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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방현희 저 | 자음과모음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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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7076583 / 344쪽 14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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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한국소설에서 그동안 결핍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일깨우는 감각의 향연”

『달을 쫓는 스파이』, 『바빌론 특급우편』 방현희 신작 장편
결핍이 없으면 관능도 사랑도 없고, 이야기도 인생도 없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연재된 방현희의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2002년『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판』 장편 공모에 당선된 작가 방현희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사랑과 욕망, 성애와 관련된 사회적 금기를 즐겨 다뤄온 작가는 더욱 은밀하고 강렬한 사랑의 방식을 택해 더욱 짙은 농도로 풀어내고 있다. 전작 『바빌론 특급우편』에서 동성애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가학과 피학의 성애라는 소재를 전면적으로 취한다.

격렬한 한 순간의 깊은 교감, 그게 없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 수 있죠?
― 사랑하기 때문에 파괴해야 하는 사람들


남자, 장은 가학적 섹스 이외에는 사랑의 방식을 모른다. 장은 한국인 아버지와 그의 집안으로부터 핍박 받고 희생된 일본인 어머니를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이국의 여성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프랑스 여자 마르셀과 일본 여자 마쓰코는 위험한 사랑에 매혹되어 장과의 피학적 섹스에 빠져든다. 장은 그녀들을 사랑하고, 또 그녀들을 파괴한다. 마쓰코와 마르셀에게 장과의 정사는 끔찍한 고통인 동시에 저항할 수 없는 쾌감이다. 관계는 사랑과 학대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그녀들은 생사의 경계에 다가선다. 그저 타인과 오롯이 만나고 교감하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온 몸과 마음을 바치려 했을 뿐이다.
인물들이 맺는 관계는 파괴적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들의 관계가 ‘폭력적’이지만 ‘폭력’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마르셀과 마쓰코는 장과의 섹스에서 순도 높은 희열과 충족감을 느낀다. 작가가 묘사하는 이들의 성애 장면은 센슈얼하고 매혹적이며 우리가 욕망하는 내용과 닮아 있다. 각 장에서 화자는 인물들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그 깊숙한 곳에 감춰진 비밀을 독자에게 귀띔한다.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의 위험한 비밀에 연루되어 있을 것이다.


국경이 낮아지고 넓어졌다고 믿은 건 환상일 뿐
― 가장 사적인 성애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그리다


피학적 사랑은 극도의 쾌감과 충족감을 주지만, 폐부를 찌르는 고통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쾌락의 전율이 영혼을 훑고 지나간 후에는 몸서리쳐지는 아픔을 다스려야만 한다. 그러나 정신과 상담진료에서조차 여성 환자는 남성 의사에게 얼마나 쉽게 성적으로 대상화되는지! 닥터 정이 그러하듯 의사 역시 자기 자신의 개인사와 트라우마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내국인,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 속에서 닥터 정은 스스로 장벽을 만들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한다. 장과 닥터 정은 잔혹한 가학자의 시선에 자신을 동일시하지만, 그로 인한 고통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자신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며 타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방현희는 개인들 간의 사적인 가학―피학의 관계를 한국 사회 내의 대중과 외부자가 형성하는 권력관계로 확장시킨다. 장이 두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면, 이는 비단 장 개인의 특이점만은 아니다. 타 인종과 타 민족에 대한 편견은 한 집단을 새디스트로 만들 수도 있다. 소설에서 두 여성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 사회 내에 살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여자이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가학적 집단무의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언론과 대중매체일 것이다. 외국인을 등장시키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마쓰코가 사이버 테러의 표적이 되듯이 우리는 늘 밟고 올라설 누군가가 찾는다. 그를 밟고 올라선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해줄 누군가를. 너와 나는 몸을 섞지만 하나가 될 수 없고, 외국인은 정착하지 못하고 언제나 이주하는 중이다.

저자 소개

196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001년 『동서문학』에 단편소설 「새 홀리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회 『문학/판』 장편 공모에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가 당선되었다. 첫 장편소설 이후, 관능적인 환상의 세계를 그리는 작가의 단편이 표제작으로 실린 소설집 『붉은 이마 여자』(공저, 2004)를 비롯해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는 사랑을 다룬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2006),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사랑과 배신의 심리를 파헤친 장편소설 『달을 쫓는 스파이』(2008)를 펴냈다. 소설 외에도 심리치유 우화집 『동냥그릇』(2008)에서부터 이어져, 최근에는 일상의 우울이나 혼란, 화 등의 감정을 다스리는 지혜를 주는 에세이집 『아침에 읽는 토스트』(2012)와 저자 자신이 춤을 추며 마음을 치유 받은 경험을 토대로 쓴 에세이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2012) 등을 내오고 있다. 등단 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들을 주로 내세워 인간의 무의식과 욕망을 탐구하는 소설을 꾸준히 써왔다. 

책 속에서

마르셀은 몸을 곧게 세우고 그를 멀리 바라보면서 발을 내딛어 그것을 두세 개 밟았다. 물컹, 진흙과 밀랍이 함께 뭉그러지면서 발가락 사이로 쭉 밀려올라왔다. 보들보들하게 착 감겨드는 촉감이 그녀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등뼈를 간지럽혔다. 뒤꿈치를 다시 내려놓을 때 물큰 앞으로 밀려나며 불룩 솟는 밀랍이 발의 아치를 살짝 찔렀다. 그것은 또 아주 가는 바늘을 그녀의 둥근 엉덩이 사이로 찔러 넣는 것 같았다. 나지막하게 내려앉은 어스름이 수많은 여자들의 성기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들은 바닥에서 얼마쯤 떠있는 것 같았다. 어떤 입술은 뾰족하게 내밀어져 있었고, 어떤 입술은 도톰한 볼에 숨어든 것처럼 보였다. 어떤 입술은 유난히 커다랗게 피어 있었고 어떤 입술은 꼭 다물려 있었으며, 어떤 입술은 금방이라도 바르르 떨릴 것처럼 살짝 벌려져 있었다.

(15-16쪽)

 

그는 자기의 인생에서 마쓰코와 마르셀이라는 여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가정했던 적이 없었다. 정말, 우연히 그녀들이 그의 인생에 접속이 되었다. 그녀들 또한 우연이었겠지. 그의 우연과 그녀들의 우연이 만나 괴상한 운명이 되어버렸다. 그녀들을 처음 만난 그 순간, 그가 특별한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방식으로 흘러가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녀들의 운명과 그의 운명이 만나 파괴와 자멸로 치달은 것이다. 그녀들 역시 장만큼이나 뒤틀린 운명을 가진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50쪽)

 

장은 마르셀의 입술을 자세히 읽었다. 나를 바치고 싶어요. 윤기가 감돌고 촉촉하며 살아 꿈틀거리는 입술을 타고 그가 해독하기 어려운 문장이 흘러나왔다. 아니,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 뜻을 헤아리기도 전에 금방 사라져버릴 목소리. 그 목소리를 잡으려고 장의 눈은 그녀의 입술에 바짝 다가갔다. 나를 바치겠어요. 그 두 마디는 장의 뇌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의 손을 움직여 그녀의 목을 향해 뻗게 만들었다. 가는 목소리와 함께 가는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는 문득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초록색 홍채의 무수한 잔주름이 그를 향해 서서히 열렸다. 그 어둡고 깊은 곳에서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열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깊고 깊은 우물의 한가운데서 나를 바치겠어요, 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바친다. 그것은 신성한 존재에 대한 숭배의 가장 높은 단계가 아니던가. 장에게는 내 목을 바치겠어요, 라고 들렸다. (182-183쪽)

목차

1. 마르셀
2. 닥터 정
3. 그 사람, 장
4. 마쓰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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