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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2362047 / 143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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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박홍점 시인은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후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해오다가 5년 만에 첫 시집을 묶게 되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제4부로 구성하고 있는 총 62편의 시들은 시선과 돌아가기, 유한한 것들에 대한 경험과 사유 등을 담고 있다. 일종의 판옵티콘(panopticon) 세상 속에서의 호흡하기이다. 어디를 가나 눈이 있다. 혼자 승강기를 타도 혼자 지하 주차장을 들어가도 눈이 있다. 심지어 제 집의 안방이나 거실에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렌즈가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시도 본다는 것, 보인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불쾌하고 두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렌즈 안에 잡혔을 때 모든 관계는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단순... 제4부로 구성하고 있는 총 62편의 시들은 시선과 돌아가기, 유한한 것들에 대한 경험과 사유 등을 담고 있다. 일종의 판옵티콘(panopticon) 세상 속에서의 호흡하기이다. 어디를 가나 눈이 있다. 혼자 승강기를 타도 혼자 지하 주차장을 들어가도 눈이 있다. 심지어 제 집의 안방이나 거실에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렌즈가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시도 본다는 것, 보인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불쾌하고 두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렌즈 안에 잡혔을 때 모든 관계는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단순히 스스로가 본다는 것을 넘어서서 보이는 사물들, 비추어지는 세계, 재단하고 꿰뚫는 수많은 눈들의 한가운데, 그 지점에서 시의 탄생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대상을 개가 보고, 거울이 사물을 보고, 눈이 먼 노인이 찾아온 사람들의 미래나 과거를 되짚어 보곤 한다. 모든 것들의 사이에 끼어드는 눈들이 있다. 「개가 보다」「눈빛이 꽂히다」「관계」「아르고스, 그 여자」같은 시들이 그 예이며「소란한 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란한 밤 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잠든 사이 누군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나보다 늦게 잠드는 눈들이 둘 넷 아니 무수히 많이 밤을 가로지르며 내 심장 위를 걸어 다니는 저 발자국 소리 낮에 꽃집에서 사온 진딧물 죽이는 약은 밤이 되자 안방 화장대 아래 어둠 짙은 곳으로 옮겨 앉았다 새벽이 오도록 불 꺼지지 않는 방에서는 그늘진 곳 검은 어둠들이 우우 뽑혀나가고 책상 위에는 손톱깎이나 면도날 족집게 같은 숨김없이 빛나는 것들 나는 죽은 듯 고요하다 오래전에 떠나왔던 지금은 형체조차 없는 공간으로의 이동이 많다. 바슐라르의 말을 빌자면 고향은 영역이 아니라 물질이라고 했던가? 옛집의 작두샘, 앵두나무 감나무 뽕나무 배나무, 바람 부는 날이면 슥슥 저희끼리 몸을 부비던 댓이파리들, 지날 때면 대낮에도 오금 저리던 여동생이 빠져 죽은 개울물, 중풍으로 오래 앓아누운 외할머니의 앓는 소리들이 들린다. 형체 없는 그것들에 말 걸기는 사실상 지나온 시간으로 되돌아가기다.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더듬고 만지작거렸다. 「그 여름의 개울」「부추밭 풍경」「뿌리의 방」「단단한 뿌리」「흉터」같은 시들이며 특히 「흉터」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선명하게 지나온 시간을 환기시킨다. 흉터 물이 빠져나간 자리 주름이 지고 흉터가 먼저 울었다 흉터가 먼저 웃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준 것 어떠한 의지도 없이 나한테 흘러들어 온 것 사람들은 때로 흉터로 나를 기억했다 나보다는 흉터에 먼저 말 걸던 이도 있었다 강물이 흘러 내 몸에도 세월 같은 살이 오르고 나는 순간, 순간 흉터를 잊었다 별안간 생각이 나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더니 차창 밖 스쳐지나가는 진달래꽃잎처럼 희미하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사람이 찬찬히 얼굴 기웃거리더니 마침내 끄덕인다 순간, 흉 있는 아이에서 흉 있는 처녀로 훌쩍 자라 비로소 그와 내가 만난다 어머니와 형제들 고향의 골목골목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단단히 감겨진 시간과 공간이 술술 풀어진다 수많은 눈길이, 표정이, 말들이 빛으로 바람으로 왔다 간 자리 뿌리 같은 그곳 여전히 내 안에 선명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혹은 너와 나라는 수많은 만남과 관계 속에서 죽음이나 혹은 행, 불행의 사건들 앞에서 보이는 슬픔이나 기쁨은 참인가? 거짓인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할 뿐이면서 그럴 듯한 한낱 관념으로 가장하는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관계들이 어쩌면 거품놀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관계에 그토록 냉소적이었건만 떠나간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 베란다의 치자향이 소문처럼 분분한 밤 벚꽃들이 누군가가 남기고 간 견딜 수 없는 냄새들이 오래 남았다. 꽃들도 찬란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아닌 처절하게 지는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자꽃 향기」「동백꽃이 질 때면」「철쭉」 「벚꽃이 필 때」「아침이 멀다」「황달」연작 같은 시들이 그것이다. 황달3 손바닥과 눈동자 두 알이 먼저 노랗다 밤낮으로 달 떠 있다 추억을 꺼내 빛바랜 사연을 읽기도 하고 당신은 내 생에 히든카드야 발전소야 기둥이야 반면교사야 눈이었어, 지팡이었어 서툰 고백의 시선으로 먼데를 보고 혹은 달콤한 말을 퍼부어도 그가 젖지 않는다 밖을 향해 뻗어 있는 것들 거두어들이고 다만 빛으로 누워 있다 누군가 뜨거운 달의 이마를 짚어본다 홑이불을 놓치지 않으려고 꼼지락대는 발을 쓰다듬는다 모여 있는 모든 곳은 저희끼리 그냥 축제다 스쳐간 죽음들은 모두 현존하는 존재들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식성이 버젓이 식탁에 오르고 생전에 오빠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여전히 삶속에서 간섭하고 지탱하고 발전시킨다. 오히려 부재가 그들에게 밀착시킨다. 그래서 상실의 고통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종종 아무렇지도 않게 사물로 인식한다. 굳이 말하자면 그곳이 시의 발화 지점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치자꽃향기
보검선인장의 가시
벚꽃의 필 때
철쭉
젓가락
수세미 외
동굴
머리카락
아침이 멀다
동백꽃이 부르다
개가 보다
여백
가장 눈부신 날
취미의 유전
겨울 거리에서 꽃이 되다
2부
소란한 밤
차가운 식사
일요일
무슨 이유로 태양은 줄곧 태양이어야 할까?
풀의 공법으로
꿈을 빌려드리지요
얼룩
봄은 전화선을 타고 온다
불면증치료법,벙어리삼룡이 이에는이눈에는눈, 인육을먹는여자
입구
나를 데려오지 못하고
예감
씨눈
프놈바켄의 일몰
호두 까는 여자
3부
딸기
흉터
노숙의 날들
눈빛이 꽂히다
보랏빛으로
둥근 안락의자가 있는 풍경
지워지지 않는 거울
백정의 아내
동백꽃
벌에 쏘이다
홍여새 한마리
황달 1
황달 2
황달 3
개심사 목백일홍
숟가락
4부
장전하는 금붕어
수전증
뿌리의 방
공중에 매달린 것들
껌을 씹는 동안에
파종 이후
서호에서
아르고스, 그 여자
그여름의 개울
부추밭 풍경
고모
단단한 뿌리
냄새
관계
바퀴벌레
차 주전자의 노래
시인의 산문 | 판옵티콘 세상 속에서 호흡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