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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9222380 / 144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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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실천문학의 시집(실천시선) [141]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예술의 삶-되기와 일상적 삶의 예술-되기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교단에 있으면서 『월동추』, 『바닷가 사람들』, 『상계동 11월 은행나무』 등의 시집을 써낸 강세환 시인의 네 번 째 시집이 실천문학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어리석고 고집스럽게, 구체적인 현실의 지점에서 시와 삶의 회통을 모색한다. 슬프고 고되고 괴로운 공복의 장삼(張三) 이사(李四)를 향해 시인은 문학이 미학의 영역 안에서만 탐닉될 수 없음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시작(詩作) 행위를... 예술의 삶-되기와 일상적 삶의 예술-되기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교단에 있으면서 『월동추』, 『바닷가 사람들』, 『상계동 11월 은행나무』 등의 시집을 써낸 강세환 시인의 네 번 째 시집이 실천문학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어리석고 고집스럽게, 구체적인 현실의 지점에서 시와 삶의 회통을 모색한다. 슬프고 고되고 괴로운 공복의 장삼(張三) 이사(李四)를 향해 시인은 문학이 미학의 영역 안에서만 탐닉될 수 없음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시작(詩作) 행위를 통해서 가 닿으려 했던 미학적 지향점이고, 그가 이번 시집 속에 끊임없이 소환하는 김수영의 시가 거느리고 있는 사회적 의미망이기도 하다. 90년대 해체시의 언어실험과 세련된 감성으로 치장한 도회적 서정을 넘어, 2000년대 탈서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폭죽처럼 터져 올랐던 이러한 유행들을 사이를 그의 시는 어떻게 지나온 것일까. 흔들리지 않는 고집스러운 그의 언어는, 첫 시집에 실린 그의 투박한 외모처럼 우직하다. 다 큰 장정 같은 청년이 식탁 모서리에 긁히며 식당 식탁 사이를 왔다 갔다 되돌아서곤 했었다 어딘가 탈이 났지만 시퍼렇게 빛나는 청년이다 그의 동선을 따라 청년을 나직이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또 흩어진다 이 세상의 모서리란 모서리가 다 뭉툭해질 때까지 ‘저녁은 먹었나?’ 저 어머니의 목소리가 내 가슴 언저리에 자꾸 부딪친다 자꾸 부딪치다 보면 내 가슴 언저리도 좀 뭉툭해질까 _「면벽 18」 전문 시인은 세상이 만든 정상(normal)과 비정상(abnormal)의 경계를 해체한다. 살짝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그 역시 번듯한 청년이라는 사실 앞에 아무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가 한 어머니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놓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구분은 무색해진다. 그의 어머니는 세상 모서리를 모두 둥글게 만드는 나직한 목소리로 자식을 부른다. 여기서 시인은 마음속으로 그의 안부를 묻고, 더 나아가 자식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자신의 모난 마음을 둥글게 연마하고자 하는 윤리적 지점까지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는 슬프고 아프고 고되고 괴로운 “공복의 장삼(張三) 이사(李四)”(「면벽 17」)들을 응시한다. 그 지점이 바로 그의 시의 윤리적 기율 혹은 정치적 최종 심급에 해당한다. 시인은 이들의 삶 속에서 성찰의 준거를 찾고 이에 비추어 시의 존재 근거를 찾는다. 그러다보니, 그는 자신의 가슴께에도 낙엽 한 장이 붙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하여 화자는 말한다. “쓸쓸하고 또 슬픈 것들은 다 가슴께 붙어 있다”고. 느지막이 왔다가 가지도 않는 아프고 고단하고 슬픈 마음들 말이다. 이처럼 낮고 외진 삶의 언저리에서 건져 올린 생의 세목들은 그가 시를 통해 가 닿고자 하는 삶의 지평과 맞닿아 있다. 그 지점은 사실 그가 “지울 수 없는 내 영혼의 직장”이라고 불렀던 대기새마을중학교 야학시절부터 시작된 순정한 시심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시력을 이렇게 한 마디로 요약한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따라 너무 깊이 들어왔다”(「한섬」)고. 그의 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등짐 다 내려놓고/등뼈만 남은/무수골 물오리나무도 제 발밑에 말뚝을 박고 사”(「무수골 물오리나무」)는 것처럼, 영원히 자신의 발밑에 시의 말뚝을 박고 “무수골 물오리나무”처럼 서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식탁 두 개”에 “백반 하나”가 유일한 천 원짜리 메뉴인 “충남 논산 장터에 있는 욕심 없는 식당”(「천 원 식당」)처럼, 연륜을 더해 갈 것이다.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그는 피붙이는커녕 무너진 초가 한 칸도 없었다
말년엔 탁발도 끊고
남의 집 헛간에 서당을 차려놓고
끼니를 때웠다는 풍문도 돌았다
그는 헛간 속에도 풍문 속에도
어느 길 위에서도 머물지 않았다
그는 옆에 여자를 둔 적이 한 번 있었다
불치병을 앓는 여자구실도 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는 옆에 둔 여자를 잊고
여자도 그를 잊고 살았다
여자를 만나면 여자를 잊고
또 납자(衲子)를 만나면 납자를 잊고
그는 세월이 또 많이 흘러 뜬구름이 되었다
거울 속에 비친 구름도 상(相)인데
그의 상은 그냥 무상(無相)이었다
구름은 구름이 아니고
거울도 거울이 아니다
그는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은 바람이 되었다
허공에 뜬구름도 멀리 멀리 흩어지니
뭇바람이 지나간 것을 알겠더라
헛간도 풍문도 여자도
탁발도 납자도 뜬구름도
그가 머물던 앞마당도
마침내 허공도 뻥뻥 뚫릴 것 같은
느지막이 오는 것들
이름도 성도 얼굴도 다른 쓸쓸한 것들이
이 늦가을 저녁
이 도시의 낙엽들과 함께 퇴근한다
쓸쓸한 것들은 다 느지막하게 온다
느지막이 느지막이 오는 것들
커다랗고 쓸쓸하게 생긴 낙엽이 또 집에 있었다
두 손으로 앙가슴께 움켜쥐고 있던
집사람은 쓸쓸한 낙엽 한 장 간신히 가리키듯
가슴께를 좀 밟으라고 하였다
가로수 아래 낙엽을 밟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의 가슴을 밟느냐고!
지난해 하얼빈에서 일행들과 함께
한 잎 한 잎 낙엽처럼 누워
중국 소수민족 여인들에게 발 마사지 받던 게 생각나서
가슴을 밟는 대신
집사람의 발바닥을 여기저기 주물렀다
오늘도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녔을 집사람의 발바닥도
그 가슴께 못지않게 아플 것이다
발바닥은 본디 몸의 축소판이라 하였으니
발로 꾹꾹 밟으라는 가슴께도
여기 어디쯤일 것 같아
여긴가, 여긴가, 더듬더듬 발바닥을 주물렀다
집사람은 꼭 가슴께만 아픈 것도 아닐 것이다
발바닥을 주무르다 보니
낙엽 한 장이 내 가슴께 붙어 있는 것이다
쓸쓸하고 또 슬픈 것들은 다 가슴께 붙어 있다
느지막이 왔다가 가지도 않는 것들
목차
제1부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풍죽(風竹)|원통사 뒷길|잊기|시 한 줄|술|덧칠|시인 P씨와 봄비|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겨울비 내렸을 뿐인데|홍매 생각|동백|정릉 명호 호프집에서|느지막이 오는 것들|도봉산 물소리|어젯밤 노래방 같이 갔던 시인들은 어디로 갔을까|망대골목
제2부
황홀한 들녘|한섬|김수영 무덤에 관한 추억| 김종삼 시인학교|영화 ‘시’ 속의 시|맨발의 청춘|희망 캠프|너무 먼 곳에 있는 나라|너무 아픈 낙서| 오후 세 시|11월의 이방인|물 한 컵|큰 쇼핑백을 든 젊은 여자|방금 팔꿈치로 툭 쳐서 쏟은 종이컵 커피 같은|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주먹 눈 내리는 골목길 끝에|한 남자를 위해
제3부
그대와 함께|표암의 노인관수(老人觀水)|조지 스카룰리스의 를 들으며| 금연|단풍 소식|쪽동백나무|달빛 그늘|당신의 집|노시산방|아버지의 국수|고(故) 신현정을 생각하다|빈집 홍시 하나|무수골 물오리나무|종이배|무겁고 또 복잡한 하루
제4부
면벽 16|면벽 17|면벽 18|면벽 19|면벽 20|면벽 21|면벽 22|면벽 23|면벽 24|면벽 25|면벽 26|면벽 27|면벽 28|면벽 29|면벽 30
해설 김정남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