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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제안들 [17]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가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10권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1월 31일 프란츠 카프카의 『꿈』,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 토머스 드 퀸시의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으로 시작된 ‘제안들’은 이번 10권 출간과 더불어 총 37권 중 11~25권까지의 목록이 공개됐다. ‘제안들’ 10권인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에는 「사형을 언도받은 자」를 비롯한 6편의 장시와 시의 파편을 모은 「찾아낸 시편(詩片)」, 산문 「외줄타기 곡예사」가 수록되어 있다(...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가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10권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1월 31일 프란츠 카프카의 『꿈』,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 토머스 드 퀸시의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으로 시작된 ‘제안들’은 이번 10권 출간과 더불어 총 37권 중 11~25권까지의 목록이 공개됐다. ‘제안들’ 10권인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에는 「사형을 언도받은 자」를 비롯한 6편의 장시와 시의 파편을 모은 「찾아낸 시편(詩片)」, 산문 「외줄타기 곡예사」가 수록되어 있다(이 중 시 4편은 ‘사형수’라는 제목의 책으로 1995년 번역 출간된 바 있다[오세곤 옮김, 솔 출판사]). 여러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은 자기 자신을 제물로 내건 희생 제의로서 예술을 대했던 주네의 비장한 태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로 통한다. 희생 제의로서의 예술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는 프랑스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잘 알려진 장 주네의 첫 책, 첫 시집이었다. 이름 모를 아버지와 매춘부였던 어머니 아래 태어나 버려지고 잦은 도벽과 동성애로 수차례 감옥을 드나들었던 주네는 자신의 성향과 체험을 글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가였는데, 그 시작은 시였다. 그는 1942년 4월 감옥에서 사형수 모리스 필로르주에게 바치는 첫 시 「사형을 언도받은 자」를 쓰고, 그해 9월 약 100부의 시집을 자비 출판한다. 이어 희곡과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이듬해 2월 「사형을 언도받은 자」를 읽고 감명받은 장 콕토를 만나 이후 작가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간 주네의 시는 그의 명성에 비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 주네의 굴곡진 삶과 희곡과 소설을 연구한 자료는 상당하지만 그의 시를 살핀 평론은 적다. 주네의 뒤에는 그를 지지하는 여러 작가들이 있었는데, 그중 주네가 잠시 절필하게 만들었던 방대한 평론 『성자 주네, 배우 그리고 순교자』를 쓴 장폴 사르트르는 이 평론에서 주네의 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사르트르는 주네가 직접 구술한 일화를 다각도로 추적하면서 이 범죄자가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 그 최초의 동기를 풀어내고자 하였는데, 사연은 이렇다. 미결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감방에 주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을 때, 누군가 거기서 제 누이동생에게 보내는 감상적이고 엉망인 시를 써서 자랑을 하고 있었고, 어설픈 그의 시를 동료들은 칭송했다. 주네는 그만 짜증이 났다. 얼마 안 가, 주네가 자신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후 두 사람은 경쟁이라도 하듯 시를 써서 감옥에서 낭송했고, 이렇게 해서 남겨진 작품이 바로 「사형을 언도받은 자」였다는 것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 책을 옮기며 시 번역에 처음 도전한 번역가이자 평론가 조재룡은 「사형을 언도받은 자」를 비롯해 주네 작품 세계의 출발이 된 이 책의 시들이 주네의 소설, 산문, 희곡과 적극적으로 통한다고 지적한다. 즉 주네의 시와 소설과 산문과 희곡은 “크고 작은 변형을 서로 허용하고 적극적으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텍스트성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작품 도처에서 목격되는 감옥에서의 생활과 동성애 체험을 기본으로, 그 대상과 모티브와 상징이 겹치고, 나아가 예술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한곳을 향한다. 그곳은‘죽음’이다. 동성애자였던 주네의 시는 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집필 당시 감옥에서 남성 도형수, 사형수들과 24시간을 함께했던 주네에게 죽음은 당면한 과제였고, 에로티시즘이란 “죽음을 유보하고 정지시킬 유일한 가능성”(조재룡)이었다. 에로티시즘의 시간이 죽음의 시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여기서 새삼 확인하는 것으로 주네의 독특하고 야릇한 시 세계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폭발하듯 정지하는 시간을 발명해야 한다고 여겼던 필요성만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육신의 현재와 이에 따른 부수적인 시간에 그 어떤 새로움도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면(왜냐하면 감옥의 죄수이기에), 육신의 미래라는 말, 그 말은 주네에게 얼마나 매혹적이었을까? 없는 곳에 도달해서라도, 없는 자신이 되기를 갈망해서라도, 없는 타자가 현존할 상상의 세계 속에서라도, 또 다른 현재의 순간을 지금-여기에서 펼쳐내기 위해, 그에게 허용되었던 유일한 길이 바로 정사(情事)이자 정사(情死)였을 것이다. (중략) “그것”은 성애의 궁극적 도달점이자, 오로지 질퍽하고 원색적인 성행위를 통해서만 움켜쥐어야 “광휘 속에서 시간마저 상장(喪章)으로 뒤덮”게 할 수 있는 힘, 다시 말해, 죽음을 유보하고 정지시킬 유일한 가능성인 것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더없이 충족되고 있는 저 갤리선 위의 이 시간은 오로지 성애를 통해 체현될 시간일 뿐이며, 현실의 시간을 끊어내는 순간, 관능이 폭발하듯 완성을 넘보는 바로 그 찰나이자, 차라리 사정의 짧은 몇 초의 순간이라면, 그 순간이야말로 주네에게는 죽음을 정지시키는 순간일 것이다. 주네에게 에로티시즘은 죽음을 현실에서 대면하게 해주지만, 오로지 현실적인 죽음(예컨대, 처형)을 유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연의 장치로 표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에로티시즘의 순간과 순간을 덧대어 죽음을 유보할 수 있을까? 폭발하며 흩어지고, 이내 꺼져버릴 불꽃을, 사랑의 의지로, 정사의 힘으로, 정념의 발산으로 지속시키면서 연장해나갈 수 있을까? 그의 시가, 무언가에 매달린 듯 대롱거리며 현실에서 제 가치를 모색해내는 일에서 정점을 찍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순간의 긴장을 웅장한 언어로 분출하듯 쏘아 올려, 저 망망대해를 저어 나갈 이정표로 하나를 내려놓고, 허공에 그린 무늬의 흔적처럼 승화시키는 데 성공적으로 합류하기 때문은 아닐까? -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러나 죽음은 제자리를 지킨다. 유보할 수 있을지언정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주네는 에로티시즘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듯 예술로서 받아들인다. 죽음을, 자기 자신을 제물로 내건 예술. 주네는 우회하는 법을 모르는 작가였다. 피로 흥건하게 젖은 네 하늘을 훔쳐야 하리 훔쳐야 하리 저 풀밭, 저 울타리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죽음들로 저 눈부신 죽음들로, 그의 죽음을, 그의 청춘의 하늘을 준비할 수 있게 단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내야 하리……. - 시 「사형수」 중에서 죽음 - 내가 너에게 말하는 죽음 - 은 네가 추락하여 뒤따라갈 그것이 아니라, 외줄 위의 네 등장에 앞서 나타나는 그것이다. 네가 죽는 것은 사다리를 타고 외줄로 올라가기 직전이다. 춤을 출 인간은 죽게 될 것이다 - 아름다움을 모조리 실행하기로 결심하고, 그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을 때. 네가 등장하면 창백함 - 아니다, 나는 공포가 아니라, 그 반대, 그러니까 그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을 어떤 대담함에 대해 말하려 한다 - 어떤 창백함이 너를 뒤덮어버릴 것이다. 네 분장과 네 스팽글들에도 불구하고, 너는 새파랗게 질릴 것이고, 네 영혼은 납빛이 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너의 정확성이 완벽을 기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 무엇도 더 이상 너를 바닥에 묶어놓지 않은 그런 상태에서 너는 떨어지지 않고 춤출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외줄 위로 등장하기 전에 죽을 수 있게, 그리고 시체 하나가 외줄 위에서 춤을 추게 신경 써야 한다. - 산문 「외줄타기 곡예사」 중에서 주네는 세상에 드리워진 죽음의 모습을 아는 작가였다. 그는 이 죽음을 애써 피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작품 도처에서 죽음을 논하며, 세상에 편재하는
오, 머나먼 저편 견디기 힘든 저 도형장의 감미로움이여!
오, 아름다운 탈옥의 하늘이여, 저 바다여, 종려나무들이여,
맑게 비치는 저 아침들이여, 미쳐 날뛰는 저녁들이여, 평온한 밤들이여,
오, 바짝 깎아 올린 머리칼과 저 사탄의 피부들이여.
— 「사형을 언도받은 자」 중에서(본문 17쪽)
소금 나무가 제 푸르른 잔가지를 하늘로 내뻗고 있다.
피로 올리는 저녁 예배에 나의 고독이 입술을 바삐 놀리며
금빛 거품의 아리아 하나를 노래하고 있다.
사랑의 아이 하나 장밋빛 속옷을 입고
내 침대에서 황홀한 포즈를 취하려 애쓰고 있었다.
별 하나 제 이빨에 문 창백한 어느 마르세유의 비렁뱅이는
나와 나눈 사랑의 격투에서 패자가 되었다.
내 손은 아편이 적재된 비탄의 짐짝과
별들 총총한 저 깊은 숲을 남몰래 빼돌렸다,
그대 두 눈의 그림자에서 그대 두 손 그대의 주머니를,
침묵이 어둠의 보물 하나 앗아갈 바로 이 독수리의 둥지
명성 가득한 문을 되찾기 위해 나의 손은
온갖 길을 헤매고 다녔다. 나의 웃음은
우뚝 선 바람을 거스르다 깨져버렸다.
내게 방금 허용된 감옥의 공기를 맛보며
낱말도 문자도 없이 쓰인 시 한 편의 유충에게
환멸로 제공된 저 서글픈 잇몸이여.
— 「갤리선」 중에서(본문 61쪽)
풀이 무성한 황야를 지나, 풀어헤친 네
허리띠 아래 목구멍은 말라붙고 팔다리는
녹초가 되어 우리는, 그것의 근처에 도달한다.
그것의 광휘 속에서 시간마저 상장(喪章)으로 뒤덮여
그 아래에서 태양과, 달과, 별들이,
그대의 두 눈이, 그대의 울음이 필경 빛을 발할 것이다.
시간도 그의 발밑에서는 어두워지리라.
그곳에서는 오로지 기묘한 보라색 꽃들이
이 울퉁불퉁한 구근으로부터 피어날 뿐이다.
우리의 가슴에다가 우리의 두 손을 모아놓고
우리의 이빨 위에는 주먹을 가져다 놓자꾸나.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가엾은 손가락 사이로
이 물이 흐르는 걸 볼까봐 나는 두렵다. 나는 감히 너를 삼킬 수도 없다.
나의 입은 여전히 허무한 기둥 하나를 빚고 있다.
그것이 가볍게 가을의 안개 속으로 내려온다.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듯, 나는 사랑 안에 도착한다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눈먼 채, 붙들어놓은 나의 오열이
나 자신 안에 너의 존재를 공기로 부풀어 오르게 하면
그곳에서 너의 존재는 육중해지고, 영원을 얻으리. 나는 너를 사랑한다.
— 「쉬케의 어부」 중에서(본문 104~105쪽)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시
사형을 언도받은 자
장송행진곡
갤리선
파라드
사랑의 노래
쉬케의 어부
찾아낸 시편(詩片)
산문
외줄타기 곡예사
원문
Le Condamn? ? mort et autre po?mes suivi de Le Funambule
옮긴이의 글
장 주네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