느낌도 들었다.
나의 연구는 뉴저지주에서 시작되었지만 워싱턴 D. C., 시카고, 오타와까지도 이어졌다. 한때 라듐 다이얼 공장이 있던 부지에 서 보니 캐서린이 사랑하던 성당이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는 게 보였다. 라듐 기업이 지역사회의 한가운데 있었기에 여성들이 이에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캐서린이 남편과 함께 살았고 마지막까지 머물다 간 집, 마니치의 연극이 시작될 때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는 독백에서 묘사된 그 집 앞에 서 있자니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여성들의 친척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내 책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부 후손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 신문에서 인터뷰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캐서린 도노휴의 가족처럼 옛날 방식대로 찾아다녀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캐서린의 조카손녀는 일하는 도중 낯선 영국 여성에게서 오래전에 죽은 친척에 대한 얘기를 좀 들어 볼 수 없겠냐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감사하게도 친절했으며 큰 도움을 주었다. 여성들의 친척들은 대부분 이 이야기가 마침내 이러한 방식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사소하고 개인적인 세부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여성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감동적인 인터뷰는 캐서린의 조카 매리와의 인터뷰였다. 캐서린이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지른 적이 있냐고 묻자 매리는 숙모는 소리를 지를 힘도 없어서 그저 끙끙 앓기만 했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터뷰였다. 가족들은 그들의 고모, 언니, 엄마의 어린 시절 사진도 공유해 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사진은 여덟 살 된 페그 루니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3세대가 나란히 앉은 모습에는 그들이 20세기까지 이어질 거라고 자신 있게 믿었던 유산과 미래가 담겨 있었다. 15년 후 페그가 라듐 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면서 이 유산이 더는 이어지지 못할 거라는 건 아무도 몰랐으리라.
나는 개인적인 인터뷰와 현지 조사를 시행한 것 외에도 도서관을 찾아가 며칠이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먼지 가득한 편지와 졸업앨범을 뒤지며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된 변호사, 의사, 신문 기자의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여성들의 고통을 상세히 묘사한 글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눈물을 훔쳤고 이 모든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퀸타 맥도날드가 횡격막부터 무릎까지 착용해야 했던 꽉 조이는 깁스 사진을 보았으며, 몰리 매기아의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흰색으로 밝게 빛나는 뼈를 보았다. 캐서린 도노휴가 친구 펄 페인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편지를 손에 쥐었을 때는 캐서린이 한때 집었던 똑같은 종이가 내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라듐 소녀들이 겪은 현실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그들의 무덤을 방문했을 때였다. 여성들의 가족이 나를 안내해 주었는데, 그들은 내가 화강석으로 만든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여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동안 예의를 차리려는 듯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나는 묘비에 새겨진 여성들의 이름을 보았다. 라듐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들의 몸이 햇살 가득한 잔디 아래 누워 있었다. 그들의 희생을 기려야 할 필요성을 나에게 다시 환기해 주는 순간이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영국으로 데리고 왔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책상에 둔 채 이 책을 썼으며, 매일 아침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레이스의 죽음에 관해 쓰면서, 아이들을 위해 살고자 하는 캐서린의 용기에 관해 쓰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진들은 가족들의 진술이나 기록보관소에서 얻은 정보, 그리고 그들의 고향에 대한 나의 생생한 기억과 함께 내 마음속에서 한데 뒤섞였다. 나는 치료제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유산을 겪은 슬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 등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의 높낮이를 함께한다는 기분으로 개개인의 여정을 그렸다. 믿기 힘든 비극 속에서도 이 여성들이 보인 용기와 정신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덟 살 된 페그 루니도 내가 이 책을 쓸 때 내 곁을 지켰다. 이 책을 통해 페그와 그녀의 어머니, 할머니가 오랜 세월 이어져 나갈 거라 순수하게 믿었던 유산이, 어떤 의미에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21세기에 이 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페그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들이 감내한 막대한 희생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라듐 걸스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역사 속 어둠을 뚫고 선의의 빛, 용기의 빛, 투지의 빛을 발하며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되살려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것이다.
내가 그들을 공정하게 대했기를 바란다.

케이트 모어, 2017년 런던

 

책 속에서


,BR>겨우 스물네 살의 나이였다.
몰리의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몰리를 데려간 게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알비나는 이렇게 기억했다. “몰리가 죽었지만 의사들은 이유를 모른다고 했어요.”
가족들은 사망 원인을 알고 싶었다. 알비나가 말했다. “큰언니가 크네프 의사를 찾아갔어요. 의사는 몰리가 매독으로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수치스럽고 슬픈 비밀인가.
자매들의 아버지 발레리오에게 마지막 의료비가 청구되었다. ‘아멜리아 양에 대한’ 청구서라고 쓰여 있었다. 가족 주치의는 요청에 따라 청구 비용을 낮춰 주었지만 그런 호의를 베푼다고 몰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57P]


마리가 회상했다. “우리는 남아 있는 라듐으로 눈썹, 입술, 속눈썹을 칠한 뒤 암실로 들어가 서로를 쳐다봤어요.” 소녀들은 오후에 라듐을 새로 받았다. 따라서 오전에 사용하고 남은 여분의 페인트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리는 콧구멍 주위와 눈썹을 따라 야광 물질을 칠했고 우아하게 콧수염을 그린 뒤 익살스러운 턱을 그려 넣었다.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낄낄댔다. 그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였다. 샬럿 네빈스도 기억했다. “우리는 불을 끈 뒤 거울을 보고는 한바탕 웃었어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빛이 났죠!”
웃고 떠들기는 했지만 묘하게 으스스한 광경이었다. 암실에는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았다. 그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녀들이 맨피부에 칠한 야광 물질만이 빛날 뿐이었다. 그들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보이는 건 라듐뿐! 다행히도 ‘그냥 재미 삼아’ 한 게임일 뿐이었다. 마리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80P]


이 모든 불행. 이 모든 고통. 이 모든 죽음.
보고가 접수되었고 캐서린은 이제 무언가 조치가 취해질 거라 생각하며 그곳을 떠났다.
그녀의 방문 기록이 남기는 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트라는 이름의 공장 감독관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85P]


페그는 급료와 일감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배운 게임도 집으로 가져 왔다. 페그의 조카 달린은 이렇게 말했다. “이모는 ‘어둠 속으로!’ 게임으로 어린 동생들을 즐겁게 해 주었죠.” 그들은 빛났다. 줄지어 앉은 루니 집안의 어린 동생들의 라듐 콧수염들이 일렬로 빛났다. 자그마한 방에 칸막이용으로 쳐 놓은 담요 뒤에서 밝게 빛나는 요정들! 페그와 나이 차가 가장 적은 캐서린은 자신이 목격한 모든 것에 매료되어 언니처럼 스튜디오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모두가 그곳에서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95P]


이제 모두가 사진사 앞에 조용히 앉았다. 일부는 서로 껴안거나 팔짱을 꼈다. 그들은 서로 바짝 붙어 앉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셔터가 닫히고 그들 모두가 카메라 속에 갇혔다. 이 찰나의 순간 얼어붙은 시간 속에! 라듐 다이얼의 소녀들은 지금 스튜디오 밖에 앉아 있다. 영원히 젊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적어도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그랬다. [97P]


하지만 맥브라이드 장관은 영장을 발부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판단은 다분히 정치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부는 친기업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다. 뉴저지주법에 따르면, 산업 공정이 아무리 해로울지라도 노동부는 이를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해서 노동부는 공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도장공들의 병을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동일한 증상에 시름 하게 된 시점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진단은 없었다.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도 없었다. 오렌지 라듐 스튜디오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사람도 없었다. [104~105P]


오! 그 발광체! 맹렬히 그 물질! 캐서린 드링커는 경악했다. 여성들이 암실에서 옷을 벗자 박사는 그들의 가슴과 속옷, 허벅지 안쪽까지 가루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 목격했다. 가루는 그들의 몸속 깊숙한 곳까지 흩뿌려져 있었고 마치 연인의 은밀한 입맞춤처럼 팔과 허리 주위로, 그리고 뺨과 목덜미를 따라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가루가 춤추듯 내려앉아 평소 눈에 띄지 않는 부드러운 부위를 샅샅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집요했다. 일단 그것이 여성들의 옷 속으로 침투하게 되면 절대 포기를 모른다. 드링커 박사 부부는 아무리 열심히 닦아내도 “그것은 피부에 들러붙어 있었다.”고 기록했다. [113~114P]


“이 표를 보면, 우리 공장 근로자들의 상태를 살펴본 검사 결과는 일반적인 산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비슷한 검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부 역시 동의했다. 그 표에 따르면, “여성들은 전부 완벽한 건강상태였다.” [119P]


박사들은 라듐에 노출된 여성들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해 그들이 생각하는 가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들의 기록에 따르면, 라듐은 칼슘과 ‘비슷한 화학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인체에 흡수될 경우 뼈를 최종 정착지점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인체는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칼슘을 뼈로 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라듐 역시 칼슘과 마찬가지로 골 친화성을 보였다. …칼슘으로 위장한 라듐은 여성들의 몸을 속여 인체가 뼈 안에 이 물질을 축적하도록 만든 것이다. 라듐은 조용한 스토커였다. 가면 뒤에 숨은 채 위장술을 이용해 여성들의 턱과 치아에 깊이 잠입한 것이다. [143~144P]


사라가 묘지에 묻히기도 전에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나섰다.
비트는 언론을 통해 진술서를 공개했다. “‘라듐 중독’의 위험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트는 USRC가 새로 고용한 플린 박사를 언급하며 말했다. “저희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해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그는 사라가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라이프 익스텐션 연구소에서 시행한 검사를 받았었다고 덧붙였다. USRC가 드링커 박사의 보고서를 무시하기로 한 1924년 6월 당시의 태도를 고수하며 “검사 결과, 사라의 상태는 평범한 산업 노동자와 별다를 바 없었다.”고 주장했다. “레먼 박사와 사라 메일레퍼의 사망 원인이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사라는 레먼 박사가 1년 동안 다룬 라듐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을 백 년 동안 다룬 정도입니다. 그건 너무 극소량이라 위험할 수가 없습니다.” [173P]


‘알파선의 강력한 힘,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을 목격한 마트랜드는 사라가 취급했던 라듐의 양이 얼마나 ‘극소량’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트랜드는 검사를 통해 사라의 몸에 180마이크로그램의 라듐이 들어 있다고 추측했다. 아주 소량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광선 때문’이었다. [175P]


하지만 사라의 뼈는 60시간 만에 필름에 현상이 되었다. 새카만 필름 위에 흰색의 안개 같은 뿌연 부분이 보였다. 소녀들이 오렌지 거리를 따라 퇴근할 때 어둠 속에서 반짝였던 것처럼 사라의 뼈는 검은 필름 위에 환한 이미지를 남겼다. 어둠 속에서 으스스한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마트랜드는 이 이상한 흰색 안개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라는 죽었지만 그녀의 뼈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량의 방사능을 뿜어내며 사진 건판에 이미지를 새겨 넣고 있었다. 물론 전부 라듐 때문이었다. 사라 자신의 생명은 짧았지만 그녀의 몸 안에 있는 라듐은 반감기가 1,600년이나 된다. 사라의 뼈 안에 들어 있는 라듐은 사라가 죽은 뒤에도 수 세기 동안 광선을 쏘게 될 거다. 라듐은 사라를 죽인 후에도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매일, 매주, 매달, 매년’ 폭격하고 있을 터다.
폭격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76P]


‘죽음의 명단’
마트랜드는 부검 보고서의 빈 페이지 뒷면에 명단을 적었다. 연필로 깔끔한 표를 그린 뒤 만년필을 집어 들어 검은색 잉크로 캐서린이 부르는 대로 받아적었다.

1. 헬렌 퀸랜
2. 몰리 매기아
3. 아이린 루돌프
4. 헤이즐 쿠저
5. 사라 메일레퍼
6. 마거리트 카러프…

명단은 계속되었다. 캐서린은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기억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이름을 떠올렸다. 아프거나 죽은 동료뿐만 아니라 아직 아프지 않은 동료들까지 50명의 동료들을 기억해냈다.
그 후로 마트랜드 박사는 도장공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명단을 꺼내보곤 했다. 오싹할 정도로 정확했다. 1925년 여름에 캐서린과 함께 작성해 놓았던 명단에서 어김없이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사망한 여성의 이름 옆에 붉은색으로 D라고 적었다. [194~195P]


의사들은 그녀를 병실로 데리고 간 뒤 침대에 눕혔다. 알비나는 의사의 말대로 계속해서 힘을 주었다. 아기가 자신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들이었다. 알비나는 자기 아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다.
사산아였다. [197P]


이 발언은 황소처럼 승승장구하던 라듐맨들의 코앞에 붉은 망토를 휘두르는 격이었다. 그들은 분노했다. 박사는 일부 도장공의 사망 사건을 알리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 엄청나게 수익성 높은 산업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3P]


그로부터 이틀 후, 마거리트의 부모는 6개월 만에 두 번째로 로렐 그로브 묘지의 평온한 고요 속에 딸을 묻게 된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조용히 죽지 않았다. 그녀는 소송을 건 최초의 도장공이자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기업을 상대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최초의 여성이었다. 마거리트는 세상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치며 눈을 감았다.
그녀가 죽은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메아리칠 소리였다. 그녀가 땅속에 묻힌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녀의 부모가 장례식을 마치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아버린 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소리는 메아리칠 것이다. [205P]


플린 박사는 그레이스가 모르는 다른 남자를 데리고 나타나서는 그녀의 피를 뽑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결과가 나오자 플린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 피는 내 것보다 낫네요.”라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훗날 이렇게 기억했다. “박사님은 내 건강 상태가 자신보다 낫다며 나한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레이스의 몸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213P]


한 남편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아내는 침실에 작업복을 걸어놨었죠. 작업복은 북극광처럼 빛이 났어요. 처음에 그걸 보았을 때는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죠. 유령이 벽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거든요.”
다른 누군가가 집에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그들을 끊임없이 지켜보며 후려치기 좋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221P]


이렇게 해서 다섯 명의 소녀가 모였다. 정의를 위해 힘껏 외쳐댈 다섯 명의 소녀, 명분을 위해 끝내 싸우기로 결의한 다섯 명의 소녀. 그들의 이름은 그레이스, 캐서린, 퀸타, 알비나, 에드나였다. 신문 기사는 광분한 듯, 이들에게 온갖 상징적인 이름을 고안해 갖다 붙이면서 이 오중주단을 앞다퉈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1927년 여름, 마침내 모든 것이 공식화되었다.
‘죽음을 앞둔 다섯 여성들의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233P]


그레이스 프라이어는 백합처럼 순수했지만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는 사람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나돌던 소문이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소문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사실일 수도 있다. 아멜리아 매기아의 사망 증명서에 문자로 뚜렷이 기록되어 있으니까. 따라서 ‘그런 부류의 여성과 한때 함께 어울려 일했던 여성들 역시 똑같은 병에 안 걸렸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오렌지 거리를 따라 무성해진 이 같은 소문은, 라듐 가루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레이스의 한 친척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얼마나 삽시간에 퍼지는지….” [236P]


며칠 후 엑스레이 필름을 검사하자 몰리 매기아가 무덤 속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그녀는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마침내 들어 줄 사람이 생겼다. 몰리의 뼈는 칠흑 같은 필름 위에 흰색 이미지를 남겼다. 몰리의 척추뼈는 수직으로 솟은 흰 빛의 그림을 필름 위에 그려놓았다. 천천히 검게 타들어 가는 한 무리의 성냥개비들처럼. 그것은 퇴근길에 떼 지어 밝게 빛나던 도장공들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아래턱뼈가 없는 두개골 사진 속의 입은 마치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쩍 벌어져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덤 속에서 줄곧 정의를 부르짖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한때 눈이 있었던 곳에는 검은색 얼룩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힌 거짓말을 바로잡아 주려는 듯 책망하는 눈빛으로 정면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검시관들은 질병의 증거, 특히 ‘매독의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무죄였다. [254P]

페그의 동생 캐서린과 결혼한 잭 화이트 역시 그곳에 있었다. 그는 철도회사 급유원으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회사 사람들이 한밤중에 찾아와 페그의 시신을 가져가려고 하자, 그는 거세게 저항했다.
“안 돼요. 시신을 가져갈 수 없소.” 그는 단호히 말했다. “페그는 천주교 신자요. 우리는 천주교 장례 절차에 따라 미사를 드릴 거요.”
달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모부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동안 일어난 일을 돌이켜볼 때 나머지 가족들이 회사와 그들이 고용한 의사들에게 똑 부러지게 맞설 수 있었을지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이모부는 단호했어요. 절대로 페그 이모의 시신을 내어주지 않을 거라고 했죠.”
기업 측 사람들은 그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들은 빨리 일을 처리해 버리려고 했죠.” 달린이 이어서 말했다. “그들은 그 일을 완전히 덮어 버리려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잭은 완강했다. 그들이 페그의 시신을 가져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라듐 다이얼은 페그의 시신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업은 페그가 라듐 중독 때문에 사망했다고 소문이 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스튜디오의 소녀들이 겁에 질릴 테고 소송이 수없이 뒤따를 게 뻔했다. 임원진은 상황을 통제해야 했다. 그들은 자문해 보았다. 페그의 시신을 부검하자고 하면 가족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페그의 가족들은 이미 의심을 하기 시작한 터였다. 시카고 의사가 페그가 죽은 건 직업 때문이라고 얘기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주치의가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부검을 시행하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진실을 알아내고 싶었다. 부검에 내건 조건은 가족들에게 매우 매우 중요했다. 회사 사람들이 한밤중에 쳐들어와 페그의 시신을 탈취해 가려고 책동을 부린 뒤부터 가족들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324P]


그레이스 프라이어. 모든 희망이 사라진 뒤에도 끊임없이 싸웠던 소녀. 삶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까지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여성.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도록 고무시킨 그레이스 프라이어.
그레이스는 레스트랜드 메모리얼 공원에 잠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레이스의 영혼은 1,3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되살아났다. 그녀를 뒤이은 다른 여성들을 통해. 그레이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근로자들의 사망에 책임을 진 기업은 없었다. 죄를 선고받은 기업은 없었다. 그레이스 프라이어가 평화롭게 잠든 지금, 이제 다른 이들이 그녀의 횃불을 건네받을 차례였다. 그녀의 멈춘 발자국을 이어갈 차례였다. 그녀를 대신해 싸움을 계속할 차례였다. 마땅히 보상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정의를 위해. [365P]

목차

주요 등장인물

프롤로그



1부 지식

2부 권력

3부 정의



에필로그

후기

작가의 말

감사의 글

독서 그룹 지도

사진의 판권과 출처

약어표

주석

참고문헌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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