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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네무 집

시리즈 : 글누림 비서구문학전집 [12]

마타요시 에이키 저 | 곽형덕 역 | 글누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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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3272719 / 264쪽 / 343g /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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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오키나와문학 대표작가 현대 오키나와 역사 속에서 아시아적 상상력을 펼치는 소설가 마타요시 에이키又吉?喜 작품집 출간 일본어로 쓴 아시아문학 -반경 2km에 응축된 세계 1. 오키나와 문학으로서의 마타요시의 소설과 아시아적 상상력 이 작품집은 마타요시 작가의 초기 대표작을 모은 것이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발표되고 35년이 넘어 한국어로 번역됐지만, 한국 사회의 ‘지금 여기’를 형성해온 두 ‘전쟁’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일제말의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해방’ 후의 베트남전쟁이 그것이다. 전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오키나와문학 대표작가 현대 오키나와 역사 속에서 아시아적 상상력을 펼치는 소설가 마타요시 에이키又吉?喜 작품집 출간 일본어로 쓴 아시아문학 -반경 2km에 응축된 세계 1. 오키나와 문학으로서의 마타요시의 소설과 아시아적 상상력 이 작품집은 마타요시 작가의 초기 대표작을 모은 것이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발표되고 35년이 넘어 한국어로 번역됐지만, 한국 사회의 ‘지금 여기’를 형성해온 두 ‘전쟁’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일제말의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해방’ 후의 베트남전쟁이 그것이다. 전자는 일제말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군부와 ‘종군위안부’)에 대한 직접적인 방식이고, 후자는 베트남전쟁 당시 후방 기지 역할을 했던 오키나와의 상황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순으로 정리하면 마지막 작품이 맨 처음에 와야 할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긴네무 집?은 오키나와 문학 안에서도 희귀한 일제말 (전후 직후도 포함) 오키나와인의 ‘조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작가는 이 문제를 전전과 전후의 연속선에서 보면서, 오키나와인의 ‘가해자성’마저도 다룬다. 이 ‘피해’와 ‘가해’의 복잡성에 대한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는 나머지 작품 두 편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잡성은 젠더, 민족 간/인종 간 차별, 징병된 병사들의 피해자성 등으로 구체화돼 나타나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피해자를 가해자의 위치로 이동시키거나, 그 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 작가 인터뷰 - 소설가로서의 원풍경 제 문학은 반경 2km의 세계를 통해 아시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제 문학세계는 제가 태어나 자란 집(오키나와 나하시[那覇市] 우라소에[浦添])으로부터 반경 2km내에 응축돼 있습니다. 저는 우라소에성, 즉 유도레(ユ?ドレ, 류큐왕국의 왕릉, 정식 명칭은 현재 ‘요도레’이다) 부근에서 전후 직후에 피난민들이 이룬 텐트 집락(集落)에서 태어났습니다. 1947년 7월이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새지 않는 튼튼한 텐트였던 모양인데, 그 안은 마치 목욕탕처럼 더워서 갓난아기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고 합니다. 그걸 생각하면 미군에게 오키나와인들의 삶이 짓밟힌 것 같으면서도, 위대한 선조의 보호를 받은 것 같은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이 텐트촌에서 펼쳐진 오키나와 연극이나 민요 대회는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무대 설치를 돕기도 했습니다. 이 텐트 집락에 대해서는 ?텐트취락기담(テント集落奇談)?(?文?界? 2009. 2)에 썼습니다. 제 작품의 무대가 된 배경을 간단히 정리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오키나와는 1952년 대일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조약)으로 미국의 시정권 하에 놓이며 이때부터 급속하게 기지건설이 시작됩니다. 이때, 일본 본토 건설업체가 대거 오키나와로 넘어왔습니다. 제 집 근처에는 캠프 킨저(Camp Kinser)라고 하는 동양 최대 보급기지가 있습니다(약도 아래 부분). 작은 연필부터 큰 미사일까지 무엇이든 전장으로 보급하는 기지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방 하나를 미군의 허니(honey)에게 또 하나는 군고용원(군작업)에게 빌려줬습니다. 당시에 아파트는 거의 없었습니다. 젊은 미군 병사가 주에 한두 번 허니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PX에서 종이봉투 가득 오렌지나 프라이드치킨, 파이 등 진귀한 음식을 가져와, 제게도 나눠줬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위 약도 상의 ‘미국인하우스’ 근처에는 카미지(거북이바위)라고 하는 커다란 바위 암석이 지금도 있습니다. 이곳은 제가 어릴 적 수영을 하고 놀던 곳으로 이 원풍경을 배경으로 ?터너의 귀(タ?ナ?の耳)?와 ?금망의 구멍(金網の穴)?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1966년에 베트남전쟁의 광기가 미군 병사들을 덮쳤습니다. 그 때 전신주에 매달려서 기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미군 병사나, 대낮에 만취해서 길바닥에서 누워 자는 미군 병사들을 자주 봤습니다. 저는 이러한 풍경의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자라 여행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오키나와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서 작가가 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오키나와의 역사가 응축된 공간인 우라소에에서 계속해서 살았기 때문에 작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가 태어나 자란 오키나와가 전후 놓여 진 상황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 ‘원풍경’과 관련된 글쓰기를 ‘반경 2km’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와 ?긴네무 집?에 대해 약도를 보시면 ‘A사인바’가 보이실 겁니다. 이곳 주변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입니다(물론, ?창문에 검은 벌레가?도 이 주변을 배경으로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집 근처에서 미군 병사와 오키나와 여성의 러브신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오키나와 여성을 사이에 놓고 오키나와 청년과 미군 병사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도 흔했습니다. 저는 미군 병사 대부분은 본래부터 범죄자나 광폭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청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군 병사들은 전쟁이 가까워오면 안색이 험악해 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고 울부짖고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에 미군들이 오키나와에서는 민가에서 판자나 봉을 가지고 나와서 길바닥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일상다반사였습니다. 백인 병사와 흑인 병사가 패싸움을 하거나 오키나와 청년들과 미군이 싸우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미군 병사 개인의 시점으로 본 베트남 전쟁과 오키나와를 상대화해서 그렸습니다. 전전에서부터 계속 오키나와 문학에 흐르고 있던 ‘피해자 의식’을 전복시켰다고 하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피해자 의식’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는 전후만이 아니라 전전을 대상으로도 했습니다. 바로 ?긴네무 집?이 그 작품입니다. ?긴네무 집?은 약도에서 보면 긴네무 숲 부근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태어나 자란 우라소에의 지리적 환경과 관련이 깊습니다. 우라소에는 류큐왕국 발양지이며, 류큐왕국의 시작을 알린 에이소(英祖)와 마지막 왕 쇼네이(ショウネイ)왕이 잠들어 있습니다. 이곳은 제가 1950년대 초반에 뛰어놀던 장소였습니다. 이 유도레는 종유동굴이며 오키나와전 격전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참호를 탐험하고, 철모, 약협(藥莢), 불발탄, 인골(人骨) 등을 발견했습니다. 근처 학교의 수업 시간에는 ‘유골수집 시간’도 있어서, 학생들은 봉투를 손에 들고 이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유도레 절벽 아래로 긴네무 나무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또한, 시청 서쪽 언덕은 예부터 유령이 출몰한다고 들었습니다. 언덕 곁 오목한 땅에 긴네무에 둘러싸인 이상한 느낌의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이 집에는 유령이 나온다고 믿어서 저도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우라소에에는 미국인, 필리핀인, 대만인, 남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살았습니다. 실제로 조선인이 이 집에서 살았는지 그것은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자란 우라소에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접목시킨 것이 이 소설입니다. 세계 최첨단의 컬처(미국문화)와 소박한 농촌이 뒤섞인 세상이었기에, 외국인(이인)에 대한 상상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 작품 또한 앞서 말씀드린 오키나와인의 ‘피해자 의식’이라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믿는 오키나와인들이 집단적인 ‘망상’(조선인이 우치난추 여자를 강간했다는)을 만들어 ‘조선인’을 자살로 몰

저자 소개

 又吉栄喜
오키나와 우라소에시(浦添市) 출신으로 류큐대학 법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우라소에 시립도서관에 재직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다 퇴직 후에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1978년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로 제48회 규슈예술제문학상을, 1980년 󰡔긴네무 집󰡕으로 제4회 스바루문학상을, 1996년에는 󰡔돼지의 보답󰡕으로 제114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으며, 14권의 작품집을 냈고, 현재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문제, 베트남 전쟁에서의 오키나와의 역할, 일제말 오키나와에서의 소수민족(조선인 등) 탄압 등을 그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키나와를 피해자만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선 문학적 시도를 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지역(지방)적 특색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세계문학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작품이 연극화 영화화 됐고, 2000년대 이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어 등으로 주요 작품들이 번역됐다.
한국에도 깊은 관심이 있어 수차례 방문해 경주와 부여 등을 답사했다.


역자 소개

수리산에 에워싸인 군포시 대야미동(뒷뱅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컬럼비아대학대학원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연구과(EALAC)에서 석사 학위를 와세다대학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연구과에서 연구교수로 있다. 재일조선인문학, 오키나와문학, 만주국 시기의 문학 등을 통해 일본문학을 바라보고 그 시대적 함의를 현재적 맥락에서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메도루마 슌 문학과 미국-미군에 대한 ‘대항폭력’을 중심으로」, 「마타요시 에이키 문학에 나타난 “타자”와의 교섭 과정-“오키나와인 주체의 자세”를 묻다」, 「일제 말 이은직과 김달수의 일본어 창작과 동인지 활동에 관해서」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아쿠타가와의 중국기행󰡕(2016), 󰡔긴네무 집󰡕(마타요시 에이키 저, 2014),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일본 현대문학󰡕(다카하시 토시오 저, 2014), 󰡔장편시집 니이가타󰡕(김시종 저, 2014), 󰡔김사량, 작품과 연구󰡕(총 5권, 2008~2016)가 있다.

머리말

한국어판 작가의 말

원풍경―작가의 말을 대신해서

소년 무렵, 나는 집에서 반경 2km 안에는 류큐왕국(琉球王国)이 발양한 구스크(성), 전쟁 당시의 방공호, 오키나와 유수의 투우장, 광대한 산호초 바다, 동양에서 제일 큰 미군기지, A사인(미군영업허가) 바 거리에서 매일 뛰어놀았다. 내 원풍경을 형성한 것들이다.
성스러운 구스크 광장에는 종전 후, 미군이 몇 백 개의 텐트 막사를 만들어서, 각지에서 피난 온 오키나와 사람들을 수용했다. 내가 태어난 곳도 이 텐트 집락에서다.
격전지 구수크나 진지 참호 주변에는 긴네무가 밀생해 있었다.
미군이 파괴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비행기로 엄청난 양의 긴네무 씨앗을 뿌렸다(그것이 사실인지 어떤지는 확인해 본 적은 없으나)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
긴네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불에 탄 검붉은 바위에도 무너져 가는 절벽에도 굳게 자라났다.
긴네무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 섬세한 잎은 부드럽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오키나와인들의 파란만장하고 악전고투에 가득 찬 삶을 암시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네무에 뒤덮인 지붕에 외국인이 살고 있다고 하는 소문이 (내가 소년이었을 때) 퍼졌다. 국적, 성별, 연령 등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이, 우리들은 각자의 설을 세웠다.
내가 살던 작은 집락에는 (오키나와의 다른 지역도 거의 비슷하지만) 류큐왕국 시대에 중국, 조선, 일본, 동남아시아로부터 전해져온 풍습, 문화, 언어 등이 침투해 있었다.
전전에는 거의 외국인을 볼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전후에 태어난 내 주변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외국인 한 명 한 명이 커다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나는 그들에게 강한 흥미나 불가사의함과 공포감 또한 느꼈다.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는 황혼 무렵에 내가 봤던 한 풍경이 소설의 핵심이 됐다. 전주에 달라붙어서 울고 있던 마음이 약해 보이는 작은 체구의 미군 병사가 거구의 미군 병사들에게 몹시 난폭하게 끌려가고 있었다. 미군기지 게이트로 사라져 가는 조지(마음대로 붙인 이름이지만)를 보면서 근처 오키나와 청년들은 ‘전쟁이 무서운 모양이야’, ‘원래 미군 병사는 겁쟁이가 아닌가. 무기가 없으면 우리들 앞에도 나오지 못 할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며 일상에서 느끼던 열등감을 떨쳐냈다.
1955년, 우리 마을 여자가 미군 병사와 결혼해서 도미했다. 하지만, 좀처럼 좁히기 힘든 ‘낙차’로 인해 그녀는 몸도 마음도 지쳐,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그녀는 반년도 되지 않아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 무렵, 오키나와와 미국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달랐다. 오키나와에서는 맨발, 미국에서는 자가용차라고 하는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커다란 낙차가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인 대국 미국에서 오키나와로 보내진 조지는 어떻게 됐을까. 그것을 이 책에 실린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원풍경에 응축된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것을 짊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감성이나 심리 및 힘을 알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류큐왕국 시대 이후 ‘외국’이 깊이 스며들어 있는 발 언저리의 원풍경을 나는 정면으로부터 맞붙어 소박하고 힘 있게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고로 「창문에 검은 벌레가」는 일상적으로 뛰어놀던 A사인 바 거리를 무대로, 미국의 남북전쟁 등의 역사를 상상하며 (남북전쟁이 직접 이 소설이나 오키나와의 역사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아니지만), 또한 남자와 여자의 생태를 상상해 가며 썼다.
이러한 원풍경을 응시하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탓인지, 취재와 자료를 우선시 하는 글쓰기는 해오지 않았다.
소년 무렵 강하게 마음에 새겨진 체험이나 풍경을 사색하고, 그것을 새롭게 (소년 무렵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인물에게 자극을 받았듯이) 상상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혼돈스러운 원풍경을 정리해서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혼돈스러움을 억지로 결론짓는 행위는 정치의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혼돈 가운데서 무언가 즉각 형상화해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현대에는 정치나 정황을 비틀어 꺾을 수 있는 소설이 희구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 원풍경은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춰 몽환과도 같은 것이 됐다. 긴네무 숲 속의 집 또한 지금은 그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다. 상상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것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도 군인의 철모를 자료관에 가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방공호 안에서 찾아낸 철모와는 그 이미지가 환기하는 힘이 (내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원풍경 안의 사람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존재가 돼, 내 마음속에도 내 소설 가운데서도 계속 살아가고 있다.

2013년 여름, 김재용 교수와 곽형덕 씨가 오키나와에 와서 󰡔긴네무 집󰡕의 한국어판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번에 김재용 교수로부터 AALA 아시아문학위원회 학술포럼(10월 8일 제주도)에도 초청을 받았다. 곽형덕 씨로부터는 번역을 시작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다대한 수고를 끼쳤다. 두 사람에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 따름이다.
오키나와라고 하는 작은 섬의, 또한 ‘나’라고 하는 개인의 원풍경을 쓴 소설이 세계 유수의 언어로 번역 출판된다고 하는 영광에 감사한다.

2014년 9월
마타요시 에이키(又吉栄喜)<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원풍경 -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
창가에 검은 벌레가
긴네무 집
작가 인터뷰
일본어로 쓴 아시아문학 - 반경 2km에 응축된 세계
옮긴이 주석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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