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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467964 / 190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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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문학ㆍ역사ㆍ철학에 두루 능통한 작가 나림 이병주가, 인간중심주의에 맥락을 둔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잠복한 저열한 인간적 속성을 이끌어낸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중ㆍ단편 소설, 《망명의 늪》, 《철학적 살인》, 《매화나무의 인과》는 그 한 편 한 편으로도 문학적 가치가 빼어난 작품이지만, 세 작품이 여러모로 지닌 유사성으로 인해 세 편을 묶어 공통의 시각으로 탐독할 때 그 흥미로움이 배가된다. 소설적 이야기의 극적인 구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 강한 전개는 작가 이병주의 ... 문학ㆍ역사ㆍ철학에 두루 능통한 작가 나림 이병주가, 인간중심주의에 맥락을 둔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잠복한 저열한 인간적 속성을 이끌어낸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중ㆍ단편 소설, 《망명의 늪》, 《철학적 살인》, 《매화나무의 인과》는 그 한 편 한 편으로도 문학적 가치가 빼어난 작품이지만, 세 작품이 여러모로 지닌 유사성으로 인해 세 편을 묶어 공통의 시각으로 탐독할 때 그 흥미로움이 배가된다. 소설적 이야기의 극적인 구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 강한 전개는 작가 이병주의 오래고도 익숙한 특징에 해당하는데, ≪망명의 늪≫에 실린 세 이야기는 여기에 추리소설적 전개가 가미되어 책장을 넘기는 막간마저 사뭇 흥미진진하다. | 출판사 리뷰 | 이병주 소설과 문학의 대중성 이야기만 재미있다고 해서 좋은 소설인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소설이 독자의 구미를 북돋우기 어려우며, 작가와 독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나 감응력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앞선 시대의 작가인 이병주에게서 이 고색창연한 미덕을 요연하고 풍성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면서도 소중한 일이다. 이병주의 소설은 이성적 논의가 날카롭게 빛나고 철학적 토론을 유발할 만한 주제를 부각시키는 여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종착점은 언제나 감성적이며 인본주의적인 지향에 닿아 있다. 따라서 그가 이끌어내는 우리 모두의 비루하고 저열한 인간적 속성이, 때로는 제삼자의 그것처럼 멀게 느껴지다가도 글을 읽는 도중 문득 마치 가까운 이의 모습처럼 다가오는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밤이 있은 뒤 지옥이란 관념이 나의 뇌리를 스치든지 지옥이란 말을 듣든지 하면, 황량한 겨울 풍경을 바탕으로 하고 요염하게 꽃을 만발한 한 그루 매화나무가 눈앞에 떠오르곤, 광녀 머리칼처럼 흐트러진 수근(樹根)의 가닥가닥이 썩어가는 시체를 휘어감고, 그 부식 과정에서 분비되는 액체를 탐람하게 빨아올리는 식물이란 생명의 비적(秘蹟)이 일폭의 투시화가 되어 그 매화나무의 환상에 겹쳐지는 것이다.” - 《매화나무의 인과》 중에서 p.161 내면 지향적 삶 의식과 룸펜, 《망명의 늪》 비루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 ‘나’와, 심지어는 주인공이 존경하지만 더욱 더 비루하기 짝이 없는 ‘하인립’의 행적을 그저 한심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어떤 지점에서 1970년대와 2010년대가 소통하는 접점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을 2015년의 누군가가 지금 한다고 해서 과연 그 말이 어색하고 무의미할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짓밟지 않는 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걸 알았어요. 자기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무수한 지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 뭣하겠습니까. 나는 히피처럼 살아가렵니다.” - 《망명의 늪》 중에서 p.68 통상적 인식의 초월과 귀환, 《철학적 살인》 이병주는 그의 다른 소설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輓詞)》에서 온전한 테러는 산 사람을 죽이는 ‘살생’이 아니라 이미 정신이 죽은 자를 죽이는 ‘살사(殺死)’라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철학적 살인》에 등장하는 ‘살인’은 이에 잇대어 설명될 수 있는 개념이다. 이 짧지만 강렬한 단편 《철학적 살인》의 배경 역시 1970년대 중반의 경제 성장 시대로, 작품이 기대고 있는 인간상은, 내면의 자아는 궁핍의 기억에 묶여 있는데, 삶의 외형은 도회적 부유와 해외 소통으로 확장되어 그 둘의 불협화가 발생하는 그 언저리에 존재한다. 살인에 철학을 덧붙이고 있는, 읽기에 편치 않은 이 어색하고 불편한 이야기가 마침내 수긍될 수밖에 없도록 꾸며나가는 작가 이병주의 소설적 설득력과 대중친화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인과응보와 비극적 운명론, 《매화나무의 인과》 이야기의 시작은 “지옥이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라는 전혀 뜬금없는 화두로부터 열린다. 작가의 현학 취미를 과시하듯 박람강기한 ‘지옥론’이 한동안 계속된 다음, 이야기는 ‘성 참봉집 매화나무’로 넘어가는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 표상하는 바와 같이 무슨 설화를 바탕에 둔 듯한, 숨겨진 사연을 암시하는 형국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액자소설 형식의 경계를 넘어 또 시대의 구분을 넘어, 비장(秘藏)의 과거사를 찾아가는 소설적 기술 또한 추리소설적 대중성과 그 담화의 재미에 일익을 더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발표된 《망명의 늪》이나 《철학적 살인》보다 10년 전인 1966년의 작품인 이 이야기는 전근대적 계급 사회의 구조와 변화하는 현대적 동시대 사회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통해, 행세하는 한 집안의 수장이 순간의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저지른 살인과 그로 인한 집안의 궤멸을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그렸다. 작가 이병주는 이 모골 송연한 담화를 이끌어가면서 겉보기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풀어두고 마무리에 이르러서야 실상을 드러내는 이야기 전개의 완급 조절 기량으로, 독자의 따라 읽기 호흡을 아주 능란하게 알아차리며 리드하고 있다.
P.17 : 줄잡아 6백만의 사람을 수면 속으로 봉쇄해버린 서울의 거대한 밤은 그것이 안은 다양한 꿈으로 해서 소화 불량을 일으켜 괴물의 어느 한 부분이 경련을 일으켜도 마땅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파열을 일으켜 피와 고름이 홍수처럼 흘러내려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처럼 공중전화 박스 속에 있는 내 자신이 서울의 장부(臟腑)에 이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질 분자가 아닌가. 만일 내게 저주의 의사와 악의의 발동이 있다면 서울의 장부에 급성 맹장염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겐 저주할 의사도 악의를 발동시킬 생각도 없다.
설혹 호화스런 육체의 향연이 저 어두운 창 너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짐작을 했어도 내겐 질투할 정열조차 없다.
P.129-130 : 민태기는 그 편지를 볼 때마다 씁쓸한 웃음을 띠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감에 따라 그는 자기가 한 행동이 철학적 살인이기는커녕, 경솔하고 허망한 질투가 저지른 비이성적인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광식을 죽인 것을 결코 뉘우치진 않았다. 사람은 이성에 따르기보다 감정에 따르는 게 훨씬 더 정직하고 인간적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꾸게도 되었다.
그런데 민태기는 그 편지의 주인, 한인정(韓仁貞)이란 여성이 고광식의 아내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 여인에게로 쏠리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동시에 불의의 사고로 꼭 한 번 고광식에게 짓밟힌 김향숙의 육체는 혐오하면서도 오랜 시일 고광식의 육체와 섞여 있던 한인정을 용납할 수 있을 것이란 심리적 전개로 해서 스스로 놀라는 마음으로 사랑에 있어서 육체란 그다지 중대한 문제가 아니란 발견을 하기도 했다.
P.145-146 : 어느 해의 봄이다. 매화꽃은 세사와 구구한 억측에 초연한 듯 그 해는 더욱 아름답고 황홀하고 요염했다. 그러한 어느 날의 오후 성 참봉은 곤히 잠들고, 참봉 대신 돌쇠가 매화나무를 지키고 있었다. 참봉과 돌쇠가 번갈아 매화나무를 지키게 된 것은 점괘마다 그 나무를 없애야 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부인이 참봉더러 한 때부터였다.
그날도 아침부터 술에 취한 돌쇠가 마루에 걸터앉아 매화꽃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다. 삐걱거리는 대문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창숙이가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창숙이란 성참봉의 막내딸이다. 이웃 도시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봄방학이 돼서 귀가한 것이다.
창숙이의 모습을 보자 돌쇠의 가슴은 울렁거렸다. 엊그저께까지 젖 냄새가 나는 아이로만 보았는데 어느 사이에 성숙한 처녀, 그것도 예쁘기 그지없는 처녀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목차
1. 망명의 늪
2. 철학적 살인
3. 매화나무의 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