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5일 오늘의 책
박균호 | 바이북스 | 2011.09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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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적혀 있는 메모뿐만 아니라 저자의 서명까지도 흠으로 여기던 새책주의자가 헌책을 구하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전 주인의 흔적마저 사랑하게 된 사연을 모은 책이다. 단순히 오래되고 귀한 책을 힘들게 구하는 과정뿐 아니라 그 책에 대한 추억과 감상까지 보는 재미가 있다.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출간되는 사례를 통해 베스트셀러 위주의 출판 현실에서 좋은 책들이 금방 절판이 되고 사라져가는 현실을 뛰어넘는 쾌감을 준다...
이사를 하면서 나만의 서재를 만들었다. 시골에 조그마한 한옥을 마련하고 마당 한쪽에 서재를 지었다. 삼 면이 벽이고 한쪽은 유리창으로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그곳을 오직 책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그동안 모아온 책들이 제법 되지만 책장이 부족해 이중 삼중으로 쌓아놓은 책이 많다보니 때론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책 목록을 작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처럼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일부러 책을 모으기보다는 읽었던 책이 한 권 두 권 늘어나다 보니 어느덧 자연스럽게 수천 권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모으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선물하거나 나눔에 참여하는 경우 혹은 파손 등의 이유로 처분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또한 책을 일부러 모으는 사람 중에 절판된 희귀본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절판이나 희귀본 수집을 목적하지 않는다 해도 읽고 싶은 책들을 구할 수 없는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럴 때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게 올 것이라 생각하며 대부분 포기하고 마는데, 이런 나와 대조적인 모습의 사람을 만났다. <오래된 새 책>을 쓴 박균호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책읽기를 좋아하며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 중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반드시 구하고야 마는 사람으로 보인다. 소장한 책이 삼천 권을 넘는다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알 수 있을 듯 싶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책에 대한 자신의 헌사를 바친다. ‘내 생에 잊지 못할 그 책’, ‘오래된 서가를 뒤지다’, ‘그분의 삶은 향기로웠습니다’, ‘글맛기행’, ‘금서라는 훈장’, ‘책 사냥 일지’ 등 그가 분류한 본문의 내용만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이 그동안 읽으며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들에 대한 분류는 개인적 관심사를 넘어서 책이 발간되고 유통되며 독자들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책 문화 전반에 걸쳐져 있다. 특히 저자가 신중하게 다루는 부분은 절판된 책에 대해서인데, ‘독자가 원하는 책이면 반드시 재 발행된다’는 그의 신념에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동의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 내게도 있는 책을 발견하면 잠시 미소가 머물다 간다. 특히, 신영복의 <엽서>나 이오덕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는 괜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정이 가는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본문에 소개되는 책의 발간에 얽힌 이야기나 절판본을 구하려는 눈물겨운 일화, 작가들의 우정 등 재미와 동시에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모두 책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며, 그 속에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니 책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책 사랑'은 소유에 의해 책이 자신에게만 머무는 게 아니라 나눔과 소통에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장서가나 책 수집가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책에 이야기를 통해 읽어야 할 책에 대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므로 주변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며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마음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걸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은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책은 읽혀야만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간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기에 독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주목하고 읽히는 책들의 분야는 달라지게 된다. 또한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지만 소장하는 것으로 향후 읽을 기회를 만드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간혹 책장에 정리된 책들을 보면서 제목만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제목만으로도 그 책의 내용과 읽으면서 얻은 느낌이 되살아나 흐뭇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는 나 혼자 마음속으로 누리는 호사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나 가치를 떠나 자신과 함께 해온 책과 마음의 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무진'님은?
한명의 저자는 곧 하나의 세상이기에 저자의 눈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설렘과 더불어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주기에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림감상이나 대금공부에도 마음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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