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오늘의 책
황석영 | 문학동네 | 2015.1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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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거리에 서면, 문득 주위가 적막에 잠기는 순간이 있다. 사람들은 물결처럼 흘러가고 나 혼자 여기 서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얼 바라고 왔는지, 쉴 새 없이 달려왔으나 돌아보니 걸어온 자리마다 폐허. 거장 황석영이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으로 돌아왔다.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이후 3년 만이다.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 서서 길 위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를 돌아보며자신이 살아온 날...
우리가 살았던 달골이 지상에서 사라진 기억 속의 박제에 지나지 않듯이, 한 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102쪽)
정말 오랜만에 읽는 한국 소설입니다. 특히 황석영 작가의 소설은 2009년 『개밥바라기별』 이후 처음이니 참 오랜만입니다. 조금은 지루한 책의 초반부를 지나 문장에 익숙해진 후반부에서 읽는 속도가 붙었고, 결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덮었습니다.
저자가 1970년대부터 근 40년 동안 소설을 쓴 대가라고 해도, 『해질 무렵』은 크게 힘을 실은 대작이라기보다 쉬어가는 느낌입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건만 어찌하여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곳에 와 있지 못할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며 오로지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목표를 좇던 격변의 시대에는, 배 곯지 않고 배움에 굶주리지만 않으면, ‘그곳’까지만 가면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그저 죽어라 달려서 배도 곯지 않고, 배움에 굶주리지도 않는 지금에 이르게 되었죠.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그곳’은 청춘도 열정도 신기루처럼 멀어졌습니다. 어쩌다 오늘날은 옛 시절의 꿈과 다른, 행복하지 않은 곳이 되었을까요. ‘해질 무렵’에 이르러서야 그런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과연 전후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윗 세대의 꿈을 실현했을까요? 일부는 성공을 거두었고, 대다수는 그 안에서 실패했습니다. 윗 세대는 ‘우리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 말하고, 그들이 꿈꿨던 대한민국의 오늘을 아이들은 ‘헬조선’이라 명명합니다. 어른들은 대개 책 속의 ‘차순아’처럼 오늘날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어느 순간 어긋나기 시작한 현실의 거대한 틈은, 소설 속 두 사람을 가로지르듯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의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이제 한국은 고령화 사회입니다. 노인들은 나이를 먹은 만큼 존경 받기를 원하지만, 외면 받지 않음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든 인생의 ‘해질 무렵’에 도달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나?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어떤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든 누구나 다 저마다의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죠.
‘해질 무렵에 이르러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열심히 살기’보다, 가치 있는 질문과 답을 구하고자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생각도, 고민도 없이 그저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각박해지는 현실은 가치 있는 고민과 사유를 할 여유를 갉아먹습니다. 스스로 멈추어 되돌아볼 수 없게 말이죠.
『해질 무렵』은 쉴 새 없이 달려가다 멈추어 돌아 본 현실에 대한,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회한의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겐 너무 늦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읽어본 것 같은 식상한 느낌도 들어서 좀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허뭄’님은?
내 심장을 두드리는 책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