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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정의

2020년 2월 5일 오늘의 책

폭력과 정의

안경환, 김성곤 | 김영사 | 2019.12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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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부터 《채식주의자》까지 부터 까지… 20편의 소설과 36편의 영화로 들여다본 폭력과 정의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정의를 바란다고 이야기하지만, 《폭력과 정의》 서문에서 안경환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정의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두 저자는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잠시나마 느껴보지 않고 그의 정의를 말할 수는 없으며, 문학과 영화야말로 저마다의 삶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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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문학과 영화가 말하는 법과 정의

 

우리는 지금 '폭력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구상 어디인가에서는 지금도 전쟁과 테러가 자행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폭력이 진행되고 있지요. 폭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타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도 폭력이고, 정치적 보복도 폭력이며,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도 폭력이 됩니다. ··· 문학작품이나 영화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정의와 법을 통해 우리의 인식지평을 넓혀주고, 우리로 하여금 두 겹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책은 법이나 문학이나 영화가 궁극적으로는 모두 인간의 삶과, 인생의 갈등, 그리고 사회정의를 다루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합니다. (본문 중에서)

 

여러 문학 작품과 영화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그것을 다루는 법과 정의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문학과 영화에 나타난 법의 속성을, 제2부에서는 문학 텍스트와 영화 텍스트에 나타난 폭력과 정의와 편견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제3부에서는 영화에 나타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다루며 그것들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각 부에서 여러 영화를 소제목과 함께 짧은 분량으로 다루었는데, 가독성이 좋아 분량이 비슷한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빨리 읽을 수 있었다. 목차만 봐도 어떤 작품을 다루는지 알 수 있어서 반가운 작품들도 있었고, 소제목을 통해 대략 어느 영화를 통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친절한 미리보기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즐거움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몰랐던 작품을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다. 아는 작품을 다룰 땐 내가 느꼈던 바를 명료하게 짚어내는 것에 공감하기도 하고, 내가 느끼고 알았던 것보다 한층 더 확장된 시각에서 다시 한번 작품을 해석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작품을 알아서 얻는 재미가 있다면 모르는 작품을 통해 얻는 즐거움도 있다. 혹시나 책에 나온 여러 문학이나 영화 중에서 안 본 작품이 많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책은 책의 전반적인 전개와 줄거리를 친절히, 중요한 디테일까지 살려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책의 본질은 단순히 작품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텍스트의 이면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므로 책이나 영화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해도 읽는 데에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아는 작품은 심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고, 처음 알게 된 작품들도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니 말이다.

 

이 책이 가장 이끌렸던 이유는 문학과 영화를 통해 사회 속 정의와 편견을 바라보고 논의한다는 점이다. 내가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우리의 삶과 사회상을 잘 담아냄과 동시에 몰랐던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작품들을 예로 들자면 미국의 로비스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 《미스 슬로운》과 인종차별을 다룬 『앵무새 죽이기』, 『빌러비드』를 통해 우리는 현실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쉽게 체감할 수 없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의 경우 제1부 '법의 이면' 속 작품들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국내외 법적 제도나 법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알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꼬집는 법의 허점과 딜레마를 보며 우리는 법이 항상 진실을 수호할 수 있는지,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는 문학 텍스트의 확장이자, 시대와 삶을 반영하는 문화텍스트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배경이나 은유를 알게 된 작품도 있었다. 이 책 속의 또 다른 작품,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소제목은 ‘여성에 대한 편견의 종언’이다. 이 영화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눈에 띄게 향상되던 1990년대의 사회상을 잘 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으로 억압과 정치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저물고 대중문화와 페미니즘을 포용하던 인식 변화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한 《엽기적인 그녀》 속 두 주인공은 기존의 성관념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신선한 캐릭터들이었다. 유약한 남자 주인공과 강인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다. 영화 내내 남자 주인공을 제압하고 리드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을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이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들이 볼 때는 그야말로 엽기적이지만, 시대는 이미 그러한 여성의 모습을 좋아하고 포용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여성이 기존의 억압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모든 텍스트의 이면에 깔린 물음은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공동체의 영원한 숙제다.”

 

이 시대의 폭력과 정의를 다룬 작품, 소설 『채식주의자』에서는 폭력적인 가정과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인물을 통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여러 형태의 폭력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가부장적 가정의 폭력을, 2부에서는 예술을 가장한 미묘한 성적 폭력을, 3부에서는 사회의 제도적 폭력을 묘사한다. 그러나 주인공 영혜에게는 그저 ‘폭력’일 이 행위와 신념들이 폭력의 가해자들에게는 ‘정의’의 집행이라는 것이 참으로 모순적이다. 저마다 ‘이것이 정의’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녀를 억압하고 폭력을 가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채식주의자』는 정의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복합적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사회의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개인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우리만이 정의를 실천한다는 생각도 독선이 되어 타자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의 신념과 정의가 타자, 혹은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형태의 폭력과 정의, 그리고 법을 다루고 있다. 법이나 문학이나 영화가 궁극적으로는 모두 인간의 삶과 인생의 갈등, 그리고 사회정의를 다루고 있다는 이 책의 전제처럼, 법과 문학과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과 이를 둘러싼 사회를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폭력과 정의가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폭력이 정의가 되고 정의가 폭력이 되는 개인 또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며 폭력과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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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방구석 여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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