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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0326 / 272쪽 133 x 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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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국어로 살고 생각하고 말한 최선의 것이 여기 있다” 한국 현대소설사의 산증인, 최일남 64년을 지켜온 사랑과 문학적 열정 1953년 단편 「쑥 이야기」가 『문예』에, 1956년 단편 「파양」이 『현대문학』에 추천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자그마치 등단 64년을 맞게 된 작가 최일남(1932~)이 소설집 『국화 밑에서』(2017)를 출간했다. 소설집 『석류』(현대문학, 2004) 이후 13년 만에 펴내는 열네번째 창작집으로, 표제작 「국화 밑에서」를 비롯해 2006년부터 2013년 봄까지 쓰고 발표한 단편 7편을... “한국어로 살고 생각하고 말한 최선의 것이 여기 있다” 한국 현대소설사의 산증인, 최일남 64년을 지켜온 사랑과 문학적 열정 1953년 단편 「쑥 이야기」가 『문예』에, 1956년 단편 「파양」이 『현대문학』에 추천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자그마치 등단 64년을 맞게 된 작가 최일남(1932~)이 소설집 『국화 밑에서』(2017)를 출간했다. 소설집 『석류』(현대문학, 2004) 이후 13년 만에 펴내는 열네번째 창작집으로, 표제작 「국화 밑에서」를 비롯해 2006년부터 2013년 봄까지 쓰고 발표한 단편 7편을 묶었다. 전후 세대 작가 손창섭(1922~2010), 장용학(1921~1999), 오상원(1930~1985) 등과 소설가적 여정이 겹치며, 등단작 「쑥 이야기」(1953)부터 최근작 「말이나 타령이나」(2013)에 이르기까지, 60년이 넘도록 거의 매해 소설을 발표해온 말 그대로의 ‘현역 작가’이자 ‘한국 현대소설사의 산증인’이 바로 최일남이다. 『최일남 소설어 사전』(민충환 엮음)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지금껏 단편소설 151편, 중편소설 7편, 장편소설 6편을 발표하고 책으로 묶어냈다. 이 시대의 사람과 풍경의 깊이를 넉넉한 해학과 유머 넘치는 명문장으로 담아낸 다수의 산문집 칼럼집 인터뷰집 역시 한국 현대사를 오롯하게 증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평생 넘게 신문사 ‘납 냄새’를 맡아온 최일남의 소설은 하나같이, 기자이자 작가로서 삶에 대한 균형 감각과 폭넓은 독서 체험에서 온 깊은 인문적 향기, 세상살이에 대한 느긋한 여유와 겸허로 가득하다. 여기에 평생토록 말을 끼고 살아온 숙수(熟手)의 솜씨로 빚은 언어 감각과 비애와 근심을 웅숭깊은 웃음에 얹어내곤 하는 감칠맛 도는 대화가 그의 소설 읽는 맛을 더한다. 이번 책에 묶인 작품들은 더욱이 죽음이 결코 낯설지 않은 노년의 실존과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과 세상, 풍속과 세태의 못다 한 사정을 챙기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자리를 궁굴리고 에두르는 사유와 저작(詛嚼)으로”(문학평론가 정홍수) 우리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고 있다. ‘일본어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의 한 사람으로 “걸핏하면 일제 용어로 도망가는 세대의 후덥지근한 기억”(「스노브 스노브」)에서 자유롭지 못한 최일남이다. 하나 “일제강점기의 아픈 유년기 소사부터 노년의 밤에 푸는 맨체스터 더비의 담화까지 기억이 긷고 아우르는 이야기의 진경은 말과 문학의 현재적 생명과 맥박으로 충만하다”.(정홍수) “진짜 노년의 존엄을 찾아”(「메마른 입술 같은」) 매일의 생을 반추하는 일은, 비록 그것이 미완에 그칠지라도 진실한 인간됨에 한 발짝 다가서려는 애씀으로, 누구랄 것 없이 필요하고 값진 과정이 아닐까. 우리 나이로 미수(米壽)를 두 해 앞두고도 여전히 펜을 놓지 않는 노 작가의 삶과 문학적 열정에 후배 문인 누구나 아낌없는 존경으로 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최일남 선생의 문학에서 소설의 지혜와 인간의 기품은 하나다.” _정홍수(문학평론가) “『국화 밑에서』에 이르러 이 시대의 한국 소설은 노년의 실존과 내면에 대한 또 하나의 인상적인 경지와 단단한 묘사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_권성우(문학평론가) 노년의 실존과 내면에 대한 진솔한 응시 최일남의 근작들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는 인생의 석양을 사는 사람들의 시선에 담기는 풍진세상의 희로애락이 덤덤하게 펼쳐진다. 하루에 두 군데 장례식장을 방문하게 된 주인공이 상주와 대화를 주고받는 「국화 밑에서」는 장례를 둘러싼 풍속을 평하고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 이야기가 차지면서도 시큰하다. 작가에게 세월에 따른 장례 풍속의 변화를 체감하는 일은 곧 자신을 둘러싼 실존과 죽음의 의미를 깊게 성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하여 장례, 죽음, 시체, 염, 입관, 화장한 후의 뼛가루 수습 등에 대해 폭넓은 독서와 체험에서 비롯한 사유와 지식을 자연스럽게 엮는 솜씨는 물론이고, 망자를 목도하는 유가족의 심리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묘사와 통찰 역시 날렵하기 짝이 없다. 그런가 하면 「밤에 줍는 이야기꽃」의 화자는 “생각 따로 몸 따로 늘그막 쪽잠”으로 이어지는 새벽녘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더비나 메이저리그 등 빠르고 명쾌한 승부의 세계를 놓지 않고 시청한다. 더러 낮 동안 겪는 구청의 컴퓨터 무료 강좌나 좌석버스에서 목격하는 동년배들의 “연민과 인멸의 냄새” 가득한 말과 행동에 그는 자기모멸과 비애를 감추지 않는다. 그럴수록 그는 영어 자막과 일어 청취에 기대어 “대엿새 터울로 맛보는 밤의 흥분 낙담”을 “적막강산을 벗는 자신의 괜찮은 행사”로 키워간다. “노년에 들면 마음이 너그럽고 사리분별에도 밝다고들 하던데 믿을 것이 못 된다. [……] 노회는 소년의 클릭 한 방만 못하고, 경륜은 글로벌스탠더드에 치여 별무소용이다. 나이와 함께 상승하고 속살이 찌기 마련이던 권위는 뒤를 받치는 콘텐츠가 부실하고 앙상한 만큼 하강 곡선을 긋기 바쁘다.” (「밤에 줍는 이야기꽃」) “노인은 대체로 나이가 비슷한 타인에게 냉랭하기 쉽다. 낯선 아이와도 금세 어울려 장난을 꾸미는 떡잎들과 다른 점에서 늙으면 아이 된다는 옛말이 의심스럽다. 마주 본 얼굴에서 지치고 건조한 세월을 읽는 것이 싫어서라고 단정할 것 없다. 사는 켯속에 전봇대같이 뻗선 이치를 세우기 좋아하는 이들은 그렇게 정리하기도 하지만 해석이 너무 단조롭다.” (「밤에 줍는 이야기꽃」) 한편 「물수제비」는 혼자가 된 노년의 처연한 심경을 담은 작품으로, 마치 “헤어지는 연습이었던 셈”으로 병석에 눕기 전 아내와 교환한 숱한 대화를 회상 속에 추리는 퇴직 교장이 등장한다. 혀 짧은 소리의 초등학교 2학년짜리 손주를 아들내외 없이 보름 남짓 돌보게 된 「아침바람 찬바람에」의 화자는, 조손(祖孫) 사이의 엄청난 시대적 변천과 괴리에 당혹해한다. 그럼에도 빠르고 간편한 오늘의 혜택을 애써 부인하지 않고 “밀어낼 것 밀어내고 당길 것 당겨 데리고 사는” 노년의 그답게, 손주의 눈높이에서 비밀놀이라도 하듯 자신의 유년을 함께 되짚어보기도 한다. “연만할수록 역경을 지혜롭게 헤치고, 대소사에 너그럽고 원만해진다는 것도 모두 헛소리인가 봐. 책에나 씌어 있는 말인가 봐요.” (「물수제비」) “아내가 다된 서방의 외통고집과 간댕간댕 션찮은 힘의 뿌리를 왜 몰라. 서방은 서방대로 쭈그렁이 노파가 사라지고 없는 날들의 준비가 전혀 없어 두려움에 한참 떨고 있었다. 때문에 하나 마나 한 농담성 화제의 뒤끝이 필경 개운찮았다. 전립선비대증에 걸린 환자의, 노상 무지근한 잔뇨(殘尿)처럼.” (「물수제비」) “나이가 멱에 찰수록 저 자신을 가늠 잡기 힘듭니다.” (「스노브 스노브」) “못할 것도 없지…… 나이 먹은 유세, 옹고집, 무관심으로 위장한 샘, 괘씸죄 남발…… 에이 그만둘라네. 생각이 막혀서가 아니야. 얼마든지 끌어댈 수 있되 누워서 침 뱉는 노릇이 막상 떠름하구먼.” (「스노브 스노브」) 고색창연한 언어 감각과 촌철살인의 대화로 빚어낸 소설 미학 최일남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그의 절묘한 언어 감각이다. ‘칙살스럽다’(하는 짓이나 말 따위가 잘고 더러운 데가 있다), ‘헤실바실하다’(일이 시원스럽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되다), ‘호도깝스럽다’(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버리다), ‘들이당짝’(들이대고 다짜고짜로), ‘어지빠르다’(정도가 넘고 처져서 어느 한쪽에도 맞지 아니하다), ‘시망스럽다’(몹시 짓궂게 심한 데가 있다) 등 그의 소설
내놓고 실토하기 무엇하지만 요즈음의 노년소설은 형식이 예전보다 많이 다른 듯하다. 객관적 서사(敍事)와 상상력의 단순한 비교를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나같이 문단 데뷔 초장을 납[鉛] 냄새, 즉 신문사에서 보낸 사람은 더구나 처신이 힘들었다.
이 책은 퍽 오랜만이다. 창작집 『석류』(2004년 6월) 이후에 쓴 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모두 합치면 열네번째 소설집이다.
이번에 더 좀 유념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어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의 한 사람으로 비망록(備忘錄)을 적듯이 썼다.
- 2017년 여름
“노년에 들면 마음이 너그럽고 사리분별에도 밝다고들 하던데 믿을 것이 못 된다. [……] 노회는 소년의 클릭 한 방만 못하고, 경륜은 글로벌스탠더드에 치여 별무소용이다. 나이와 함께 상승하고 속살이 찌기 마련이던 권위는 뒤를 받치는 콘텐츠가 부실하고 앙상한 만큼 하강 곡선을 긋기 바쁘다.” (「밤에 줍는 이야기꽃」)
“노인은 대체로 나이가 비슷한 타인에게 냉랭하기 쉽다. 낯선 아이와도 금세 어울려 장난을 꾸미는 떡잎들과 다른 점에서 늙으면 아이 된다는 옛말이 의심스럽다. 마주 본 얼굴에서 지치고 건조한 세월을 읽는 것이 싫어서라고 단정할 것 없다. 사는 켯속에 전봇대같이 뻗선 이치를 세우기 좋아하는 이들은 그렇게 정리하기도 하지만 해석이 너무 단조롭다.” (「밤에 줍는 이야기꽃」)
“연만할수록 역경을 지혜롭게 헤치고, 대소사에 너그럽고 원만해진다는 것도 모두 헛소리인가 봐. 책에나 씌어 있는 말인가 봐요.” (「물수제비」)
국화 밑에서
메마른 입술 같은
물수제비
밤에 줍는 이야기꽃
아침바람 찬바람에
스노브스노브
말이나 타령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