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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블랙유머로 무장한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원제 : Slaughterhouse-five (1966)
시리즈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60]

커트 보니것 저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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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43252 / 288쪽 / 374g / 142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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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반전(反戰)과 반문화(反文化)의 작가 냉소적인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 미국 최고의 풍자 작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후계자 커트 보니것. 그는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이끌고 60년대 반전 운동과 반문화의 흐름을 대표한 작가로 꼽힌다. 메타픽션 기법과 날카롭고 통렬한 독설로 사회를 비판한 그의 작품은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와 영화감독, 음악가 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커트 보니것은 기계 문명, 시간 여행, 외계인 같은 소재를 즐겨 사용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고, 스스로도 현대를 사는 작가가 기계 문명에 무지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말했다. 실제로 아버지 커트 보니것 시니어는 MIT 출신 건축가였고 형인 버나드는 저명한 과학자였으며, 본인 역시 코넬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테네시 대학교와 카네기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과학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청년. 그대로 흘러갔다면 그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쓰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레스덴 폭격은 그의 인생을 바꾸고 말았다. 제2차세계대전에 보니것은 미 육군으로 참전했고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승전국의 군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독일이 항복을 선언했을 때 그는 폐허가 되어버린 드레스덴에서 산처럼 쌓인 시체를 옮기고 있었다. 아군이 만든 지옥에서 죽어버린 적국의 사람들을 수습하던 시간. 이후 아이러니와 부조리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전통 서사를 뒤집는 독특한 반전소설 1945년 2월 13일, 독일 동부의 드레스덴에 포탄이 쏟아졌다. 사흘간 폭격이 있었고,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던 도시는 화염에 휩싸여 폐허로 변했다. 전세를 굳히기 위한 미영 연합군의 공격이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추산 3만 5천 명에서 15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드레스덴 폭격에서 “우연이 허락한” 덕에 살아남은 보니것은 전쟁에서 돌아온 후 이 사건에 대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이 출간된 것은 1969년, 전쟁이 끝나고도 20년 넘게 지난 후였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제5도살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소설 안에서 평화를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상적인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의 참극을 결코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잿빛의 달 표면, 위태롭고 고르지 못한 곡선, 돔을 이루고 있는 돌과 목재로 이루어진 레이스. 시간과 공간을 어지럽게 넘나드는 이야기 안에서 드레스덴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인 빌리가 겪은 드레스덴 폭격 또한 매우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 역시 일반적인 서사와 다르다. 이 소설에는 전투에서 동료와 나라를 구하는 영웅도, 전쟁으로 모든 걸 잃고 고통받는 희생양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우연히 시간에서 해방되어 삶의 여러 시간을 발작처럼 여행한다.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도 한다. 빌리가 어떻게 한 행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 묻자, 모든 시간을 로키 산맥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생명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그렇죠. 하지만 다른 날에는 당신이 보거나 읽던 어느 전쟁 못지않게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안 보고 말지요. 무시해버립니다. 우리는 기분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 앞에서 트랄파마도어인은, 그리고 빌리는 이렇게 말한다. “뭐 그런 거지.” 그러다 보니 『제5도살장』은 얼핏 보면 그저 숙명론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허무와 비관론을 한 겹 들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작가가 설치해둔 정교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작품 속 화자는 초반부터 전쟁이 미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가장 주인공다운 인물인 에드거 더비가 아주 사소한 일로 죽음을 맞이한 일을 ‘전쟁 소설’의 클라이맥스로 꼽는다. 작가는 화자와 주인공을 분리시켜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고, 독자들에게는 전쟁이 불러온 비극의 윤곽만을 전달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서사를 전복시킴으로써 이 소설은 전쟁의 비극적인 면모를 더 분명히 드러내게 된다. 모든 죽음을 그저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빌리의 덤덤한 태도는 결국 비극과 부조리를 향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커트 보니것 식의 웃음과 유머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한 인터뷰에서 보니것은, 드레스덴 폭격은 종전을 앞당기지도 독일군을 약화시키지도 못했고 포로들을 구하지도 못했으며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사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익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접니다. 이 책을 쓴 덕에 큰돈을 벌었으니까요.” 부시 정부의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고 반전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한 커트 보니것. 그가 사회를 비판하며 휘두른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바로 유머였다. 보니것 특유의 냉소와 블랙유머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 사이로 크게 퍼져나갔으며, 반전과 민권 운동, 자유의 물결을 타고 『제5도살장』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소설 안에서 모든 죽음에 따라오는 “뭐 그런 거지(So it goes)”라는 대사는 60년대 당시 반문화를 제창한 청년들에게 일종의 슬로건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제2차세계대전 최악의 학살을 겪고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시니컬한 유머의 힘이었다. 『제5도살장』이 당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문화의 상징이 되었던 것도 유머가 지닌 힘이었다. 커트 보니것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유머라 말했을 것이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 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 _『나라 없는 사람』

저자 소개

Kurt Vonnegut 1922~2007
1922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독일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쇼트리지고등학교에 다니며 교지 〈데일리 에코〉 편집자로 활동했다. 이후 코넬대학교에 진학하며 보니것 자신은 아버지처럼 건축을 공부하거나 인류학을 전공하고 싶어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생화학을 택한 후 전공 공부보다는 대학 신문 〈코넬 데일리 선〉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데 더 열중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좋지 않은 성적과 평화주의를 옹호하는 신문 기고로 인해 징계를 받은 후 대학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한다. 1944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유럽으로 보내졌고, 전선에서 낙오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1945년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13만 명의 드레스덴 시민들이 몰살당하는 비극적 사건 한가운데 서게 됐던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문학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송환된 후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에 입학했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던 그는 학위를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의 일을 병행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콜리어스〉 〈아거시〉 같은 잡지에 단편소설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1952년 『자동 피아노』를 출간하며 등단한 그는 『고양이 요람』(1963) 『제5도살장』(1969) 등을 세상에 선보이며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반전反戰 작가로 거듭났다. 이후 소설과 에세이 집필은 물론 대학 졸업식 연사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다 1997년 『타임퀘이크』를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맨해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몇 주 후 사망했다. 커트 보니것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평가받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마더 나이트』 『나라 없는 사람』 『세상이 잠든 동안』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아마겟돈을 회상하며』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축의 시대》《지젝이 만난 레닌》《그레이트 게임》《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마르크스 평전》《호치민 평전》《융》《신의 가면 3 : 서양 신화》《신의 가면 4 : 창작 신화》《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불안》《행복의 건축》《극단의 형벌》《권력의 법칙》 《로드》《죽음의 중지》《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책도둑》《포트노이의 불평》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어리석은 숫총각들이었으며, 유년의 맨 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않을 거죠, 그렇죠.” 이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비난이었다.
“어—모르겠는데요.” 내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던 척할 거예요. 영화라면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웨인, 아니면 다른 매력적이고 전쟁을 사랑하는 추잡한 늙은 남자들이 두 사람을 연기하겠죠. 그럼 전쟁은 그냥 멋지게 보일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또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전쟁에 위층에 있는 애들 같은 어린아이들이 나가 싸우게 되겠죠.” _28~29쪽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리네요, 샘. 대학살에 관해서는 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모두가 죽었어야 하는 거고, 어떤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다시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거지요. 원래 대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고요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도 늘 그렇습니다. 새만 빼면.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 같은 것뿐입니다. _33쪽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 _44쪽

빌리는 진료실 벽에 기도문을 넣은 액자를 걸어두고 있었는데, 이것은 사는 데 열의가 없음에도 계속 살아가는 그 나름의 방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벽에 걸린 기도문을 본 많은 환자가 그 기도문이 자신들이 계속 살아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빌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었다. _82쪽

우주의 방문객은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적어도 문제 가운데 일부는 신약의 이야기가 너무 엉성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처음에는 복음서들의 의도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낮은 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에게까지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복음서들은 실제로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그가 연줄이 시원찮은지 확인해라. 뭐 그런 거지. _140쪽

바깥에는 불이 폭풍처럼 번지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하나의 거대한 화염이었다. 이 하나의 화염이 유기적인 모든 것,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삼켰다.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연기로 시커멨다. 해는 약이 바짝 오른 작은 핀 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표면 같았다. 광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뜨거웠다. 그 동네의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
뭐 그런 거지. _221~222쪽

목차

제5도살장

해설 | 커트 보니것과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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