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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467773 / 116쪽 190 x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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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병주, 제도와 인간의 관계를 질문하다 얼마 전 국민을 아연실색게 하는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이 일어났다. 법은 노회찬이 고발한 범죄보다 불법 도청한 자료를 공개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에게 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그가 실명까지 거론하며 고발한 사람들은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거나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 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케 하는 사건이다. 사회 제도, 그중에서도 사법 제도는 엄격한 잣대로써 인간의 직접 행동을 규제하고 규범화한다. 이는 그만큼 사법 제도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에서 보듯이 때론 제도는 비합리적인 면모를 비릿하게 드러내며 온 국민의 관심을 유발한다. 이병주 역시 법과 삶, 제도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예낭 풍물지'는 한국 전쟁, 4·19혁명 등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지낸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방 후 좌익 세력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익이랄 것도 없는 이력을 지닌 주인공의 아버지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했다. 4·19혁명 직후 주인공은 유골 찾기 운동 참여를 권유받아 아버지의 유골이라도 거둬 수습하겠다는 마음으로 조직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정치적 색을 띠었고 주인공은 그에 대항하다 결국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조직의 정치적 이용을 막으려 되레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폐병에 걸려 더는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단하에 5년 만에 출옥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고향 예낭, 특히 상실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굴 도원동(桃源洞)의 만물을 면밀히 살핀다. 이 중편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자가 비평하는 제도의 비합리성이다. 이병주는 화자의 입을 빌려“‘법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는 말은 잠꼬대지만 ‘죽음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은 진리다.”라고 말한다. 이병주는 국민을 권력자와 비권력자로 양분하며,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인 법 제도가 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대개는 권력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진술한다. 권력과 비권력, 민족과 반민족, 좌익과 우익 등 세상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개념에 속하길 거부하던 이병주는 그러나 세상은 여지없이 둘로 나뉘고 현실은 권력자를 위한다며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그가 주목한 제도와 인간의 관계는 이렇듯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었다. 사법 제도의 한계, 해답은 인간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병주는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다. 그는 휘몰아치는 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을 묘사했다. '예낭 풍물지'에서는 상실해버린 인간이 끌어안을 수 있는 만물을 그리며 풍물지라는 형식을 빌렸다.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와 사법 제도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야윌 대로 야위어버린 사내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마을 사람들 사이를 방황한다. 사내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부닥치며 비로소 희망 그 저변의 것을 찾는다. 사실 사법 제도와 같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에 직면하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사법 제도가 만들어내는 틈을 메울 수 있는 건 관계의 정의가 어려운 추상적 개념, 인간이 지닌 도의 등이다. 이병주가 소설 속에서 그린 인간과 사회는 우리의 어제이며 오늘이다. 법 제도, 권력에서 소외당해 비애감을 짙게 드리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오늘날 소시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결국 해답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추상적으로는 인간은 법 제도로 메우지 못할 무엇을 갖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제도를 만드는 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통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직시하며, 오늘과 다를 미래를 꿈꾸며 변해야 할 것이다.
Translator's Preface
The Wind and Landscape of Yen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