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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원제 : Se Questo e' un Uomo (1958년)

프리모레비 저 | 이현경 역 | 돌베개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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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1992647 / 340쪽 146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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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보낸 10개월간의 체험을 기록한 기록서이다. 그는 자신이 목격하고 감내한 공포를 세사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특유의 위트와 절제를 놓치 않는다. 그럼으로써 극한의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존엄성의 위치와 타락의 과정을 생생하게 마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출판사 리뷰

■ 20세기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프리모 레비 국내에 처음으로 작품이 소개되는 프리모 레비는 이탈로 칼비노, 움베르토 에코와 함께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들은 전 세계에 20여개 국어로 번역·소개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 그의 작품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가장 중요한 현대 문학 작품으로 실려 있다. 지난 세기말 영국 최대 서점 체인 ‘워터스톤’이 20세기를 정리하며 2만 5,000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금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품 100선’에서도 이탈리아 작가는 레비와 에코 둘만이 목록에 올랐다. 레비의 작품은 공동 28위를 차지한 D. H. 로렌스와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 이어 30위에 올랐고, 그뒤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이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42위에 올랐으니, 이탈리아 작가로서는 가장 유명세를 떨친 셈이다. 또 그의 작품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 빅토르 프랑클의 『밤과 안개』, 엘리 비젤의 『밤』과 함께 나치즘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이탈리아 문학사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이자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타난 새로운 문학의 흐름인 ‘증언 문학’이라는 범주에서는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힌다. 이탈리아의 어느 비평가는 증언 문학을 표방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특히 레비의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비장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 등장했다. 진실하고 감동적이고 책임감을 고무시키는 작품이다. 선명하고 왕성한 의식이 넘치면서도 조심스러운 척도를 지니고 있어, 흔히 지나친 열정이나 감정, 당파성, 혹은 비통한 감상을 보이는 유사한 다른 작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라거(수용소)에서의 생생한 경험에 대한 그의 책을 통해 레비는 우리 20세기가 성취하고자 열망하는 회고적이고 증언적이고 비평적이며 창조적인 문학의 가장 클래식한 본보기를 만들어냈다.\"(주세페 그라사노의 비평. 이소영, 「Primo Levi의 “Se questo e un uomo”에 나타난 한계 상황에서의 인간의 가치의식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7, 4쪽에서 재인용) 고전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레비의 작품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회고록이라는 형식, 특히 아우슈비츠 문학이라는 것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것 외에도 오늘 우리의 관심을 끄는 다른 측면들이 있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자신의 위치에 항상 성찰적인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는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유대인으로서는 드물게(경험하지 않은 유대인들을 다 합쳐도 드물기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시오니즘의 배타적 민족주의화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간접적으로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유대인으로서 ‘타자’의 문제에 가장 본격적으로 천착했다고 평가되는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점령의 고통스런 필연성”이라는 수사로 얼버무렸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의 성찰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어렴풋이 가늠해볼 수 있으리라. 화학자로서 (과학적·기술적) 노동 및 모험에 대해 품었던 그의 열정, 기대와 실망, 애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또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 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 또 철학자 알랭 바디우와 조르지오 아감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을 매혹시킨 다양한 철학적 해석의 가능성 역시 그의 작품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런 극단적인 개인의 경험에서 끌어낸 심오한 통찰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때로 아름답기까지 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 프리모 레비의 삶과 작품 세계 프리모 레비는 1919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19세기 초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으로 건너온 그의 조상들은 토리노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작은 유대인 공동체를 이루었다.(『주기율표』의 「아르곤」 참조) 레비는 1940년대 초중반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특별히 화학이라는 학문·기술에 매력을 느껴 토리노 대학 화학과에 입학했으며, 1941년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유대계였던 그는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주기율표』의 「니켈」과 「인」 참조) 몇 군데의 직장을 떠돌며 마지막 광기를 내뿜던 파시즘을 냉소적으로 거부한 채 살아가던 레비는 저항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제2차 세계대전 말 정치적인 의식을 확고히 하게 되었고, 나치스의 그림자가 밀라노와 토리노를 뒤덮자 파시즘에 저항하는 파르티잔 부대에 가담했다. 하지만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그 부대는 별다른 활동도 하기 전에 파시스트 공화국 군인들에게 습격을 당했고, 레비는 포솔리 임시수용소를 거쳐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주기율표』의 「금」 참조) 레비가 이송된 곳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중에서도 화학 공장과 붙어 있는 제3수용소(모노비츠 수용소)로, 강제노역수용소인 그곳 수인들은 대부분이 헛되고 거짓된 노동으로 삶을 소진하며 죽어갔다. 하지만 그는 건강한 체력, 화학 박사라는 이점, 시기를 잘 맞춘 몇 번의 행운으로 극소수의 생존자 대열에 낄 수 있었다. 하지만 훗날 그 자신이 인정한 대로 지칠 줄 모르는 인간에 대한 관심, 단순한 생존본능이 아닌, 반드시 살아남아 목격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의지, 그리고 점차 동물화·사물화 되어가는 동료 수인들에게서 인간의 흔적을 보겠다는(그럼으로써 자신도 인간의 마지막 흔적을 간직하겠다는) 고집스런 결의야말로 그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결정적인 요인들이었다.(『이것이 인간인가』의 「부록 1」 참조) 레비는 1945년 몇 달에 걸친 힘겨운 여정 끝에 토리노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이것이 인간인가』의 집필에 들어갔다. 1947년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소량 출간되었던 이 책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질 뻔했으나 1957년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재출간되면서부터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 전 세계에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출판되었다. 그는 귀환 직후부터 이미 몇 군데 실험실과 공장을 거쳐 니스·에나멜·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공장에 취직을 한 상태였다.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아우슈비츠의 증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후에도 공장을 그만두지 않았고, 1977년 퇴직할 때까지 총감독으로 일하며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는 근 30년 동안 작가와 과학자, 혹은 작가와 기술자로서의 “두 가지 영혼” 중 어느 한 쪽도 놓치지 않았고, 그로써 과학자와 작가라는 두 개의 영혼이 상호보완적인 차원을 넘어 불가분의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주기율표』의 「크롬」, 「부록 1」 참조) 『주기율표』와 『멍키스패너』 등의 작품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이러한 과학과 기술에 대한 특별한 열정과 관심은 그의 작품 세계의 또 다른 흐름을 특징짓는다. 그리고 이는 ‘인간다움의 가장 중요한 계기로서의 노동’, 혹은 ‘거짓된 노동을 통해 파괴되는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아우슈비츠 경험을 다룬 작품들과 만난다. 1963년에 그는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주제로 한 두번째 책 『휴전』을 발표했다. 레비의 첫 작품에 반한 이탈로 칼비노가 표지글과 추천사를 썼고, 제1회 캄피엘로 상을 수상했다. 1975년 세번째 회고록인 『주기율표』를 발표했다. 1978년 『멍키스패너』를 출간해 스트레가 상을 받았다. 철탑, 다리, 석유시추 장비들을 제작하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도는 피에몬테 출신의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은 출간 후 곧바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프랑스어판을 접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다음과 같은 서평을 남겼다. \"매우 즐겁게 읽었다. 내가 특히 노동에 대한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프리모 레비는 위대한 민속학자다. 게다가 책도 정말 흥미롭다.\" 아우슈비츠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1982년 출간되자마자 비아레조 상과 캄피엘로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언급된 것 외에도 그는 시와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번역가로도 진지하게 활동해 레비스트로스, 프란츠 카프카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미국의 유대계 작가 필립 로스는 프리모 레비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작가들이 세상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 부류로 나뉘다는 사실이 〔……〕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두 부류란 바로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레비는 귀를 기울이는 쪽이다. 〔……〕 사람들이 항상 그에게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그 모든 것이 글로 씌어지기 전에 이미 충실하게 기록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면 그는 놀라울 정도로 집중해서 꼼짝 않고 듣는다. 마치 저 돌 벽 너머 천장에서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엿듣는 다람쥐처럼.\"(『주기율표』의 「부록 1」 참조)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호기심 많고, 유쾌하고, 예의바르고, 신중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자유와 합리성이라는 근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지닌 낙관주의자. 그리고 동시에 한번 뿌리가 뽑히더라도 다시 글쓰기와 일과 가족과 공동체 속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 총체적이고 소외되지 않은 완전한 인간이라는 전범(典範)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 사람. 이런 그의 모습은 아우슈비츠라는 극단의 체험도 완전히 바꾸어놓지 못했다. 그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고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그는 1986년에 아우슈비츠의 경험에 대한 철저한 사유와 성찰을 집대성한 역작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를 출간했다. 토도로프는 이 책에서 거의 극한까지 도달한 레비의 성찰을 두고 그가 “장대(기준)을 너무 높이 들어올렸다”라고 썼다. 레비는 그로부터 1년 후인 1987년 토리노의 자택에서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진지한 문학적 답변 프리모 레비의 작품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바로 그 역사적 중요성이다. 레비의 작품은 흥미롭고 아름답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현대 역사의 가장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장면에 관한 증언으로서 가장 빼어나다. 레비는 젊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이야기가 왜 기억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이렇게 썼다. \"불관용·압제·예속성 등을 내포한 새로운 파시즘이 이 나라 밖에서 탄생해 살금살금, 다른 이름을 달고 이 나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혹은 내부에서 서서히 자라나 모든 방어장치들을 파괴해버릴 정도로 난폭하게 변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지혜로운 충고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다. 저항할 힘을 찾아야 한다. 이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유럽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기억이 힘이 되고 교훈이 될 것이다.\"(『이것이 인간인가』 「부록1」 중에서) 레비의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다루면서도 줄곧 목격자·증언자로서의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인간의 파괴와 파멸에 관한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고찰을 증류해낸다. 그는 결코 고통을 전시하지 않는다. 그것의 근본적인 조건을, 그 생생한 상황을 목격하고 기록할 뿐이다. 철저하게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가장 생생하고 가장 가슴 아프게. 그럼으로써 그의 작품은 우리가 지금 다시 아우슈비츠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유대인을 동정하기 위해서나 독일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생존자를 칭송하기 위해서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고통을 인간의 차원으로 보편화하여 우리의 역사적 상처로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게다가 애초에 그가 목격한 광기와 폭력의 본질은 개인적 분노를 투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정확히 표현했듯이, 사악한 한 마리 괴물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선량하고 순종적인 시민들의 집합적 힘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은 대개 비정상적이거나 어리석거나 잔인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환영받았고 그들이 죽을 때까지 수백만의 추종자들이 그들을 따랐다. 비안간적인 명령을 부지런히 수행한 사람들을 포함한 이런 추종자들은(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타고난 고문 기술자들이나 괴물들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괴물들은 존재하지만 그 수는 너무 적어서 우리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들, 아무런 의문 없이 믿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술자들이 훨씬 위험하다. 아이히만이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이었던 회스, 트레블링카 수용소 소장이었던 슈탕글, 20년 뒤 알제리에서 학살을 자행한 프랑스 병사들, 30년 뒤 베트남에서 학살을 자행한 미군 병사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만일 레비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훨씬 더 단순명쾌했을 것이다.” 토도로프의 말이다. 레비는 작품 전반을 통해서, 또 그 죽음을 통해서까지 ‘역사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들을 던져준 셈이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다. 이 책은 개인적인 체험기로도 뛰어나지만, 그 틀을 넘어서 더 근본적이고 보편적으로 현대 ‘인간’ 그 자체의 위기를 증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책은 과거에 잔혹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증언이 전달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섬뜩한 위기에 대해서도 증언하고 있다.\"(『이것이 인간인가』 「작품해설」 중에서) 이러한 레비의 치열하고 섬세한 성찰은 과거의 기억, 역사의 해석을 두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립과 갈등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 “자신은 소리치지 않으면서 독자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증언문학의 정수, 『이것이 인간인가』 이 책은 레비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 보낸 10개월간의 체험을 기록한 것이다. 빨치산 부대에서 활동하다가 파시스트 군대에 체포되어 포졸리 임시수용소로 이송되던 1943년 12월부터 러시아군에 의해 아우슈비츠가 해방되던 1945년 1월까지의 일들이 담겨 있다. 각 장은 하나의 주제를 두세 개의 에피소드와 등장인물 묘사를 통해 예리하게 전개해나간다. 인간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모든 평범하고 사소한 습관과 사물들이 제거된 수용소에서는 수인들이 하루하루 좀비처럼 변해간다. 그들은 기계 부품처럼 죽어가고 또 그만큼 금방 채워 넣어진다. 그곳에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 의해 제거되며, 살아남는 자들은 나름의 책략을 마련한다. 형제애나 동지애는 없지만 필요한 물건들을 공급하고 수급하기 위한 지하경제는 원활히 돌아가며 그 주된 동력은 절도와 사기다. 그는 자신이 목격하고 감내한 공포를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특유의 절제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극한의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존엄성과 타락의 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소개

세계적인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1919년 7월 31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나 토리노대학교 화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1943년, 24살 때부터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운동과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리고는 며칠에 한 번씩 굴뚝의 ‘검은 연기’를 보며 살았다.

1945년 10월, 평균 생존기간이 3개월인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처절한 경험과 사유를 시와 소설과 성찰록 등 다양한 형식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2년 뒤부터 유럽 인문학계가 ‘세계 10대 회고록’으로 꼽는 <이것이 인간인가>를 비롯해 <휴전> <주기율표>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등의 회고록들을 출간했다. 특히 아우슈비츠 경험과 동유럽 유태인 빨치산 투쟁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캄피엘로상’과 ‘비아레조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그가 펴낸 2권의 시집인 <쉐마>와 <브레마의 선술집>을 하나로 묶은 것이며, 이탈리아 최고의 시인에게 주는 ‘존 플로리오상’을 수상했다. 1987년 4월 11일, 갑자기 투신자살했다

저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주기율표>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관하는 제1회 번역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번역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프리모 레비의『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쾌락』,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나무 위의 남작』,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힘겨운 사랑』,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권태』,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미의 역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머리말

내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잔학상에 관해 덧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은 새로운 죄목을찾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정신의 몇몇 측면에 대한 조용한 연구에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소 의식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대개 잠복성 전염병처럼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우연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날 뿐이며 사고체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 암묵적인 도그마가 삼단논법의 대전제가 되면, 그 논리적 결말로 수용소가 도출된다.

 

수용소는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 인식이 존재하는 한 그 결과들은 우리를 위협한다. 죽음의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이들에게 불길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만 할 것이다.

 

...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이 모두 허구가 아님을 밝히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으리라.

책 속에서

마음속에서 황폐한 슬픔이 서서히 자라난다. 현실감각이나, 갑자기 침입하는 외적 요인 따위에 길들여지지 않는 순순한 상태의 고통이다. 어린아이들을 울리는 것과 비슷한 아픔이다. 다시 한 번 표면으로 헤엄쳐 올라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호히 눈을 뜬다. 내가 실제로 깨어 있음을 확인해줄 어떤 것을 내 눈앞에서 찾기 위해서. - 본문 89쪽에서

 

낯선 외국어가 모든 사람들의 정신의 밑바닥으로 돌덩이처럼 떨어진다. 기상. 따뜻한 담요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경계, 잠이라는 튼튼하지 못한 갑옷, 고통스럽기도 한 밤으로의 탈출, 이 모든 것이 산산조각난다. 우리는 다시 무자비하게 잠에서 깨어나 벌거벗고 연약한 상태에서 잔인하게 모욕에 노출된다. 이성적으로는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너무나 춥고 너무나 배고프고 너무나 힘이 들어 그 끝은 우리와 더 멀어진다. 그러므로 회색빛 빵 한 덩이에 우리의 관심과 욕망을 집중시키는 것이 더 낫다. 빵은 작지만 한 시간 후면 틀림없이 우리 것이 된다. 그것을 집어삼키기 전까지 5분 동안 그것은 이곳에서 우리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다. -94쪽
- 나스카


역사와 삶 속에서 ‘누구든지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며 못 가진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마가복음 4장 25절」- 라는 잔인한 법칙을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간이 홀로 존재하며 삶을 위한 투쟁이 원초적인 메커니즘으로 축소되어버리는 수용소에서, 이 불공평한 법칙은 공공연히 효력을 발휘하며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다.-134쪽

목차

목차
작가의 말
여행
바닥에서
입문
카베
우리의 밤
노동
맑은 날
선과 악의 차안에서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화학 시험
오디세우스의 노래
그 여름의 사건들
1944년 10월
크라우스
실험실의 세 사람?
마지막 사람
열흘간의 이야기
부록 1 독자들에게 답한다
부록 2 프리모 레비 연보
부록 3 아우슈비츠 수용소
부록 4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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