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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시리즈 : 오늘의 젊은 작가 [45]

정세랑 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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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73098 / 280쪽 135 x 195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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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가 있다.



 

책 속에서

이 학교에는 아무래도 뭔가가 있다. 출근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다. 안은영은 유감스럽게도 평범한 보건교사가 아니었다. 은영의 핸드백 속에는 항상 비비탄 총과, 무지개 색 늘어나는 깔때기형 장난감 칼이 들어 있다. 어째서 멀쩡한 30대 여성이 이런 걸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속이 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은 멀쩡하지 않아서겠지. 안은영, 친구들에게는 늘 ‘아는 형’이라고 놀림받는 소탈한 성격의 사립 M고 보건교사, 그녀에겐 이른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언제부터였냐면, 원래부터라고나 할까. 은영은 아주 일찍 자신의 세계가 다른 사람의 세계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명료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열 살 무렵이었다. 엄마가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산 집을 리모델링한다고 좋아라 부엌 벽을 깨부수려 할 때, 힘껏 만류한 적이 있다. 이 구조 이대로가 좋으니 벽지나 바르자고, 괜히 번거롭게 여기저기 헐고 리모델링을 하면 아빠 집에 가서 살겠다고 협박을 했다. 벽 속에는 얼굴은 좀 상했지만 친절한 아줌마가 있었다. 엄마가 알아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열 살의 은영이 식탁에 앉아 시리얼을 말아 먹을 때면, 벽 속의 아줌마는 조용히 웃으며 내려다보곤 했다. 그 눈길에 적의가 없었으므로 괜찮았다. 적의와 적의 아닌 것을 구분하는 감각은 은영 같은 사람에게 일찍 발달할 수밖에 없다. -12~13쪽


“방석 어디서 난 거야?”
지형도 우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민우가 울면서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켜 보였다. 의미 없는 손짓이었지만 은영은 대충 방석 사냥이 있었구나 짐작했다. 여자아이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사는 것도 혼란스러운 나이에 죽어서, 미처 그 죽음의 상태에도 익숙해지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 뜯겨 온 아이였다. 눈앞에서 아이의 옷이 찢어지기도 했고 여기저기 멍이 나타나기도 했고 피를 뱉거나 얼굴에 반점이 생기기도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울고 있었다. 그 변화들만으로는 왜 죽었는지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은영은 그런 죽음을 싫어했다. 때 이르고 폭력적인 죽음 말이다. 그런 죽음을 그만 보려고 직장을 옮긴 것인데 결국 또 보고 말았다. 울음의 동심원 안에 앉아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번엔 너희가 정말 잘못한 거야. 모르고 한 거였다 해도. 이 아이를 데려와서는 안 되는 거였어. 애초에 방석 훔치기 자체가 꺼림칙하고 시대착오적이기 짝이 없는데 어째서……. 은영은 속상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접은 상태로는 아이스크림콘만 한 은영의 플라스틱 칼이, 살짝 여자애를 그었다. -81~82쪽


 

목차

사랑해 젤리피시 7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 41 럭키, 혼란 55 원어민 교사 메켄지 89 오리 선생 한아름 127 레이디버그 레이디 143 가로등 아래 김강선 175 전학생 옴 195 온건 교사 박대흥 219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235 작가의 말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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