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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의 사태

김도언 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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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19734 / 305쪽 137 x 20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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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나는 빌어먹을 권태주의자이다. 당신이 모르는 최후의 사람이다” 불합리, 불안, 권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극의 전경들 낯선 인물들과 낯선 질문들로 말을 건네는 김도언의 세번째 소설집 상식과 금기를 깨뜨리는 대담한 상상력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에 천착해온 소설가 김도언의 새 소설집 『랑의 사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악취미들』 이후 3년 만에 묶어내는 세번째 소설집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번 소설집의 표제 『랑의 사태』는 소설집에 실린 아... “나는 빌어먹을 권태주의자이다. 당신이 모르는 최후의 사람이다” 불합리, 불안, 권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극의 전경들 낯선 인물들과 낯선 질문들로 말을 건네는 김도언의 세번째 소설집 상식과 금기를 깨뜨리는 대담한 상상력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에 천착해온 소설가 김도언의 새 소설집 『랑의 사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악취미들』 이후 3년 만에 묶어내는 세번째 소설집이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번 소설집의 표제 『랑의 사태』는 소설집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 중 한 작품의 제목이자, 작가 김도언의 작품 세계를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김도언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쓰는 동안 나는 줄곧 ‘사태’라는 개념에 골몰해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그에게 ‘사태’란 “사건이나 상황 따위와는 다른, 좀더 본질적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을 가진 어떤 ‘문제적’ 정황”이었고, 그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의 본새와도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작가에 의해 “시간의 부식성에 저항하고자 하는 모든 욕망의 진화하는 풍경”으로 정리된 이 ‘사태’의 개념은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에서 『악취미들』, 그리고 『랑의 사태』로 이어지는 불온한 욕망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해소되거나 말소되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 증식하는 문제”로서 자리하는 ‘사태’는, 그러므로 삶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을 비극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이를 증명한다. ‘추억은 아름답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 작가에게 있어서는 예외이다. 연애의 기억은 이별과 그 후에 찾아오는 상처에 의해 훼손될 뿐이고(「내 생애 최고의 연인」), 신념은 나와 다른 사회의 논리에 의해 무기력해지며(「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 세상의 빛을 선사한 가족은 회복할 수 없는 어둠을 드리운다(「랑의 사태」). 이렇듯 “비극이 희극을 압도”(「권태주의자」)하는 삶은 불합리와 불안과 권태를 가져오고,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혹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권태주의자”가 되거나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하얀 물이 흐르고, 울울한 나무 아래 보드라운 풀밭이 있고, 그 풀밭을 하얀 물이 어루만지듯 굽이쳐 돌고, 명주같이 빛나는 얇은 햇살과 넘치지 않는 바람이 있는 계곡” 같은 사탕발림이 아니라, “허연 콘크리트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짓다 만 건물 두세 동이 흉물스럽게 들어서” 있고 “상처 딱지처럼 시멘트가 다닥다닥 눌러붙은 나무판들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는 현실이다(「백하동 가는 길」). 이것을 견디기 힘든 이들은 “부패하거나 썩어나가는 것들에 저항”하기 위해 “커다란 냉장고”로 들어가기도 한다(「랑의 사태」). 이러한 필연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상식과 관습의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비정상인의 모습으로, 낯설게 다가온다. 김도언의 소설 속에서는 익숙하지만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늘,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김도언이 또다시 발견한 하나의 ‘사태’ 속에서 그 낯선 인물들이 말을 건네 온다. 그들의 우울하고 절망적인 목소리는 간절한 대화의 욕구를 담고 있다. 비록 그들이 원하는 대화 상대는 상대 팀(「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이거나 다리 한 짝이 없는 개(「권태주의자」)처럼 소통할 수 없는 타자이지만, 소통을 향한 그들의 열망은 적대적 타자를 지나 결국 독자에게까지 흘러들게 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도 질문 하나가 생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해답을 말하지 않아도 좋을 그런 질문 말이다. “질문은 질문으로 남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세상의 많은 질문들이 모두,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안으로 나가고 밖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찰」) 작가가 말했듯이. 대화주의를 지향하는 김도언의 소설은 대화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소설이지, 하나의 주제나 문제가 정리되고 완결되는 소설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해답을 추구하는 소설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어느 위대한 소설가의 자술 연보」의 끝부분에서 질문하는 사람이자 깨어 있는 사람으로서의 작가가 72세가 된 시점에서 “여전히 살아 있고 날마다 질문을 하”(p. 103)는 삶에서 경이로운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 것은 김도언의 소설다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_오생근, 해설 「비정상인들의 진실과 대화주의」에서 「내 생애 최고의 연인」 출판사의 편집장인 ‘나’와 ‘나’보다 열두 살이나 어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소년’은 은밀한 연인 관계이다. 회사에서 언제라도 일을 맡기지 않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소년은 늘 당당하다. 어느 날 예치지 못한 회사일로 인해 약속 시간에 늦은 ‘나’ 때문에 둘은 크게 다투고 소년은 연락을 끊어버린다. 원치 않는 옛 애인과의 만남을 소년에게 들키면서 상황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나’는 소년의 이력서에 적힌 주소를 보고 소년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증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소년의 아내와 대면한다. 소년은 끔찍하게 아픈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여자는 소년의 와이프란다. 소년은 내게는 혼자 산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소년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속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끔찍하게 아픈 세상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소년이 하나도 밉지 않다. 비로소 그가 술에 취해서 떠들었던 ‘위대한 사랑’의 말듯을 알 것만 같다. B급 일러스트레이터일 뿐인 그가 언제나 당당하고 주눅 들지 않았던 까닭도 이제 알 것만 같다. 그는 아픈 사랑을 보듬으면서, 희생자가 갖는 정신의 힘으로 오만하고 힘센 세속의 사랑에 맞서온 것이다. 그러니, 의심할 여지 없이 소년은 내 생애 최고의 연인이다.(p. 43) 「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 21년 경력의 마흔에 접어든 프로야구 선수가 은퇴를 결심을 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만년 꼴지인 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선수이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에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이후에 그는 30홈런도 100타점을 넘겨본 적도 없다. 어느 날 감독이 그의 1루 수비를 그만두게 한 후, 그는 결국 야구를 떠날 마음을 먹게 된다. 그가 1루수에 그토록 애착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대팀 선수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 어떤 경기보다 야구가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선수는 남을 돕는 것이 휴머니즘의 정신이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1루에 진출한 상대 팀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그를 위해 자신의 팀 전략을 다 이야기해주곤 했다. 그런데 그가 1루 수비를 하지 않게 된 이후, 1루에 진출한 상대 팀 선수를 가차 없이 아웃시키는 자신의 팀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참을 수 없는 비애와 절망감에 사로잡혀 야구를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휴머니즘이란 것……, 제가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건데요. 휴머니즘의 정수는 바로 상대를 돕는 것이에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선수를 인류애로서 돕는 것, 그것이 야구가 가르치는 휴머니즘이죠.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저는 상대 팀 선수에게 이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과연, 야구는 제가 생각하는 휴머니즘을 전폭적으로 허용하는 인

저자 소개

레이먼드 커버, 토머스 핀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과 자크 프레베르, 횔덜린의 시를 좋아하는 김도언은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3년간 소설쓰기에 매진하다가 2012년 봄 돌연 시인의 세계로 망명하지만, 그에게 소설과 시의 경계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다만 매일 매일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결대로 기록하는 것이 가장 거룩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따름. 일과 창작을 병행하며 경험하는 적당량의 모독과 치욕과 피로가 삶에 아름다운 긴장과 탄력을 부여한다고 믿는 그는 14년차 출판기획자로 현재 웅진 문학임프린트 ‘곰’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경장편소설 《미치지 않고서야》(문예중앙), 산문집 《불안의 황홀》(멜론)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소년은 끔찍하게 아픈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여자는 소년의 와이프란다. 소년은 내게는 혼자 산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소년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속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기분도 나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끔찍하게 아픈 세상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소년이 하나도 밉지 않다. 비로소 그가 술에 취해서 떠들었던 ‘위대한 사랑’의 말듯을 알 것만 같다. B급 일러스트레이터일 뿐인 그가 언제나 당당하고 주눅 들지 않았던 까닭도 이제 알 것만 같다. 그는 아픈 사랑을 보듬으면서, 희생자가 갖는 정신의 힘으로 오만하고 힘센 세속의 사랑에 맞서온 것이다. 그러니, 의심할 여지 없이 소년은 내 생애 최고의 연인이다.(p. 43)

휴머니즘이란 것……, 제가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건데요. 휴머니즘의 정수는 바로 상대를 돕는 것이에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선수를 인류애로서 돕는 것, 그것이 야구가 가르치는 휴머니즘이죠.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저는 상대 팀 선수에게 이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과연, 야구는 제가 생각하는 휴머니즘을 전폭적으로 허용하는 인간적인 경기였지요. 그런데 경기 중에 어떻게 나누고 무얼 도울 수 있냐구요? 네, 그건 간단해요. 제가 누굽니까, 퍼스트베이스맨 아닙니까?(p. 67~68)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날마다 질문을 하고 있다. 질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운 기쁨을 안긴다. 나는 묻는다. 이 삶이 가소로운가 아니면 무거운가, 달콤한 것인가 아니면 쓴 것인가, 내가 배운 언어는 아름다웠는가 아니면 추했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했고 누구에게서 사랑을 받았는가, 그전에 나 자신을 사랑했는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인가? 나의 조국, 나의 고향, 나의 기원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p.103~104)

언젠가 누가 내게 물었죠, 왜 당신은 비극적 세계관에 입각해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어요. 비극이 희극을 압도하니까요. 권태는 비극의 전경 같은 것이다. 권태에 대한 나의 집착은 아마도 열세 살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열세 살이란 나이는, 고대 왕조의 왕자라면 왕좌에 오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맞벌이 나가는 가난한 부부의 아들이라면 일직 자위행위를 터득하는 나이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런데 그때 권태를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내 삶이 빌어먹을, 권태에 바쳐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p. 113)

사마리아 모텔 666호가 보통의 모텔 방과 다른 것은 또 있어요. 그것은 바로 냉장고예요. 666호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냉장고가 서 있어요. 냉장고의 문은 마치 커다란 성의 정문만큼이나 웅장하죠. 그 문은 사람 두세 명이 한꺼번에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크죠. 냉장고 안을 돌아다니는 데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부모님을 상상하거나 책을 읽을 때를 제외하고 랑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부패하거나 썩어나가는 것들에 저항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랑은 커다란 냉장고가 필요했죠.(pp. 158~59)

사실 내가 꿈꾸는 것은 창백한 유전자를 적출해내서 비눗방울처럼 날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다. 나는 성실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아니, 음탕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내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고 내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스무 살 때 군대에서 야간 보초를 서면서 문득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면 나는 무척 외롭고 슬펐다.(p.174~75)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내 영혼은 맹렬해졌다. 좋게 얘기하면 그 질문의 형태로 열망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내 삶을 각별한 어떤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이 언어유희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풀게 되는, 거기에 대담을 하게 되는 어떤 사건과 극적으로 마주쳤다. 그 힌트는 역시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p. 211~12)

당신들의 오래된 서랍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서랍 속에도, 시간의 결을 쓰다듬으면서 내려앉은 먼지가 쌓인 몇 장의 흑백사진과 편지와 비망록 따위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빛이 바랬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것이지만, 아직도 푸른 인화액 속에 잠긴 채 출렁거리는 듯 현실 속의 나에게 실감 있는 감상을 던지곤 한다. 나는 이 감상에 잠기는 시간을 다크블루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겠다.(p. 227)

목차

목차
내 생애 최고의 연인
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
어느 위대한 소설가의 자술 연보
권태주의자
랑의 사태
다큐멘터리 가족극장
안으로 나가고 밖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찰
다크블루, 시간의 풍경
백하동 가는 길
해설_비정상인들의 진실과 대화주의·오생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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