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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0647 / 240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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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그 시절은 내게만 몹쓸 세상이라고 생각했었다. ‘빗돌머리’라는 지명은 그러니까 눈물의 터널 같은 구간, 그걸 누구에게 일러바치듯 쓰자 하여 시작한 노릇인데 어디에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앞다투며 돋아나는 기억들을 받아 적는 일에 숨찼다.
쓰다 생각해도 우리 엄마 슬하에서 자란 날들은 여전히 억울하고 서러웠다. 추운 처마 밑에서 아직도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어 방으로 들이는 일을 이 글을 쓰는 목적으로 삼자했다.
_「책을 펴내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가난했지만 독특했던 삶들 사람은 심지어 자신의 과거마저도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현재의 관점에서 행해진다. 과거에 대한 회억이 간혹 미화되는 경우는 그런 맥락 때문이다. 임명희의 산문집 『빗돌머리』 또한 현재의 눈으로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산문집이다. 하지만 이 산문집은 ‘회고록’ 같은 형식을 빌리지 않는다. 독자적인 제목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연작의 형식으로 짜여진 이 산문집은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의 정서와 어투를 그대로 살려 우리를 저자의 과거 속으로 이끈다. 누구든 가난했고 또 누구든 역사의 소... 가난했지만 독특했던 삶들 사람은 심지어 자신의 과거마저도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현재의 관점에서 행해진다. 과거에 대한 회억이 간혹 미화되는 경우는 그런 맥락 때문이다. 임명희의 산문집 『빗돌머리』 또한 현재의 눈으로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산문집이다. 하지만 이 산문집은 ‘회고록’ 같은 형식을 빌리지 않는다. 독자적인 제목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연작의 형식으로 짜여진 이 산문집은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의 정서와 어투를 그대로 살려 우리를 저자의 과거 속으로 이끈다. 누구든 가난했고 또 누구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저자의 빼어난 묘사 덕인지는 모르지만, 독특한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처럼 평균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이게 소설인가 수필인가 헷갈리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일단 저자의 어머니가 그렇고, 외할머니가 그렇고, 이웃이었던 천당할머니가 그렇고, 고모가 그렇고, 언니가 그렇다. 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 속에서 어린 저자는 한 명 한 명 그 독특함을 돋을새김한다. 그래서 마치 한 편의 연작소설집을 읽은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아마도 이 힘은 저자의 묘사 능력과 거리두기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저자의 글쓰기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저자의 영혼에 여러 갈래로 휘감긴 어떤 시간의 흔적을 육화한 탓이 더 클 것이다. 가족사와 성장기를 통해 드러낸 근대사 한 편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전쟁과 독재정권의 파장이 머나 먼 시골 마을에도 여지없이 상흔을 남겼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바로 저자의 가족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족사가 곧 대한민국의 근대사인 경우는 허다하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는데, 전쟁 당시 벌어진 1·4 후퇴 때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체험담이다. 여기서 저자는 ‘유난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고모의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유추해낸다. 물론 통시적인 가부장제의 흔적이 그 밑바탕이 되었지만 전쟁 체험은 고모의 삶에 어떤 괴팍함을 아로새긴 것이다. 아마도 어머니의 강한 성격도 가난과 가부장제, 그리고 전쟁이 남긴 흔적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관점으로 어른들의 세계, 즉 대한민국 근대의 미시사를 한 땀 한 땀 기록한다. 저자가 역사를 의식하고 기록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저자는 그저 자신의 성장기를 연작 산문의 형식을 빌어 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성장기 자체가 대한민국의 근대사인 것을 저자 자신도 피해가지 못했던 것이다. 흥남에서 엄마가 고향 사람을 만났던 일도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할아버지!” 하고 싶을 만큼 눈앞이 환해지던 노릇이었는데 고향이 같은 부석면 가사리에 산다는 그 아저씨에게 수중에 돈뭉치를 숨기고 가는 중이라는 말까지 다 털어놓게 되었다. 며칠을 더 기다려도 배가 뜬다는 소식은 없고 서울에서 사업을 한다는 그 고향 아저씨는 남은 돈을 자기에게 꿔달라고 조르기 시작하고 망설이는 엄마에게 그렇게 미덥지 못하거든 절반이라도 꿔달라고 해서 거절하는 일로 또 며칠을 보냈다. _「고모」부분 감상적이고 자신의 자아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게 수필 혹은 산문이라 인식되고 있는 최근의 근황에서 저자의 이번 산문집은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특히 노년에 기술하는 자서전 혹은 회고록이 곧잘 자신을 미화하는 풍토 속에서는 더 그렇다. 이 책에서는 살짝 암시만 되어 있지만, 이 책은 고향을 떠나 이산의 삶을 살아야했던 노동자의 전사(前史)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 시절은 내게만 몹쓸 세상이라고 생각했었다. ‘빗돌머리’라는 지명은 그러니까 눈물의 터널 같은 구간, 그걸 누구에게 일러바치듯 쓰자 하여 시작한 노릇인데 어디에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앞다투며 돋아나는 기억들을 받아 적는 일에 숨찼다.
쓰다 생각해도 우리 엄마 슬하에서 자란 날들은 여전히 억울하고 서러웠다. 추운 처마 밑에서 아직도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어 방으로 들이는 일을 이 글을 쓰는 목적으로 삼자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의 젊은 엄마, 성격 까칠하고 괄괄하시던 엄마가 이제는 구순의 고령이시니 병약한 노인네인 어머니로 바뀌어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하실지 모를 상황이어서 더는 미루고 어쩔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의지처로 삼으시는 분께 대고 투정을 부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서두른 건데 이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듯 시시콜콜해졌다.
더군다나 강성의 그 어머니가 감기 정도에도 크게 앓아누우시는 일이 잦아 걱정이 아닐 수 없고 그 쇠잔한 모습에 대고 내 상처를 말하는 건 부질없어 접고 접어서 길이를 줄였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 기력이 아직은 그만하실 때에 책이 나오게 되어 다행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나고 자란 형제자매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 전혀 기억도 안 난다는 일들을 놓고 억울하다고 서럽다고, 무엇을 그리도 구구절절 사무쳐했던가, 어머니 표현대로 내가 별쭝맞아서 그런 게 맞다. 늦게 철이 드는 탓도 클 것이다. 그러니 수두룩한 엄살들은 내 방식의 사모곡일시 분명하겠다.
—「책을 펴내며」전문
생일에 초대되었던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그 부분부터 어머니의 자랑이 왜 깨져나가야 하는지 그 깨는 작업이 우리 몫인 것 같아 말을 꺼냈는데 어머니의 고정된 생각이란 완강하기가 철옹성이었다. 뭐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돋구랴 싶어서 어물어물 물러앉고 말았지만 옛날 아버지 살아생전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엄마를 설득하거나 잘못 생각하는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이상해 하였더니 사람의 능력으로 어째볼 수 없을 듯 완강한 고집을 누가 어쩌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 아버지가 일제에 반항하는 일을 어머니는 모두 이적행위로 간주하였을 것이고 두 분의 영역이 한 집이어서는 안 되는 거였구나, 삶과 죽음이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수명을 단축하고 싶어 뭘 어쩌신 일도 없는데 가셔도 너무 일찍 가신 아버지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더란 말이다.
아무려나 동막골에는 뭔가가 있을 것 같으니 이번에 친정에 가는 날엔 또 잊어먹지 말고 어머니께 물으리라. 무지개가 서면 한 끝이 닿았던 언덕너머 그곳, 내가 못 가 본 아름다운 동막골.
―「엄마는 동막골 가고」중
죽은 척을 잘 하기로는 쥐며느리인데 또르르 잘도 기어가던 쥐며느리를 건드리면 그런 시늉을 했다. 찔찌래미를 낚아 놓으면 그러듯이 살아 있는 기척을 접고 꼼짝을 안하는 것, 아버지 돌아가시던 순간이 그랬다. 심장에서 먼데부터 차갑게 맥을 걷어 올려 나중에는 목에서 숨만 겨우 느껴지다가 그마저 딸깍 전등 스위치를 내리듯 소리를 내며 끝나던 생,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전등 스위치를 내리는 소리와 같았다는 생각은 두고두고 공포였다. 사람의 끝, 적어도 우리의 우주였던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이 그렇게 간단하다는 일이 무서웠다.
어른들은 어디까지 맥이 걷혔다는 걸 잘도 알았다. 병수 아버지 문 서방이 내 등을 아버지께로 밀며 얘가 누구냐고 했을 때 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르며 작은 소리로도 분명하게 ‘어서 가서 자거라’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나오려고 돌아서는 찰나, 그 딸깍하는 스위치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아버지를 흔들며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돌아가시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나는 잠깐 눈을 감은 아버지가 곧 다시 일어나 동그랗게 말았던 몸을 펴고 팔팔하게 움직이는 쥐며느리처럼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천당할머니」중
집안이 그냥 시끄럽고 어수선한 것도 싫은데 한 말을 하고 또 하면서 그냥 놔둬도 어디 가서 입을 열 일이 없는 우리 자매들을 윽박지르듯 단속하던 그 무지막지한 3·15부정선거의 현장에 있었다. 세월의 뒷곁에서 생각해보면 참, 삶이란 게 웃기자고 하는 농담만 같았다.
엄마들과 한패였던 사람들이 투표장에 죽치고 있는 면서기며 지서 주임이며 각 이장들, 투표종사원들이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으리라고 세월이 많이 지난 뒤 되돌아보며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여명기를 유난스럽게 기억하는 세대가 하필이면 우리였는지 운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조랭이」중.
내가 서당을 다닌 그 28일 때문에 2월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듯이 엉뚱한 곳에 봬풀이하는 버릇이 생긴 것도 살면서 만나는 경우 없는 정황들이 다른 사람보다 많았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신 차려보면 다시 다짜고짜로 달려드는 미래, 생각하고 어쩔 새도 없이 생활이란 것에 치이면서 여유라고는 씨알도 없던 몹쓸 마음자리 탓에 어린 날 집을 떠나야 했던 상처까지 짐으로 얹혀 몸과 마음 모두 불균형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짚이는 데가 있는 것이다.
―「2월」중
목차
책을 펴내며 / 4
외가 / 9
베 매는 날 / 18
엄마는 동막골 가고 / 30
돼지 / 42
천당할머니 / 54
사슴학교 선생님 / 64
귀신 나오는 집 / 79
언니 / 92
명절 / 110
조랭이 / 128
마음은 오이짠지 / 142
방학 숙제 / 151
사랑방 / 159
연 / 179
칠게 잡이 / 191
고모 / 205
2월 / 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