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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3081 / 148쪽 / 104g / 12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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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정관웅의 시에는 물기가 많다. 바다나 강물과는 관련 없는 시에서도, 그의 표현에서 물기가 느껴진다. 한마디로 그의 표현은 물의 표현이다. 저수지의 축축함도, 바다의 개운한 짠 바람도 다 들어 있다. 그에게는 역사의식도, 현실의식도 모두 물에서 일어나고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의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이지만, 그는 전통시를 단순 복제하는 흔한 시가 아니다. 물과 바다에 대한 원체험이 그의 시학의 근간을 이루어, 물의 서정이라는 강력한 개성을 만들어낸다. 굳이 표제작이 아니더라도 그의 시들을 죽 읽다 보면 “바다색이 넘실거리는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시조창을 듣고 자랐다. 새벽이면 빠지지 않는 할아버지의 맑고 청아한 시조창이 가슴을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문학이라는 이름을 갖고 산다. 그냥 문학에 관한 관심이 아니라 어떤 텍스트로 하여금 예술적 작품이 되게 하는 시적 탐구를 하는 것이다.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시는 내 아시람이다. 그 과정이 괴로운 것이든 즐거운 것이든 한편의 시를 써놓고 느끼는 감성과 성취 의욕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다. 직유와 은유 사이에는 비교격조사의 유무에만 그치지 않는 중요한 차이가 가로놓여 있다. 은유는 보다 시적인 비유로서 나아가서는 그 뿌리가 시의 본질로 직결되는 비유인 것이다. 그래서 시를 쓰는 데는 가슴을 짜는 듯이 한 노력과 아픔이 필요했다.
언어는 의미의 기호이어서 새로운 의미의 창출은 곧 새로운 언어의 창조를 뜻하게 된다. 새로운 언어의 창조는 세계를 언제나 새롭게 낯설게 바라보고 그렇게 하여 그 새로운 인식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나의 고해의 필수적 과제이다. 영원성에 대한 체험, 낯설기의 상상적 체험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상상력의 근원은 보다 높은 동기에 있기에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시를 쓴다. 내가 바라는 그 어떤 영원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살 수가 없어 시를 쓴다. 그것은 내 삶의 에너지요 양식이기 때문이다.
2016. 어느 가을
약천藥泉 정관웅
바다색이 넘실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바다색이 넘실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올망졸망 어선들이 짝을 지어 있다. 그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끝내 삭지 않는 슬픔도 따뜻한 된장국처럼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거센 풍랑과 싸우다 돌아온 사내들의 마음이 내 안의 나를 흔드는 시간, 이제 마음의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차분한 자기 다스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수없이 멍들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바다에서 가져온 고독을 어시장 가득 담아놓는다.
햇빛, 물, 바람이 빚은 자연의 몸은 담쟁이의 강한 생명력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누구도 할 수 없는 벽을 넘는 완도 남자의 생명력을 가져다준다. 칼바람 불었다 하더라도, 수평을 타고 돌아온 냉동된 눈보라에도 출렁이는 바다의 손길은 움직인다.
부싯돌도 두 개가 마주쳐야 불을 내지 않던가, 둘이 마주쳐 반짝 내는 불빛 인생 그것이 바다이다.
그곳에는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끝내 몰아쳐 웃어 버리는 완도 바다의 이야기가 있다. 어시장 마지막 구석까지 채우며 끝내 출렁인다.
하얀 김 펄펄 나는 빨간 심장에서 장미꽃 향기가 나는 완도 남자 냄새가 물씬하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저수지 13
밤 15
삼문산 진달래 17
발레리나 18
그 봄의, 그 꽃 20
희망의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22
가을 잎은 물가에 서서 24
흐린 불빛도 불빛이다 25
그 싱건지 27
민들레 꽃이 고개를 들었다 28
텃밭 30
개나리 꽃 31
제2부
불어라 35
그리움의 빛 36
정전기 38
정전기가 다시, 곁에서 40
소나무 42
사랑 44
청산도 46
4월이면 자기 철이 돌아왔다고 48
숨의 눈빛, 이제는 슬픔이 터져 별빛이 될 거야 50
푸른 생각은 52
호수를 조금 가까이서 54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55
제3부
밤의 눈 59
치과 60
가을밤 62
산?? 63
편백숲 우드랜드 64
월남사지의 밤 65
자화상 2 67
그리움에 힘들거든 69
인생길 71
흙 73
몸 75
기억을 걷다 76
붓 끝에서 내게로 77
낮달 78
백련사 단풍 80
제4부
돌탑 83
담배 84
행복이란 85
강물이 오는 소리 86
나의 노을로 그대를 불러 87
쌀값 88
대흥사 90
울돌목에서 92
바다색이 넘실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94
조약도95
잠 98
제5부
간절하게 참 철없듯이 너는 들꽃이다 103
꼭 한 번 105
독도 106
나만의 방이 있어서 행복하다 108
살아 있는 것은 다 아프다 110
마음의 소리 111
매화의 편지 113
비 115
들녘 11월의 아침 117
성숙으로 익어가는 길에서야 119
화재火災를 보며 121
들꽃 123
만남의 일 125
가로등 127
해설
유성호 원체험과 그리움을 결속하는 회감回感의 서정 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