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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시리즈 : 김승옥 소설 전집 [7]

김승옥 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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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82818677 / 440쪽 153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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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감수성의 혁명' , '전후문학의 기적' , '살아 있는 신화', '단편미학의 전범'이란 찬사와 함께 60년대 문학계를 풍미했던 김승옥 문학의 총결산. 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 대표작을 만나보자!

저자 소개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다. 4·19가 일어난 해인 1960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했고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김치수, 김현, 염무웅, 최하림, 서정인 등과 함께 동인지 『산문시대』를 발간하고 「건乾」 「환상수첩」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등의 단편소설들을 발표했다. 
1965년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감수성의 탄생을 알렸으며, 1977년 단편소설 「서울의 달빛 0章」으로 “참신한 구어체 문장”을 통해 “현대의 도시문명 속에서 변질되어가는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처음으로 제정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학 재학중 한국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서울경제신문에 만화 〈파고다 영감〉을 연재해 문학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고, 「무진기행」을 영화 〈안개〉로 각색하는 한편, 김동인의 「감자」를 각색·연출하고 이어령의 「장군의 수염」을 각색하여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 다방면에 걸쳐 시대를 앞서나가는 재능을 발휘하였다. 1981년 종교생활에 몰두하면서 문학으로부터 멀어졌으나 감각적인 한글 문체를 통해 1960년대의 일상성을 복원해내면서 전후 문학의 한계를 극복한 작가로 현재까지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1995년 그의 문학을 총결산하는 ‘김승옥 소설전집’(전5권)이 출간되었다.


 

책 속에서

돈이 감촉을 가지고 있다는 건 기가 막힐 일이다. 호주머니 속에 별의별게 다 들어있는 경우에도 손은 콧종이와 오랫동안 넣고 다니어서 해진 종잇조각과 돈을 잘 구별해낸다. 그건 손의 신경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분명히 돈에 감촉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손을 만져본다. 그러면 손은 부끄러운 듯이 홍당무가 되면서 가늘게 떤다. 돈이 슬그머니 손을 집적거려본다. 손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우선 옷깃을 여미고 도사려 보인다. 싫으면 관둬라, 돈이 배짱을 내민다. 손이 주춤거린다. 그러다가 발작적으로 부들부들 떨며 돈을 부둥켜안아버린다. 돈은 능글맞게 웃으며 손을 슬슬 쓰다듬어준다. 그러다가 앗차, 하는 사이에 돈은 사라지고 손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쥐고 쩔쩔 매고 있다.

나는 내가 이사를 온 첫날 저녁, 할아버지 앞에 불려나가서 들은 얘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그것은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몇 가지 나의 가족관계에 대해서 묻고 나서, 할아버지는 갑자기, 내가 6.25 때는 몇살이었으냐고 물었다. 정확한 나이는 얼른 계산이 되지 않아서 열 살이었던가요, 하고 내가 우물쭈물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아마 그럴 거라고 하며 사변이 남겨놓고 간 것이 무엇인 줄을 모르겠군, 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사변 전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고, 있다고 해도 어린아이로서의 기억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무엇이 사변 후에 더 보태지고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그것은 가정의 파괴라고 한마디로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는 투가 마치 내가 나쁜 일을 해서 책망이라도 한다는 것처럼 단호하고 험악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죄를 지은 기분이 되어 꿇어앉았던 자세를 더욱 여미었다. 89~90p

낙선될 걸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심사위원들이 멍청이들이어서 당선될 경우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여 당선소감까지, 아주 정직한 소감까지 써둔 것인데 한번 굉장히 정직해 볼 기회가 영 달아나버렸다. 정직해보고 싶은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세상이다, 라는 생각도 퍽 흔한 생각이지만, 이젠 내 고정관념 중의 하나이다. 가짜인 줄 알면서 왜 소설 응모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한다. 돈이 필요했다. 돈을 얻어들이는 일이나 자신에 대하여 가장 정직한 일이었다. 돈이 필요했다면 왜 하필 그런 수단을 썼느냐, 그러니까 말이다, 앞에서 나는 말하지 않았던가, 수단은 흔히 목적을 배반한다고. 딴은 괘씸하기 짝이 없는 명제다. 하여든 어제 나는 낙심천만하여 찬바람이 휩쓰는 거리를 헤매다가 내 방으로 돌아왔다. 151~152p

목차

목차 생명연습 (生命演習) 건 (乾) 역사 (力士)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무진기행 (霧津紀行) 싸게 사들이기 차나 한잔 서울 1964년 겨울 들놀이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夜行) 그와 나 서울의 달빛 0章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 내가 읽은 김승옥 스무 살에 만난 빛 / 신경숙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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