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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7일 오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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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볼셰비키, 류연웅, 이아람 외 | 안전가옥 | 2020.03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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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서비스만큼 다채로운 스펙트럼 편의점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먹거리를 보자면 간단한 간식부터 제법 고급스러운 식사까지 두루 갖추고 있고, 생활용품 코너에는 옷가지와 화장품과 필기구에 더하여 부의금 봉투까지 마련해 두었다. 뿐이랴. 현금을 찾을 수도 있고 택배 발송도 가능하다. 골목마다 매장이 있으니 편의점을 일터로 삼은 사람도 많다. ‘편순이’와 ‘편돌이’에게 있어 편의점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인생의 쓴맛을 체험하는 곳이다. 매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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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안전가옥스러운

 

1. 꼬박꼬박 찾아 읽게 되는 안전가옥의 앤솔로지들. 『편의점』은 안전가옥의 네 번째 앤솔로지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 2019 여름 앤솔로지, 편의점’의 수상작 네 편과 초대작 한 편을 모은 책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자체 임상실험 결과 안전가옥의 앤솔로지의 경우, 그중 마음에 드는 작품은 평균 두세 편 정도라는 결론이 나와서 예전과는 다르게 큰 기대는 없이 읽어 내려갔다. 어떻게 보면 의무감에서 읽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의무감은 안전가옥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겠지만.

 

2. 사실은 ‘유기농볼셰비키’ 작가의 작품이 제일 기대되었다. 『편의점』의 출간을 알리며 안전가옥에서 날아온 뉴스레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위해서 메일 삭제도 안 했다.

 

그래, 이제 왜 ‘유기농 볼셰비키’가 물개 박수를 쳤는지도 알겠고 그것도 지구 멸망 100초 전에 쳤는지 또한 알겠다. 이래서 그랬구나. 메일로 봤을 때는 마냥 특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 스포일러였네, 스포일러였어. 유기농볼셰비키 작가님의 「창조의 비밀은」, 홍대 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하신 경력에 힘입어 지구가 사실 조별 과제의 산물이라는 설정을 내놓는다. 그것도 미술대학 학부 1학년 1학기 공통 필수 파운데이션(기본) 과정에서 조원 구성이 랜덤으로 편성된 조별 과제의 산물이라고. 지구는 테라포마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홍대 앞 편의점 앞에서 만난 두 남녀는 아주 진지하게 오타리안 무브먼트(Otarrian Movemen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실 인간은 OOO의 창조물이기도 한 것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설정만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톤이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너무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들이 너무 날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몰입을 깨트리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와 대화로 소비되기엔 너무 좋은 소재인 것 같은데, 싶어 많이 아쉬웠다. 제일 기대한 작가님의 작품이 첫 작품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별로였기 때문에, ‘안전가옥 앤솔로지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건가, 하며 첫 이야기를 보냈다.

 

3. 그러나 그다음 작품이 의외였다. 공포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공포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던 류연웅 작가님의 「카라마조프 헤븐」. 「카라마조프 헤븐」이라고 해서 전혀 어디로 갈지 감을 잡을 수도 없는-사실 안전가옥의 모든 작품들이 마찬가지이다-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이것 참 딱딱해 보이는 제목이로구만. 딱 봐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밖에 떠오르지 않잖아요.

 

큰 캐리어를 들고 한 안개 속에서 나타난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편의상 ‘편의상‘으로 부르기로 하여 의상의 이야기인 거지. 그래서 난 그 의상의 행색을 보는데 터덜터덜 집 나온 꼴이 딱 실업자 된 슬픈 우리네 이야기의 표본과 같아서 으레 그러려니, 카라마조프 팝업 스토어를 통하여 행복을 찾으려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누워서 읽다가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읽었다. 반전이었다. 게다가, 카라마조프가 뭔지 아세요? 카카오, 라인, 마리텔, 조선일보, 프로듀스의 첫 글자를 딴 거다. 엄청나다.

 

사실 결말에 대한 해석을 듣고 싶어서 작가분의 에필로그를 기대했는데 해석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하셨다. 뭘까. 결국 맨 마지막 문장은 “아빠, 집으로 가요”였으니까 나는 해피엔딩을 원한다. 지상에서의 해피엔딩이라면 어쩌면 카라마조프 헤븐이라는 꿈속에서 일어난 일들일 수도 있겠고, 천국에서의 해피엔딩이라면 말 그대로 카라마조프 헤븐에서의 조우겠지. 개인적으로 카라마조프 프렌즈는 실제로, 현실에서 그대로 나온다 하여도 소설 속에서와 똑같은 반응이 일어날 것 같아서.

 

4. 그 뒤의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또한 장르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안전가옥스러운(무슨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들이었다. 확실히 안전가옥 스타일은 ‘책 끝을 접다‘ 소개에 특화된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및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에서 풍기는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이 좋았다.

 

특히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를 읽다 보면 실제로 내가 푸르른 제주도의 한 켠에서 선이를 보고 있고,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을 베고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한’ 외계 생명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녹색 생명체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 역시 신화적 존재들을 편의점의 손님으로 초대함으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이색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별히 엔딩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그들을 괴롭히는 일들은 늘 현실의 문제다. 우석의 상황이 더 나쁘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둘의 삶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200p)

 

“ (…) 이 빌어먹을 편의점에 서서 물건을 팔고, 정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요. (…) 그 중에 저를 가장 비참하게 만든 사람들은 인사에 대꾸도 없이 들어와 물건을 사고 나가기까지 한마디 말도 없는 손님들이었습니다. 저를 사람으로 안 보는 사람들, 편의점의 부품 취급하는 사람들이었단 말입니다!” (219p)

 

5. 마치 『편의점 인간』의 저자인 무라타 사야카가 실제 15년 이상을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살아오며 그 작품을 펼쳐낸 것처럼, 앤솔로지 『편의점』 속에서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경험하지 않고는 이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마음들이 들었던 부분이 곳곳에 존재했다.

 

할 수 없이 또 이렇게 안전가옥의 다음 앤솔로지를 기대한다. 다음번엔 어떤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을지. 특히 류연웅 작가님의 경우 현재 연작소설 『못 배운 세계』를 기획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안전가옥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 잘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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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도, 호기심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 많은ㅡ피아노를 치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책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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