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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2013년 3월 8일 오늘의 책

좁은 문

앙드레 지드 | 문학과지성사 | 2013.01

분류 : 청소년교양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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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앙드레 지드의 초기 대표작 『좁은 문』을 이성복 시인의 번역으로 다시 만난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불문학자이자 시인 이성복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성복의 『좁은 문』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그는 『좁은 문』을 읽으며 문학을 시작했고, 『좁은 문』으로 논문을 써 학위를 받았다. 또 불문학자로서 마지막 논문 역시 『좁은 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여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좁은 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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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과 사랑

 

여기 번민하는 사랑이 있다. “내가 내 눈과 입술과 영혼에 가하는 속박은 너무도 혹독한 것이어서, 너와 헤어지는 것이 내게는 오히려 해방이고, 쓰디쓴 만족”(192쪽)이라고 고백하는 사랑이 있다. 이 속박에 굴복하여 적어도 자신에게 옳은 선(善)을 택하기 위해 ‘너’를 저버리는 사랑이 있다. ‘너’에게도, 결국 ‘나’에게도 비극이 되고 말 사랑이다. 《좁은 문》의 사랑이다.

 

앙드레 지드가 1908년에 완성한 이 소설은 외사촌 누이이며 그의 아내가 된 마들렌 롱도와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자전적 성격을 띠는 만큼 앙드레 지드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869년, 그는 개신교를 믿는 상류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났다. 지극히 종교적 인간으로 성장한 그는 니체의 철학을 접한 후부터 도덕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시간을 살았다. 같은 맥락에서 《좁은 문》을 읽을 때, 나는 ‘알리사’를 주목한다. 그녀는 화자인 ‘제롬’의 연인이자 ‘제롬’을 남몰래 연모하는 ‘쥘리에트’의 언니다. 어머니의 부정으로 상처 입은 ‘알리사’는 가정의 유지, 그것의 지표가 되는 신앙심, 이를 풍요롭게 하는 연인과의 사랑을 자기 삶의 선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제롬’의 사랑이,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이 선에 반(反)함을 알게 되자 ‘알리사’는 ‘제롬’을 택하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것”을 얻고자 한다.

 

“아직 늦지 않았어, 알리사.”

“아냐, 제롬, 이제는 늦었어. 우리가 사랑을 통해서,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을 서로에게서 엿본 그날부터 이미 늦은 거야. 제롬, 네 덕분에 내 꿈은 너무도 높이 올라가서, 어떤 인간적인 만족도 그 꿈을 추락시켜버렸을 거야. 이따금 나는 둘이서 같이 산다면 우리의 생활이 어떤 것이 될지 생각해봤어. 우리의 사랑이 더 이상 완전하지 못한 순간부터, 난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어…… 우리의 사랑을.”

(…)

“잘 가! 아니, 더 이상 이리로 오지 마, 잘 가, 내 사랑하는 사람,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야…… 더 좋은 것이.”

그녀는 나를 붙잡으면서 동시에 밀쳐내는 듯, 팔을 뻗어 내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말로는 이루 다할 수 없는 사랑이 가득 찬 눈으로, 한순간 나를 바라보았다. (173쪽)

 

“더 좋은 것”을 갈구했던 ‘알리사’의 선은 종내에 그것을 실현할 장마저 잃게 한다. 사랑을 택함으로써 도리어 “더 좋은 것”을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삶은, 그러나 ‘알리사’ 자신뿐만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 ‘제롬’과 ‘쥘리에트’에게도 하나의 비극이 된 것이다. 이제 내가 주목하는 것은 남겨진 이들이다. 세월이 흘러 ‘제롬’과 ‘쥘리에트’는 재회한다.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제롬’은 사랑을 단념하고 결혼을 택하여 어엿한 가정주부가 된 ‘쥘리에트’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녀의 안내로 웬 작고 어두운 방에 들어선다. ‘쥘리에트’가 “삶으로부터 피신해온 듯한”(213쪽) 기분을 느끼곤 한다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알리사’를 추억한다. 이 사랑을 끝끝내 독방처럼 간직하고 늙어 갈 ‘제롬’과 ‘쥘리에트’은 아름답다. 피신하고 싶은 삶 속에 진정한 선이 남아 있었음을 ‘알리사’는 알지 못했으리라.

 

“어느 것을 곧 잊고 싶어?”

“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것.”(212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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