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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132 / 104쪽 208 x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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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슴이 사막인 사람은 낙타를 키운다
성선경 시인의 열 번째 신작 시집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가 2018년 1월 2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성선경 시인은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출생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파랑은 어디서 왔나>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봄, 풋가지行> <진경산수> <모란으로 가는 길> <몽유도원을 사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옛사랑을 읽다> <널뛰는 직녀에게>가, 시선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숲>이, 시작 에세이로 <뿔 달린 낙타를 타고>가, 산문집으로 <물칸나를 생각함>이, 동요집으로 <똥뫼산에 사는 여우>가 있다. 고산문학대상, 경남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도 활발하게 시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성선경 시인은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의 시력 근 30년이다. 이 시집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는 그의 열 번째 시집이다. 그러나 이 시집에는 중견 시인의 능수능란한 시법의 세계가 펼쳐져 있지 않다. 이 시집은 성선경 시인이 서정시의 가장 단순한 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서정시의 핵은 실연과 애모(愛慕)다. 실연과 애모야말로 근대 서정시뿐만 아니라 저 「황조가」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서정 노래의 감정적 핵이었다. 성선경 시인은 이 시집 제1부의 시편들에서, 이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현대적인 실연과 애모의 감정을 절절하게 읊는다. 이 시집은 3부 60편, 각 부 20편의 시로 정갈하게 구성되어 있는 바, 제1부의 시편들은 실연을 감당하면서 느끼는 시인의 감정들, 나아가 실연과 애모를 넘어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시인의 말」에서 시인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가슴에 저 혼자 외로운/낙타 한 마리를 키우”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 시집의 서시 격인 「낙타 키우는 사람」에서 성선경 시인은, “대체로 가슴이 사막인 사람은” “제 속에” “불기운의 사막을 건너는 데” “제격”인 “낙타를 키운다”고 말하고 있다. 실연의 아픔과 절절한 애모는 마음을 “불기운”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결국 사막으로 만들어 버릴 터, 이 사막을 건너기 위해선 시인 스스로 낙타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마음으로 키워 낸 낙타가 되어 한여름의 뜨거운 사막을 건너면서 시를 쓸 것이다. 그 실연과 애모의 뜨겁고 아픈 감정이 시 쓰기의 발동기가 되며, 그 시는 서정 노래의 오래된 원형을 담게 된다.”(이상 이성혁 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
봄이 왔다고
저 꽃잎에 집적대는 벌 나비
나는 못 본 척하리라
꽃이 피는 소리
꽃이 지는 소리
나는 못 들은 척하리라
천둥같이
저기 산이 무너지는 소리
강이 넘치는 소리
나는 정말 못 들은 척하리라
가슴에 저 혼자 외로운
낙타 한 마리를 키우리라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당신은 벌써 가고 나의 칠월도 끝이 났습니다
까마중 까마중 하고 입속에서 우물거리면
왠지 까만 동자승이 생각나
꼬마중 꼬마중 하게 되지만
당신이 떠나간 길의 뒷덜미를 오래도록
쳐다보지요, 그 길섶을 깊이
들여다보지요, 고개를 숙이고
풀숲에 두루마기가 차름한 방아깨비나
찾아보지요, 당신은 벌써 떠나고
나의 칠월은 이미 끝났는데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왠지 나도 동자승같이 외로워져서
까마중 까마중 입속으로 우물거리면
왠지 까만 동자승이 생각나
꼬마중 꼬마중 하게 되지만
당신은 벌써 가고 나의 칠월도 끝이 났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길섶 뒷덜미의 깊이만큼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그렇게 익어 갈 때. ***
당나귀에서 귀를 빼면 뭐가 남나
대구뽈떼기찜집에 갔는데
찜만 나오고 김치가 없었다
김치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소주를 한 병만 먹기로 하고 두 병을 먹었다
분명히 쌀, 김치는 국내산이라 적혀 있었는데
소주를 두 병이나 먹게 했다
대구뽈떼기찜을 먹으며 나는
기다림이 기다림으로만 끝나는 이번 겨울엔
꼭 청령포를 한 번 다녀오리라 생각했다
남들은 다 불그스름한 단풍이 오는데
어째 내게 오는 소식은 잠잠하다
잠잠, 잠잠한 것
그러나 나는 간혹 잠잠한 게 좋았다
궁핍한 자는 오래 슬프리라 생각했다
오래된 묵은지의 시큼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
민화 20
외상술을 마시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
외상술을 마시다 진주난봉가를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늦둥이를 위해 뜰에다 벽오동을 심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우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
책에 쓰여진 대로 마음먹고 뜻을 세우기엔 너무 늦은 나이
그런데
술을 마시고
외상술을 마시고
진주난봉가를 부르고
뜰에다, 뜰에다 벽오동을 심는 저 화상
넌 누구냐? ***
시인의 말
제1부 복숭아뼈에서 아담의 사과까지
낙타 키우는 사람 ― 11
등을 돌린 석류꽃에 말을 걸며 ― 12
구상나무 아래서의 한나절 ― 13
노루 꼬리는 왜 짧아서 해는 빨리 질까 ― 14
남천이 빨갛게 빛나는 어느 초겨울 ― 16
능소화에게 이 여름은 무엇이었을까? ― 17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 18
영산홍 여윈 어깨를 감싸 안으며 ― 19
마음의 추녀 끝에 풍경 하나 내어 걸고 ― 20
만데빌라는 숯불같이 타오르고 ― 21
모든 대추나무는 벼락을 맞고 ― 22
비포리 날개포구 ― 23
대숲에 와서 새소리를 듣는다 ― 24
외삼학나루에서 ― 25
하늘매발톱은 미나리아재비 ― 26
호박 넝쿨이 뱀처럼 담장을 넘는 칠월 ― 27
복숭아뼈에서 아담의 사과까지 ― 28
오이냉국 ― 29
내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켤 때 ― 30
동백(冬栢) ― 31
제2부 쌍점, 혹은 쌍화점
설악(雪岳) ― 35
기운 달을 허공에 붙들어 매며 ― 36
동백나무 등 뒤에 가 숨다 ― 38
당나귀에서 귀를 빼면 뭐가 남나 ― 39
꿩 대신 닭이라니요 ― 40
내 마음 절벽 위의 맙소사 ― 41
쌍점, 혹은 쌍화점 ― 42
영, 혹은 알 ― 43
현현(玄玄) ― 44
호랑가시발톱 ― 46
붉은 스웨터 ― 48
벚꽃처럼 ― 50
주름치마 ― 52
나의 단것에 대한 중독 ― 53
빨간 여자 ― 54
살아 있다는 것의 한 움큼 ― 56
우두커니 ― 58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외톨이 늑대는 ― 60
소주 ― 62
박쥐 ― 63
제3부 태연자약
민화 1 ― 67
민화 2 ― 68
민화 3 ― 69
민화 4 ― 70
민화 5 ― 71
민화 6 ― 72
민화 7 ― 73
민화 8 ― 74
민화 9 ― 75
민화 10 ― 76
민화 11 ― 77
민화 12 ― 78
민화 13 ― 79
민화 14 ― 80
민화 15 ― 81
민화 16 ― 82
민화 17 ― 83
민화 18 ― 84
민화 19 ― 85
민화 20 ― 86
해설
이성혁 불기운의 사막을 지나 대지의 흙 속으로 ― 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