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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2020년 7월 7일 오늘의 책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이시형, 김양수 | 자음과모음 | 2020.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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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 흘리는 노력은 옛말

 

제가 이시형 박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차드 멩탄의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였습니다. 명상이라는 것조차 낯설었던 제게 이 책은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감수자 이시형 박사님의 이름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만한 내용의 책을 감수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로 높은 의식을 가진 분일까?”

 

이시형 박사님은 올해 86세입니다.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한 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옮긴 책 중에 명저도 상당하고 직접 저술하신 책들 또한 대부분 명저입니다. 이번 책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번 책은 이시형 박사님의 예전 저서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의 개정 증보판입니다.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배열과 편집이 훨씬 더 다채롭게 변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숲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자연에서 배움을 얻는 책들이라는 점에서 미즈코 남보쿠의 『절제의 심리학』, 노자의 『도덕경』 마크루스의 『명상록』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전 제목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산업혁명 이후였습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부의 창출이 시작되었고, 계급의 역전 또한 부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계급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고 부르주아(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노동자에 비해 자본가의 비율이 적었기에,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학교의 탄생 배경은 프롤레타리아들을 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목적은 아직까지도 유효합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의무교육보다 좋은 교육을 받는 이면에는 능력 좋은 노동자가 되어 자본가들을 위해 노동해야 한다는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여기에 청교도적 윤리까지 합세하면 자본주의의 꽃인 ‘성실, 근면, 노력’이라는 가치가 탄생합니다. 좋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산업 혁명 이후 몇 세기 동안 이 가치들은 우리 삶 속으로 침투하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라.”
“자신을 채찍질해라 그러지 않으면 넌 가치 없는 존재다.”

 

자본주의에서 한 개인의 가치측정은 노동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말을 듣고 자란 건 필연적인 결과였습니다. 더하여 유교 문화권에서 자라는 한국인들은 산업 혁명 이후의 사회에서 탁월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개인보다 단체, 나보다 우리, 나보다 남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한국인의 노동문화가 바로 이 사회에 아주 잘 맞아떨어졌던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을 이뤄낸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2~300년 동안 이뤄낸 일들을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안에 이뤄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합니다.

 

효과 있는 방법이라고 해서, 그것이 모든 문제에 만능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비타민C와 오메가-3가 전반적인 건강에 좋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병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듯 말입니다. 우리는 피땀 흘리는 노력만이 성공과 성장의 마스터키라고 생각합니다. 악바리 근성의 한국인에게는 딱 맞는 방법이었지요. 하지만 세상은 이미 많이 변했고 이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합니다.

 

“강을 건널 때 썼던 뗏목은 버려야 한다.”

 

고타마 붓다는 말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 썼던 물건은 산을 오르고 난 뒤에는 버려야 합니다. 모든 도구와 방법은 그때 써야 할 방편일 뿐이며, 그 이후에는 그것을 놓아버려야 다른 방편을 쓸 수 있습니다. 버리지 못하면 짐이 될 뿐입니다. 이제는 산을 오르기보다 능선을 타며 다른 산들을 찾아다닐 때입니다. 산을 오를 때와 능선을 탈 때는 다른 도구와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는 우리들에게 자연이라는 거대한 스승을 앞세워 경종을 울립니다. 마치 노자가 『도덕경』에서 자연을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했던 것처럼,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지혜를 전하듯 말입니다. 올해 86세의 저자가 세상만사를 경험하고 옆집 할아버지처럼 우리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것은 다른 명저들과는 친근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몸이 피곤하면 쉬어야 합니다. 정신이 피곤해도 쉬어야 합니다. 그러나 달리기만 배운 우리가 정신을 쉬는 방법을 알고나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쉴 새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는 이제 달리기가 아닌 걷기가 필요합니다. 달리기는 달리기만의 특색과 장점이 있고,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걷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우리들이 정말 달리기라는 방법만을 고집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이제 잠깐 멈춰 서서 우리가 올라온 길을 보고 방법을 가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 이상 채찍질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는 구시대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시대입니다.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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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파도 삼아 서핑하는 여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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