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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350797 / 36쪽 256 x 256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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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먼저 학교에 들어간 언니를 기다리는 여동생의 쓸쓸함과
언니와 여동생의 작은 엇갈림과 따뜻한 화해를
남산 케이블카가 만나고 헤어지는 배경과 함께 잔잔하게 풀어 놓은
두 자매 이야기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같이 놀고 같이 유치원에 다니던 언니가 먼저 학교에 들어가고 난 후 미루는 혼자 남겨진다. 미루는 언니가 없어 속상하고 쓸쓸한데, 언니는 혼자만의 보물 상자를 만들어 두고는 속속 새 물건을 넣어두면서 손대지 말라고 한다. 미루는 어쩐지 언니가 다른 언니같이 느껴져서 섭섭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미루는 언니 없이 노는 건 뭐든지 시시해서 날마다 창에 붙어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언니를 기다린다.
하지만 미루와 달리 학교에 들어간 언니는 날마다 신이 나 보인다. 점점 더 학교만 좋아하고, 학교 친구들만 좋아하는 것 같다. 이제 더는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미루는 언니를 기다리지 않는 대신 언니 물건을 갖고 논다. 그러다가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 오르골을 실수로 깨고 만다. 언니에게 들킬까 봐 겁이 난 미루는 아무도 몰래 숨어 버리고 마는데……. 언니는 미루를 찾아낼 수 있을까? 언니는 미루를 용서할 수 있을까?
몇 십 년 전 서울 어느 동네로 현대 아이 둘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분위기가 묘하게 매력적이다. 미루가 언니를 기다리며 내다보는 남산 타워의 모습을 보면서는 저절로 서울의 어느 꼭대기 동네를 더듬어 보게 되고, 저 멀리 빨간 케이블카 두 대가 만났다 헤어지는 걸 미루가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저자가 살았다는 청구동 꼭대기로 올라가 미루와 똑같이 바라보고 싶어질 만큼 마음에 남는다.
어릴 적 살던 청구동 산꼭대기 집에는 멀리 남산이 보이는 창이 있었습니다. 그 창에서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빨간 케이블카 두 대가 서로 엇갈려 지나갔다가 다시 만나고고 하는 모습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저 아래 골목으로 학교에서 돌아오는 언니가 보이면 나는 퍼뜩 현실로 돌아와 언니야-, 들뜬 목소리로 소리쳐 부르고…….
우리는 이렇게 일찍부터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살아가는 일은 기다리는 일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기다림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자라게 하지요.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 가운데 좋아하는 낱말을 하나씩 들어 보라고 했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언니’라고 말했습니다. 서양에는 언니나 오빠라는 호칭이 따로 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언니라는 말이 참 다정하게 들렸다고요. 언니라는 말이 얼마나 예쁜 말인지 그때 새삼 느꼈습니다.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아 있는, 어린 동생이 언니를 기다리던 창이 그림책으로 살아나 기쁩니다. 마치 권영묵 선생님이 내가 살던 몇 십 년 전 청구동으로 두 딸을 데리고 들어갔다 나온 것만 같습니다. 내가 남산의 케이블카를 따라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곤 했던 그때처럼.
권영묵 선생님과 두 딸에게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2018년 1월 김하루
이듬해 봄, 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입학 기념으로 언니에게 새 책상과 새 학용품을 사 주었습니다.
언니는 새 학용품에 또박또박 제 이름 하나만 썼습니다.
“이건 언니가 학교에서 쓰는 거니까 손대면 안 돼.”
미루는 그런 언니가 다른 언니 같았습니다. -p.4-5
또, 저 멀리 남산에서 빨간 무당벌레 케이블카 둘이
서로 만났다 헤어지는 걸 구경했습니다.
줄에 매달려 그 높은 데를 오르고 내려가는 케이블카와 함께
미루는 끝도 없이 상상 속 세계를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저 아래 골목에 언니 모습이 나타나면
미루는 언니야-,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학교 친구랑 얘기하느라 미루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미루는 언니가 없어 속상한데, 학교에 간 언니는 하루하루 더 신이 났습니다.
“언니 미워. 다신 언니 안 기다릴 거야.”
하지만 미루는 이튿날도 그다음 날도 창가에서 언니를 기다렸습니다. -p.8-9
하지만 날이 갈수록 미루는 언니의 보물 상자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미루는 그냥 살짝, 아주 잠깐만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보물 상자에는 미루가 모르는 가지가지 물건이 많았습니다.
미루는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 오르골을 꺼냈습니다.
태엽을 감았더니 언니가 딱 한 번 들려줬던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어찌나 듣기 좋은지 한 번, 또 한 번, 태엽을 감았습니다.
미루가 오르골을 막 제자리에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학교 다녀왔습니다.”
현관에서 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p.18-19
깜짝 놀란 미루는 오르골을 상자 쪽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언니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미루는 그만 숨이 딱 멎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가 가방만 바꿔 들고 다시 나갈 때까지 미루는 책장 앞에 딱 붙어 서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댔습니다. -p.20-21
언니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미루는 오르골을 꺼냈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책장 벽에 부딪혀 토끼 귀가 그만 댕강 부러져 있었습니다.
미루는 와락 눈물이 났습니다.
미루는 귀가 떨어져 나간 토끼를 한참 바라보다가 언니 보물 상자 맨 아래에 숨겼습니다.
언니가 물으면 모른다고 딱 시치미를 뗄 작정입니다. -p.22-23
“미루야, 여기서 뭐 해? 아유, 너 얼마나 기다렸다고.”
언니가 미루를 흔들었습니다. 아, 언니 냄새.
“언니. 어떻게 알았어?”
“여긴 우리만 아는 비밀 장소잖아. 미루야, 어서 집에 가서 저녁 먹자.”
언니가 미루 손을 끌었습니다.
“근데, 언니. 있잖아…….”
미루는 목소리를 짜 내어 더듬더듬 언니한테 다 말했습니다.
깜짝 놀란 언니가 눈만 크게 뜨고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꼼짝 않고 땅바닥만 내려다보았습니다.
언니 신발코 앞으로 눈물이 또로록 똑 떨어져 내렸습니다.
한참 동안 휘잉 휘이잉, 바람 소리만 공원을 맴돌았습니다. -p.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