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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과학의 차이 서양 과학, 동양 과학, 그리고 한국 과학

김영식, 임종태 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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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3716019 / 296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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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동서양 과학의 비교와 과학의 전파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거장, 김영식의 핵심 연구를 모으다! 지난 수십 년간 내 주된 학문적 관심은 ‘동아시아 전통 속의 과학’이라는 주제에 향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 전통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지적 주도층이었던 유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지식과 태도에 관해 주로 공부하고 연구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히 서양에서의 과학과 동아시아 과학의 상황을 비교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현대 사회의 과학이 서양에서 유래해서 발전해 온 것이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과학사의... 동서양 과학의 비교와 과학의 전파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거장, 김영식의 핵심 연구를 모으다! 지난 수십 년간 내 주된 학문적 관심은 ‘동아시아 전통 속의 과학’이라는 주제에 향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 전통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지적 주도층이었던 유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지식과 태도에 관해 주로 공부하고 연구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히 서양에서의 과학과 동아시아 과학의 상황을 비교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현대 사회의 과학이 서양에서 유래해서 발전해 온 것이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과학사의 표준적인 훌륭한 업적들이 대부분 서양 역사상의 과학에 대한 것들이었기에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의 과학을 비교하는 일은 여러 가지 문제를 빚어 왔다. 가장 널리 퍼지고 심각한 문제는 그 같은 비교의 과정에서 서양의 과학을 동아시아 문화를 포함한 다른 모든 문화의 과학이 본받고 지향해야 할 모범이자 기준으로 가정하는 오류인데, 그 같은 가정은 동아시아의 과학은 물론 서양의 과학에 대한 이해마저 왜곡시켜 왔다. 물론 동아시아와 서양의 과학을 비교함에 있어 그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나타난다. -본문에서 한국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연구와 성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서구와 일본 사회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근대화, 산업화의 압박 때문에 한국 과학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고도 성장한 지 오래이다. 예컨대 한국 사회의 총 연구 개발 투자 비용은 43조 8548억 원(2010년 현재)으로 세계 7위이며, SCI(세계 과학 기술 논문 인용 색인)급 논문의 수는 3만 9843건으로 세계 11위(2010년 현재)이며, 특허 건수는 1993건으로 세계 5위(2010년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현재 새 정부는 과학 기술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창조 경제 구현을 목표로 17조 R&D 예산을 2014년 투입할 구상을 밝히고 있다.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 발족으로 시작된 한국 과학 기술 연구는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의 과학 기술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급팽창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맹목적인 급팽창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연구 부정과 논문 표절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에 대한 성찰이 균형감 있게 이뤄지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김영식 서울 대학교 동양사학과 명예 교수의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는 질풍노도의 급팽창 과정을 거쳐 온 한국 과학 기술, 나아가 세계 과학 기술사 전반에 걸쳐 냉철하게 성찰할 수 있는 대학자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서양 과학과 동양 과학의 차이, 서양 과학의 동양으로의 전파와 그 주변 담론을 역사학이라는 메스로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는 김영식 교수의 글들은 오랫동안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 이래 오랫동안 동아시아 과학 기술 엘리트, 아니 지식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해 온 열패감와 추월에 대한 열망을 해독(解毒)하는 해독제 역할을 해 왔다. 이 책은 민족주의적 열망이나 서구 중심주의적 열패감에 흔들리는 법 없이, 비교사적 방법론으로 서양 과학과 동양 과학의 차이를 엄밀하게 분석해 내고, 서양 과학의 동아시아 전파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발굴해 낸 김영식 교수가 평생 써 온 연구 논문들 중 고갱이들만 묶은 것이다. 서울 대학교 화학 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이론 화학으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영식 교수는 1977년 서울 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과학사 및 과학 철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1984년 서울대에 과학사 및 과학 철학 협동 과정을 정식으로 발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불모지와도 같았던 한국 사회의 과학 기술에 대한 성찰적, 반성적 연구에 새로운 기초를 닦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현재 한국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과학 기술학 연구자들을 배출하고 키울 수 있는 요람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희의 자연관과 당대 중국 철학자들의 자연관을 서양의 자연 과학자들의 그것을 비교사적으로 분석, 연구하고, 지동설과 지구설 같은 서양 천문학의 여러 이론이 중국을 포함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식 사회에 전파된 과정을 엄밀하게 추적함으로써 조지프 니덤 등 세계적 석학 역시 버리지 못했던 동아시아 과학에 대한 기존 학계의 선입견을 교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서양 과학 전파에 대한 중국, 한국(조선), 일본의 수용 과정을 세밀하게 비교함으로써 세 나라의 근대화 과정이 달라진 이유를 민족주의적 관점을 배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번에 출간된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는 김영식 교수가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에 써 온 연구 논문들을 묶은 것이다. 동양 과학과 서양 과학의 차이, 서양 과학의 전파에 대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반응, 그리고 한국 과학사를 둘러싼 논쟁적 이슈를 주제로 한 11편의 논문이 묶여 있다.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양 과학사에서 시작해, 서양 과학이라는 거울에 비친 동아시아 과학의 허와 실, 유교와 동아시아 과학의 관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근대적 과학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를 다루는 Why not 문제, 서양 과학의 동양 전파 과정에 대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반응, 근대 일본의 과학 기술사, 한국 과학사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말 그대로 비교사적 관점에서, 과학의 전파 측면에서 바라본 동아시아 과학사의 모든 문제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서양 과학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처 입은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자존심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양 과학의 중국 기원론 문제나, 한국 과학사를 과연 중국 과학사와 분리해서 볼 수 있겠는가 하는 한국 과학사에서 ‘중국의 문제’나, 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과학이 발전할 수 없었나 하는 ‘Why not’ 질문 같은 학계의 논쟁적인 핵심 이슈들에 대한 김영식 교수의 예리한 분석과 해석은, 급성장 과정에서 왜곡되어 온 동아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이뤄진 과학 기술 발전 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새롭게, 그리고 깊이 있게 바라볼 혜안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 있다. 서구 과학만이 과학사적 특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동서양 과학의 비교」는 서구 과학을 비교의 거울로 삼아 동아시아 전통 과학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2부 「과학의 전파」는 16세기 이후 동아시아 사회에 서구 과학이 전래되는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3부 「한국의 과학」은 비교와 전파의 관점에서 한국 과학사를 조망하고 있다. 1부 「동서양 과학의 비교」에 실린 네 편의 글은 서양과 중국 두 문화권의 과학을 ‘비교’하는 적절한 태도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利點)에 대해 다룬다. 특히 서양 과학에 비추어 동아시아 과학의 독특함을 탐색하는 김영식 교수의 연구 방법을 잘 보여 준다. 김영식 교수는 서양 과학의 역사를 과학사의 유일하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대로 자신이 연구해 온 동아시아 과학의 관점에서 서구 과학의 특징을 바라본다. 그렇게 해야만 평소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던 서양 과학의 몇몇 특징이 실제로는 서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특수한 현상임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1부의 글들에서 김영식 교수는 근대 서유럽에서 출현한 현대 과학

저자 소개

서울 대학교 화학부 교수.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 철학 협동 과정에서 한국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대표 저술로는 [17,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 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가 있다.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화학 물리학으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서울대학교에 부임하여 2013년까지 화학과, 동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사 및 과학 철학 협동 과정을 설립 운영하면서 한국에서 과학사 교육과 연구의 토대를 닦았다. 국제 동아시아 과학•기술•의학사 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과학혁명󰡕, 󰡔주희의 자연철학󰡕, 󰡔정약용 사상 속의 과학기술󰡕 등이 있다.

머리말

이 책은 동아시아의 전통 과학사를 연구해 온 김영식 교수(이하 지은이)가 서로 다른 문화권의 과학을 비교하거나 문화 간 과학의 전래 현상을 다룬 글을 모은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의 전래에 관한 일반론을 개진하거나 인류사 전체를 포괄하는 비교 과학사 연구를 시도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초점은 지은이가 평생에 걸쳐 연구해 온 중국 및 한국의 과학사에 맞추어져 있다. 이를테면, 비교사적 관점, 과학 전파의 측면에서 바라본 동아시아 과학사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반영하듯, 본래 지은이가 이 책의 제목으로 제안한 것은 #동서양 과학의 비교와 과학의 전파##였다. 하지만 엮은이는 고심 끝에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라는 현재의 제목을 선택했다. 과연 지은이가 엮은이의 작명에 동의할지, 그것이 책의 제목으로도 좋은 것인지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 편이 과학의 비교, 과학의 전파에 관한 탐구를 통해, 지은이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목표를 더 잘 드러내 준다고 생각했다. 어떤 점에서 ‘차이’라는 단어는 지은이의 평생에 걸친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핵심 문제 의식을 대변하며, ‘비교’와 ‘전파’는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지은이가 선택한 구체적 방법론이자 연구의 소재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서양 과학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서양 과학의 동아시아 전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 차이가 만들어 낸 실제의 역사적 현상과 그 동학(動學)을 탐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과학과 서양 과학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한국 과학의 역사적 특성을 이해하는 과제로 이어진다.
이 책의 1부와 2부와 3부는 바로 이러한 세 가지 서로 연관된 문제를 각각 다루고 있다. 1부 「동서양 과학의 비교」는 서구 과학을 비교의 거울로 삼아 동아시아 전통 과학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2부 「과학의 전파」는 16세기 이후 동아시아 사회에 서구 과학이 전래되는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3부 「한국의 과학」은 비교와 전파의 관점에서 한국 과학사를 조망하고 있다.

서구 과학만이 과학사적 특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1부 「동서양 과학의 비교」에 실린 네 편의 글은 서양과 중국 두 문화권의 과학을 ‘비교’하는 적절한 태도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利點)에 대해 다룬다. 특히 서양 과학에 비추어 동아시아 과학의 독특함을 탐색하는 지은이의 연구 방법을 잘 보여 준다.
주의해야 할 것은,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를 탐색한다고 해서 지은이가 서양 과학을 비교의 보편적 모델,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지은이의 비교는 서양 근대 과학을 기타 모든 문화권의 과학적 성취를 평가할 기준으로 절대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1부의 첫 번째 글로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구 과학 전통」이 수록된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 글에서는 흔히 이루어지듯 서양 과학을 기준으로 동아시아 과학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은이가 연구해 온 동아시아 과학의 관점에서 서구 과학의 특징을 바라본다. 그럴 경우, 평소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던 서양 과학의 몇몇 특징이 실제로는 서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특수한 현상임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절히 이루어진 비교 연구는 비교가 되는 쌍방 모두의 성격에 대해 더 깊이 알게 하는 호혜적 실천인 것이다.
1부의 이어지는 세 글에서 지은이는 본격적으로 서구 근대 과학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한 채 이루어진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에 대해 비판한다. 사실 중국과 같은 비서구 사회의 전통 과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서구 근대 과학을 비교의 준거로 삼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과거 특정한 사회의 과학에 관심을 갖는 일 자체가 우리를 둘러싼 현대 과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현대 과학은 바로 근대 서유럽에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17∼19세기 서유럽이라는 특정 시공간에서 형성된 그 과학이 인류의 보편적 성취이자, 자연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지식 체계로 간주된다는 데 있다. 비서구 사회의 과학적 성취는 바로 보편적 지위를 부여받은 서구 과학을 기준으로 그 득실이 평가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비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비서구 전통 문화의 불합리함, 몽매함, 결여를 드러냄으로써 ‘서구적 진리와 비서구적 오류’의 이분법적 대비를 강화시키는 방향이 첫 번째라면, 중국 등의 비서구 문화권의 성취에서 서구 근대 과학을 예견하는 ‘놀라운’ 업적을 찾아내는 방향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경향이 서구와 비서구의 차이를 절대화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경향은 비서구 과학을 보편화된 서구 과학과 동일시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가 비판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것은 특히 두 번째 경향으로서,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伊)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伊))##, 또는 1970년대 신과학(New Age Science) 논자들의 중국 과학에 대한 논의가 그 직접적 대상이다. 지은이의 주된 강조점이 ‘차이’가 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이다.
1부의 두 번째 글 「‘화석’, ‘유기체적 세계관’, ‘땅의 운동’」은 과거 중국의 과학적 성취에서 근대 서구 과학과 유사한 면모를 찾으려는 시도를 제목에 언급된 세 사례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송나라의 사상가 심괄(沈括)과 주희(朱熹)의 저술에서 화석(化石)의 형성에 관한 근대 지질학적 통찰을 읽어 내고, 주희의 성리학적 세계관에서 현대 과학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발견하며, 장재(張載)의 단편에서 지전설(地轉說)의 증거를 찾으려는 시도 등에 대해, 지은이는 이러한 노력이 대개는 사료에 대한 피상적 독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문헌에서 현대 과학의 특정한 성과와 비슷해 보이는 단편을 찾으면, 이를 곧바로 근대 과학을 선취한 선구적 업적으로 간주하여 찬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 과학과의 비교를 그러한 단편을 둘러싼 사상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심화시켜 보면, 애초에 서구 과학과 비슷해 보였던 것이 실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다른 목적으로 이루어진, 다른 의미를 지닌 성취임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이 글을 비롯하여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을 관류(貫流)하는 지은이의 핵심 주장은 과학의 적절한 비교를 위해서는 각 문화권에서 과학이 처한 사상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과 같은 비서구권 문화의 전통 과학이 지닌 독특한 특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글, 「중국에서의 Why not 질문」은 중국에서 근대 과학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를 묻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답한 니덤 등 20세기 연구자들의 논의를 살핀 글이다. 관련 쟁점에 대한 세심하고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이는 이 글은 비교 연구에 대한 지은이의 균형감 있는 태도를 잘 보여 주기도 한다. 고대에 탁월한 과학적 성취를 이룬 중국이 서구처럼 과학혁명을 통해 근대 과학을 낳지 못한 이유를 묻는 Why not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서구 근대 과학이 보편적이며 인류의 모든 과학이 이를 목표로 발전해 나아간다는 서구 중심적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이 가정은 지은이도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 질문이 중국의 전통 과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음을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그에 따르면, 애초의 단순한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고, 그에 대한 대답이 지닌 난점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과학을 보는 연구자들의 관점이 좀 더 세련되고 풍부해지게 되었다. 예컨대, 학자들이 과학의 내용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지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서구 과학과 중국 과학이 지닌 차이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글, 「유교와 동아시아 과학의 발전」은 과학을 둘러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주장을 주희의 성리학을 사례로 하여 구체화한 글이다. 중국의 전통적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서 현대 물리학의 비결정론적, 비인과율적 성격을 찾는 신과학 논자들의 시도를 피상적 비교라고 비판하며, 지은이는 주희의 성리학에서 자연 탐구가 이루어진 구체적인 방식을 탐구한다. 자연 지식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자연 탐구의 목적과 맥락, 논의의 방식에 주목한 지은이는 주희가 자연 현상에 관한 논의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에 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주희는 개별 자연 현상에 대한 논의를 일반화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주희의 실용적이며 ‘개별론적’ 태도를 중세 유럽 스콜라 학자들의 추상적, 이론적 논의 전통과 대비하며, 결국 후자에서 오늘날의 ‘유용한’ 근대 과학이 등장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서구 근대 과학의 등장과 연결 지워진 주희와 중세 유럽 학자 사이의 이러한 비교는 ‘Why not 질문’에 대한 지은이의 독특한 비교 사상사적 접근법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아마도 그가 마음에 품고 있을 한 가지 잠정적 해답 또한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서양 과학의 동아시아 전파를 둘러싼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2부 「과학의 전파」는 16세기 말 이래 유럽의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서구 과학이 동아시아 사회에 전파되는 과정을 탐구한 네 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이 주제는 지은이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지은이의 연구 대상이 12세기 중국에서 17, 18세기의 중국과 한국으로 바뀌었지만, ‘서양 과학의 동아시아 전파’라는 주제 자체는 앞서 다룬 ‘동서양 과학의 비교’와 근본적으로 다른 주제가 아니다. 과학의 전파란 곧 과거의 행위자들이 직접 두 문화의 과학을 비교하여 취사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역사가가 서구 과학을 접한 과거 중국인과 한국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문화적 전통과 외래의 지식을 스스로 비교하게 함으로써, 동아시아 과학의 ‘진짜 상황’이 더 잘 드러나게 된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관심이 여전히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 근대 과학을 동아시아 과학을 평가할 보편적 기준이나 모델로 보기를 거부하는 1부의 논점이 ‘과학의 전파’를 다룬 2부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이제 지은이는 직접 서양 과학과 중국 과학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비교를 관찰하는 입장이 되었으므로, 그들이 두 문화의 과학을 왜 특정한 방식으로 비교했는지 설명해야 했다.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왜 17세기 이후 중국과 조선의 정부, 그리고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서양의 천문학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였을까?
이 질문에 대해 이전의 연구자들은 단순히 서구 천문학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대답에는 근대 서구 과학의 합리성, 우월함에 대한 오늘날 우리의 상식적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서양 과학이 전래되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 과거의 중국인과 한국인이 서구 과학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공유하지 않았고, 도리어 서양 과학을 중국 문명의 보편성과 고아함을 위협하는 ‘서방 오랑캐’의 저급하고 불온한 지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서양 과학 본연의 우월함이 아니라 17,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사상적, 사회적 맥락에서 서양 예수회 신부, 조정의 관료와 사대부 지식인 등 서양 과학의 전래에 관련된 다양한 행위자가 취한 전략과 선택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의 첫 번째 글, 「동아시아 역사상 과학의 전래와 과학의 변화」는 17, 18세기 동아시아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과학의 전래라는 복잡한 현상을 적절히 다룰 수 있는 다양한 분석 지점을 세심하게 살핀 글이다. 특히 지은이는 서양 과학이 본래 ‘우수’했다고 가정하기보다는, 그것이 중국과 조선의 엘리트에게 ‘유용’한 것으로 비춰졌으며 바로 그 때문에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것을 주장한다. 이 둘의 차이는 크다. 서양 과학이 본래 우수했다면, 그것이 수용되는 현상은 당연한 일로서 역사학적 설명이 필요 없다. 오직 서양 과학을 배척한 이들에 대해서만 어떤 이념적, 문화적,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여 그들이 그렇게 ‘불합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요구된다. 그에 비해 서양 과학의 ‘유용성’에 대한 판단은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처한 맥락과 그들의 구체적 요구에 의존하는 가변적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인과 조선인이 서구 과학에서 찾은 유용성이 꼭 이를 소개한 서양인들의 생각과 같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나름의 이유로 수용된 서구 과학은 중국과 조선의 수용자들에 의해 그들의 필요, 지적 취향에 따라 다양한 토착 요소와 결합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된다. 결국 과학의 전파를 탐구하는 일은 수용하는 사회가 전래된 과학을 어떤 이유로 유용하다고 생각했는지, 토착 문화 요소와 외래의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연관되었는지 등의 측면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두 번째 글, 「‘서학(西學)의 중국 기원론’의 출현과 전개」는 17, 18세기 중국과 조선에서 서양 과학의 수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행한 한 가지 논리를 다루고 있다. 이른바 ‘서학의 중국 기원론’은 서양 과학이 사실은 고대 중국의 성인(聖人)들이 창안한 것으로서, 이후 중국에서는 망각되었지만 서양으로 건너가 보존되었고, 그것이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다시 중국으로 건너왔다는 논리이다. 서양 과학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사실상 중국의 것으로 이해하는 이 기묘한 논리가 어떤 필요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고 유행했는지 이 글은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지은이는 일견 황당무계한 ‘중국 기원론’이 중국 과학의 성취를 서구 근대 과학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오늘날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잘 보여 준다. 자기 문화가 보편적이라는 믿음을 지닌 사회가 외래의 매력적 요소를 접했을 때 쉽게 취할 수 있는 태도라는 것이다.
세 번째 글, 「서양 과학, 우주론적 관념, 그리고 17, 18세기 조선의 역학(易學)」은 지구(地球)와 지전(地轉)이라는 서양에서 전래된 두 관념을 사례로 외래의 과학이 조선의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외래의 과학이 수용되는 양상은 그것을 수용하는 토착 문화의 조건과 맥락에 크게 좌우되는데, 지은이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지구설과 지전설이 조선 사회에서 서구에서와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당시 서양에서는 땅이 둥글다는 생각은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땅이 돈다는 생각은 기독교 세계관과의 충돌로 인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비해, 땅이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이미 고대로부터 제기된 동아시아에서는 도리어 지구 관념 쪽이 훨씬 더 충격적이었고 따라서 이에 관해 더 큰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지은이는 지구와 지전이라는 생소한 서구적 관념이 김석문(金錫文), 서명응(徐命膺) 등의 조선 학자에 의해 #주역(周易)##이라는 토착 학문과 통합되는 모습도 흥미롭게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의 전래란 토착 요소와 외래 요소 사이의 양자택일의 투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사이의 융합을 포함한 복잡하고 흥미로운 상호 작용의 과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2부의 네 번째 글, 「동아시아 과학사에서 근대 일본의 문제」는 주로 중국과 한국의 과학사를 연구한 지은이가 일본 과학사를 다룬 예외적인 글이다. 따라서 이 글은 중국 및 한국 과학사 연구자가 본 일본의 근대 과학사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지은이가 제기하는 흥미롭고 파격적인 주장은 19세기 후반 일본 근대 과학의 성공을 단순히 서구 과학을 이웃나라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일본 근대 과학사에서 서구 과학이 전파된 양상이 앞의 두 글에서 다룬 중국과 조선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즉 19세기 후반 이후의 일본은 이웃 중국과 조선처럼 ‘이미 완성된’ 서구의 과학을 수용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서구 열강과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는 나라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구 과학이 중국과 조선에 전래된 현상을 ‘서로 다른 문화 사이(inter-cultural)’의 전파라고 한다면, 일본의 경우는 마치 프랑스의 과학이 독일로 전파되는 ‘문화 내적(intra-cultural)’ 전파 현상에 더 가까웠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앞서 실린 글들에서 지은이가 서양 과학에 대한 중국 및 한국 과학의 ‘차이’를 강조했다면, 이 글에서는 일본의 경험이 같은 동아시아 나라인 중국, 한국과는 달랐고 도리어 서양의 나라들과 더 비슷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한국 과학이란 무엇인가?

3부에 실린 세 편의 글은 한국 과학사에 관한 지은이의 글을 모은 것이다. 지은이는 중국 과학사 연구자로 경력을 닦은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전통 과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곧바로 한국 과학사 연구에 입문한 다른 한국 과학사 학자와는 시각과 방법론에서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 과학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그에 비추어 이웃 한국의 과학사를 이해하는 비교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과학이 서양 과학과 ‘다름’을 강조한 지은이가, 중국 과학에 대해 한국 과학의 ‘독특함’을 강조한 다른 한국 과학사 연구자들의 경향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며, 심지어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전근대 시기 중국과 한국 사이에 이루어진 과학의 교류가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교류가 아니라 ‘문화 내적’ 교류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3부의 첫 번째 글, 「한국 과학사 연구의 문제와 전망「은 한국 과학사에 대한 이전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바람직한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 글이다. 1990년대 후반 지은이가 한국 과학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쓴 글로서, 한국 과학사의 이전 연구 성과를 광범위하게 살펴보면서 여러 흥미로운 쟁점에 대한 유익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엮은이가 보기에 이 글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한국 과학의 ‘다름’, 또는 그 독창성과 우수함을 강조하는 기왕의 경향을 비판하고, 과학의 사상적, 사회 문화적 맥락에 대한 좀 더 차분한 탐구를 주장했다는 데 있다. 지은이는 한국 전통 과학의 독창성과 우수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한국의 과학사 학계가 국제 학계(동아시아 과학사 학계) 및 한국사의 다른 하위 분야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중국 및 다른 지역과의 세밀한 비교 연구, 한국사의 정치적, 사상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특정 유물과 기법에 관한 피상적 관찰을 근거로 그 우수성, 독창성을 강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한국 과학이 중국과는 달랐다는 주장은 경험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다. 중국 과학사를 오랜 기간 연구한 뒤 한국의 과학 문헌을 접한 지은이는 한국에서 이루어진 과학적 논의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에서 사실상 다른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업적을 ‘한국의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3부의 첫 번째 글에서도 간략히 제시된 이 의문은 두 번째 글, 「한국 과학사 연구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문제’」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물론 전근대 시기 한국 과학에 미친 중국의 압도적 영향에 대해서는 지은이뿐 아니라 다른 한국 과학사학자도 깊이 인식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한국 과학사를 개척했던 전상운은 당시 조지프 니덤 등에 의해 속속 밝혀지는 중국 과학의 놀라운 성취를 목도하면서 한국 과학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심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 과학사 학자들의 해법은 과거 한국인들이 유입된 중국의 과학 기술을 한국의 자연 환경과 사회적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변형’시켰다는 것이었다. 중국 과학의 압도적 영향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 앞에서 한국인의 과학적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에 비해, 지은이는 비록 그와 같은 창조적 변형의 사례가 있었음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과연 그러한 사례가 한국 전통 과학의 전반적 특성을 잘 대변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글에서 지은이가 그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적 해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련된 문제에 관한 세심한 분석을 통해 지은이는 한국 과학사를 탐구함에 있어서 한국이 지닌 문화적 주변부성의 문제에 더 진지하게, 그리고 더 전면적인 방식으로 대면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마지막에 수록된 「한국 과학의 특성과 반성」은 이 책에 수록된 것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저술되었으면서도 가장 최근의 현상을 다룬 글이다. 지은이는 1970년대 이래 급격히 발전하고 있던 한국의 현대 과학을 과학사 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평한다. 1980년대 후반에 초고가 저술된 글이지만, 아직 당시의 한국 과학 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 글은 여전히 음미해 볼 만한 통찰과 제안을 담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전통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자로서 현대 한국의 과학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거의 문화적 유산에 주목한다. 비록 과학의 내용은 주로 미국에서 유입된 서구 과학으로 바뀌었지만, 과학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맥락’에는 과거 조선 시기로부터 이어지는 특성이 두드러지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을 엘리트 계층이 누리는 고상한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 실용적 목적에 봉사하는 ‘도구’로 여겼던 ‘공리주의적’ 과학 기술관, 그리고 그 과학 기술을 양반의 아래에서 정부의 하급 관직을 맡은 ‘중인’(中人) 기술직에 전담시킨 전통의 영향이 현대 한국의 과학에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과학이 문화로부터 유리된 채 경제 발전의 도구로만 중시되는 점, 과학자들이 스스로를 사회의 문화적 주변인으로 간주하는 ‘중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이러한 통찰은 이후의 구체적 연구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지은이는 전통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근거로 한국사에서 근대와 전근대의 단절이 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심대한 것이 아님을 지적해 주고 있다. 또는 한 세기에 걸친 급격한 서구화의 격랑을 겪었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문화적으로 근대 서구인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엮은이 서문에서

목차

목차
머리말
엮은이 서문
1부 동서양 과학의 비교
1장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구 과학 전통
2장 ‘화석’, ‘유기체적 세계관’, ‘땅의 운동’
3장 중국 과학에서의 Why not 질문
4장 유교와 동아시?아 과학
2부 과학의 전파
5장 동아시아 역사상 과학의 전래와 과학의 변화
6장 ‘서학(西學) 중국 기원론’의 출현과 전개
7장 서양 과학, 우주론적 관념, 그리고 17-18세기 조선의 역학(易學)
8장 동아시아 과학사에서 근대 일본의 문제
3부 한국의 과학
9장 한국 과학사 연구의 문제와 전망
10장 한국 과학사 연구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문제’
11장 한국 과학의 특성과 반성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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