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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법

원제 : La vie mode d'emploi
시리즈 : 조르주 페렉 선집 [5]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23]

조르주 페렉 저 | 김호영 역 | 문학동네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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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18540 / 744쪽 144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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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현대소설사의 중대 사건, 페렉은 비로소 이 소설들의 소설로 인생을 구해냈다! 일상의 사회학과 사물의 역학, 생존과 위반의 글쓰기, 가장 평범하고 하찮은 것들의 놀라운 인생사용법! 발자크에게 ‘인간희극’이 있다면 페렉에게는 ‘인생사용법’이 있다. 이 경이로운 ‘수학적 문학 퍼즐’을 누가 풀 것인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문학동네의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다. 사회적 인식과 ... 현대소설사의 중대 사건, 페렉은 비로소 이 소설들의 소설로 인생을 구해냈다! 일상의 사회학과 사물의 역학, 생존과 위반의 글쓰기, 가장 평범하고 하찮은 것들의 놀라운 인생사용법! 발자크에게 ‘인간희극’이 있다면 페렉에게는 ‘인생사용법’이 있다. 이 경이로운 ‘수학적 문학 퍼즐’을 누가 풀 것인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문학동네의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다. 사회적 인식과 개성적 상상세계를 교차시키고 캄캄한 관념의 갱 속에서 빛나는 사유의 광맥을 캐낸 작가들, 기존 분류체계에 갇히길 거부하는 글로 무한한 영감을 준 작품들의 서가다. 우리는 이 서가에서 제도권 지식의 얼어붙은 내면에 인식의 도끼를 내리꽂고 사유의 개화를 이끈 창조적 정신과 만난다. 이 만남을 통해 시대를 진단 ? 비판하고 인간을 되물었던 (인)문학의 본령을 되찾고자 한다. 숨은 작가, 낯선 작가, 바깥의 작가들을 조명하고, 문학과 인문학의 행복한 넘나듦을 감행한 그들을 축복하고자 한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선집 형태로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에서는, 이미 독일 시적 사실주의의 대가로 불리는 빌헬름 라베Wihelm Raabe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 출간한 바 있으며, 이어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조르주 페렉의 실험성 높은 작품들을 필두로, 사회 문제를 비판적 의식의 정갈한 문체로 다뤄 긴 여운, 깊은 울림을 주는 이탈리아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Antonio Tabucchi, 상속받은 재력을 바탕으로 일평생 유희하는 광기의 글쓰기를 보여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 역사와 문학의 박학다식을 절제된 산문으로 풀어내 르네상스적 인간 면모를 느끼게 하는 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보츠와나 작가로 인종차별에 맞서며 내재화된 정치 현안을 감성적 삶과 결부시킨 베시 헤드Bessie E. Head, 중국 현대문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킨 문제 작가 옌롄커閻連科의 작품들을 속속 출간할 예정이다. [조르주 페렉 선집] 02 『인생사용법』 조르주 페렉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온갖 문학적 실험에 몸을 던진 보기 드문 집념의 작가다. 45세 기관지암으로 죽기 전까지 작품 활동을 펼친 기간은 15년 남짓이지만, 소설과 시,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미술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쓰기를 했다. 작가, 화가, 수학자, 과학자 등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 실험문학그룹 울리포Oulipo의 자장 아래, 반복된 형식을 끔찍하게 싫어해 매번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해 다가올 시대를 예비했던 페렉. 그의 문학세계가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살필 수 있는 [조르주 페렉 선집]의 일곱 작품ㅡ『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인생사용법』 『공간의 종류들』 『생각하기/분류하기』 『나는 기억한다』 『잠자는 남자』 『겨울여행 & 어제여행』ㅡ은 문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새로운 지평을 확인하고 음미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출간된 『인생사용법』은 다채롭고 흥미롭기 그지없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다. 1978년 메디치 상을 수상한 이 작품으로 페렉은 문학사에 남을 대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울리포의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온갖 인간 군상을 융단의 그림처럼 치밀하고 정교하게 직조한다. 작가적 역량을 한데 모은 『인생사용법』은 누구도 다시 쓰기 어려운 독특한 개성의 작품이자 앞으로 출간될 그의 여타 작품에 풍요로운 그늘을 드리운 페렉 문학의 큰 봉우리라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프랑스 현대문학 실험의 결산이자 페렉 문학의 정수 『인생사용법』은 조르주 페렉의 모든 문학적 실험과 작가적 소명의식이 녹아 있는 명실상부한 그의 대표작이다. 죽기 약 4년 전인 1978년, 마흔둘의 나이에 이 작품을 완성해 그해 메디치 상을 수상한다. 문학계 평단에서는 정교한 구조와 다양한 규칙 속에서 이룩한 이 수학적 퍼즐과도 같은 놀라운 소설에 눈부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르노도 상을 받은 첫 소설 『사물들』(1965)이 있기 전까지, 갈리마르 등 유명 출판사로부터 몇 번이고 원고 출간을 거절당했던 습작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던 부모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세계, 고아이자 유대인으로 살아야 했던 현실 세계의 잔혹함과 이데올로기의 허상으로부터 그의 결핍과 생존을 떠안아줄 집념의 세계는 오직 문학적 유희뿐이었다. 1967년 실험문학그룹 울리포Oulippo에 가입하면서 그의 문학은 더욱 활력을 띤다. 양식화된 글쓰기에서 탈피해 온갖 언어적 유희, 형식적 실험을 실천하여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글재주를 넘어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 인간을 품을 수 있는 대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서 비로소 인간을 포용하는 따듯한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미학을 구축할 수 있었다. 페렉은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독자가 눈치 챌 수 없게 기존 작품들의 구절을 곳곳에 배치하는 ‘인용의 글쓰기’라는 수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부터 인간적 관계와 사회적 상황의 폭넓은 성찰로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페렉 자신이 말한 ‘일상의 사회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퍼즐이 지니는 외적인 특정들에도 불구하고 퍼즐은 혼자 하는 놀이가 아니다. 퍼즐을 맞추는 이가 수행하는 각각의 행위는 퍼즐을 제작한 이가 이미 행한 행위다. 그가 몇 번이고 손에 쥐어보면서 검토하고 어루만지는 각각의 조각, 그가 시험하고 또 시험하는 각각의 조합, 각각의 모색, 각각의 직관, 각각의 희망, 각각의 절망은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고 계산되고 연구되었던 것들이다. ㅡ「머리말」 부분(본문 22쪽).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가 세계의 축소판이 되다 『인생사용법』의 무대는 가상공간으로, 파리 17구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다. 지하 2층, 지상 8층의 이 건물에서 펼쳐지는 시간은 소설의 맨 마지막에서 1975년 6월 23일 저녁 8시경의 찰나로 모두 수렴된다. 즉 이 소설의 은유적 배경 이야기의 주인공인 부유한 영국인 바틀부스의 사망 시각이다. 그는 젊은 시절 이 건물에 사는 수채화가 발렌으로부터 10년간 그림을 배워 2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떠돌며 500개의 항구를 수채화로 그린다. 이 그림을 퍼즐제작자 윙클레에게 건네 그림 퍼즐을 만들게 하여 20년간 방에 틀어박혀 ?퍼즐 맞추기?에 골몰하다 끝내 숨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소설들?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건물 안 각각의 인물과 사물이 시공간을 달리하며 빚어내는 깨알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 인생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페렉의 문학적 허구가 선사하는 가장 찬란한 요소이다. 그래서 99개의 장별 제목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물이거나 그 인물이 사는 공간이다. 이 건물 거주자들 각각이 끌어들이는 100년 전 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사연들과 국가와 대륙을 달리하는 수없는 장소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이 건물 자체가 개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는 일종의 축소 모형이 된다. 페렉은 이러한 축소 모형속에 사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독특한 규칙(체스의 행마법)에 따라 서술해감으로써 정형화된 장르적 양식을 탈피해 이 소설의 배경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퍼즐이 되

저자 소개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비평가, 영화제작자.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나, 노동자 계급 거주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양친은 1920년대 폴란드에서 파리로 이주한 유대인이었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940년 전사했고, 어머니는 1943년 아우슈비츠에 있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페렉의 생 전체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부모를 잃은 후에는 고모에게 입양되어 자랐다. 1954년 소르본 대학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그만두었고, 《누벨 르뷔 프랑세즈》, 《파르티장》 등의 잡지에 기사와 문학비평을 기고했다. 군 복무 후 파리에 있는 국립과학연구소 신경생리학 자료 정리자로 일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1965년 프랑스의 소비사회를 묘사한 데뷔작 『사물들』로 르노도상을 탔다. 페렉은 1967년 실험 문학 그룹 울리포(OuLiPo)에 가입했다. 1960년에 결성된 울리포의 구성원은 주로 작가, 수학자, 화가 등이었으며, 이들의 관심사는 문학의 “형식적 제약”이었다. 형식적 제약이란, 일정한 제약이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여 풍요로운 작품을 낳게 한다는 울리포의 중심 개념이다. 페렉은 울리포의 실험 정신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아, 작품마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그중 알파벳 e가 없는 단어로만 쓴 작품 『실종』(969)과 모음 e만 사용해 완성한 작품 『돌아온 사람들』(1972)이 대표적이다. 1978년에는『인생 사용법』으로 메디치상을 탔다. 1982년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페렉은 길지 않은 생 동안 『마당 구석의 어떤 크롬 도금 자전거를 말하는 거니?』, 『공간의 종류』, 『W 또는 유년의 기억』, 『알파벳』, 『나는 기억한다』와 사후에 출간된 『생각하기/분류하기』, 『53일』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역자 소개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프랑스 영화의 이해』, 『그리스 문화와 헬레니즘 문화』, 『패러디와 문화』(공저), 『유럽영화예술』(공저), 『베네치아의 기억』(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인생사용법』,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시점―시네아스트의 시선에서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 속의 얼굴』, 『프랑스 영화』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퍼즐의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퍼즐 그림의 주제도, 화가의 화법도 아니며, 바로 절단의 정교함이다. 한 번의 우연한 절단이 필연적으로 하나의 우연한 어려움을 만들어낼 것인데, 퍼즐의 가장자리나 세부, 빛의 얼룩, 윤곽이 뚜렷한 물체, 선, 색조 변화가 있는 부분에서는 조립이 용이하고 그 나머지 겨우―구름 없는 하늘, 모래, 초원, 경작지, 응달 등―에서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어려우므로, 어려움의 정도가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20쪽)

지금 이 작은 거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 남는 것들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파리들, 혹은 학생들이 건물 모든 집의 현관문 밑으로 밀어 넣고 간, 새로 나온 치약을 선전하거나 또는 세제 세 상자를 사면 25상팀을 할인해준다고 알리는 광고지들. 혹은 윙클레가 일생 동안 구독했던 잡지로, 그가 죽은 뒤에도 몇 달 동안 계속 배달되었던 『주에 프랑세(프랑스의 장난감)』의 지난 호들. 또는 마루나 벽장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하찮은 물건들로, 어떻게 그곳에 들어와 있으며 왜 그대로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다음과 같은 것들. 시든 들꽃 세 송이, 끝부분이 검게 탄 듯한 섬조纖條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연약한 나무줄기들, 빈 코카콜라 병 하나, 가짜 라피아 섬유로 만든 끈이 아직도 매달린 채 반쯤 열려 있는 종이 케이크 상자 하나. 상자 위에는 ‘루이 15세의 낙원으로, 제과점, 1742년 개점’이라는 글자가 화환 장식에 둘러싸여 예쁜 타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그 곁에는 볼이 통통한 네 명의 어린 연인의 모습이 있다.(54-55쪽)

그에게 있어 계단은, 각 층마다 얽혀 있는 하나의 추억을, 하나의 감동을, 이제는 낡고 감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그러나 그의 기억의 희미한 빛 속 어디에선가 고동치고 있는 그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즉 어떤 몸짓, 어떤 향기, 어떤 소리, 어떤 번쩍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오페라 곡을 노래하던 어떤 젊은 여인, 서투른 솜씨로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 크레졸의 고약한 냄새, 웅성거림, 고함 소리, 시끌벅적한 소리, 실크나 모피가 스치는 소리, 문 뒤에서 나던 고양이의 애처로운 울음소리, 칸막이벽을 두드리는 소리, 슈슈 소리를 내는 축음기 위에서 되풀이되는 탱고 음악, 혹은 7층 오른쪽 아파트에서 가스파르 윙클레의 크랭크톱이 내던 지겨운 윙윙 소리, 그 소리에 답하는 듯한 세 층 아래 4층 왼쪽 아파트의 늘 한결같던 참을 수 없는 침묵을.(99-100쪽)

시노크는 천천히 읽으며 희귀한 단어들을 기록해갔고, 그의 계획은 조금씩 모양을 갖추어갔다. 그는 잊혀진 단어들의 대사전을 편찬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중앙아프리카의 흑인 난쟁이 부족인 아카스인들에 대한 기억이나 역사화가 장 지구, 연가 작곡가 앙리 로마녜지 (1781-1851)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세람비신느 종, 하늘소 과에 속하는 네 마디 초시류인 스콜레코브로트를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서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아직도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는 단순한 단어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10년 동안 그는 8,000개가 넘는 단어를 모았고, 이렇게 모인 단어들을 통해 오늘날 간신히 전할 만한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될 수 있었다.(393쪽)

대단한 부자이면서 동시에 그 부富가 일반적으로 가져다주기 마련인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남자, 그리고 세상 전부를 포착하고 묘사하고 철저히 규명하려는 것—발설하는 것만으로도 무너지기 쉬운 계획—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한 조각을 포착하고 묘사하고 철저히 규명하려는 대단히 오만한 욕망을 품고 있는 한 남자를 상상해보자.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의 모순에 맞설 때는, 아마도 제한적이겠지만 동시에 그만큼 전체적이고 온전하고 환원될 수도 없는 어떤 계획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날 바틀부스는 그의 삶 전체를, 오직 자의적인 필연성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어떤 독특한 계획에 따라 구성해나가기로 결심했다.(169-170쪽)

“난 당신을 아내로 원했어. 그리고 당신과 아이를 모두 갖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아내도 아이도 없고, 이러한 상태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어왔어. 그래서 난, 그동안 우리 두 사람으로 하여금 이 위선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던 힘, 우리가 여전히 괴로워하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그 놀라운 힘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증오인지 아니면 사랑인지를 자문하는 것을 이제 그만두려 해.” (594쪽)

4층 층계참에 놓여 있었던 일곱 개의 대리석 무늬 사탕. 그 중 네 개는 검은색이고 세 개는 흰색인데, 바둑에서 보통 ‘고’ 혹은 ‘영원’이라고 불리는 형상으로 놓여 있었다.(619쪽)

그 이후로 그의 커다란 아틀리에는 거의 항상 비어 있다. 그러나 위팅은 맹목적인 애착 때문인지 그곳에 아직도 많은 재료들을 남겨두었다.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네 대의 조명기가 빛을 밝히고 있는 강철 이젤 위에는 ‘에우리디케’라는 제목이 붙은 커다란 캔버스가 놓여 있는데, 그는 이 캔버스가 미완성인 채 그냥 그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즐겨 말한다.
캔버스에는 가구가 거의 없고 회색 페인트가 칠해진 텅 빈 방 하나가 그려져 있다. 방 한가운데 있는 회색 철제 책상 위에는 핸드백, 우유병, 비망록, 라신과 셰익스피어의 초상화가 실린 페이지가 펼쳐진 책l)이 놓여 있다. 구석 벽에는 노을 지는 풍경을 담은 그림이 걸려 있다. 그 곁에 문이 반쯤 열려 있는데, 아마도 그 문을 통해 방금 에우리디케가 영원히 사라졌으리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640쪽)

바틀부스는 자신의 퍼즐 앞에 앉아 있다. 그는 머리가 벗어지고 앙상하고 밀납 같은 낯빛에 생기가 사라진 눈을 가진 노인으로, 퇴색한 푸른 양모 실내복을 걸치고 회색 끈으로 허리를 맸다. 두 발은 염소 가죽으로 만든 굽 높은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채, 가장자리가 해져서 너덜거리는 실크 양탄자 위에 놓여 있다. 머리가 약간 뒤로 젖혀지고 입이 반쯤 벌어진 채 그는 오른손으로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쥐고 있다. 반면, 탁자 위에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거의 뒤틀리기 직전의 상태로 놓인 왼손의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 사이에는 최후의 퍼즐 조각이 끼어 있다.(654쪽)

지금은 1975년 6월 23일이고, 이제 저녁 8시가 되려고 한다. 자신의 퍼즐 앞에 앉은 채 바틀부스는 막 숨을 거두었다. 테이블보 위에는 439번째 퍼즐이 놓여 있다. 이 퍼즐의 황혼녘 하늘에 해당하는 한 부분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단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인한 검은 구멍이 거의 완벽한 X자 형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바틀부스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는 조각은, 오래 전부터 그의 아이러니한 삶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W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656쪽)

목차

목차
조르주 페렉 선집을 펴내며 _5
머리말 19
제1부
제1장ㆍ계단 1
제2장ㆍ보몽 1
제3장ㆍ4층 오른쪽 아파트 1
제4장ㆍ마르키조 1
제5장ㆍ풀로 1
제6장ㆍ브레델(다락방 1)
제7장ㆍ모렐레(다락방 2)
제8장ㆍ윙클레 1
제9장ㆍ니에토와 로헤르스(다락방 3)
제10장ㆍ제인 서턴(다락방 4)
제11장ㆍ위팅 1
제12장ㆍ레올 1
제13장ㆍ로르샤슈 1
제14장ㆍ댕트빌 1
제15장ㆍ스모프(다락방 5)
제16장ㆍ셀리아 크레스피(다락방 6)
제17장ㆍ계단 2
제18장ㆍ로르샤슈 2
제19장ㆍ알타몽 1
제20장ㆍ모로 1
제21장ㆍ기관실에서 1
제2부
제22장ㆍ로비 1
제23장ㆍ모로 2
제24장ㆍ마르시아 1
제25장ㆍ알타몽 2
제26장ㆍ바틀부스 1
제27장ㆍ로르샤슈 3
제28장ㆍ계단 3
제29장ㆍ4층 오른쪽 아파트 2
제30장ㆍ마르키조 2
제31장ㆍ보몽 3
제32장ㆍ마르시아 2
제33장ㆍ지하 창고 1
제34장ㆍ계단 4
제35장ㆍ수위실
제36장ㆍ계단 5
제37장ㆍ루베 1
제38장ㆍ엘리베이터 기계실 1
제39장ㆍ마르시아 3
제40장ㆍ보몽 4
제41장ㆍ마르키조 3
제42장ㆍ계단 6
제43장ㆍ풀로 2
제44장ㆍ윙클레 2
제45장ㆍ플라세르 1
제3부
제46장ㆍ제롬 씨(다락방 7)
제47장ㆍ댕트빌 2
제48장ㆍ알뱅 부인(다락방 8)
제49장ㆍ계단 7
제50장ㆍ풀로 3
제51장ㆍ발렌(다락방 9)
제52장ㆍ플라세르 2
제53장ㆍ윙클레 3
제54장ㆍ플라세르 3
제55장ㆍ프레넬(다락방 10)
제56장ㆍ계단 8
제57장ㆍ오를로브스카 부인(다락방 11)
제58장ㆍ그라티올레 1
제59장ㆍ위팅 2
제60장ㆍ시노크 1
제61장ㆍ베르제 1
제62장ㆍ알타몽 3
제63장ㆍ배달 문 입구
제64장ㆍ기관실에서 2
제4부
제65장ㆍ모로 3
제66장ㆍ마르시아 4
제67장ㆍ지하 창고 2
제68장ㆍ계단 9
제69장ㆍ알타몽 4
제70장ㆍ바틀부스 2
제71장ㆍ모로 4
제72장ㆍ지하 창고 3
제73장ㆍ마르시아 5
제74장ㆍ엘리베이터 기계실 2
제75장ㆍ마르시아 6
제76장ㆍ지하 창고 4
제77장ㆍ루베 2
제78장ㆍ계단 10
제79장ㆍ계단 11
제80장ㆍ바틀부스 3
제81장ㆍ로르샤슈 4
제82장ㆍ그라티올레 2
제83장ㆍ위팅 3
제5부
제84장ㆍ시노크 2
제85장ㆍ베르제 2
제86장ㆍ로르샤슈 5
제87장ㆍ바틀부스 4
제88장ㆍ알타몽 5
제89장ㆍ모로 5
제90장ㆍ로비 2
제91장ㆍ지하 창고
제92장ㆍ루베 3
제6부
제93장ㆍ4층 오른쪽 아파트 3
제94장ㆍ계단 12
제95장ㆍ로르샤슈 6
제96장ㆍ댕트빌 3
제97장ㆍ위팅 4
제98장ㆍ레올 2
제99장ㆍ바틀부스 5
에필로그
시몽크뤼벨리에 거리 11번지 배치도
부록
찾아보기
연표
작품에 서술된 이야기 목록
추신
조르주 페렉 연보
주요 저술 목록
작품 해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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