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책오늘의책
  • 미디어 & 기관 추천책미디어 & 기관 추천책
  • 문학상수상작문학상수상작
  • 이럴때이런책이럴때이런책

큰발중국아가씨

2016년 7월 6일 오늘의 책

큰발중국아가씨

렌세이나미오카 | 달리 | 2006.03

분류 : 어린이

정가
$19.00
판매가
$10.45 (45%↓)
적립금
$0.21 (2%P)

중국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전족을 강요당했다. 그리고 영국 빅토리아 시대 여자들은 가는 허리를 위해 코르셋을 꽉 조여 약간만 흥분을 해도 기절하곤 했다. 아프리카 여자들은 입술을 접시만큼 크게 늘리고 할례를 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에 왜 강요당하며 왜 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전족을 하지 않은 중국 아가씨의 이야기를 통해 악습에 대한 외로운 전쟁을 시작한다.

상세보기 >

커다란 발로 씩씩하게 서서


학교 도서관에서 제목에 이끌려 집어든 책이다. ‘왜 큰 발인가’했더니 소설의 시작에서 전족을 언급하는 걸 보고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천 년 동안 존재했던 인습 ‘전족’이 중국 여성들의 삶을 남성에게 단단히 예속시켰다는 건 알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니 전족을 비롯해서 ‘인습’이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이며 그에 저항한 이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 강력한 서구 열강이 등장하면서 오랜 세월 중화사상에 젖어있던 중국의 자존심이 붕괴되던 시절이다. 명문가 타오 집안의 셋째 딸 아이린이 주인공이다. ‘보수냐, 개화냐’를 놓고 사회가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뿌리깊은 ‘인습’은 기승을 부린다. 아이린을 시집 보내기 위해 그녀에게 전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족은 ‘작은 발이 미인’이라는 중국의 미관에 따라 어린 여자아이의 발을 오므려서 천으로 싸는 인습이다.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해 평생 발을 오므린 채로 고정시키고 다녀야하는데 걸을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고 통풍이 되지 않는다. 발 모양은 마치 돼지나 말의 굽처럼 기형적으로 변한다.
차마 사진을 첨부할 수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든 형상이다. 궁금하면 검색창에 쳐보라. 지금의 중국은 어떤지 몰라도 전족이라는 인습만을 놓고 봤을 때는 ‘미개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려 1950년대까지도 일부 시골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이 엄청난 악습은 하 진의 『기다림』에도 등장한다.
전족을 한 여성은 제대로 걷질 못하고, 따라서 노동도 할 수 없다. 귀족 중심으로 유행했던 전족은 점차 일반 서민들에게도 퍼졌다. 중국이 사회주의가 되고 남녀 차별을 금지하기 전까진 중국도 세계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여권이란 없던 곳이었고 이를 대표하는 상징이 바로 전족이다. 여성의 시집, 공부, 직업 등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여권이 신장된 오늘날에 여성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소설에서는 각종 악습들로 인해 아이린이 힘겹게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나마 아이린은 명문가의 자식이었고 능력이 좋으니 일이 꽤 잘 풀린 셈이지만 일반적인 중국 여성들은 더 고달팠으리라.


어렸을 때부터 심한 개구쟁이였던 아이린은 전족을 한사코 거부한다. 개화를 주창하던 아버지의 보호 아래 전족을 하지 않게 되고 기독교 학교에 들어가지만 그 과정은 절대 녹록치 않았다. 이웃집 아들과의 혼사가 깨지자 아버지를 제외한 집안 어른들 사이에선 아이린은 밥이나 축내는 가축으로 신세가 전락하고 만다. 학교에 들어가는 문제에서도 ‘여자가 무슨 학교냐, 왜 거기에 돈을 들이느냐, 나중에 여자가 무슨 직업을 얻느냐’며 반발이 거셌다. 정작 학교에 가서는 전족을 한 여자애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깊이 뿌리박힌 인습에 굴하지 않고 큰 발로 헤쳐 나가던 아이린은, 그녀의 탁월한 영어 실력에 반한 미국인 교사의 애제자가 되면서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러던 중 할머니와 아버지의 잇따른 죽음으로 아이린은 큰아버지의 뜻에 따라 학교를 자퇴하고 강제로 시집을 가는 처지에 놓인다. 다행히 스승의 도움으로 어린 나이에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난다.

아이린(영어 이름은 ‘에일린’)은 다른 중국 여성들과 달리 전족을 하지 않은 덕분에 미국인 선교사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면서 인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등지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주인 부부는 좋은 사람이지만 공자를 우상숭배라 말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붓 쥐는 법과 중국 문화를 가르쳤던 아이린을 매도하는 등 몰이해의 자세를 보인다. 이후 중국이 겪게 되는 대혼란의 시기를 암시하는 경험이다. 아이린은 '명문 집안의 자제로서 살아온 자신이 지금은 서양인들과 편하게 살지만 언제까지 중국을 폄하하는 저들과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이야기는 선교사 가정이 미국으로 가면서 결말을 맞이한다. 미국으로 가는 배에서 아이린은 차이나타운에서 요식업 가게를 운영하는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고난이 예상되면서도 그와 결혼한다. 전족을 한 여성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전족을 하지 않은 여성은 떳떳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회에 내딛으면서 말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 세대의 일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성장 소설은 인간의 성장을 발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다. 전족은 미관상 행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전족을 한 여성은 뛸 수 없어 도망칠 수도 없고 일을 할 수도 없다. 남성이 경제권을 기반으로 여성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고자 행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나는 후자의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자는 시집을 보내고 구박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으며 아이린이 들어야 했던 부당한 말들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해석이다.

아이린은 다른 중국 여성처럼 고분고분하게 갇혀 지내지 않고, 큰 발로 걸으며 당당히 제 일을 하며 살아간다.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미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아이린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히 ‘인습에 저항해서’가 아니다. 그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지만 그동안 서구에 의존했던 아이린이 마지막엔 미국에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인으로서 살아갔다는 점이다.

국수주의도 심각한 문제지만 사대주의 또한 만만치 않게 큰 문제다. 비단 중국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나라에도 해당되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이라 여겼던 중국이 자신들의 자존심을 짓밟히고도 오늘날 다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것은 마냥 인구만 많기 때문이 아니다. 주인공 아이린처럼 서구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되 인습이 아닌 중국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은 것이 불러온 결과다.
아이린의 아버지가 꿈꿔왔던 세상을 큰 발로 걸어 들어간 아이린의 모험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가깝지만 무지했던 중국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어 읽는 동안 여러모로 유익했던 독서였다.


“자식은 당연히 부모를 공경하는 게 도리인 거야! 부모가 애써 얻을 필요가 없어!”
“하지만 잃으실 수도 있지요.” (54쪽)


나는 나 자신이 바깥바람과 햇볕을 너무 많이 쐰 죽순과 같음을 깨달았다. 나는 두 번 다시 언니들이나, 전족을 한 채 안채에서 시간을 보내는 다른 얌전한 중국 여자들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너무 억세진 것이다. (171쪽)

“나는 내가 겪은 힘든 일들이 자랑스러워요! 왜냐하면 나는 내 두 발로 씩씩하게 서서, 내 남편이 이 식당을 성공시키는 걸 도와줬거든요. 내 커다란 발로 씩씩하게 서서 말이죠.” (231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내남자’님은?

방학을 맞은 대학생으로 신춘문예에 전력투구하며 2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책 메일링 서비스

오늘의 책을 친구에게 추천하기

싸이월드 공감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덧글 [ 0 ]

등록하기

오늘의 책 전체보기

이전이전

2 0 2 6 1 0

다음다음

2026년 10월 오늘의 책 입니다.

GO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28

29

30

1


일상의 유토피아

2


평생 월급을 만드는 저수지 투자법

3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4


슬픈 행성

5


은둔

6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7


루미너스

8


그리고 다시, 우리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