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5일 오늘의 책
안재성 | 창비 | 2018.03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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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서사와 강력한 흡인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인물과 진실을 발굴해 다수의 평전과 노동.역사 소설을 묵묵히 집필해온 우직한 작가 안재성의 신작 장편소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가 출간되었다. 북한 엘리트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포로로 잡혀 10년간의 수용소, 감옥 생활을 겪은 실존인물 정찬우의 수기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정찬우의 가족이 50년간 간직...
누가 그들을 기억할 것인가
어쩌면 역사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할지 모른다. 누군가가 잘났건 못났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시대의 지대한 영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서 해방 후 냉전의 상징이 되어 남북이 단절되었다. 이후 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온 국토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휴전협정 후 자유당 독재와 학생운동 등의 굴곡진 흐름을 거쳐 지금에 어렵사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변화무쌍하기에 예측불가한 근현대의 격류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디 품었던 뜻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갔을까. 누가 그들을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 누군가는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라는 소설은 정찬우라는 한 수재의 굴곡진 삶을 통해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을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희생된 보통 사람들을 현대에 불러내어 위로하고 ‘그래도 어떤 이들은 기억을 하였다’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목숨을 건 선택을 강요받았던 과거 세대에 대한 잔잔한 위로임과 동시에 약소국가의 비애와 비극을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현재 세대에 대한 생생한 조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묵묵히 속으로 자문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누구를 위한 이념이고 전쟁이었는가? 그것을 통해서 누가 무엇을 얻었는가? 이념이며 전쟁이 우리 민족에게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었는가? 나는 이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지만, 그럼에도 잠정적으로는 그것들은 결코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수단이 목적을 압도하게 될 때, 역사는 인간을 집어삼켜 피를 토해내기 마련이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과거의 족쇄: 전쟁, 이념
과거의 역사적 사건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세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흘렀을 뿐, 과거의 화마가 현재에 미친 영향은 여전하다. 여전히 개인은 역사나 시대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전쟁의 상흔이 미친 영향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 역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였고, 수차례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지만 어째서 병역 판정을 통과한 사람은 계속 군대를 가야 할까. 반세기도 지난 전쟁은 수십 년이 지난 헌법에 자국을 남겼고, 그것은 ‘개헌’ 논의에 관계없이 이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의 이슈가 좌(left) 혹은 우(right)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로 재단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편 아니면 저편이라는 양자택일의 시각이 잔존하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작중 정찬우에게 벌어졌던 일은 시대만 다를 뿐이지 오늘날에도 유효한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어떠한 사건이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가 각종 적법절차(due process)의 구비로 인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일 것이다. 답답하다. 대체 언제까지 역사의 포로가 되어야 하는 걸까.
같이 볼 만한 영화: 「타인의 삶」
최근에는 퇴근 후 밤 시간을 쪼개서 「타인의 삶」이라는 독일 영화를 보았다. 작중 드라이만은 갑작스레 독일이 통일이 된 후, 연극의 시연에서 만난 장관에게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우리나라를 다스렸다니’라는 식으로 한탄을 한다. 당시의 그는 장관의 모함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명예를 잃은 후였다.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를 읽으면서 문득 영화의 그 장면을 떠올렸다. 전쟁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대대손손 추모를 받는 것은 아주 소수의 인물들 아니던가? 어떤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따라 전쟁이라는 극단적이면서도 우발적인 선택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투입되어 목숨을 바치기 마련이다. 스러져간 이들의 가슴 아픈 희생을 폄하할 의도는 없으나, 따질 것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것이 과연 꼭 필요한 선택이었는지, 그리고 정말로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 말이다. 역사와 대중은 누구를 기억하고 있는지도 꼭 살펴봐야 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잊혀진 그 자리에,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못한 이들이 소위 ‘족적’따위를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읽고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쓰는 습관을 가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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