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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2008년 9월 4일 오늘의 책

울지 않는 늑대

팔리모왓 | 돌베개 | 2003.07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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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캐나다 최고의 작가이자 자연학자이자 탐험가인 팔리 모왓이 북극 늑대와 1년여를 함께 지낸 생활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늑대의 삶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이자,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독특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문명 비판서이다.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야생 늑대의 숨겨진 진실, 문명 맹신자이자 자연 파괴자인 인간 자신에 대한 풍자, 자연의 진실 앞에서 깨닫는 서늘한 각성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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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되어버린 늑대 이야기

‘늑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난폭한 사냥꾼? 동물원 우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무기력한 희생자? 우선 떠오르는 그림은 책이나 영화로 접해온 것들뿐이네요. 실제 늑대를 봤다 해도 동물원에서의 경험이 전부이구요.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늑대, 그것은 허상이죠. 허상에 가려 숨 쉬고 달리고 우우하고 울 진짜 늑대는 아득하기만 해요.

이 책 <울지 않는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의 진실을 밝힌 보고서이자, 인간의 탐욕에 의해 사라진 세계를 고발한 비판서랍니다. 로보를 죽이려고 블랑카의 피를 이용했다던 시튼의 <시튼 동물기>와는 차원이 달라요. 동물의 눈높이에 맞춘 시선으로 탐구에 임한 저자 덕분에, 지금껏 알아온 가짜 늑대는 떨쳐버리고 진정한 늑대를 만날 수 있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그 시점이 ‘이제야’라는 사실이지만요.

저자 팔리 모왓은 캐나다 연방 정부 소속 생물학자로서 늑대 프로젝트를 맡게 돼요. 프로젝트의 목적은 사냥꾼과, 그와 연계된 정부 부처에 이익을 가져다줄 합법적 늑대 말살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죠. 그는 여느 과학자들과 다름없이 조작된 늑대의 이미지를 품고 온갖 장비로 무장한 채 캐나다 북극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에스키모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북극 늑대와 1년여 기간을 함께 보내요.

하나 애초부터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고 제도권 과학에 대한 신뢰는 얕았던 이 생물학자. 그는 한 늑대 가족을 연구 대상이자 벗으로 삼은 뒤부터 조련된 과학자의 허물을 벗어나갑니다. 늑대의 식생활 연구를 위해 쥐를 통째로 먹기도 하고, 발가벗고 일광욕을 하던 중 늑대를 발견하고서 쌍안경만 집어든 채 쫓아가기도 하고. 그가 해낸 작업들은 문명에 사육된 우리의 세련된 의식 구조에 수차례 강펀치를 날리죠.

저자의 노력으로 재발견한 늑대, 그 실체는 이러해요. ‘일부일처주의의 통제된 생활을 한다. 독신 상태를 유지하거나 다른 종과 짝짓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잃은 새끼를 입양하기도 한다. 가족 단위로 넓게 흩어져 사는데, 먹이와 개체수의 변화에 따라 가족계획을 감행한다.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상당수의 쥐를 섭취하여 번성하고 가족을 부양한다. 순록을 사냥할 경우 늙고 약한 놈을 고름으로써 순록의 무리를 단련시킨다. 생태계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어떠세요? 늑대를 그저 잔인하고 야만적인 짐승으로 몰아붙이기에는 이성적인 인간과 너무 많이 닮지 않았나요. 저자는 터놓고 자신의 거울로 삼은 듯했어요. 함께 달리고, 가까운 곳에서 먹고 자고, 그 푸른 눈동자를 응시하기도 하면서. 늑대를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닌, 생태계를 함께 이루는 구성원이라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있는 대로 망가져가며, 정확하게는 인간의 가면을 부숴가며 웃음을 자아낸 저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익살스러우면서도 뼈 있는 풍자였죠. 그럼 그 풍자의 대상은 누구일까요.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동물 학살을(다른 인간을 포함하여) 자행하는 때와 곳마다, 자기들이 죽이는 대상에 대하여 가장 악독하고 혐오스러운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종종 자기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해왔다.”

풍자 대상은 바로 인간 그리고 잃어버린 세계에요. 그 절정은 사뭇 진지한 마지막 부분에서 이루어집니다. 저자는 인간이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어 늑대를 상대로 벌인 전쟁의 참상을 밝히죠. 이를테면 총기회사 로비에 의한 포상금에 혈안이 되어 무차별하게 늑대를 잡거나, 모피를 얻기 위해 순록들을 죽이고서 늑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의 전쟁. 그리고 그 무서운 폭력 행사 끝에 인간이 어떻게 자신들의 만행을 발뺌했는지까지 들추어내요. 그러나 다음 순간, 비었다고 생각한 늑대굴에 들어갔다가 숨어 있던 늑대 모자를 발견하고서 비이성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총질을 하려고 한 자신의 모습과 맞닥뜨립니다.

“우리가 조화롭지 못한 역할을 선택하기 전, 한때는 우리의 것이었던 세계. 내가 얼핏 알아보고 거의 들어가기까지 했지만, 결국 내 스스로가 외면하고 만 세계.”

죽이는 대상에 혐오스러운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좀스러운 ‘뒤집어씌우기’ 습성이라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이기지 못해 과잉무장 하는 것은 비굴하리만치 투철한 ‘자기방어’ 본능이에요. 둘 다 인간 본성을 구성하는 요소라 꼬집으면 너무 가차 없나요. 문제는 그러한 인간성이 만연한 나머지, 보다 순수하고 다채로운 벗들과 공존했던 세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늑대는 인간이 만든 사악한 신화에 갇혀 울 수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몰라요.

더 이상 울지 않는 늑대. 자기도 모르는 가면에 옭매여 울 수 없게 된 늑대. 저자는 그 존재를 통해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끝내 잃어버린 세계가 얼마나 아득한지를 호소하고 있는 겁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고은경(mybandi@bandi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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