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5일 오늘의 책
김숨 | 현대문학 | 2016.08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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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하여 완성해낸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 이 책의 저자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의 일부는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비기금’으로 기부됩니다.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 역사의 이름으로 파괴되고 훼손된 그 ‘한 명’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 이 책에 대하여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소설을 쓸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창작'이라는 미명하에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역사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며, 실존 인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는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한국 여성의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끔찍하고 황당한, 또한 치욕스러운 트라우마일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라고 프리모 레비는 말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증언이 지금까지 어어져오고 있다. 그 증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편협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한 명』을 만났다.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녀'는 열세 살에 만주 위안소에 끌려가 '위안부'가 되었다.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숨긴 채 죽은 사람처럼 살아오던 그녀는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에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잊고 싶었던, 그러나 잊히지 않았던, 잊을 수 없었던, 7년간의 '위안부' 생활을 떠올린다.
마지막 한 명이 혹시나 그이가 아닐까. 수년 전 티브이에 나와 그 한마디를 듣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말하던.
신(神)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마디를.
위안부 피해자인 그이는 그 한마디를 듣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神)도 대신해줄 수 없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대해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누구든 알 것이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죄한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순 없지만, 절대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겪었던 그 고통은 어느 누구도 겪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십 년간 증언하고 시위하며 듣고자 했던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28일 한일정부는 피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위안부 합의'란걸 했고,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생존자 1억원, 사망자 2천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과거 사실 인정은 없었다.
“군인 백 명을 상대할 자가 누구인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군인 백 명을 상대합니까.”
작지만 야무지던 석순 언니가 따지고 들자, 중대장이 병사를 시켜 석순 언니를 앞으로 끌어냈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용기있게 말한 소녀는 많은 소녀들이 보는 앞에서 잔혹하게 죽임을 당했고, 죽은 후에도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위안부에 끌려간 소녀들 중에는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온 소녀들도 있었고 더러는 일본 순사들에게 강제로 잡혀오기도 했다. 그곳에서 자신을 하하('엄마'라는 뜻)라고 한 일본여자는 소녀들을 '소유'했다. 군인들을 데리고 자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던 소녀들은 이튿날 피 빨래를 했다. 열세 살에 끌려온 소녀는 고개 숙인 채 다른 소녀에게 '같이 죽자'는 말을 들었다.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했고, 8월 14일은 위안부 기림일이 됐다. 이후에 숨죽여 지내던 피해자들이 하나, 둘 자신이 피해자임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죄지은 사람처럼 살아왔던 날들. 차마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말하지 못했던 날들을 뒤로한 채.
군인을 하루에 몇 명이나 받았냐? 군인이 들어와서 군복바지는 어떻게 내렸냐? 매독에는 안 걸렸냐?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하려니까 아주 환장을 하겠더라구. 취조도 그런 취조가 없지 뭐야. 내가 위안소에 안 갔다 왔으면서, 갔다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줄 알구서 말이야. 정부 보조금을 타려구.
…
신빙성이 없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위안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리고 다니는 이들을 향해서. 몇 살 때 끌려갔는지, 누구한테 끌려갔는지, 어디로 끌려갔는지 분명히 대지를 못하니까. 고향 지명조차 제대로 모르는 데다, 학교에 다니지를 못해 자기 이름 석 자도 쓸 줄 모르던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고려도 않고, 수십 년이 흘러 기억들이 토막 나고 뒤죽박죽 뒤섞여버렸다는 걸 모르고.
용기 내어 참혹했던 날들을 털어 놓았지만 진짜로 겪은 일이냐며 캐묻는 사람들, 진짜로 그런 곳인지 모르고 간 것이냐고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 피해자들은 졸지에 '가짜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나도 피해자요.
백지에 쓴 문장을 소리 내 읽던 그녀는, 모든 걸 다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말을 하고,
그리고 죽고 싶다.
…
“죽을 수가 없어. 내가 죽으면 말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이 마지막 한 명인 줄로만 알고 있는 할머니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사투를 벌인다. 살아있는 마지막 증인이 죽으면 아무도 증언할 수 없기에 그이는 죽을 수가 없다. 마지막 남은 한 명 앞에서 느끼는 또 하나의 ‘한 명’이 느끼는 충동. 주인공 ‘그녀’는 만약 자신이 마지막 한 명이 된다면, 모든 죽은 이들을 대신해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도 피해자라고. 아직 증언할 수 있는 한 명이 더 남아 있다고. 그녀는 세상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증오하고 싶지 않으며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마디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녀는 만주 위안소에서의 자신을 고백하는 일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적 상상력이 피해자들께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내 친할머니나 외할머니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이 내 할머니들을 대신해 그 지옥에 대신 다녀오셨다는 생각 또한. (작가의 말)
나의 친할머니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계셨다.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면서 소녀들을 유인하다가, 급기야 납치하듯 소녀들을 데려 갔다고 하셨다. 나 역시 피해자 할머니가 내 할머니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외침을 외면할 수가 없다.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나선 매춘부다'라는 음해를 참기가 어렵다. 20만 명에 달하는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었고, 그중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왔으며,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이었다. 현재 마흔 분만이 생존해 계신다.
그 와중에 한국과 일본 양 정부는 선행되어야 할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저 멀찍이 구경꾼의 자리에 위치시킨 채 일방적인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 정도의 지원금을 출연할 테니,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한 명』이 출간된 다음 달인 9월 1일, 한국 정부는 '화해, 치유 재단'에 10억 엔이 송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세상을 떠나지 못할 ‘한 명’들을 남겨둔 채.
무책임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당신들께 드리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한 명들이여, 부디, 살아계시라.
오늘의 책을 리뷰한 '유나'님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현재의 내 삶에 충실하고 싶은 여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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