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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8년 10월 7일 오늘의 책

모던보이

이지민 | 문학동네 | 2008.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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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만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난실이 과연 누구인지. 그 정체를 밝혀내기 전에는 아무도 맘대로 이 경성을 떠날 수 없고, 들어올 수도 없다. 제아무리 총독일지라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이지민의 장편소설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원제: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매우 놀라운 수준의 산문 생산력, 신선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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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화신, 멋지지 않소?



살짝 타이트한 셔츠에 짧은 청치마. 날씬한 두 다리 아래 굽 높은 금색 스트랩 슈즈. 비비드 핑크의 에나멜 핸드백과 알이 커다란 셀린느 선그라스.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긴 갈색 머리카락 아래로 시선을 따라가면 찰랑이는 디오르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네일아트를 예쁘게 한 왼손에는 생크림을 얹은 스타벅스 카페모카. 오른손에 쥔 분홍색 긴 줄 끝엔 방금 애견샵에서 미용을 마치고 나온 슈나우져 한 마리의 종알거리는 발 움직임. 마침 울리는 전화벨. 여보세요? 응 나야. 검고 반짝이는 프라다 폰.

modern 은 현대의, 현대적인. 이라고 해석된다. 현대라는 시공간적 배경은 늘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 modern한 사람들이겠지만. 때로 그 해석은 변한다. 예를 들어 “모던해 보이는 의자네요.” 라고 하면 간결하고 독특한 의자가 떠오른다. 좀더 modern해 보이는 표현을 해보자면 심플하고 유니크한 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 스타일, 모던한데?” 라고 하면, 그 차림이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일 것이다. 결국 모던하다는 것은, 분위기있는, 세련된, 격이 낮지 않은. 스타일 사는, 있어 보인다는 뜻으로 통용되는건 아닐까. 결국 마음가짐이 아무리 까르보나라해도, 외모가 덜 끓인 청국장이라면, 모던하단 말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던하단건, 외향으로 결정된다니. 안타깝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뼛속부터 된장녀가 아니라면 흉내라도 내어 쌈장녀 정도 되어보기는 어렵지 않다.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그냥 아무거나 입은 듯이’ 영자신문 좀 구겨 들고 다니다가 이효리같은 표정으로 스타벅스 한잔이면 “U go ,된장걸 O.K"니까.

2000년 제 5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2008년 익숙한 제목 <모던 보이>로 다시 나왔다.

식민지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 나라를 찾는 것보다 애인을 찾는게 더 어렵다는 남자. 유행을 따라잡기 바쁜 경성의 모던보이, 여자가 얼굴에 침을 뱉어도 ‘난 낭만의 화신이다’ 라고 외치는 남자. 시대를 독특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살아나가며 자신의 진실 이외에는 관심도 없는 남자. 조선이든 독립이든. 그것이 이해명.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웃을 수가 없다. 문학평론가 도정일의 말마따나 “제 1급의 또라이 낭만파 청년”이지만 그만큼의 순수와 낭만을 우린 지니고 있을까? 주위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남들의 평가에 숨죽이지 않고 밀어붙이는, 울며 불며 매달릴 수 있는 용기와 기운찬 목표를 우린 어디에 두고 있을까?

철없어 보이면 어때, 어린애 같은 순수와 낭만이 때론, 바람 앞에 등불같은 자존심일지라도 내세워보려 두 손으로 겨우 바람을 막아내고 있는 위태로운 담뱃불 붙이기 같은 남자보다 훨씬 멋지고 사랑스럽다는 사실, 아시는지?

그러니 고민거리를 반찬거리보다 자주 생각하시는 분들은, 깻잎 뒷면처럼 복잡한 마음을 가지치기 좀 하시고, 올곧은 의지와 ‘정말 하고 싶은 것’에 귀기울여 보시길. 그것이 바로 모던이니.

이해명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모던한 외면과 낭만적인 내면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적이라는 것이 냉정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딱딱한 회사와 네모반듯 의자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지치고, 농담이 줄어들고, 대화하는 법을 잊어 소통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그놈의 ‘쿨’이 뭔지 떠나가는 사람 붙잡지도 못하고 쿨한 척 ‘안녕’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정말로 ‘안녕’하지도 않으면서.

한번 읽으면 멈추기 힘들어지는, 재미있는 소설. <모던 보이>를 통해 이해명식 낭만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연봉 신경쓰지 말고 정말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해본다거나, 상사를 졸라 평소 하고 싶던 프로젝트를 추진해본다거나, 헤어진 애인 집 앞에서 ‘미안해’라고 써진 풍선을 들고 기다린다거나. 다 그만두고 훌쩍 멀리 여행을 가서 멋진 시를 써본다거나.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습니다만.

하지만. 낭만. 그 말만으로도 멋지잖아. 인생에 한 번쯤은 그렇게 살아보는 것, 괜찮다. 최소한 누군가는 그 열정에 감동할테니.

이 귀엽고 멋진 남자, 이해명의 모습을 이미 유부남이 되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박해일님’이 새 영화 <모던 보이>에서 보여준다니 기대가 될 뿐이다.

책을 먼저 읽느냐, 영화를 먼저 보느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보다 쉬운 문제니 여러분이 알아서 선택하시길. 

영화가 개봉하면, 그 날은 예쁘게 차려입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영화관을 찾아가야겠다. 뭐 된장녀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때? 모던보이에겐 모던걸이 어울릴테니, 그 날만큼은 ‘모던 된장걸’한번 해보지 뭐. 낭만적으로.
 

 

 - 도서팀 에디터 양우정(ruby@bandi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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