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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409108 / 119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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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시세계 권진희 시인의 시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시인은 아버지, 어머니, 아내, 딸 등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 존재로서 관계를 맺은 인연의 대상들, 그리고 벽돌, 나무, 새, 장승, 들녘, 문풍지, 비닐 조각, 책, 절, 꽃 등과 함께하고 있다. 심지어 죽음의 세계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인의 이와 같은 자세는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의지적인 것이다. 인간 존재로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울산대학병원 1708호가/그의 생의 마지막 장소다.//나는 오늘 병실에서/발가락부터 종아리 위쪽... 시세계 권진희 시인의 시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시인은 아버지, 어머니, 아내, 딸 등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적 존재로서 관계를 맺은 인연의 대상들, 그리고 벽돌, 나무, 새, 장승, 들녘, 문풍지, 비닐 조각, 책, 절, 꽃 등과 함께하고 있다. 심지어 죽음의 세계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시인의 이와 같은 자세는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의지적인 것이다. 인간 존재로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울산대학병원 1708호가/그의 생의 마지막 장소다.//나는 오늘 병실에서/발가락부터 종아리 위쪽까지를 검게 거둬들이며,/생을 지워가고 있는 그를 지켜본다.//처음도 이처럼 차가웠을까.//검고 어두운 강을 건너가는 먼 길에서/그는 이 말을 되풀이하였다.//- 오 미리짜리 볼트로 가다아시바 치면 아무 일도 아니다!//오 미리 볼트보다 생은 얼마나 무거웠던가.//조여도 헐거웠고 더 조일 것도 없이 가벼웠던 가계를/생의 마지막 안간힘으로 조이고 있는 중이다.//아침마다 그를 다그치며 단단히 조여오던/무거운 볼트가 비로소 풀리고 있다.//아무 일도 아닌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듯/생조차도 이젠 아무 일도 아니라며/그가 한 세상 가벼이 풀어버리고 있는 중이다.(「한 세상 가벼이 풀어버리고」 전문) “그”는 “조여도 헐거웠고 더 조일 것도 없이 가벼웠던 가계를/생의 마지막 안간힘으로 조이고 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계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화자는 “그”를 끌어안는데,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추구해야 할 진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자가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육체노동을 추구하고 있는 “그”를 포옹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화자는 “그”를 배움이 적고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없는 노동자로 여기지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삶의 지혜가 모자라는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온몸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온 자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의 삶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계”를 위한 것이기에, 자신의 생존 차원을 넘어 이타성을 추구했기에 그러하다. 횡단보도 앞에 하얀색 스프레이로/거꾸로 누운/사람 그림이 누워 있다//어제까지 없던 그림,/아이같다.//아이 얼굴은/붉은 신호가 들어올 때는 붉어졌다가/파란 신호가 들어올 때는 푸르러졌다가 한다.//고개를 돌리다가/다시 보다가//어린 자식 셋을 둔 가장의/마음/붉어졌다가 푸러졌다가 한다.(「붉어졌다가 푸르러졌다가」 전문) 새벽길 리어카 위에/벽돌 한 장//검정 고무줄 억센 힘으로 얽어놓은/푸른 비닐로 감싼 지친 하루//그래도 금세 떠내려가 버릴 것만 같은 내일 위에/무겁게 무겁게 눌러놓았을,//누군가의 손길 가만가만 간직하며/동짓밤 고스란히 새우고 앉아 있는//의젓하구나, 벽돌/저 한 장의 힘!(「벽돌 한 장」 전문) 권진희 시인은 열린 마음으로 타자들과 함께한다. 인연이 된 타자들은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끌어안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시인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식에게 그러했듯이, 나무와 새가 서로에게 그러했듯이, 타자를 품으며 주체성을 확립한다. 자신이 개체의 한 존재라는 사실을 넘어 타자와 함께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시인은 타자를 통해 자신의 생을 긍정하고 진리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추천의 글 대개의 시인들이 그러하듯 권진희도 살아온 날들을 시의 뿌리로 삼고 있다. 가난했던 성장기를 보내고 기자로 전전하다가 생계를 이으려고 학원가에 뛰어들었다는, 시에 스며든 그의 이력이 그렇고, 해마다 불어나는 아랫배를 민망해 하는 중년다운 고백이 또한 그러하다. 한 생을 결코 가벼이 방목할 수 없어 “생계의 고방”(「나의 노래는」)에서나 자청하는 그의 노래는 그러므로 갇혀서 갑갑해 하는 질박한 소시민의 애환이 되어, “밑자리에 차가운 발 넣고 드러눕고 싶었던”(「엇노래」) 어머니 품속 같은 회한과, 반가사유의 자세로 손바닥을 펴고 잠이 든 딸들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팔불출 바보 아버지’(「반가사유」)의 초상을 함께 포개놓는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가족에게 투신하면서 홀로 눈물겹게 출렁거리는, “살기 위해 외발로 걷기도” 해야 하는, 영락없는 생활인의 자화상을 그의 시는 끌어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인은 금방이라도 떠내려가버릴 오늘을 견디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희망이 바로 그 일상에서 솟구쳐 오른다는 것을 안다. 노점상의 리어카 비닐 포장 위에 올려놓은 ‘벽돌 한 장의 힘’(「벽돌 한 장」)을 그는 굳게 믿는 것이다. 그에게 삶의 자리는 단순한 소비처가 아니라 ‘불러낸 바람’과 더불어 ‘검은 소’를 찾아 해매는 구도자의 여정(「심우」)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가 “제 몸 두드려 우는 풍경 소리”(「운문사 흙길에서 너를 만나다」)의 애잔 속을 살아가기보다, “저 만년설의 내일처럼 의연하기를”(「만년설」) 스스로 다짐하면서, 이 비루한 삶에서도 완성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기를 당부해보는 것이다. - 김명인 (시인, 고려대 교수) 권진희 시인은 성품이 참 어진 시인이다. 그 어진 마음이 이번 시집의 시편들에 아름답게, 때론 날카로운 형상으로 빼곡히 배어 있다. 인생의 은밀한 비의를 드러내 사람들에게 삶의 실존이나, 역사 혹은 현실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면, 권진희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이런 기능에 매우 충실하다. 「벽돌 한 장」처럼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누군가의 손길 가만가만 간직”하면서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이타적이고 어진 시인의 마음이 이처럼 뛰어나게 표출된 시집을 만나기도 결코 쉽지 않다. - 김용락 (시인, 경북외대 교수)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벽돌 한 장
『古文選叢』을 읽는 시간
그리운 멍
연곡사 편지
연육교
한 세상 가벼이 풀어버리고
계단길 되짚어 오르는 사이
붉어졌다가 푸르러졌다가
죽은 물푸레나무에? 대한 기억
헌화
운문사 흙길에서 너를 만나다
심우(尋牛)
엇노래
만년설
각산 이야기
반가사유(半跏思惟)
장승의 노래
잎에 대하여
문풍지
겨울 이야기
제2부
수드라 딱지
옛 애인을 만나다
당신
너
산새 소리
고물 꿈
겨울나무
실상사 연꽃밭에서 당신을 찾습니다
신생
대덕산 대설
하루에 대한 보고서
열두 시
손바닥꽃
통일 전망대에서
병상에서
나는 눈물이 난다
파도
제3부
풍경 소리를 듣는다
동지(冬至)
빗줄기
모발이식
중고 노트북에게
바닥으로 잠들고 싶네
새 이름
친구여, 내가 시를 쓸 때
마중
나의 노래는
지구의를 보며
아버지의 방문
어떤 대화
마술로만,
바다의 춤
오월 난봉꾼
내 몸의 나이테
고백
손톱
우주(友酒)를 떠돌다보니
바람달 편지
눈부처
해설 관계의 시학-맹문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