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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시리즈 : 문학동네 시집 [148]

고은 저 | 문학동네. | 200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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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89-8281-384-5 / 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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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은 신작 시집 『순간의 꽃』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처럼, 이번 시집에는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나온다.
시편들은 마치 '순간의 꽃'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꽃송이와도 같아 별도의 제목도 붙어 있지 않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파리 한 마리, 눈송이 등등 매순간의 삼라만상에서 시인은 전체에 대한 직관과 통찰을 드러내며 삶의 무궁한 비의와 마주선다. 굳이 선시집(禪詩集)이라고 하지 않고 '작은 시편'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도 드러나듯, 시인은 선(禪)에 의한 시의 무화(無化)를 스스로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침없이 순간의 꽃들을 터뜨리고 있다.
"해가 진다 / 내 소원 하나 / 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서시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위의 짧은 시에는 다듬고 치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원시언어로 다시 귀환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이 녹아 있다. 이렇게 첫 장을 장식한 이 시집의 언어는 시인 이문재씨의 지적처럼 "현실과의 시차가 거의 없다. 말해지는 순간 세계가 나타나고, 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들러붙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4월 30일 /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 이런 날 / 무슨 사랑이겠는가 / 무슨 미움이겠는가"
"두 거지가 / 얻은 밥 나눠먹고 있다 // 초승달 힘차게 빛나고 있다"
시인의 눈에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 송이의 꽃이 피는 그 잠시잠깐의 시간에도, 슬몃 부는 바람과 같이 미세한 움직임에도 시인의 언어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시인은 시집 뒤에 붙인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혹시 나에게는 시무(詩巫)가 있어 여느 때는 멍청해 있다가 번개 쳐 무당 기운을 받으면 느닷없이 작두날 딛고 모진 춤을 추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하며 시인생활 47년을 되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당 기운"에서 벗어나 날마다 새로 쓰기 시작한 작은 시편들이 시인에게는 "유일한 수행" 역할을 해준 셈이었다.
"한쪽 날개가 없어진 / 파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 오늘 하루도 다 가고 있다"
"노를 젓다가 / 노를 놓쳐버렸다 //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 저쪽 /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 볼품없음이 / 그대 임이겠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그러면서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 앞에 놓인 시의 길을 모색한다.
"이제까지 건너가는 사막마다 그래도 척박한 행로 중에 오아시스는 있어주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나는 시의 길을 아득히 간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때문에 이문재 시인은 "어린이가 늙은이 속에 자꾸자꾸 태어난다. 참다운 빈 몸이다. 무죄다"라며 이번 시집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저자 소개

1933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은태(銀泰). 1950년 6·25 전쟁 중에 이름의 끝자는 떼어내고 은(銀)이라고 자칭한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 중학교에 다닐 때 우연히 길에서 주운 한하운 시인의 시집을 밤새 읽고 난 뒤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듬해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기억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다가 1952년 입산하여 일초(一超)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의 승려가 되었다. 이후 10년간 참선과 방랑을 거듭하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1957년 '불교신문'을 창간하고, 초대 주필이 되어 그 신문에 논설과 시를 발표한다. 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1961년 『반야심경해의』, 『불교의 길』을 선학원에서 출간했다. 1962년 환속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시.소설.수필.평론 등 140여 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많은 책들이 영어, 독어, 불어, 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도 읽히고 있다. <고은 시 전집>, <고은 전집>, <백두산>, <만인보>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작이다. 고은의 문학적 성향은 <문의 마을에 가서>를 낸 1974년을 기준으로 크게 둘로 나뉘는데, 그의 전기 시들은 허무의 정서, 생에 대한 절망, 죽음에 대한 심미적인 탐닉이 주를 이루는 반면 후기 시들은 시대상황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 대한 투쟁의지를 담고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산문학상 등 국내의 문학상을 10여 개나 받았고, 스웨덴 시카다상, 캐나다 그리핀 시인상 평생공로상, 노르웨이 비외르손 훈장을 받았다. 2010년 현재 현재 서울대 초빙교수로, 관악모둠강좌 ‘우리들의 안과 밖-고은의 지평선’을 맡고 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지은 책으로 『고은시전집』, 『고은전집』, 서사시 『백두산』 7권, 전작시 『만인보』 30권, 『나는 격류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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