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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020257 / 336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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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소리 (행복에너지) [9]
반디앤루니스 리뷰
혼魂이 소리가 되어!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두 여인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모녀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한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 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根底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고 201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얼마나 올바른 교육자의 위상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 혼신을 다한 소설 『소리』의 집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자료 수집 차 소설의 배경인 ‘보성’ 일대를 수십 차례 방문하여 소설을 완성했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소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저자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은 많지만 읽을거리가 없다고 탄식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대하소설의 참맛에 대해 잘 있고 있다면,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책 소개 혼魂이 소리가 되어!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두 여인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모녀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 책 소개 혼魂이 소리가 되어!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두 여인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모녀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한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 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根底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고 201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얼마나 올바른 교육자의 위상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 혼신을 다한 소설 『소리』의 집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자료 수집 차 소설의 배경인 ‘보성’ 일대를 수십 차례 방문하여 소설을 완성했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소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저자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은 많지만 읽을거리가 없다고 탄식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대하소설의 참맛에 대해 잘 있고 있다면,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한반도, 한민족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恨의 정서 흔히들 한민족의 정서는 한恨의 정서라 일컫는다. 지정학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어쩌면 ‘삶이 한스럽다’라는 말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성대국이 되었지만 불과 수십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는 ‘남의 땅’이었다. 현 세대는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가지만 그 시대를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견디어 온 선조들이 있기에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 그 누구라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지만 우리 여인네에게 지워진 멍에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온갖 핍박과 고난은 물론 사랑하는 임을 곁에 두지 못해 늘 괴로워해야 했던 여인들. ‘아리랑’이 우리 대표 ‘소리’인 까닭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 그 가혹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모녀가 있다. 임을 향한 애정과 헌신 하나로 모든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여인.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몸부림쳤던 여인. 그녀가 이루지 못한 열망을 고스란히 가슴에 안고 소리꾼으로서의 여정을 떠난 딸. 대하소설 『소리』(제2부 - 혼이 소리가 되어)는 주인공 ‘성요’와 그녀의 딸 ‘민순’의 일생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관통하는 한의 맺힘과 풂, 일제 치하에서 신음했던 우리 민족의 고달픈 삶과 애환, 수백 년 지속되어 온 갈등과 그 화해의 웅장한 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억지로 시집을 보내려는 작은아버지와 할머니를 피해 집을 나온 민순은 소리를 배우고자 학동아범을 찾아간다. 하지만 처녀공출이라는 마수에 걸려 다시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학동의 동생 현심의 집으로 피신하기로 하고 득창과 민순은 길을 떠난다. 천신만고 끝에 둘은 현심의 집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 역시 민순은 오래 있지 못할 처지가 된다. 평소 민순을 눈여겨보았던 이양할머니가 민순을 받아들여 그녀는 글 공부도 하고 소리 책도 구하며 안정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평소 민순을 좋아했던 홍기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동네 사람들의 악담에 못 이겨 떠나게 된다. 그렇게 다시 학동아범에게 돌아온 민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한’을 일깨우다 책의 제목이 ‘소리’인 만큼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남도의 ‘소리’가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그 시절 세시풍속을 짐작케 할 만한 장면들이 사투리에 섞여 구수하게 펼쳐지고 구성진 가락이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주인공 성요와 민순의 삶을 중심으로 한 시대적 배경은 당시를 잘 모르는 현 세대들에게 가치 있는 사료이자 민족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자료이다.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빼앗겼더라도 임을 향한 일편단심과 소리에 대한 열망 하나로 묵묵히 버티는 모녀의 모습은 흡사 일제 치하에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정진했던 우리 강인한 선조들의 삶과 다름이 아니다. 하층민으로서 핍박을 받아야만 했던 소리꾼의 길을 자청한 이들이 신분제적 차별이 가져다주는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유기적으로 얽혀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노력과 좌절, 열망과 탐욕의 인간사는 책 『소리』가 이미 한 편의 웅장한 드라마로서 그 가치가 충분함을 입증하고 있다. 결말이 아름답든 비참하든 그 누구의 삶이라도 다들 제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없이 힘겨웠기에 작은 기쁨 하나에도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현대인은 알지 못한다. 설사 한 줌의 희열도 느끼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하여도 ‘가치와 그에 따르는 열망’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면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삶이 더욱 그렇다.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었지만 성요와 민순의 ‘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가 그들의 아들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서문 먼저 『소리』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4권을 어려움 없이 출간하여 독자들 손에 쥐어주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제1부에서는 남도에 짙게 깔려져 내려오는 한의 정서와 소리문화를 한 여인을 통해 조명해보았다. 독자들은 한결같이 한의 정서와 남도의 소리문화를 실감나게 맛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여기 제2부 「혼이 소리가 되어」에서는 대를 이어 엄마가 이루지 못한 명창의 꿈을 혼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그녀는 스스로 신분제적 한계를 뛰어넘어 소리꾼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일제식민통치 제3기(1932∼1945)에 해당하는 때라서 그리 쉽지 않았다. 당시 일제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켜 조선을 전쟁물자 보급창으로 여기고 병참기지화 정책을 펴나갔다. 거기에다 조선을 아예 일본으로 만들려는 ‘민족문화말살정책’을 수행해 나갔던 것이다. 그들의 혹독한 탄압은 결국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꿈을 펴보기도 전에 처녀공출(위안부)의 마수에 걸려 피신 길에 오르고, 민족적인 문화 활동을 금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비참하다시피 살아가는 고회를 맛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이 징용으로 끌려가며 한 많은 삶은 계속된다. 그러나 일념불생 소리를 혼으로 간직한 그녀는 결국 명창의 꿈을 이뤄내고야 마는 삶의 의지도 보여준다. 그러기까지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 소설에서는 다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첫째 일제의 민족문화
먼저 『소리』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4권을 어려움 없이 출간하여 독자들 손에 쥐어주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제1부에서는 남도에 짙게 깔려져 내려오는 한의 정서와 소리문화를 한 여인을 통해 조명해보았다. 독자들은 한결같이 한의 정서와 남도의 소리문화를 실감나게 맛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여기 제2부 「혼이 소리가 되어」에서는 대를 이어 엄마가 이루지 못한 명창의 꿈을 혼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그녀는 스스로 신분제적 한계를 뛰어넘어 소리꾼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일제식민통치 제3기(1932∼1945)에 해당하는 때라서 그리 쉽지 않았다.
당시 일제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켜 조선을 전쟁물자 보급창으로 여기고 병참기지화 정책을 펴나갔다. 거기에다 조선을 아예 일본으로 만들려는 ‘민족문화말살정책’을 수행해 나갔던 것이다. 그들의 혹독한 탄압은 결국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꿈을 펴보기도 전에 처녀공출(위안부)의 마수에 걸려 피신 길에 오르고, 민족적인 문화 활동을 금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비참하다시피 살아가는 고회를 맛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이 징용으로 끌려가며 한 많은 삶은 계속된다. 그러나 일념불생 소리를 혼으로 간직한 그녀는 결국 명창의 꿈을 이뤄내고야 마는 삶의 의지도 보여준다. 그러기까지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 소설에서는 다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첫째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 과정에서 힘없는 민초들의 처절한 고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일제는 우리 땅을 무력으로 차지한 후 식민지화, 가혹한 수탈뿐만 아니라 민족자체를 지구상에서 소멸시키려 들었다. 그 과정에서 힘없는 소리꾼들이 겪은 고충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일제의 만행 앞에 그들의 삶을 진솔하게 들려주려 힘썼다.
둘째로 문화 창달은 각고의 고통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한 선지자들도 있었음도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낸 위대한 스승이요 민족국악인이었으며 현대 판소리를 대표하는 보성소리를 일궈낸 송계 정응민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본 소설을 출판해준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이사님과 제1부를 읽고 큰 호응을 주신 많은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는 바이다.
학동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끄덕하고는 품고 있던 의심을 쏟아내었다.
“무슨 일로 여길 찾아왔능가?”
미간을 좁히는 얼굴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함께 묻어나고 있었다.
“엄니가 이루지 못한 명창이 되고 싶어 왔구만이라우.”
민순은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은 말을 천연덕스럽게 꺼내들었다. 그녀는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학동은 화들짝 놀라 서릿발 같은 눈빛을 뿌려대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불의에 따귀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온 얼굴이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것은 지난날의 쓰라린 고통이 여울물처럼 소용돌이치며 머릿속을 헤집기 때문이었다.
“멋이라고? 명창이 되고 싶어 나왔다 그 말잉가?”
학동은 눈초리를 비틀어가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처구니가 없는지 혀를 쩍쩍 차며 양미간을 찡그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순은 민망스러워 일시에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말이나 되는 짓잉가? 남자가 집을 나왔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할 짓인디 하물며 어린 여자 몸으로 그런 짓을 헌단 말이여? 우리 집으로 온 줄 알면 가만히 있겄능가? 당장 요절이라도 낼라고 달려들겄제.”
30쪽
“걸음을 멈춰라!”
헌병은 목청껏 외쳐대었다.
“멈추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계속해서 서릿발 같은 악다구니를 짖어대었다. 이때 득창은 민순의 손목을 낚아채어 길옆 비탈진 언덕을 구르듯 뛰어내렸다. 급한 낭떠러지라서 하마터면 웅덩이로 빠질 뻔했으면서도 겁에 질린 그들은 벌떡 일어나 좁다란 논두렁길로 내달렸다. 종일 비가 내린 탓에 논두렁은 질컥거리고 미끄러울 뿐 아니라 풀잎이 빗물에 젖어 칙칙 감기느라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논에는 물이 가득 괴어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물을 첨벙거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줄줄 미끄러져 넘어지다가도 재빨리 일어나 다시 달렸다. 뒤를 돌아다 볼 겨를도 없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쫓아오던 그들은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개처럼 길가에서 호각만 불어대었다. 이어 냇둑을 돌아 반대편으로 올 요량으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냇둑으로 페달을 밟고 있었다. 논길을 벗어난 곳은 냇둑이었다. 곧은길이어서 자전거를 타기에 그만이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득창은 다시 민순의 팔목을 붙잡고 냇물로 뛰어들었다.
112~113쪽
“그건 그렇고 소리공부를 하는 데 쓰는 소리책을 살 수 있능가요?”
“멋이요? 소리착이라고 했소?”
“예.”
“옛날에는 기계로 찍어갖고 많았는디 지금은 별로 없제. 누가 달란 사람도 없응께.”
“살 수는 있능가요?”
“나는 그런 것은 잘 몰라. 어디서 파는 지도 모른당께.”
“혹시 가지고 계신 것 좀 팔 수 있을까요?”
이양댁이 가벼운 웃음을 지어가며 물었다.
“나는 소리를 하면서도 책은 보지 않았어. 책을 읽는 눈이 봉사라서 목청은 좋았어도 유명한 명창은 못 되었당께. 그래도 어디 뒤져보면 나오겄제. 집에 가져다 놓았응께.”
“한번 찾아보실 수 없능가요? 돈으로 드릴께라우.”
“아니어. 있음사 그냥 줘야제. 소리를 하고 싶다는디 그것도 못 도와줘야 쓰겄능가. 과부가 과부 심정 알아주는 것이고, 홀아비가 홀아비 속을 아는 것 아닝가부네.”
노인은 굽은 몸을 비척거리며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어놓고 새까맣게 때가 묻은 궤짝들을 열어젖히며 정체불명의 책들을 꺼내들었다. 궤짝 속에는 많은 책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노인은 거의 한 보따리나 되는 책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왔다. 노인은 평상에 책을 펼쳐놓고서 비슷한 책끼리 골라주었다.
“모두 이것 뿐잉께 원한 책이 있능가 찾아봐.”
필요하다면 다 줄 듯이 너그러움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 민순은 책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157~158쪽
학동은 나직한 음성으로 절곡히 타이르듯 도리머리를 지어가며 말했다. 그것은 사람으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영감님 저한테 집으로 들어가라고 하지 않으면 뭣이든지 다 할께라우.”
민순은 애원하는 눈초리로 슬며시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 눈가에 서글프면서도 애절한 감회가 젖어드는 것 같았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가며 입술이 파래지기도 했다. 학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의 단호한 용단에 질린 학동은 눈을 내리감으며 입을 뗐다.
“명창이 그리 쉽게 되능가? 뼈를 깎는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명창이 된다고 헌들 권번기생으로 사는 것이 고작일터인디. 집을 나온 마당에 어떻게 견딜 것잉가?”
“저는요, 명창이 되어 엄마의 한을 풀어드릴 것이랑께요. 엄마는 아빠를 찾아오기 위해 명창이 되려다 할머니 반대로 죽었다고라우. 그래서 그것을 알려주고 싶어 명창이 되어왔다고요. 버린 딸이 명창이 되었아고라우.”
그녀는 싸늘한 눈길로 바라보며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사지로 내몰려 죽어가면서도 기어코 살아오고야 말겠다는 사람처럼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영감은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323쪽
목차
제2부
혼(魂)이 소리가 되어
책을 펴내며 … 05
추천사 … 07
1. 혼을 안고 집을 나오다 … 15
2. 처녀공출 마수(魔手)에 걸리다 … 49
3. 한 많은 도피 길 … 101
4. 혼담의 고개를 넘다 … 133
5. 야학당에서 글을 깨우치다 … 148
6. 영장 없는 징용 … 197
7. 꿈에 그린 소리책 … 233
8. 폭행의 위기에서 살아나다 … 264
9. 자정골로 되돌아오다 … 300
출간후기 … 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