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4일 오늘의 책
김소연 | 마음산책 | 2008.01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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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포착하다 ─시인의 감성과 직관으로 충만한, 특별한 사전 마음의 빛깔을 분별하고자 애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외롭다’와 ‘쓸쓸하다’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았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외롭다’가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로, ‘쓸쓸하다’가 “외롭고 적적하다”로 풀이되어 있다. 이런 풀이를 따르면 ‘외롭다’와 ‘쓸쓸하다’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알 길이 없다. 외롭다 → 쓸쓸하다 → 적적하다 → ...
당신은 마음이 내는 소리를 잘 듣는가?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가? 마음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가? 우리는 몸의 주장에 귀 기울이느라 마음을 배반하고, 혹은 마음을 다독이느라 몸을 내버려두거나 그도 아니면 생활을 돌보느라 몸과 마음의 소리에 모두 귀를 닫고 산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그 둘이 모두 아픈 사람들이 태반이다.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합체를 이룬다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그녀는 ‘마음 관련 낱말들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아’ 만들어낸 마음사전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 마음과 몸이 분리되지 않고, 따라서 이 일 하며 동시에 저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한 모노 스타일 라이프를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강건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거부하는 이다. 실제로 그럴 땐 고열을 동반한 몸살에 시달릴 정도로, 몸과 마음의 완벽한 일원론적 합체를 이룬 변종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관해서는 초능력에 가까운 신기를 보인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느라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 데도 관심 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데 천재적이다. 밥은 그렇다 치고 잠조차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몇 밤을 그냥 잊기도 한다. (…)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이므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고 있다." - 책날개 중에서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 이 정도는 되어야 마음의 단어를 해설할 자격을 가지게 되나 보다. 이런 각오를 가진 사람에게만 마음은 제 속살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우리가 흔한 말, 너무 잘 알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 낱말들은 그녀의 번역을 거쳐 완연한 빛깔을 내비친다. 때로는 내 마음을 훔쳐봤나, 싶게 그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읽는다. 그래서 소설가 천운영의 말처럼 ‘어떻게 알아버렸지? 나도 몰랐던 내 마음’하고 들켜버린 마음에 종종 놀라게 된다. 내겐 ‘뒷모습’이 그랬다. ‘뒷모습’이란 단어를 더듬은 그녀와 나의 손길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 누군가의 뒷모습은, 돌아선 이후를 오래도록 지켜보았을 때에만 각인되기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아련하다." (136쪽)
누군가와 공통된 정서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전기가 통한 것처럼 마음이 찌릿해진다. 그리고 조금 더 몸을 앞으로 내밀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몸이 다가서면, 마음도 함께 열린다. 김소연이 통역하는 마음의 말들에는 바로 그런 힘이 있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잇고, 함께 감응하게 만드는 힘.
마음사전의 5장은 다를 거라 생각해보지 않은 단어의 결들을 세세하게 어루만진다. ‘작은 차이가 빚는 전혀 다른 결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엄연하게 다른 꼴인 마음 단어들을 짝을 지어 설명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티끌만한 차이가 그녀에게는 해일처럼 다가오나 보다. 차이의 틈을 저 아래까지 깊숙하게 파고든다. ‘행복과 기쁨’은 이렇게 정의된다.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들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59쪽)
해본,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에 이 사전은 개별자의 사전이지만, 누구나 겪어본 마음의 기억을 다루고 있어 보편적인 사전이다. 마음사전에는 어려운 낱말도 없지만 어렵지 않은 낱말도 없다. 살면서 수백 번도 더 써왔던 말들이지만, 어쩌면 사실 단 한번도 그 말들을 제대로 마주본 적 없기 때문에. 그 말들이 하는 말에 몸을 낮춰 귀담아 들어본 적 없기 때문에.
- 컨텐츠 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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