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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3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시리즈 : 소리 (행복에너지) [9]

정상래 저 | 행복에너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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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020196 / 344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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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책 소개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 책 소개 한恨이 혼魂을 부르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와 『태백산맥』의 맥을 잇는 21세기 대한민국 문학계에 우뚝 솟은 ‘경지’! 지난 20세기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급격한 몰락과 발전을 동시에 겪은 시기였다. 책 『소리』(1부)는 그 시절, 운명이 던진 혹독한 시련 앞에서 한을 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담긴 비극의 의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을 한눈에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으로 사실성과 신뢰성을 높였으며, 맛깔 나는 전라도 사투리와 ‘남도의 소리’,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순우리말이 주는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불과 수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성에게 혹독한 삶을 강요했던 시대 상황 하에서, 우리 여인네가 한恨의 정서를 어떠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는지 지켜보는 데 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이자 연인이었던, 가혹한 비극의 역사를 견디게 한 근저根底가 되어준 그들의 삶에 경의와 찬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고 201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얼마나 올바른 교육자의 위상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 혼신을 다한 소설 『소리』의 집필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틈틈이 원고를 쓰고 자료 수집 차 소설의 배경인 ‘보성’ 일대를 수십 차례 방문하여 소설을 완성했다. 총 8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소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저자의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은 많지만 읽을거리가 없다고 탄식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부터 근대 한국사까지 펼쳐진 우리 한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대하소설의 참맛에 대해 잘 있고 있다면,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소설은 독자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생을 관통하는 화두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한반도, 한민족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恨의 정서 흔히들 한민족의 정서는 한恨의 정서라 일컫는다. 지정학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어쩌면 ‘삶이 한스럽다’라는 말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성대국이 되었지만 불과 수십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는 ‘남의 땅’이었다. 현 세대는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가지만 그 시대를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견디어 온 선조들이 있기에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시 그 누구라도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지만 우리 여인네에게 지워진 멍에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온갖 핍박과 고난은 물론 사랑하는 임을 곁에 두지 못해 늘 괴로워해야 했던 여인들. ‘아리랑’이 우리 대표 ‘소리’인 까닭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 그 가혹한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여인이 있다. 임을 향한 애정과 헌신 하나로 모든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여인.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고자 몸부림쳤던 여인. 대하소설 『소리』(제1부 - 혼이 한을 부르다)는 주인공 ‘성요’의 일생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관통하는 한의 맺힘과 풂, 수백 년 지속되어 온 갈등과 그 화해의 웅장한 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3권의 줄거리] 소리를 접한 성요는 그 흥취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양반의 딸로서 그리고 한 가문의 며느리로서 신분상의 한계를 부딪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없어 갈등을 겪는다. 남편의 배신에 의한 골이 깊어가면서 삶에 대한 애착마저 시들해진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시아버지 정렬 어른은 신분을 벗어던지고 소리꾼 선생을 찾아가 며느리에게 소리를 가르쳐줄 것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반대한 시어머니가 남편과 대립각을 세운다. 그러나 소리의 매력에 흠뻑 젖은 성요는 급기야 명창이 되고자 마음먹는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 앞에서 멋들어진 소리 한마당을 해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백일수련(독공)을 떠나려고 마음먹은 그녀는 친정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친정에서는 물질적 도움을 주면서도 소리꾼이 되는 것만은 만류하고 나선다. 그러나 성요는 꿈을 접지 못하고 백일수련을 떠나다가 시어머니 술수에 넘어가 돈까지 빼앗긴 채 명창의 꿈을 허공으로 날리게 된다. 이후 파고만 거세지면서 한 많은 시집살이가 이어진다. 시부모의 갈등도 극으로 치닫게 되어 시아버지가 중풍으로 드러눕는다. 시아버지의 병환은 그녀를 벼랑으로 내몰게 된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그녀는 정신적 불안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친정에서는 가련한 딸을 살리기 위해 한양으로 사람을 보낸다. 사위를 찾아 어려운 딸의 사정을 전해주려 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한’을 일깨우다 책의 제목이 ‘소리’인 만큼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남도의 ‘소리’가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그 시절 세시풍속을 짐작케 할 만한 장면들이 사투리에 섞여 구수하게 펼쳐지고 구성진 가락이 독자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주인공 성요를 중심으로 한 시대적 배경은 당시를 잘 모르는 현 세대들에게 가치 있는 사료이자 민족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자료이다. 송두리째 자신의 삶을 빼앗겼더라도 임을 향한 일편단심 하나로 묵묵히 버티는 성요의 모습은 흡사 일제 치하에서 조국을 되찾기 위해 정진했던 우리 강인한 선조들의 삶과 다름이 아니다. 또한 유기적으로 얽혀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노력과 좌절, 열망과 탐욕의 인간사는 책 『소리』가 이미 한 편의 웅장한 드라마로서 그 가치가 충분함을 입증하고 있다. 결말이 아름답든 비참하든 그 누구의 삶이라도 다들 제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없이 힘겨웠기에 작은 기쁨에 하루하루가 아름다웠던 시절을 현대인은 알지 못한다. 설사 한 줌의 희열도 느끼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하여도 ‘가치와 그에 따르는 열망’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면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의 삶이 더욱 그렇다.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었지만 성요의 ‘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가 그들의 아들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서문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버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재간을 머릿속에 담고 나온 사람은 없다.

저자 소개

1950년 보성 출생
광주교육대학교 졸업
인천교육대학교 편입, 졸업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2012학년도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교육연구 우수공로표창 10회
국민교육발전 공로표창 3회
우수교육활동 공로표창 27회
교단수기 최우수상 3회
홍조근정훈장


저서 《소리 시리즈》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글로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살아온 기록을 글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자를 창조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도 한 편의 소설을 써보는 것이 필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평생 교직생활을 영위해오면서 책과 한세상을 더불어 지냈기에 더 지절했는지 모른다. 동화책에서부터 교과서 그리고 각종 문학 서적들을 비롯하여 논문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유난히 소설을 좋아했다. 한 권의 책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읽은 책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독서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어쩌다 원고지를 꺼내들고 필을 잡을 때도 있었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저술활동이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고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소설가만의 전유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작가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열망을 쉬이 버릴 수는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재간을 머릿속에 담고 나온 사람은 없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고 했다. 혹자는 문학은 집념의 결정체요, 도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집념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한 편의 소설쯤은 엮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는 이 한 구절의 의미를 곱새기면서 땀을 흘리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가슴속 열망을 현실로 바꿔주기에 이르렀다. 
글을 향한 열망을 갖게 된 까닭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고향은 나에게 꿈을 키워주었던 과거였고, 정다움과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크나큰 무형의 자산이 되어 주었다. 내 고향은 유독 선지자들의 지혜가 전통문화를 빚어낸 곳이었기에 그 정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선지자들의 혼이 오늘날 한국 음악의 중심지로 일궈놓았기에 나에게 충동적인 열망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문중간의 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한(恨)에서부터 출발한다. 조상이 물려준 한의 유훈은 후손들에게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되고 문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해주지만 반면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방적 사고로 접근했던 두 집안사람들의 일탈된 행동에 의해 맺어진 혼인이 한 여인의 가슴에 첩첩한 한을 심어주는 꼴이 되고 만다. 여인은 서려오는 한을 달래기 위해 소리와 접하게 되고 또 찾아가게 된다. 한을 달래는 데 소리만큼 좋은 소재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장의 저변에 소리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탄한 일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소리는 신분제적 차별성을 안고 있다. 여인은 여기서 중대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또 다른 한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소리꾼들은 소리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여인도 그들처럼 혼을 얻기 위해 몸부림쳐보지만 신분제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좌절을 겪게 된다. 결국 여인이 한의 희생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제2부에서는 여인의 딸이 엄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혼을 찾아간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으로 인해 숱한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품었던 혼을 잠시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나서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 혼을 꺼내들고 대 명창을 만나게 된다. 삼대에 가서 결국 명창의 꿈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글을 쓰는 동안 낱말 하나하나에서부터 문장 한 구절까지 심히 두렵고 불안하여 갈등과 번민에 시달렸다. 아마추어적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 사실이어서 독자들의 양해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필자의 글로 인해서 독자들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작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동안 많은 정보와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보성문화원과 보성소리전수위원회에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흔쾌히 출판을 맡아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이사님과 김정웅 과장, 최새롬 디자이너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2013년 10월 13일
정상래

 

 

책 속에서

“그날 아침이었어요. 뒷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돌아가 봤더니…….”
성요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깊게 팬 눈언저리에 진액의 눈물을 훔쳐가며 딸꾹질을 하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뒷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냐?”
성요는 막힌 먹장가슴을 서너 번 탁탁 두드렸다. 이내 킹킹 생기침을 두어 번 하고나서 설워진 목청으로 울먹인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아침부터…….”
“어서 말해보랑께. 무슨 일이 있었느냥께.”
“아침부터 뒷방에서 그 여자가 남편을 부둥켜안고 속닥거리고 있드랑께요.”
“멋이라고? …… 붙들고 있었어?”
“예. 아버님.”
성요는 고개를 숙인 채 곧은 숨을 몰아쉬며 훌쩍이고 말았다. 정렬어른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매운 콧등에 쌍 주름을 그어가며 이맛살을 끌어당겼다. 달빛에도 그 표정이 아련하게 보였다. 가느스름한 두 눈 속에는 근심의 망울조차 서려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 담뱃대에 불을 댕겼다. 달무리를 향해 눈길을 흘리고는 연신 담배연기만 뿜어내었다. 말을 꺼내기가 몹시 궁상스러운 눈치였다. 이어 담뱃대를 댓돌에 탁탁거리며 재를 털고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천통곡을 하듯 가냘픈 소리였다.
“왜 그때 나한테 말을 안했었냐? 워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다. 내가 잘못 가르친 탓이제. 어찌 낯을 들고 너를 보겄냐?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내 며느리는 너밖에 없어. 이 시애비만 믿고 기다려보자.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고 했응께. 부모가 눈 뜨고 살아있는디 지가 연락이사 끊겄냐. 아직 마음대로 되질 않았는가 보제. 곧 소식이 올 것잉께 그때까지만 속 끼리지 말고 참고 지내보도록 허자. 알았지야?”
시아버지는 말부터 눈빛까지 모두 애원조였다. 계속해서 마음속에 숨겨둔 비탄을 씁쓸한 한숨에 섞어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21~22쪽

 

“소리골을 지나칠 때마다 저기서 소리를 들어왔다고 허드랑께.”
그제야 학동은 어렴풋이 기억에 떠올랐다. 지난봄부터 뒷동산자락에 올라 늘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생각났다. 청승맞게도 손장단을 쳐가며 소리를 따라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까닭은 알 수 없지만 말 못할 곡절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던 그 모습이…….
“이제사 본께 생각이 나능구만요. 노루목에서 늘 소리를 허든 사람이 마님이었구만요. 혼자서 따라서 허는 것을 볼 땐 애처롭게 보였지라. 소리가 그렇게 좋으신가요?”
성요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렬 어른이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래서 데려왔제. 싫음사 뭣 할라고 데리고 왔겄능가. 솔직히 말해서 소리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네.”
“마님이 소리를 배운다고라우?”
“그렇다니까.”
일순간 학동이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불만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흐트러진 귀밑머리를 쓱쓱 긁다가 짐짓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마님께서 소리를 하시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요. 저희 집에 오시는 것조차도 흉허물이 될 것인디 하물며 소리를 배우시다니요. 뒷감당을 어찌 할 것이라요.”
“이 사람아 내가 자네한테 거짓말을 허겄능가? 뒷일은 우리 집안일잉께 자네가 거기까지 나설 것은 없고. 뒷일이 두려웠으면 오지도 않았단 말이시.”
48~49쪽

 

대실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되알지게 밀어붙일 기세였다. 도톰한 입술로 날을 세워가며 말을 이었다.
“죽는 자식보다 낫지라우. 가문이 뭣이다요. 재물은 또 무슨 소용이 있고. 차라리 내가 죽고 말제. 자식 죽은 꼴을 어떻게 볼 것이요.”
“그건 그렇고 새로운 일이란 뭘 하자는 것잉가요?”
“이제 우리가 직접 딸을 사위 놈에게 데려다 줍시다.”
“…….”
예감에도 없던 말을 불쑥 꺼내 들자 주저주저하며 아내를 향해 불편한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갔다.
“영감! 논을 팔아서라도 우리 딸을 살리장께라.”
“두 번이나 줬어도 도중에 가로채어 작은아들 세간에 보탰는디 또 그 짓을 하자고요?”
“두 번이 어떻고 세 번이면 어떻소. 딸이 소리꾼이 되어가는 마당에 재물 뒀다 뭣할 것이요. 지난 일은 다 잊어불고 용서부터 하잖께요. 그리고 딸만 생각헙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하더니 남편 얼굴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눈빛이 일기 시작했다. 아내의 애절한 청을 물리칠 수 없는 듯 보였다. 이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만 아내의 손을 살갑게 잡고서 마음의 눈빛을 맞추려 들었다. 대실댁도 이심전심 고마운 마음을 곰살가운 미소로 대신했다.
“심부재(心不在)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이요, 청이불문(聽而不聞)이라 했는데 안 사돈이 마치 그런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으니 조심하라니깐요. 섣불리 했다간 우리에게 혹을 떼다가 내 딸에게 붙여놓을 수도 있어요.”
웅숭깊은 부인의 지혜에 탄복하는 눈빛이었다. 깊은 웅덩이에 빠진 자신을 아내가 건져내어 준 것 같았다. 도취적 상태에 빠진 듯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극난의 희열을 맛본 그는 살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내었다.
154~155쪽

 

부인은 막장으로 내달린 막말을 꺼내들었다.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스러운 말이었다. 노기가 잔뜩 서린 정렬 어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인을 사정없이 쏘아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숟가락을 집어 문창살을 향해 휙 던졌다. 치가 떨린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턱을 덜덜 떨고 얼굴이 샛노래지는 것도 같았다. 방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몇 발짝을 딛고 나서 문고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한 듯 보였다. 힘이 쏙 빠진 사람처럼 문고리를 잡지 못하고 바둥바둥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다리조차 휘청거리며 비척비척하였다. 하더니 그만 벌렁 고꾸라지고 말았다.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붙잡을 겨를도 없었다. 마치 네 발이 묶여 지붕에서 떨어지는 짐승처럼 나뒹굴고 버르적버르적거리며 일어나지 못하였다. 성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 같았다. 얼른 달려들어 팔을 붙들고 일으키려 들었다. 하지만 팔에도 힘이 쭉 빠진 상태였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데도 손이며 발이 차가웠다. 얼른 손목을 짚었다. 맥은 뛰고 있었다. 숨길도 별로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눈자위가 풀린 듯 희멀건 눈동자만 보였다. 속으로 겁이 덜컹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던 시어머니께서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차디찬 손을 만지시고는 겁이 덜컹 난 듯싶었다.
“어쩌냐? 맥은 뛰고 있냐?”
“예. 어머니.”
“근디 왜 이렇게 손발이 차다냐?”
“저도 잘 모르겄어라.”
시어머니는 자는 사람 깨우듯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예말이요. 왜 이러요. 정신 좀 차리란 말이요.”
하지만 정렬 어른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푹 삭은 숭어 눈처럼 희멀건 눈빛이었다. 맥 풀린 네 발을 힘없이 떨어뜨린 채 몸이 곤드라진 것 같았다. 오직 의지할 곳이란 시아버지 한 분뿐이었는데. 어둠속에서도 자애로운 등불이 되어 늘 밝게 비춰주시던 분. 설움과 비애를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던 분이 일말의 남김도 없이…….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갈라져 꺼져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대들보가 쾅하고 부러지며 내려앉은 것과도 같았다. 목을 죄어드는 절망감이 억장까지 짓누르기 시작했다. 묘묘한 바다에 갈 곳 없는 돛단배가 세찬 풍파에 떠밀려 어디로 가야할지 허둥댈 것만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망연할 따름이었다. 두려움과, 공포, 절망이 한꺼번에 짓눌러 왔다가 일순간 슬픔으로 바뀌어 가슴부터 젖어들게 했다. 애잔한 눈빛으로 시아버지를 무릎에 누인 채 울부짖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정신 차리세요!”
211~212쪽

 

“가자. 나랑 니 친정으로 가잔 말이다. 만장 가운데서 악을 쓸란다. 기생집 포주놈허고 놀아나더니 소리꾼 놈한테 붙어갖고 보따리를 싸서 내빼다가 붙잡혀왔다고 외쳐주마. 자 어서 일어 나랑께. 빨리!”
실뱀 같은 눈으로 되똑하게 바라보며 위협적인 태도로 윽박지르며 다그쳤다. 걸핏하면 친정을 물고 늘어지는 영악함을 드러내었다. 여자에게 가장 아픈 부분을 콕 찔러대어 옴짝달싹 못하도록 바가지를 씌워놓으려는 수작이었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음으로써 칠거지악을 저질러 소박맞은 여인이라는 불명예는 친정 가도까지 무너뜨리는 행위였다. 시집온 여자들에게 가혹한 올무임에 틀림없었다. 소문만 난다고 해도 말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것인데 사돈이 마을에까지 와서 외쳐댄다면 집안이 망하는 꼴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의기양양하셨다. 냉소적인 비웃음을 섞어가며 도도함을 감추지 않으셨다.
“어머니 왜 이러셔요. 저 그런 사람 아니랑께요.”
“그러면 왜 보따리를 싸가지고 내뺐냐? 내 손녀를 왜 데리고 갔냐?”
“백일 동안만 외갓집에 가 있으라고 했당께요. 민순이도 좋아해서요.”
“내가 다 안다. 느그 친정어머니가 돈 줌서 가라고 했지야? 출가외인이 되었으면 시부모 시킨 대로 하라고 해야제 돈까지 줘감서 쑤석거린단 말이냐. 나 오늘 기어코 니 친정에 가서 따지고 말란다. 소리꾼하고 놀아나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냥 데려가라고 할란다. 우리 아쉬울 것 하나도 없다. 느그 친정아부지 낯에 먹칠만 한 것이제.”
비회를 금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시어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치맛단을 붙들어 잡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호소를 하며 울며 빌었다.
“어머니, 제가 모든 것을 잘못했구만이라.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것이요.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어요? 딱 한 번만 갔다 올게요. 어머니.”
334~335쪽


 

목차

목차
제1부
한이 혼을 부르다
책을 펴내며 … 05
추천사 … 08
19. 소리골을 찾아 … 15
20. 한가위 흡월정 … 60
21. 명창의 꿈과 백일수련 … 91
22. 친정에 도움을 청하다 … 119
23. 친정에서도 만류하?고 나서다 … 129
24. 한 많은 시집살이 … 165
25. 시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다 … 187
26. 친정에서 사위를 찾아 한양으로 떠나다 … 230
27. 명창의 꿈이 일각에 허공으로 날아가다 … 293
출간후기 …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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