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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빠이, 이상

2016년 5월 6일 오늘의 책

굳빠이, 이상

김연수 | 문학동네 | 2016.04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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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99년이 되자, 나는 이상에 대해서 뭔가 쓰고 싶어졌다. 그 글은 나중에 『꾿빠이, 이상』이라는 장편소설이 됐다. 그 소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는 소설가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_김연수(한겨레 칼럼 「소녀잡지 속 박제가 된 천재를 아시오?」 중에서) 김연수가 등단할 때부터 마음에 품은 다음의 문장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즉, ‘오빠의 데드마스크는 동경대학 부속병원 유학생들이 떠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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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아해가 질주하오


『꾿빠이, 이상』은 '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 시인'(김승희, 「이상 시 생산 연구」, 김윤식 편저, 「이상 문학 전집」 제4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총 3편의 이야기에 각각 등장하는 3명의 화자가 이상이 남긴 흔적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 이야기 「데드마스크」는 이상이 죽기 전에 서양화가 길진섭이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토대로 데드마스크의 소재와 소문의 진위를 둘러싼 사건을 다뤘다. 우연히 이 사건에 말려들게 된 기자 김연(화)이 화자로 등장한다. 두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꽃」은 무명 시인이자 아마추어 이상 연구가인 서혁민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이상의 시를 연구하며 이상의 삶을 모방한다. '이상을 찾아서'라는 수기 한 편과 이상의 작법을 모방해 쓴 시 '오감도 시 제16호'를 남기고 이상이 죽은 병원에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세 번째 이야기 「새」는 '오감도 시 제16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다뤘다. 자신이 발표한 이상에 관한 논문이 엉터리라는 비난을 받고 절망에 빠진 재미교포 이상 연구가 피터 주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정체성 문제를 이야기한다.


"아니요. 중요한 것은 가짜냐 진짜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말입니다. 진위와는 무관하게 모든 정황이 진짜라면 진짜인 것이고 모든 정황이 가짜라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 당시 저는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저는 이상의 데드마스크에 빗대어 그 사랑만이 진짜라고 강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으니까요. 그냥 우스운 얘기입니다."
(김연수, 『꾿빠이, 이상』, 문학동네, 2001, 200쪽)


이상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세상 모든 만물을 진실과 거짓, 혹은 진짜와 가짜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구분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허(?)와 실(實)을 가르는 경계는 또 무엇인가? 이러한 명제를 던지고 풀어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작가는 소설에서 어떤 존재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것은 믿음의 영역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이 작품처럼, ‘믿는 것은 진실이 될 것이고, 믿지 않는 것은 거짓이 될 것’이라는 내용은 이상의 삶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태어나자마자 몰락한 양반인 백부의 집으로 입양된 이상은 유교적인 가치관을 주입받으며 성장했다. 이상은 도시인의 삶을 살았지만 남존여비, 가부장적 관념 등 보수적인 사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낀 이상은, 서구화된 도쿄의 지식과 사상을 접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도쿄에 간 직후 실망하지만.) 말년에 이상이 도쿄에서 김기림에게 쓴 편지의 내용에는 "암만해도 나는 19세기와 20세기 틈바구니에 끼여 졸도하려 드는 무뢰한인 모양이요."라는 문구가 있다. 경계에 서 있는 이상 본인처럼, 진짜와 가짜 혹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한국과 미국의 경계인인 피터 주를 등장시켜 풀어간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꾿빠이, 이상』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상에 대한 연구 또한 면밀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실증이 부족한 부분에 개입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품 속의 내용은 이상을 향한 작가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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