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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4 (완결)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시리즈 : 소리 (행복에너지) [9]

정상래 저 | 행복에너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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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020202 / 344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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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책 소개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책 소개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한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 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根底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고 201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얼마나 올바른 교육자의 위상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 혼신을 다한 소설 『소리』의 집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자료 수집 차 소설의 배경인 ‘보성’ 일대를 수십 차례 방문하여 소설을 완성했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소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저자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은 많지만 읽을거리가 없다고 탄식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대하소설의 참맛에 대해 잘 있고 있다면,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한반도, 한민족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恨의 정서 흔히들 한민족의 정서는 한恨의 정서라 일컫는다. 지정학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어쩌면 ‘삶이 한스럽다’라는 말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성대국이 되었지만 불과 수십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는 ‘남의 땅’이었다. 현 세대는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가지만 그 시대를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견디어 온 선조들이 있기에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 그 누구라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지만 우리 여인네에게 지워진 멍에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온갖 핍박과 고난은 물론 사랑하는 임을 곁에 두지 못해 늘 괴로워해야 했던 여인들. ‘아리랑’이 우리 대표 ‘소리’인 까닭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 그 가혹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여인이 있다. 임을 향한 애정과 헌신 하나로 모든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여인.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몸부림쳤던 여인. 대하소설 『소리』(제1부 - 혼이 한을 부르다)는 주인공 ‘성요’의 일생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관통하는 한의 맺힘과 풂, 수백 년 지속되어 온 갈등과 그 화해의 웅장한 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4권의 줄거리] 명창의 꿈을 허공으로 날린 성요는 정신적 이상을 보이면서도 소리골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를 지켜본 시어머니는 소리 선생을 쫓아낼 흉계를 꾸민다. 문중과 결탁하여 천한 소리꾼이 양반집 며느리를 넘봤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워 덕석몰이를 감행한다. 소리 선생은 비탄에 빠지게 되고 소리골을 떠나게 된다. 이를 지켜본 성요는 심리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질환자가 되어 집을 나간다. 보성역으로 간 그녀는 동냥 구걸을 하며 지낸다. 그러면서도 기차가 올 때마다 대합실에 나타나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이 오지 않을 땐 쑥대머리를 불러대며 비탄에 잠긴다. 마을 사람에 발각되어 집으로 끌려온 그녀는 곧바로 방에 갇히게 된다. 방문에는 빗장이 걸쳐지고 문고리에는 철사 줄로 동여매어진다. 한편 친정부모는 백일 축수는 물론이요 이름난 의원을 찾아 약을 지어 보내는 등 온갖 정성을 쏟는다. 하지만 그녀의 병세는 깊어만 가는데…….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한’을 일깨우다 책의 제목이 ‘소리’인 만큼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남도의 ‘소리’가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그 시절 세시풍속을 짐작케 할 만한 장면들이 사투리에 섞여 구수하게 펼쳐지고 구성진 가락이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주인공 성요를 중심으로 한 시대적 배경은 당시를 잘 모르는 현 세대들에게 가치 있는 사료이자 민족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자료이다.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빼앗겼더라도 임을 향한 일편단심 하나로 묵묵히 버티는 성요의 모습은 흡사 일제 치하에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정진했던 우리 강인한 선조들의 삶과 다름이 아니다. 또한 유기적으로 얽혀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노력과 좌절, 열망과 탐욕의 인간사는 책 『소리』가 이미 한 편의 웅장한 드라마로서 그 가치가 충분함을 입증하고 있다. 결말이 아름답든 비참하든 그 누구의 삶이라도 다들 제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없이 힘겨웠기에 작은 기쁨 하나에도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우리 선조들의 시대를 현대인은 알지 못한다. 설사 한 줌의 희열도 느끼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하여도 ‘가치와 그에 따르는 열망’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면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삶이 더욱 그렇다.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었지만 성요의 ‘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가 그들의 아들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서문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버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재간을 머릿속에 담고 나온 사람은 없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고 했다. 혹자는 문학은 집념의 결정체요, 도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집념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한 편의 소설쯤은 엮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이 한 구절의 의미를 곱새기면서 땀을 흘리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가슴속 열망을 현실로 바꿔주기에 이르렀다. 글을 향한 열망을 갖게 된 까닭은 고향에

저자 소개

1950년 보성 출생
광주교육대학교 졸업
인천교육대학교 편입,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2012학년도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교육연구 우수공로표창 10회
국민교육발전 공로표창 3회
우수교육활동 공로표창 27회
교단수기 최우수상 3회
홍조근정훈장


저서 《소리 시리즈》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버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재간을 머릿속에 담고 나온 사람은 없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고 했다. 혹자는 문학은 집념의 결정체요, 도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집념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한 편의 소설쯤은 엮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이 한 구절의 의미를 곱새기면서 땀을 흘리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가슴속 열망을 현실로 바꿔주기에 이르렀다. 
글을 향한 열망을 갖게 된 까닭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고향은 나에게 꿈을 키워주었던 과거였고, 정다움과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크나큰 무형의 자산이 되어 주었다. 내 고향은 유독 선지자들의 지혜가 전통문화를 빚어낸 곳이었기에 그 정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선지자들의 혼이 오늘날 한국 음악의 중심지로 일궈놓았기에 나에게 충동적인 열망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문중간의 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한(恨)에서부터 출발한다. 조상이 물려준 한의 유훈은 후손들에게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되고 문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해주지만 반면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방적 사고로 접근했던 두 집안사람들의 일탈된 행동에 의해 맺어진 혼인이 한 여인의 가슴에 첩첩한 한을 심어주는 꼴이 되고 만다. 여인은 서려오는 한을 달래기 위해 소리와 접하게 되고 또 찾아가게 된다. 한을 달래는 데 소리만큼 좋은 소재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장의 저변에 소리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탄한 일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소리는 신분제적 차별성을 안고 있다. 여인은 여기서 중대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또 다른 한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소리꾼들은 소리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여인도 그들처럼 혼을 얻기 위해 몸부림쳐보지만 신분제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좌절을 겪게 된다. 결국 여인이 한의 희생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제2부에서는 여인의 딸이 엄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혼을 찾아간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으로 인해 숱한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품었던 혼을 잠시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나서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 혼을 꺼내들고 대 명창을 만나게 된다. 삼대에 가서 결국 명창의 꿈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글을 쓰는 동안 낱말 하나하나에서부터 문장 한 구절까지 심히 두렵고 불안하여 갈등과 번민에 시달렸다. 아마추어적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 사실이어서 독자들의 양해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필자의 글로 인해서 독자들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작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동안 많은 정보와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보성문화원과 보성소리전수위원회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흔쾌히 출판을 맡아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이사님과 김정웅 과장, 최새롬 디자이너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2013년 10월 13일
정상래

 

책 속에서

성요는 만사가 귀찮아 흥미를 잃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웃사람들과 만나는 것조차도 회피하려 들었다.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먼 산만 바라보다가 할 일도 없이 마당이며 부엌을 왔다 갔다 실없는 짓을 해대었다.
예전 같았으면 빠지지 않고 앞장섰던 것인데 지난 삼짇날 봄맞이 화전놀이에 가지 않았다. 그녀가 화전놀이에 나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스럽게도 그녀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아낙들은 빨래터에서도 볼 수 없다고 고개를 비틀어대었다. 새벽길에 흥타령을 부르며 산길을 오르내리더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마을로 퍼져나갔다.
때문에 말도 아닌 말이 입에 오르내렸다. 맛이 간 여자…… 상사병이 난 여자…… 소리꾼한테 붙은 여자라고 수런수런거리는 소리가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못된 시어머니 때문이라고 욕을 하며 수군덕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어찌하든 간에 그녀의 예기치 못한 거동을 눈여겨 본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모아가고 있음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18~19쪽

 

학동도 내심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물이 끓으면 돼지 죽는다고 두 문중 싸움 틈바구니에 낀 꼴이었음을 알았다. 이제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비겁하고 야비하게 자신을 집안싸움에 끌어들여 본때를 가하려는 음모가 너무 야속했다.
오래 끌 일이 아님을 알아차린 허성과 문장 어른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고추장을 발라놓은 사람처럼 얼굴이 벌게지면서 눈초리에 살기가 돌았다.
“우리 아버지 아무 죄 없당께라! 소리를 같이 해 준 것뿐이지라우, 하늘을 두고 맹세를 해도 잘못이 없당께요.”
득창은 벌떡 일어나 허성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눈물로 다시 애원하기 시작했다.
“마님! 진짜로 우리 아버지 잘못 없당께라우. 한번만 봐 주시면 안 된가요. 마님!”
허성이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나 득창은 다리를 놓지 않았다. 아랫도리가 벗겨질 정도였다. 허성이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그래도 득창은 꼼짝하지 않고 매달렸다. 이때 노복 기삼이 달려들었다. 그를 붙들어 잡아 말리고 나섰다. 득창은 다시 허성 다리를
붙들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노복 진기가 소리쳤다.
“워마! 이 천한 놈의 새끼가 감히 누군를 붙잡는당가?”
하며 멱을 거머쥐었다. 그래도 득창은 멈추지 않았다.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
“왜 이래요? 멋을 잘못했다고 이러냔 말이요? 우리 아부지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단 말이요.”
101~102쪽

 

“그러믄 오늘 밤이 소리골에서 마지막이싱가요?”
진쇠가 고개를 저으며 서글프게 물었다.
“일러치면 그런 꼴이 되어부렀제. 그래서 오라고 부른 것이라네.”
학동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허허롭게 말했다.
“집도 절도 없으심서 어디로 가실라고 허싱거요?”
춘풍이가 애타는 심정으로 물었다. 학동은 거푸 한숨만을 토해내다가 잠시 깊은 시름에 잠겨들었다.
“어디로 간들 등 붙일 곳이야 없겄능가? 허나 보성은 떠나지 않을 작정이네.”
소리꾼의 기상은 오간 데 없이 가녀린 목청으로 울적한 심회를 토로했다. 힘 빠진 목소리가 측은하기 짝이 없이 날아들었다.
“명창도 아닌 또랑광대가 사람대접 받것능가. 옛날 광산에서 보성으로 내려왔을 때 잠시 머물렀던 집이 지금까지 쓰러지지 않고 있다네. 기어들고 기어나는 집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겄능가? 외딴집이라서 소리꾼 광대 집으로는 그만한 곳도 없는 곳이라네. 거기는 유달리 새가 많은 곳이라서 강산국창께서 늘 찾아가 새타령을 허셨담서. 어떻게 보면 대명창을 따른 길이어서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않겄능가?”
애절한 눈빛을 흘리며 말하는 입이 애달파보였다.
134쪽

 

대합실 뒤켠 으슥한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아녀자가 눈에 띄었다. 형수는 어김없이 기차와 약속을 잘 지킨 셈이었다. 기차를 기다린 마음에도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고 했다. 상행선에는 관심도 없다가도 하행선 시간에는 반드시 대합실로 온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거기에도 무슨 곡절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늦은 밤에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한양에서 내려오는 열차는 하행선이었다. 그는 이제 알 것만 같았다. 형수가 기다리는 사람은 학동이 아니라 형님이었다.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소리를 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머리는 쑥대머리처럼 풀어헤쳐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돼지비계 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검은 묵덩이가 되어 있었다. 숯검정을 뒤집어씌워놓은 듯 때가 낀 옷을 입었다. 치마폭엔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맨발이었다. 초여름인데도 겹저고리를 포개 입고 있었다. 마치 석탄으로 죽을 쒀서 온몸에 버무려놓은 사람 같았다.
174쪽

 

…… 유월 열 나흗날 오후였다. 그날도 진수 어미가 오후 내내 약을 달인 뒤 어스레한 석양빛이 스며들 무렵에 민순이를 엄마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녀의 손에는 달인 약사발이 들려져 있었다. 어제부터 광기가 잦아들어 조금은 안심을 하고 있던 터라 민순이한테 맡겼던 것
이다. 그럴 때는 민순이 혼자서 약을 먹여드리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기도 해서 안심하고 있었다. 원래 딸을 방으로 들여보내놓고는 밖에서 문고리를 동여매었지만 그날만은 게을리 하고 말았다. 진수엄마는 그 순간 남새밭에 상추 잎을 뜯으러 가고 죽산댁은 밭고랑에
익어가는 동부콩을 뽑고 있었다.
민순이가 약사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성요는 발가벗은 채 방바닥을 두드리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린 것은 약보다 우선 옷부터 입혀드리고 싶었다. 어린 것은 엄마를 살살 달래가며 속옷에서 치마 그리고 저고리까지 입혀드렸다. 옷을 입은 엄마는 벌떡 일어나 방 안에서 마치 장구장단에 맞추듯 당실당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민순은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엄마의 다리를 붙들어 잡고 애원하며 매달렸다.
“엄니. 약드셔야지라우.”
그러나 엄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방안을 빙빙 돌아가며 살풀이춤을 추어대었다. 민순은 있는 힘을 다해 엄마에게 매달리며 울먹였다. 그러나 성요는 인정도 없이 뿌리치고 방문을 열고 나가고 말았다. 곧장 뒤따라 마루로 나가 또다시 붙들어 잡았지만 두 팔로 밀치며 맨발로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으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라 어린 것은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고 말았다. 엉겁결에 넋이 빠져버린 어린 것은 허둥지둥 대문바깥으로 달려 나왔지만 엄마는 고샅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다가 또다시 엄마를 잃어버리겠다는 생각에 겁에 짓질려들기 시작했다. 민순은 울며불며 남새밭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할머니! 엄니가…….”
얼굴빛이 새파래진 채 입술이 떨려 말을 못하는 어린 손녀를 본 죽산댁은 기절초풍을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저 멀리서 상추 이파리를 따고 있던 진수 엄마가 보고 달려왔다.
“뭐라고 했냐? 엄니가 어쨌다고?”
“엄니가 밖으로 나가셨당께요.”
“머시라고? 밖으로 나갔어?”
“예.”
254~255쪽

 

목차

목차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책을 펴내며 … 05
추천사 … 08
28. 덕석몰이의 비곡 … 15
29. 소리꾼의 탄식 … 128
30. 남편을 기다리는 애달픈 충정 … 139
31. 친정어머니 가슴에 한을 묻다 … 182
32. 의원의 처방 … 213
33. 황천 객귀 … 242
출간후기 …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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