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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5346458 / 280쪽 15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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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소설 원효대사》로 부흥기의 신라를 만나다
신라는 삼국 중 가장 작고 약한 나라였다. 하지만 불교와 화랑도를 통해 힘을 기르고, 외교와 군사를 활용하여 삼국을 통일하기에 이른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는 바로 그 과도기, 신라가 변화하고 성장하던 시대를 그린 소설이다. 사람들을 고통에서 건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고민하는 원효대사를 통해 사람과 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그린다.
주인공 원효대사는 누구나 쉽게 부처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화엄경 해설에 몰두하는 고명한 학승이다. 그러나 자신을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진덕왕과 요석공주의 마음을 알고서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모든 중생을 건지겠는가.” 하는 고민을 시작한다. 깨달음을 위한 원효의 여정은 끝없는 실천행으로 이어진다.
작가 이광수는 소설 《원효대사》를 통해 신라를, 그리고 우리네 옛 선조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화랑도로 갈고 닦인 용맹한 젊은이들, 맹장 김유신, 백성을 생각하는 진덕왕과 전략적인 지도자 김춘추. 자신의 소망과 신자의 도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요석공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1500년 전 신라를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새롭게 출간하면서 요즘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에 공을 들였다. 불교문예학 박사인 엮은이 방남수가 경전 문구, 불교 용어를 우리말로 옮겼고, 다소 생경한 옛말이나 쓰임새가 달라진 말을 풀어놓았다.
한국 선불교의 시작 원효대사, 신라의 마음을 빚다.
소설 속 원효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타인’이다. 어려운 불법을 남들이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화엄경의 해설을 쓰고, 경전 한 줄 염불 한 마디를 외워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구원하고 인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명한 선사로서의 명예를 버리고 파계하여 요석공주와 아이를 갖는 것도, 요석공주의 마음을 건지려는 시도에서였다.
그는 무애(無碍), 즉 “아무 데도 구애받지 않는 마음”으로 어디든 간다. 전염병과 수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고, 거지 떼를 이끌거나 도적의 무리에 섞여들어 같이 먹고 놀면서 부처님 이야기를 꺼낸다. 이러한 원효의 마음은 파벌과 신분제, 전쟁과 가난에 묶여 있던 신라에 스며들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의식이 사람과 공동체의 힘이 된다. 백제와 고구려의 끊임없는 침략에 고통받던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함은 물론 당나라까지 이 땅에서 쫓아내어 융성한 나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이 책에서 원효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화랑정신, 그리고 신라 고유의 선 수련법이다. 요석공주의 전남편 거진랑, 세속오계를 가르친 원광법사, 김유신의 비술 등 다양한 설화와 일화를 섞어 이야기에 풍미와 재미를 더함은 물론 불교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가 지향할 만한 가치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 땅의 옛 모습, 특히 자연과 신라인들의 삶에 대한 묘사도 일품이다. 힘과 멋이 넘치는 문장들은 마지막으로 옛 조선을 산 세대이자 현대문학 첫 세대로서 이광수가 남긴 특별한 유산이다.
모두가 길을 모를 때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 원효
후대에 역사를 배운 우리는 김유신과 김춘추가 살았던 서기 600년대를 신라가 승리한 시기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시대는 신라에게 있어 백제와 고구려의 수없는 침략에 고통받고 당에게 외교 간섭을 받으며 쩔쩔매던 시기이기도 했다. 위기와 혼란의 시기에 내가 살 길이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깨울 방법을 찾아 여정을 떠난 원효와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신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약할 수 있었다.
변화의 바람이 불 때는 남보다 먼저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더 나은 공동체란 어떤 곳인가. 이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정신이 무엇인가. 소설 속 원효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아는 것과 되는 것.’
원효는 이 두 가지에 큰 차별이 있고 큰 계급이 있음을 깨달았다. 원효는 화엄경을 잘 안다. 그러나 화엄경이 되어 버리지 못했다. 원효는 일종의 슬픔을 느꼈다.
‘아직 멀었다. 덜 되었다.’
원효는 한숨을 쉬었다.
원효는 승만왕과 요석공주에 대하여 무심하지 못한 자신을 분명히 보았다. 더구나 요석공주가 지어 보낸 옷을 무심히 받아 입지 못하고 심상에게 준 자신이 부끄러웠다. 만일 대안법사가 원효에게 분황사를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원효는 아까부터 마음을 졸였다.
“요석공주가 무서워서 피난 갑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 간다고 요석공주에 대한 애착을 뗄 수 있을까.
- 1권 <번뇌가 다할 날이 없으나> 중에서
원효는 ‘대자대비’에서 ‘대비(大悲)’라는 말의 뜻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큰 슬픔의 마음. 부처의 눈으로 세간을 바라볼 때 눈물이 비 오듯 아니할 수 있으랴.
젖을 먹은 너구리 새끼들은 더 먹고 싶은 듯이 입을 냠냠 하다가 만족한 듯이 잠이 들었다. 일곱은 잠이 들고 둘은 죽었다. 대안은 눈물을 거두고 풀 위에 앉았다.
“스님. 내 송경은 이러하오.”
그리고 하핫하핫 웃었다.
“스님의 송경은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었겠습니까?”
“배고플 때 먹여주는 걸 몰라?”
대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배고플 때 먹여주는 것으로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자비.”
“시체 앞에 저렇게 젖을 따라 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먹이고 싶은 마음.”
대안의 얼굴은 다소 부드럽게 변했다. 원효는 두 손을 모았다.
“그렇습니다. 스님은 지금 자비 법문을 설하셨습니다.”
“여시여시(如是如是, 그렇다). 그러나 동냥중 대안이 설했다고 하지마오. 비로자나불이 설하신 것이오.”
- 1권 <파계> 중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원효는 공주가 달여 주는 차를 마셨다. 화병에 꽂힌 작약이 두어 이파리 떨어졌다. 원효가 빙그레 웃었다. 공주는 떨어진 작약 잎을 들어서 아까운 듯이 붙었던 자리에 붙여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번 떨어진 자리에 도로 붙으려 하지 않고 다시 떨어졌다.
공주는 눈을 들어서 원효를 보았다.
“나는 오늘 떠나겠소.”
원효는 입을 열었다.
“일 겁은 계시겠다더니.”
공주는 한숨을 쉬었다.
“벌써 몇 겁이나 지났소.”
“일 겁만 더 늘일 수는 없으시오?”
공주는 약간 낯을 붉혔다.
“떨어진 꽃잎과 같지.”
원효도 고개를 숙였다. 원효 역시 괴로움을 느꼈다.
- 1권 <파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